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참여 포기로 또 소득 無…시장 신뢰 어쩌나

▲ 교보생명은 전날 KT와 인터넷전문은행 선정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에서 빠지는 것은 물론 아예 인터넷전문은행 선정전에 참여 자체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교보생명·KT
교보생명의 인터넷전문은행 선정전 참여 철회로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의 오랜 숙원인 교보은행의 꿈이 다시 한 번 수포로 돌아간 가운데, 수 차례 목전에서 발을 뺀 교보생명이 지나치게 신중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전날 KT와 인터넷전문은행 선정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에서 빠지는 것은 물론 아예 인터넷전문은행 선정전에 참여 자체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초 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KT와의 지분율 협상이 결렬될 경우 새 파트너를 찾을 것으로 봤지만 예상을 뒤엎고 교보생명은 아예 참여 자체를 포기했다.
 
그간 교보생명은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수 개월 간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해 왔다. 또한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KT와 향후 주도권을 놓고 협상을 벌여 왔다.
 
이 과정에서 현재 은산분리를 규정한 은행업법에 따라 10%의 지분밖에 가질 수 없는 KT는 제한을 완화하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대주주 자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고, 개정안 통과 후에도 대주주를 원했던 교보생명과 충돌이 발생했다.
 
15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컨소시엄 구성과 인터넷전문은행 참여 여부를 놓고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사회가 내린 결론은 참여 포기였다.
 
이로써 과거 우리은행 민영화에 두 차례나 참여했다가 막판에 발을 뺀 교보생명은 또 한 번 은행업 진출 성사 직전에 물러서게 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이 오랜 기간 은행업 진출의 의사를 밝혀왔음에도 번번이 마지막 단계에서 의사를 철회했던 사례를 들어 지나친 신중론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 교보생명은 과거 두 차례의 우리은행 민영화에 참여했다가 참여를 철회한 바 있다. KB금융과의 지분 스와프 추진 무산과 인터넷전문은행 참여 포기까지 감안할 경우 벌써 네 번째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결단력 부족 분석에 리더십 지적까지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의 은행업 진출에 대한 의지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2000년 취임 이후 신창재 회장은 기회가 날 때마다 은행업 진출의 꿈을 밝혀 왔다. 지난해 초 범금융기관 신년 인사회에서도 신창재 회장은 “은행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10년 전부터 해 왔다”면서 공공연하게 ‘교보은행’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올해 범금융기관 신년 인사회에서도 “은행 인수 꿈을 접은 것이 아니라 유보한 것 뿐”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그간 수 차례의 기회에도 막판에 발을 뺐고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선정전에서도 똑같은 사례를 되풀이 한 셈이 됐다. 일각에서는 매번 진출 절차만 진행하다가 결국 발을 빼는 과정을 반복하는 교보생명을 두고 신창재 회장의 결단력 부족을 지적하거나 지나친 신중론이 오히려 독이 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리더십 부족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교보생명 측은 공식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리스크관리에 뛰어난 교보생명의 이점을 충분히 살리기 어렵고 시중은행들의 인터넷뱅킹 강화 등 경쟁이 날로 심화되는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국은 컨소시엄 내에서 누가 주도권을 갖는지를 놓고 KT와 협상을 벌인 끝에 결국 갈라서기로 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성이나 시중은행들의 경쟁 강화 등은 이미 사전에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다. 특히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은 직접 일본 SBI넷뱅크를 방문해 벤치마킹이나 전략적 투자자로서의 참여 등에 관한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는 등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여 왔다.
 
일각에서는 교보생명의 지나친 과욕이 참여 무산 사태를 야기했다는 교보생명 책임론도 제기하고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인터넷전문은행은 ICT기업이 주도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이 이미 수립돼 있다. 정부 역시 ICT기업이 주도해야 한다는 점을 수 차례 강조했고 실제 유력 후보들 중 하나인 인터파크 컨소시엄이나 다음카카오 컨소시엄들도 ICT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등 금융권은 현재까지는 조력자 역할에 그친다.
 
이런데도 굳이 참여를 선언하고 대주주 지위 보장 요구를 수용해달라고 주장한 것은 애초부터 과욕을 부린 것 아니었냐는 얘기다.
 
◆양치기 소년 되나…향후에도 신뢰도 하락 우려
 
▲ 신창재 회장의 신중함과 철저함은 경영 합류 당시 죽어가던 교보생명을 살려 내고 금융위기 속에서도 3000억원의 순이익을 창출하는 원동력이 됐지만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M&A 시장에서는 독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보생명
특히 과거에도 교보생명이 은행업 진출을 선언하고도 막판에 발을 뺀 사례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번 참여 철회는 유명한 동화 양치기 소년의 얘기처럼 보듯 향후 교보생명이 재차 움직일 때도 의지를 의심받게 되는 독이 될 것이라는 의견마저 나온다. 믿지 못할 회사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교보생명은 과거 두 차례의 우리은행 민영화에 참여했다가 참여를 철회한 바 있다. 2012년 우리금융지주 세 번째 민영화 추진 당시에는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우리금융지주 지분 인수를 추진했다.
 
