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피해자에게 정조·피해자다움 꺼내며 도리어 꾸짖어"
"이번 판결, 여성 전체 좌절이자 성평등 역사 수십 년 후퇴"
아시아나 항공, 권수정 의원 퇴직에 "부당노동행위 마찬가지"

발언하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 사진 / 오훈 기자
발언하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현지용 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14일 안희정 前 충남도지사의 무죄 선고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 대표는 16일 오전 국회 정의당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안 前 지사에 대한 무죄선고는 여성들의 간절한 용기를 짓밟은 사법폭력이다. 재판과정에서 확인된 사법부의 성인지 감수성은 구시대적인 처참한 수준"이라며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정조라는 말을 꺼내 도리어 꾸짖었었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받을 권리가 아닌 한 개인의 판단능력으로 왜곡했다. 또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며 피해자가 성폭력 후, 전과 다름없이 업무를 수행한 것을 무죄의 증거로 보았다. 무엇보다 유력 대선후보였던 안 前 지사가 행사할 수 있었던 일상적 권력을 위력의 행사로 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러한 판단대로라면 앞으로 직장과 각종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 다수는 면죄부를 얻게 될 것"이라며 "저항하기도, 거부하기도 어려운 위치에 놓인 여성들의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재판부는 결국 모든 것을 입법미비로 돌리는 무책임을 보였을 뿐이다. 이번 판결은 피해자 김지은 씨 한 사람만의 좌절이 아니라, 우리사회 여성 전체의 좌절이며 성평등의 역사를 수십 년 후퇴시켰다. 상급심은 다른 판단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권을 향해 "미투운동 직후 말은 무성했지만 법안 하나 제대로 처리조차 못했고 결국 사법부의 퇴행을 막지 못했다. 사법부의 성폭력 면죄부 발행을 막기 위해 폭행과 협박에 의해 강요된 성관계만 강간죄로 처벌하는 현행 형법을 개정하고 동의하지 않는 성관계를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미 독일, 스웨덴,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이러한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정의당도 법제사법위원이었던 故 노회찬 원내대표가 '비동의 강간죄'와 함께 성폭력 범죄에 대한 포괄적 처벌강화를 위한 법안 준비를 완료한 상태다. 조속한 법안 발의를 약속드리며, 모든 정당이 그간 미투운동의 대의에 공감해왔고 이 문제는 당리당략이 끼어들 수 없는 사안인 만큼 조속한 처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판결 직후 김지은 씨에 대한 각종 2차 가해가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 대단히 우려스럽다. 성폭력 이상의 고통을 안기는 비열한 2차 가해는 즉각 중단돼야한다"며 "특히 안 前 지사는 '새로 태어나겠다'는 말을 늘어놓기 전에 자신의 지지자 일부가 벌이는 이 몰지각한 행동부터 중단시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정의당은 '약자가 힘에 겨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세상이 아니라 당당히 끝까지 살아남아 진실을 밝히겠다'는 김지은 씨에게 변함없는 지지와 연대의 뜻을 보낸다. 정의당 역시 포기하지 않고 성폭력 없는 사회를 만드는 길에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전했다.

이외 아시아나항공의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 퇴직 처리와 관련해 이 대표는 "아시아나항공이 자사 승무원인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에 대해 복직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직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계열사 부당지원을 위해 기내식 사태를 유발하고 직원들을 자기 종처럼 부려온 온갖 갑질 악덕 기업"이라며 "이제는 헌법이 법률로 보장한 정치활동의 자유마저 박탈하려 하고 있다. 결국 박삼구 회장과 아시아나항공의 대국민 갑질 사과는 기만임이 드러났다"고 분노했다.  

이 대표는 "시민의 투표로 선출돼 공직을 맡았다는 것은 노동자에 대한 퇴직사유가 될 수 없다. 이는 노동자들의 정치활동을 봉쇄해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며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나 마찬가지인 반사회적 행위"라며 "아시아나 항공은 권수정 시의원에 대한 부당한 퇴직 처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민주주의 위에 군림하는 갑질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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