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비노 연대설 끓는 분위기 속 향후 행보 주목

▲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사퇴를 계기로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김무성 대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향후 신보수를 지향하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홍금표 기자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후 측근들과 만찬을 했다. 이날 원내대표단을 구성했던 측근 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향후 친유승민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모임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를 계기로 여권의 차기 주자로 우뚝 서면서 향후 움직임에 대해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新보수의 길’ 공식화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비록 박근혜 대통령의 입김과 친박계 의원들의 압박에 물러서긴 했지만 사퇴 회견문 내용에서는 본인의 소신을 가감 없이 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오늘이 다소 혼란스럽고 불편하더라도 누구는 그 가치에 매달리고 지켜내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라면서 “그러나 더 이상 원내대표가 아니어도 더 절실한 마음으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길로 계속 가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 전 원내대표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라는 발언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헌법 1조를 인용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항변의 메시지로 ‘대통령의 권력이 의회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은 9일 유 전 원내대표 사퇴와 관련해 “(유승민의 헌법 발언이) 국민의 신념을 흔들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의 사퇴가) 순리인데 오히려 이것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가치를 위협한 것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고 신문 1면 톱, 방송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당내 민주주의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또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민주공화국, 더 한걸음씩 발전하고 성장하리라고 저는 굳게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최고위원은 원내대표를 야전사령관에 빗대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 사령관과 트루먼 대통령 사이에 어마어마한 불화가 생겼다. 누가 물러났는가”라며 유 전 원내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한 유 전 원내대표는 사퇴 회견에서 국민과 당원들에게는 거듭 사과를 표했지만 가장 관심이 쏠렸던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한 번 도 나오지 않아 이같은 발언이 더욱 주목됐다.

또한 유 전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저녁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측근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내년 총선에서 다들 잘돼서 (국회에) 남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또 이 자리에서 “다들 고생했고 또 고맙다”며 “여러분도 정치생활을 시작한 이상 계속 (정치를) 해야 한다. 초선들이 많은데 꼭 재선들 하시라. 그럴 수 있도록 우리가 서로 돕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안팎에서 비박-비노 신당론이 유전 원내대표의 사퇴를 기점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친유승민 성향의 의원들의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與 대선후보 1위 ‘기염’

일각에서는 이번 ‘유승민 사태’를 두고 여권 내 파워게임에서는 박 대통령이 일단 승리를 거뒀지만 여론전에서는 유 전 원내대표가 사실상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친박계의 사퇴 압박이 커졌던 당 분위기와는 달리, 여론은 반대의 목소리가 거셌다. 이는 서 박 대통령과 대립하면서 개혁적 보수라는 색깔을 확실히 하고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보여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특히 10일에는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유 전 원내대표가 김무성 대표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원내대표 사퇴로 정치적인 타격은 입었지만 오히려 이 타격이 유 전 원내대표에겐 기회가 돼 ‘열풍’으로 이어질 조짐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유 전 원내대표의 지지율 급등을 두고 ‘대망론’까지 거론되는 동시에 일부에서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며 선을 긋는 시각도 있다.

1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유 전 원내대표는 6월 조사 대비 13.8%포인트 급등한 19.2%를 기록해 조사 이래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표의 지지율은 6월 조사 대비 1.4%포인트 하락한 18.8%로 2위를 기록했다. 이어 오세훈 전 시장 6.0%(3위), 김문수 전 지사 5.3%(4위), 정몽준 전 대표 4.4%(5위), 원희룡 지사 4.3%(6위), 홍준표 지사 2.6%(7위), 남경필 지사 1.9%(8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 전 원내대표의 지역별 지지율을 보면, 대구·경북(26.3%)과 광주·전라(27.7%), 대전·충청·세종(23.9%)에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인천에서는 17.5%로 김무성 대표(19.1%)에 이어 2위에 올랐고, 서울과 부산·경남·울산에서도 각각 12.5%, 15.4%를 기록하며 김무성 대표(서울 17.4%, 부산·경남·울산 23.9%)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령별로는 유 전 원내대표는 40대(30.7%), 30대(28.8%)에서 압도적인 지지율로 김무성 대표(40대 13.1%, 30대 4.8%)와 큰 격차를 형성하며 1위를 차지했다.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각각 17.6%, 10.1%를 기록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68.0%가 나온 20대에서는 4.2%로 조사됐다.

성별로 보면, 유 전 원내대표는 남성에 비해 여성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여성에서는 20.0%로 1위를 기록했고, 남성에서는 18.3%로 김무성 대표(20.8%)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지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10.1%의 지지율로 2위를 기록했고, 새정치연합 지지층에서는 27.2%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무당층에서는 22.6%를 기록, 김무성 대표(7.0%)에 15.6%포인트 앞서 1위에 올라선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성향별로 보면, 유 전 원내대표는 중도층과 진보층에서 각각 25.3%, 29.4%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해 강세를 보였고, 보수층에서는 8.6%로 김무성 대표(35.5%)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7월 8일과 9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50%)와 유선전화(5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인구비례에 따른 가중치 부여를 통해 통계를 보정했다. 응답률은 6.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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