安, 바른미래 탈당 선언…창당 1년 11개월 만에 창업주 모두 떠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바른미래당 탈당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철수 페이스북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바른미래당 탈당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철수 페이스북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총선까지 불과 77일 남은 가운데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정계 복귀 열흘 만인 29일 “제 자신도 알 수 없는 거대한 거친 파도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뛰어들고자 한다, 영원히 사라진다 해도 그 길이 옳다면 결코 주저하지 않겠다”며 자신이 창당한 바른미래당을 떠났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오너가 CEO에 해고 통보하듯 했다는 손학규 대표의 지적에 “그렇게 무례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갈등 봉합에 나서는 듯 보였던 안 전 대표였지만 지난해 보궐선거 참패 직후에도 ‘추석 지지율 10% 안 되면 사퇴’를 내걸었다가 손 대표가 끝내 지키지 않았던 만큼 자신의 복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당권을 내려놓지 않으려 하자 타협 여지가 없다고 보고 빠르게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바른미래 떠난 안철수…선거 일정상 ‘독자 신당’ 박차

당초 바른미래당 재건 쪽에 우선 방점을 두고 지난 27일 손 대표와 접촉한 안 전 대표는 자신이 위원장을 맡는 비상대책위원회로 지도체제를 개편하자는 요구에 손 대표가 난색을 표하면서 사실상 탈당은 시간문제로 비쳐졌다.

이미 당내 이동섭 원내대표 권한대행까지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당 지지율은 민주평화당·대안신당과 바닥 경쟁을 하고 있다. 손 대표의 마지막 결단이 필요하다”며 퇴진할 것을 압박했음에도 도리어 손 대표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대표가 비대위 구성, 전 당원 투표를 요구한 것은 유승민 의원, 안 전 대표와 친하다는 의원들이 저를 내쫓으려 했던 이야기와 똑같다”며 대표직 사퇴를 공개적으로 거부했으며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안 전 대표는 저와 버팀목 역할을 하자”며 공동대표 체제를 제안하는 듯한 입장을 내놨다.

이 같은 손 대표의 반응에 전날 “당이 위기상황이기 때문에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당원의 뜻을 묻고자 한 제안에 왜 대표가 회피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던 안 전 대표는 결국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어제 손 대표의 기자회견 발언을 보면서 바른미래당 재건의 꿈을 접었다. 바른미래당을 재창당해 그런 길을 걷고자 했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비통한 마음으로 바른미래당을 떠난다”고 전격 탈당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성정당의 틀과 관성으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실용적 중도정당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지고 합리적 개혁을 추구한다면 한국사회의 불공정과 기득권도 혁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신당 창당 의사를 표했는데, 그의 탈당 소식에 당장 보수진영에선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내놓고 있다.

당장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9일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 탈당 결정을 내린 데 대해 “헌법 질서와 시장경제를 인정하는 가치가 같다면 다 같이 뜻을 모으는 것이 필요한 때”라며 “지금 문재인 정권과 싸워 이기기 위해 자유우파, 자유시민연대 그룹들의 대통합이 필요하다. 함께 똘똘 뭉쳐서 이 정권의 폭정을 이겨야 한다”고 통합신당에 함께 할 것을 호소했다.

여기에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도 앞서 같은 날 회의 후 “혁통위에선 안 전 의원까지 포용해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논의를 했다. 그런 노력을 여러모로 하겠다”면서 러브콜을 보냈었고,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김영환 전 국민의당 의원과 문병호 전 바른미래당 의원까지 “혁통위가 만들고자 하는 중도보수통합신당에 합류하기로 원칙적 결정을 내렸다”고 이날 통합신당 합류 의사를 밝혀 과연 안 전 대표도 함께 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됐는데 일단 안 전 대표의 김도식 전 비서실장이 “참여자들 개개인의 정치적 소신에 따른 것이고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이날 입장문을 내놓으면서 통합 행보와는 선을 그었다.

비록 김 전 의원이 “통합신당이 앞으로 계속될 수 있도록, 안 전 대표가 합류할 수 있도록 혁신하는 새로운 정당이 되는데 문 전 의원과 제가 적극 노력하겠다”고 역설했으나 이미 안 전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자기편만 챙기는 진영정치를 실용정치로 바꿔야 한다. 힘들고 부서지고 깨지더라도 미래를 위해 우리가 가야할 올바른 방향을 국민들께 호소하는 것이 제 의무”라고 거듭 강조한 점에 비추어 향후에도 통합 움직임에 함께 하기보다 독자 신당 쪽에 힘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安. 현역의원 참여·지지기반 민심 등 창당까지 곳곳 ‘험로’

비례대표 출신이 대부분인 안철수계 의원들. 사진 / 백대호 기자
비례대표 출신이 대부분인 안철수계 의원들. 사진 / 백대호 기자

이에 따라 안 전 의원의 신당에 함께 하려는 의원들도 동반 탈당할 예정인데, 문제는 이동섭, 김중로, 이태규, 김삼화, 신용현, 김수민 등 안철수계 의원들 대다수는 비례대표 출신이어서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잃게 되기 때문에 의원총회를 통해 일단 출당 조치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으나 손 대표와 가까운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가 순순히 출당시켜줄 것인지는 미지수다.

