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 주주들 반발 여전…주관사 선정 논의 연기

▲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첫 번째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이 지난해 무산됐던 기업공개(IPO)를 다시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에어부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첫 번째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이 지난해 무산됐던 기업공개(IPO)를 다시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 사회의 반발은 여전해 귀추가 주목된다.
 
24일 에어부산에 따르면 전날 이사회가 상장 주관사 선정을 논의한 결과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부산 이사회는 아시아나항공 2명과 에어부산 2명, 지역주주 2명, 부산시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이사회에는 아시아나항공 김수천 사장을 제외한 6명이 참석했다.
 
에어부산 측은 이번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 대부분이 상장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며 오는 29일 다시 이사회를 열고 주관사 선정을 매듭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사실상 에어부산의 상장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자본금 500억원의 에어부산은 내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총 300만~400만주를 발행해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지역, 상장 부정적 기류 여전
에어부산이 상장될 경우 제주항공에 이어 저비용항공사 상장으로서는 두 번째가 된다. 에어부산은 2010년부터 5년 연속 흑자를 유지하고 있고 2012년에는 저비용항공사로서는 최초로 이익 잉여(2014년 기준 이익 잉여금 237억원)를 실현하기도 했다.
 
또한 에어부산은 지난해 매출액 3510억원에 영업이익 205억원을 기록하는 등 알짜배기로 거듭나고 있다. 청약 증거금만 7조에 달했던 제주항공의 사례를 감안할 때 에어부산의 상장 대박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에어부산의 상장을 바라보는 지역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에어부산이 상장되면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을 매각할 것이라는 의심 때문이다.
 
특히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둘러싼 대외환경 변수는 이 같은 의심을 더욱 키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던 금호산업을 되찾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금호기업을 세웠다.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금호산업 인수가 완료되면 금호기업은 새로운 지주사가 된다. 이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는 금호기업을 정점으로 하게 되는데 에어부산은 금호기업을 시작으로 금호산업을 거쳐 아시아나항공 아래로 편입된다. 지주사의 증손회사로 바뀌는 셈이다.
 
공정거래법상 지분 요건 규정에 따르면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취득해야 하거나 아예 가지지 못한다. 이 규정은 지주사의 방만한 계열사 운영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됐는데 이에 따르면 금호기업이 지주사로 인정될 경우 손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은 증손회사인 에어부산 지분을 2년 내에 100% 취득하거나 매각해야 한다.
 
◆상장 의도에 의구심…사도 안 사도 문제
 
▲ 지난해 에어부산 상장 계획이 나왔을 때 지역 주주들은 상장 시기나 공모 구조 등에 대해 반발, 결국 상장이 무산된 바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지분을 46% 보유하는 데 그치고 있다. 49%는 세운철강과 넥센, 동일 등 14개 지역 기업 주주들의 몫이고 부산시가 5%를 보유하고 있다.
 
가뜩이나 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 등 부산 지역 여론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두 번째 저비용항공사 에어서울 출범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에어부산에 대한 투자가 축소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는 상태다. 금호산업 인수가 마무리되면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지역 사회의 의심이 거둬지지 않는 이유다. 이 경우 항공사 운영과 항공기 도입 등 아시아나항공의 지원이 끊기게 돼 경쟁력 저하가 예상된다.
 
현실성은 낮지만 만약 아시아나항공이 상장을 통해 추가 지분을 취득, 에어부산 지분 100%를 전부 확보한다고 해도 부산 지역 사회에서는 달가운 일이 아니다. 이사회 구성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재 에어부산 이사회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측과 부산 지역 측이 양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독자 경영권을 행사할 경우 지역 사회에 어떠한 영향이 미칠지 예단하기 쉽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이 적어도 50%의 지분만 확보해도 마찬가지다.
 
아시아나항공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경우에도 상장을 통해 구주 매출 또는 신주 발행이 이뤄지면 부산시를 비롯한 지역 주주들의 지분율이 희석되는 효과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이 움직이든 움직이지 않든 지역 사회에서 상장이 달갑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지난해 에어부산 상장 계획이 나왔을 때 지역 주주들은 상장 시기나 공모 구조 등에 대해 반발, 결국 상장이 무산된 바 있다. 비록 아시아나항공이 단일 최대주주이기는 하지만 경영권을 완전하게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고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특수성 탓에 주주들의 의견을 지나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역시 이번 이사회에서도 이 같은 반발은 여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에어부산 측은 다수 이사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지만 실상 불참한 김수천 사장을 제외하면 이번 이사회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측 3명과 지역 사회 3명의 구도였다. 결국 한 번에 주관사 선정을 매듭짓지 못하고 29일 다시 주관사 선정을 논의키로 한 것도 지역 사회 이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부산 지역 주주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왜 에어부산을 상장하려고 하는지 정확한 이유와 모집 자금 활용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사회에서도 지역 사회 측 이사들은 기업공개를 통해 확충할 구체적인 자본금 규모와 향후 자금운용 방안 등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서는 제주항공 전철 우려도
에어부산이 알짜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기는 하지만 상장 후 전망이 생각보다 밝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공모 청약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저비용항공사 최초로 지난 6일 상장했던 제주항공은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한 후 차익 실현 매물과 3분기 실적 부진이 겹치면서 주가가 급하락세를 타고 있다.
 
24일 제주항공은 5% 넘게 하락하며 3만78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상장 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시가총액은 상장 후 20여일 만에 3000억원이 증발한 970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상장 후 한 때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을 크게 앞질렀던 제주항공 주가가 1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저비용항공사 업계 1위 제주항공마저 거품 논란까지 겪은 끝에 상장 후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에어부산의 상장을 바라보는 주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에어부산도 5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는 등 저비용항공사 업계에서 굳건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제주항공도 고전하는데 과연 에어부산의 상장 작업이 잘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의견이다.
 
다만 제주항공의 경우는 아직 상장 초기인 만큼 조정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3분기 영업이익률이 10%에 달한다는 점이나 안정적인 부채비율, 저비용항공사 업계의 높은 성장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장기 성장성은 높다는 평가가 굳건하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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