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층고 2.3m로 택배차량 출입 불가능한 설계…‘지상에 차 없는 아파트’ 문구 무색
일반분양자-조합원 입장 달라 문제 해결에 난항

의정부역 센트럴자이&위브캐슬 투시도. ⓒGS건설
의정부역 센트럴자이&위브캐슬 투시도. ⓒGS건설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GS건설과 두산건설, 롯데건설이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 중앙생활권2구역에 선보인 ‘의정부역 센트럴자이&위브캐슬’이 지하주차장의 층고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1순위 청약을 받은 의정부역 센트럴자이&위브캐슬(이하 센트럴자이)은 지난 8월 29일 특별공급 제외 824가구 모집에 1만4605명이 몰리며 평균 17.7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2022년 7월 입주가 예정돼있다.

센트럴자이는 최근 분양하는 다른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지상에 차 없는 아파트’를 표방했다. 노약자와 어린이 등의 생활안전 보장을 위해 주차장의 지하화를 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센트럴자이 안내 홈페이지에는 ‘아파트 주차공간을 단지 초입에서 지하화시켜 안전한 동선 확보 및 쾌적한 단지환경 조성’하겠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소방차 등 긴급차량, 이삿짐차량은 아파트 비상도로로 통행하게 하고 자가용이나 렌트카 등은 지하주차장으로만 다니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택배차량이 문제가 되고 있다.

아파트 안내 홈페이지에는 적힌 문구. 아파트 주차공간을 지하화시키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홈페이지 캡쳐

택배차량이 지하주차장으로 출입하려면 층고가 최소 2.7m는 돼야하는데 센트럴자이는 2.3m에 불과하다. 국토교통부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높이를 2.3m에서 2.7m로 상향하는 안이 포함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을 지난해 입법예고해 올해 1월부터 적용하고 있지만, 센트럴자이는 법이 개정되기 전에 계획돼 2.7m 법을 적용받지 않는 것이다.

결국 지하주차장으로 출입할 수 없는 택배차량은 지상의 아파트 비상도로로 다녀야 하는 처지에 놓였고, 이에 입주예정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지상에 차가 없는’ 안전한 아파트라고 홍보해 선택했는데 사실상 허위과대광고였다는 것이다.

아파트 홍보 공고문에는 지하주차장 층고가 2.3m라서 택배차량 등의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쓰여 있지만 글씨가 작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찾기 힘들었다. 지하주차장의 구조 형식은 현장 여건에 따라 공사 중 변경될 수 있다는 조항도 함께 있었다.

입주예정자들은 “의정부 대형아파트 지하주차장에 택배차량이 못 들어온다고는 생각조차 못했다”며 의아해하고 있다.

입주예정자들은 단체대화방과 입주예정자 커뮤니티를 통해 의견을 교류하는 한편 시행자인 중앙생활권2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과 시공사인 GS건설 컨소시엄, 관할행정부처인 의정부시에 설계 변경 촉구 등의 민원을 넣고 있지만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제대로 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입주예정자 A씨는 “일반분양자들이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사항을 조합장이 가로막고 있다”며 “시공사에 문의하면 시행자 책임이라고 하고 시행자에 문의하면 시공사에 연락해보라고 하니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예정자 B씨는 “비상차량도로로 택배차량 다니게 허용한 것도 이해가 안 가는데 애초에 지상에 차 없다는 것 광고를 왜 했는지 의문”이라며 “택배차량이 하루 온종일 다닐 텐데 지상으로 다니다가 어르신들, 어린 아이들, 주민들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반문했다.

의정부역 센트럴자이&위브캐슬 입주예정자 커뮤니티는 지하주차장 문제로 인한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커뮤니티 캡쳐

이에 대해 정비사업조합장은 “기본적으로 일반분양자들과 요구하고 있는 것은 같고, 시공사 측과 많은 회의를 하며 여러 가지를 고려해 해결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단순하게 일반분양자분들이 말하듯 지하층만 더 파서 층고를 높이면 되는 그런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논의 끝에 설계가 변경되더라도 이로 인해 공사 기간이나 입주일이 늦어지는 리스크에 대한 동의를 조합에서 일반분양자들에게 받아야 하는 절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합이 논의한 내용을 일반분양자들에 알려주지 않는 이유를 묻자 “아직 일반분양 계약이 완료되지 않아 입주자 총원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조합원들은 조합사업을 10년 이상 해왔고 일반분양자들과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당장 공유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센트럴자이는 중앙생활권2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인 만큼 827명의 조합원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해 GS건설 관계자는 “시공사가 설계 변경에 대해 의견을 게재하거나 변경된 설계를 검토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설계 주체는 조합이고 시공사는 그에 따라 시공할 뿐”이라며 “(지상에 차 없는 아파트 등의) 홍보문구는 시공사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모두 조합과 함께 상의한 후에 결정한다”고 밝혔다.

센트럴자이 커뮤니티에는 ‘주차장층고2.7 토론방’이라는 게시판도 만들어질 만큼 지하주차장 층고 문제로 매일 수십 건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조합과 건설사는 서로의 입장과 회의 내용을 일반분양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어 일반분양자들의 수심만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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