안 전 대표가 과거 국민의당 창당 당시 20대 총선을 2달 앞둔 2월에 창당해 4월에 선거를 치렀던 만큼 21대 총선까지 70여 일 남은 지금부터 신당 창당에 속도를 낸다면 일정상 불가능하진 않지만 그동안 바른미래당이 교섭단체 지위 유지로 매년 약 25억원대의 국고보조금을 수령해왔던 만큼 손 대표가 비례대표 출신인 안철수계 의원들의 출당을 끝까지 방해할 경우 창당 작업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안철수계 중 유일한 지역구 의원인 권은희 의원마저 즉각 안 전 대표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보다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제3지대에 대한 고민을 우선시하겠다”며 거취를 고심하는 모습을 보여 자칫 현역의원 없는 원외정당으로 선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이 경우 선거 후보 기호까지 뒤로 밀리게 된다.

더구나 손 대표 퇴진으로 기울던 당권파에서조차 안 전 대표의 신당 창당엔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실제로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은 29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신당 창당 기술자들이 너무 많고 중독증에 걸린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세워놨던 당을 지키지도 못해놓고 또 새 정당을 창당하게 되면 국민에게 얼마나 어필이 될 것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또 현재 안 전 대표가 처한 상황이 ‘녹색 돌풍’을 일으켰던 20대 총선 때와는 여러모로 다르다는 점 역시 성공을 자신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는데, 과거 국민의당을 창당했을 당시 지지기반이 됐던 호남지역의 민심이나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이미지가 이전 같지 않은데다 선거법 개정으로 안 전 대표 외에도 여러 세력이 신당 창당에 나서고 있어 유권자에게 차별화된 모습을 분명하게 보여주지 못하는 이상 전처럼 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창업주 떠나고 孫만 남은 바른미래, 향후 행보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백대호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백대호 기자

다만 유승민·안철수가 모두 떠난 바른미래당에 홀로 남은 손 대표도 당권파들의 반감 속에 편치 않은 상황인데, 그간 최고위원들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혼자 최고위원회의를 이어오기도 했지만 안 전 대표의 귀국 후에도 퇴진을 거부하면서 분당 위기에 직면하자 채이배 의원은 지난 28일 손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손 대표, 안 전 대표 모두에게 큰 실망”이라며 정책위의장직을 자진사퇴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김관영·김동철·김성식·박주선·이찬열·임재훈·주승용·채이배·최도자 등 9명의 바른미래당 당권파 역시 안 전 대표가 탈당하면서 선거를 앞두고 선택의 기로에 선 상황인데, 대다수는 바른미래당 재건이 물 건너가면서 손 대표와 안 전 대표 양측 모두를 비판적 시각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 100억원대로 알려진 당 자산이나 원내 제3당으로서 총선 전 최대 200억 원 가량 쌓일 국고보조금 등 현실적 측면을 감안하면 쉽게 탈당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운 모양새다.

그러다보니 창업주 없는 바른미래당이 어떻게 선거를 치러낼 것인지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보수통합을 추진하듯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과 통합하는 정계개편에 돌입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손 대표와 안 전 대표 간 갈등이 극에 달한 28일에도 최경환 대안신당 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을 향해 “중도개혁세력 통합을 위해 3당 협의체를 구성, 이번 주 안에 가동하자”며 “각 당에서 추천·지정하는 한 사람씩 3인으로 구성된 3당 협의체를 구성하고 무소속 인사들과 외부인사도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구체적 복안을 제시한 점을 봐도 성사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무엇보다 최 대표는 “호남의 요구는 제3세력 통합을 서둘러 김대중 정치의 맥을 잇고 호남 주도의 정치를 만들어 보라는 것”이라며 ‘지역정당’으로 승부수를 띄우려는 모습을 보였으며 안 전 대표의 비대위 체제로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재편되는 데 대해서도 전날 유성엽 통합추진위원장부터 “제3세력 통합을 역행하는 잘못된 처사”라고 비판했던 만큼 이들과의 통합에 회의적이던 안 전 대표가 탈당함에 따라 통합 논의는 속도가 붙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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