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서울 사업면허 신청에 LCC들 반대 의견서 제출 ‘장군멍군’

▲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에 이어 에어서울의 면허를 신청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두 번째 저비용항공사(LCC) 출범이 가시화된 가운데 적지 않은 경쟁사들이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부산에 이어 에어서울의 면허를 신청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두 번째 저비용항공사(LCC) 출범이 가시화된 가운데 적지 않은 경쟁사들이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복수의 저비용항공사들과 부산시는 지난달 19일 아시아나항공이 에어서울의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한 후 열흘 사이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견서에는 주로 에어서울 출범이 항공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에어서울의 안전성 우려, 경영 계획 등이 지적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에어서울로부터 소명·보강자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리가 끝나면 사업면허위원회를 열어 면허발급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면허신청 서식상 처리기간은 25일이지만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 처리 시일은 아직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속도 내는 에어서울, 내년 2분기 출범 가시화
이처럼 에어서울의 출범이 가시화되면서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명해 온 저비용항공사들의 반발 강도는 차츰 수위가 높아져 가고 있다.
 
에어서울의 출범 목표 시점은 내년 2분기 경이다. 이미 조직구성에 정성권 아시아나항공 전략기획본부장과 윤병철 금호그룹 전략경영실 상무를 에어서울 사내이사로, 이용욱 금호그룹 전략경영실 전무를 감사로 선임하고 공항서비스 및 일반직·항공기술·운항관리 등의 신입공개채용도 진행했다.
 
지난달 22일 국토교통부의 공고에 따르면 에어서울은 오는 2017년까지 A321-200기 5대를 도입해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 총 16개 노선을 운항한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이미 145억원의 유상증자로 면허신청 요건인 자본금 150억원도 채워놨다.
 
아시아나항공이 이처럼 에어서울 출범에 속도를 내는 것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산업 인수가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 사업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타 저비용항공사들의 거센 공세로 지난 2011년 시장점유율이 25%에서 올해 6월말 기준 20.1%로 하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분기에는 저유가의 수혜를 누리기는커녕 613억원의 영업손실까지 기록했다. 올해 3분기 전망마저 녹록치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 6월 1320억원에서 이번달 777억원으로 감소했으며, 순이익도 719억원에서 적자로 전환해 52억원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비용항공사들 즐거운 비명
반면 저비용항공사 업계는 성장 일로를 걷고 있다. 국내 5개 저가항공사들의 올해 1월~9월 운송여객수는 지난해(2043만명)보다 22.6% 증가한 2505만명으로 늘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같은 국내 대형항공사의 이용객이 2141만명에서 2191만명으로 2.3% 증가한 데 반해, 저가항공사는 이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운항편수도 대형항공사는 감소했지만 저비용항공사는 이보다 늘었다. 대형항공사의 운항편수는 15만2544편에서 15만419편으로 감소했고 저가항공사는 13만편에서 15만편으로 증가했다. 최근 상장한 제주항공은 공모 청약에서 소위 ‘대박’이 났다. 저비용항공사가 처음 진출했던 2005년 0.2%에 그쳤던 시장 점유율은 올해 60%대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은 수익성 면에서 마뜩치 않은 일본, 중국, 동남아 등의 중·단거리 노선을 에어서울에게 넘기고 에어서울에 저비용항공사만의 색깔을 입혀 이들 노선의 부진이 해소되길 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에어서울이 국토부에 신청한 노선은 일본 오키나와·도야마·구마모토·마쓰야마·아시히가와·시즈오카·미야자키·요나고·다카마쓰 등 9개 노선과 중국 칭다오·옌타이·웨이하이 3개 노선, 동남아 캄보디아 프놈펜·씨엠립과 말레이시아의 코타키나발루, 베트남 다낭 등 4개 노선 등 총 16개다. 대부분 경쟁이 치열해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노선들이다.
 
▲ 이번에 의견서를 전달한 제주항공 등의 저비용항공사들은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가 에어부산에 이어 또 하나 늘면서 저비용항공사 업계의 공급과잉 문제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제주항공
◆경쟁사들 “대형사 등에 업은 골목상권 침해” 한 목소리
하지만 기존 저비용항공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번에 의견서를 전달한 저비용항공사들은 애경그룹의 제주항공과 대한항공의 진에어를 비롯,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가 에어부산에 이어 또 하나 늘면서 저비용항공사 업계의 공급과잉 문제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기존의 대형 항공사를 등에 업고 골목상권을 침범하는 격이라는 얘기다.
 
또한 항공사가 늘어날 경우 가격이 내려가고 선택노선이 늘어나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분석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에어서울의 경우 신규 노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노선과 항공기를 이어받기 때문에 편익증대 효과는 없고 출혈경쟁만 벌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이미 지난 3월 저비용항공사들은 아시나아항공이 에어서울 설립을 추진하던 때부터 이미 반대 건의서를 내고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부산시 반발도 여전
한편 이번에 에어부산이 아닌 부산시가 직접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부산시는 아시아나항공의 첫 번째 저비용항공사인 에어부산 지분 5.02%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 부산지역 기업들과 손잡고 에어부산의 성장을 적극 지원해 온 만큼 에어서울 출범을 완강히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부산시는 에어서울이 설립될 경우 김해국제공항을 기반으로 하는 에어부산의 장기적인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시민단체도 서울에어 설립이 에어부산의 국제선 노선 등의 확장성을 막고 결국 동남권 신공항 설립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 역시 “에어부산의 대주주인 아시아나항공이 또다시 수도권에 저비용항공사를 설립하는 것은 상도의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이미 지난 3월 이 같은 우려가 불거지면서 아시아나항공 김수천 사장이 직접 나서 “에어부산의 노선과 겹칠 일도 없고 에어부산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기우”라고 일축한 바 있지만 여전히 불안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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