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확장 재정’ 기조…野 우려 속 범여권 일각서도 ‘조심스러운’ 모양새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9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9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공동취재단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일 3번째 국회 시정연설을 했지만 총지출 470조5천억 원 규모의 슈퍼예산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야권에선 당장 냉혹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손팻말이나 펼침막을 들고 연설 중인 문 대통령에 항의했던 과거와 달리 박수만 치지 않은 채 침묵하는 형태의 다소 온건한 태도를 본회의장에서 보여주기는 했으나 이번에도 연설 내용에 대해선 가차 없이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바른미래당도 수퍼 예산에 대한 현미경 검증을 하겠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어 예산 정국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 文 “함께 잘 사는 나라 만드는 예산”…기존 경제기조 고수

문 대통령은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가진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우리 경제가 이룩한 외형적인 성과와 규모에도 불구하고 다수 서민의 삶은 여전히 힘겹기만 한 것이 현실이다. 성장에 치중하는 동안 양극화가 극심해진 탓”이라며 “발전된 나라들 가운데 경제적 불평등의 정도가 가장 심한 나라가 되었다. 우리는 함께 잘 살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불평등이 불공정으로 이어져 우리 사회의 통합을 해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로막기에 이르렀다. 역대 정부도 그 사실을 인지하면서 복지를 늘리는 등의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왔으나 기존의 성장방식을 답습한 경제기조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커지는 양극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경제적 불평등의 격차를 줄이고, 더 공정하고 통합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추진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저성장과 고용 없는 성장,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 저출산·고령화, 산업구조의 변화 같은 구조적인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우리 경제 체질과 사회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경제 불평등을 키우는 과거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전환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을 이겨내겠다”고 기존 경제정책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한국당·바른미래, ‘경제 내용’ 중심으로 연설 비판 일색

이 때문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소득주도성장 폐기를 주장해왔던 정당들에선 날선 반응이 쏟아졌는데, 문 대통령이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했던 호의적 태도가 무색하게 한국당에선 1일 윤영석 수석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함께 잘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치적 수사만 가득할 뿐 경제현실과 민심에서 동떨어진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국민들은 통탄한다”며 “아직도 대한민국 경제위기, 고용 참사 원인이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 시정연설은 실패한 경제정책을 강행하겠다는 독선적 선언”이라고 혹평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윤 대변인은 “경제정책실패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다. 무책임한 경제정책 실험과 복지 포퓰리즘을 중단해야 한다”며 “공무원 증원 예산, 남북 과속 예산, 단기알바 예산을 비롯한 정부의 슈퍼예산에 대한 철저한 현미경 심사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른미래당 역시 같은 날 김삼화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장사도 안 되며, 세계 최대치로 주식이 폭락하는 경제위기에도 ‘함께 잘 살기 위해 우리 경제와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했던 시간’이라는 자화자찬과 변명을 늘어놓았다”며 “소득주도성장으로 망친 경제를 언제까지 성장통이라 우길 것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김 대변인은 “올해 시정연설에서도 세금을 얼마 쓰겠다는 재정지출만 장황하게 늘어놨을 뿐 자동차·조선산업 같이 우리 경제를 든든하게 뒷받침했던 산업들을 어떻게 다시 부흥시킬 것인지 구체적인 정책과 구조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대통령이 경제를 살릴 유일한 방법은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인정하고 야당이 제안하는 규제개혁을 비롯한 전면적 개혁방안을 전면 수용하는 것밖에 없다”고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내년도 시정연설을 마친 직후 본회의장 입장했을 때와는 반대로 야당 의원들이 앉아있는 쪽으로 나가면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먼저 악수를 건네고 있다. ⓒ국회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내년도 시정연설을 마친 직후 본회의장 입장했을 때와는 반대로 야당 의원들이 앉아있는 쪽으로 나가면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먼저 악수를 건네고 있다. ⓒ국회공동취재단