당시 교보생명의 최종 불참은 어쩔 수 없었던 측면이 다소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금융 매각을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밝히면서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KB금융지주가 전격 포기를 선언했다. 교보생명 역시 관련 법규와 정치권의 상황 등을 고려해 결국 발을 뺐고 입찰제안서를 아무도 제출하지 않아 유효경쟁 불성립으로 민영화가 무산됐다.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았던 새마을금고중앙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진행됐던 네 번째 우리은행 민영화 절차에서는 교보생명을 향한 직접적인 꾸지람이 감지됐다. 당시 공식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혔던 신창재 회장은 지분입찰 마감일을 하루 앞두고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미 당시 교보생명은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에 대한 참여와 불참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며 시장에 혼선을 준 상황이었다.
 
입찰 마감일이던 지난해 11월 28일 오전까지도 입장을 정하지 못한 교보생명은 결국 마감 시한인 오후 5시에 근접해서야 발을 뺐다. 결국 중국의 안방보험만 입찰에 참가키로 하면서 복수의 후보가 참여해야 입찰이 성립되는 조건이 성립되지 못하고 최종 유찰됐다.
 
교보생명이 당시 우리은행 인수전 참여를 포기한 이유로는 금융당국의 부정적인 스탠스와 자금 조달 우려 때문으로 풀이됐다. 개인이 대주주로 있는 보험사가 거대 금융기관을 소유하는 것에 대해 금융 당국이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했고, 1조7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재무적 투자자를 모집하기도 쉽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밖에도 지난 2012년 교보생명은 교보생명 주식을 KB금융의 신주와 맞교환하는 형태의 지분 스와프 딜을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주식 맞교환 형태로 사실상 합병을 제안한 셈으로 또 하나의 은행업 진출 시도로 풀이됐다. 하지만 상당히 구체적인 수준까지 논의가 됐음에도 결국 교보생명은 8부 능선에서 무릎을 꿇기도 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참여 포기까지 감안할 경우 벌써 네 번째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 인수 재참여 포석’ 전망도
업계에서는 매번 참여 포기의 사례마다 각각의 이유는 있지만 결국은 신창재 회장의 지나친 신중하고 소극적인 성격 때문이 아니겠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원래 신창재 회장은 원칙에 충실하고 매사에 꼼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경영에 뜻이 없었던 신창재 회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산부인과 의사 등 의료 분야에서 18년이나 보내다가 교보생명 경영에 합류했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의학 분야의 경험이 그를 매사에 모든 것에 신중하게 만들었다는 해석이다.
 
말 한마디조차 극도로 아낄 정도로 신중을 기하는 신창재 회장은 올해 신년 인사회에서도 “우리는 한 번 인수하면 샀다 팔았다 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가져가기 때문에 한 번 인수를 할 때 아주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신창재 회장의 신중함과 철저함은 경영 합류 당시 죽어가던 교보생명을 살려 내고 금융위기 속에서도 3000억원의 순이익을 창출하는 원동력이 됐지만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M&A 시장에서는 독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 인수 의지 자체를 의심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될 정도다.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조만간 공식화될 다섯 번 째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아직 우리은행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사실 60세가 넘은 신창재 회장의 나이를 고려해보면 당분간 우리은행만한 대형 매물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두 차례나 인수전에서 발을 뺐지만 신중한 스타일의 신창재 회장이 공공연하게 은행업 진출 의지를 공언했다는 점은 그만큼 신창재 회장 나름으로는 절실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에 우리은행 인수전에 다시 재도전하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 선정전에서 발을 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다만 신창재 회장은 지난 7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은행에는 더 이상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신창재 회장은 당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검토 쪽에 마음이 더욱 쏠린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과점 주주 매각 형태로 전환해 경영권을 쥐기 어려워진 우리은행에는 더 이상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다시 경영권 지분 매각 방침으로 선회할 경우 교보생명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현재 우리은행 민영화에 중동 국부펀드 등이 관심을 보이면서 금융위 인사들이 중동으로 날아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형국이라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은행 주가가 지나치게 낮아져 있다는 점은 정부가 매각 자체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는 불씨로 남아 있어 교보생명의 재참여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는 평가다. 실제 정부는 우리은행 지분을 통으로 인수할 투자자가 등장한다면 경영권을 매각한다는 ‘병행’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