이런 반응은 두 당의 원내지도부에서도 동일하게 나왔는데,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 시정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은 일자리를 잃고 직장 걱정으로 많이 아파하고 있는데 대통령께선 일자리나 경제 상황이 악화되는 부분에서 전혀 다른 입장을 내고 있어 걱정”이라며 “경제 위기에 대해 대통령께서 책임을 통감하고 국론을 하나로 모아나가면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국민대통합을 요구하는 그런 목소리는 전혀 없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역시 문 대통령 시정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경제정책의 일대 대전환을 가져와야지만 이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한 명확한 의지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장밋빛 청사진들을 많이 제시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규제개혁과 혁신성장을 어떻게 해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은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원내대표는 이미 바른미래당 의총에서도 “공무원 증원 일자리안정자금 등 일자리 예산에 대해 현미경 심사를 하겠다”고 예고했던 만큼 이날 기자들에게도 “최근 2년간 집행된 일자리 예산 중 특히 성과가 없거나 문제가 있는 예산들에 대해 짚어보고 반복되지 않도록 챙기는 게 예산심사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불요 예산은 과감히 삭감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뿐 아니라 그는 행정부 특활비에 대한 대폭 삭감 의지를 표명한 것은 물론 이날 당 의총 직후엔 오는 5일 열릴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자당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경제정책의 과감한 전환을 문 대통령에게 촉구하겠다고 천명했으며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중 주요 쟁점이었던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도 내년엔 아예 철회되든지 인상 시기를 7월 1일로 유예하고 2020년 최저임금은 동결하자고 다른 당과 협상할 방침이라 전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보수 성향을 띤 야권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토론회에서도 일일이 수치까지 들어가며 정부 안대로 통과시키기 어렵다는 뜻을 드러냈는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상수 한국당 의원은 내년 예산이 올해 대비 9.7%나 증가한 점을 꼬집어 “이는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총지출 증가율 10.6%를 제외하면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라며 “경제 부진 상황들이 과연 우리 의욕대로만 예산과 예산 투여 효과가 같이 오르는지 걱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토론회를 주관한 국회 경제재정연구포럼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광림 한국당 의원도 “올해와 내년 본예산을 편성하는데 2년 만에 재정 규모가 84조원 늘었다. 이전 정부에서 4년간 늘린 규모가 87조원”이라며 “4년 규모를 2년 만에 늘린 것이니 속도가 매우 빠른 것”이라고 마찬가지로 정부 예산안에 우려를 드러냈다.

◆ 범여권, 文 연설 호평하면서도 어려운 민생상황 일부 의식

이처럼 중도·보수 성향의 두 야당이 벌써부터 인색한 평가를 내리면서 정부와 각을 세운 반면 범여권에선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대통령 연설 도중 21차례나 박수쳤을 정도로 높이 평가했는데 박경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삶의 질 개선과 포용적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치러야 할 구조적 변화에 대비한 혁신성장과 규제혁신에 과감한 투자”라고 주장했으며 앞서 같은 당 홍영표 원내대표도 정책조정회의에서 “일부 야당이 벌써 일자리 예산 삭감한다고 하는데 민생 발목잡기”라고 보수야권에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박경미 대변인은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제시한 미래 비전은 결코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는 변화를 수반하고 있어 그 과정에서 경제 주체는 물론 우리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고통이 뒤따를 수 있다”고 시인했으며 홍 원내대표도 시정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에서 지적하는 사항들이 합리적이고 타당하면 얼마든지 반영해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며 다소 의외의 입장을 내놨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 확장 재정 방침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예산 과다 증액이 지적 받고 있는 점을 꼬집어 면밀히 살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 / 오훈 기자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 확장 재정 방침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예산 과다 증액이 지적 받고 있는 점을 꼬집어 면밀히 살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는 그간 수십조 규모의 일자리 예산을 투입하고도 고용지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등 재정을 통한 대응만으로 한계를 보였기에 이번 정부 예산안을 바라보는 야권과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은데다 경제 문제로 정부여당의 지지율도 좋지 않은 현실을 감안한 반응으로 풀이되는데, 그래선지 같은 날 민주평화당마저 박주현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양극화 해소의 방향은 옳으나 결과를 담보할 수 없다”며 “내년 예산안이 양극화 해소의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일견 정부 비판적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심지어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1일 오후 자신이 국회 경제재정연구포럼의 공동대표로서 주관한 ‘2019 예산안 토론회’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재정의 한계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며 “과다 증액이 최근 지적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의 실효성, 장기적 지속가능성도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론 공식적으로 평화당에선 “내년 예산이 양극화 해소와 지역격차 해소 기조 하에 확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일단 협조적 자세를 보였고, 정의당에서도 최석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정의당은 지난 8월 정부 예산안 제출 당시 확정적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적극 강조한 바 있다”면서 정부와 발을 맞추고 있어 그 한계도 분명했으나 무작정 ‘덮어놓고’ 힘을 실어주려던 이전보다는 약간이나마 달라진 부분도 있어 예산 정국에서 범여권과 보수야권 간 협상을 통해 어떤 결과가 나올 낼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