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구입한 지주, 권리 주장하며 농로 폐쇄 
주민들 길 없어 농사 포기…지자체 차원 대책 절실 

경북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에서 수십 년간 마을주민 간 묵시적 동의로 사용하던 농로가 토지 소유주가 바뀌면서 농로가 폐쇄됐다.사진/김영삼 기자
경북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에서 수십 년간 마을주민 간 묵시적 동의로 사용하던 농로가 토지 소유주가 바뀌면서 농로가 폐쇄됐다.사진/김영삼 기자

[대구경북본부 / 김영삼 기자] “농로가 막혀 수십 년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천지원자력발전소 예정지로 지정됐다 최근 그 지정이 해제된 경북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에서 수십 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주민의 말이다. 

29일 취재를 종합하면 영덕읍 노물리 일원은 지난 2016년 2월 전원개발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의 신청을 받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전원개발촉진법 제11조 등에 따라 전원개발사업예정구역 지정·고시했다가 2021년 8월 그 지정을 해지한 곳이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 수년간 전원개발사업예정구역으로 지정돼 정신적·재산적 피해를 봤지만 보상은 전혀 없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각종 규제가 풀리면서 ‘맘 놓고 농사를 지을 수 있겠다’는 희망도 잠시 또다시 이같은 황당한 일을 당한 것이다. 

수십 년간 마을주민 간 묵시적 동의로 사용하던 농로가 토지 소유주가 바뀌면서 농촌 곳곳에서 ‘길을 막는’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천지원전 예정지로 알려지면서 외지인들의 농지 구입 바람이 일어나면서 이 같은 일들이 빈발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당 농로가 폐쇄됨에 따라 16만 5000여㎡(약 5만 평)의 토지의 출입로가 없어졌다. 트랙터는 고사하고 경운기 조차 통행할 수 없다. 사람만 겨우 지나 다닐수 있게 됐다.

경북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에서 수십 년간 마을주민 간 묵시적 동의로 사용하던 농로가 토지 소유주가 바뀌면서 농로가 폐쇄됐다.사진/김영삼 기자
경북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에서 수십 년간 마을주민 간 묵시적 동의로 사용하던 농로가 토지 소유주가 바뀌면서 농로가 폐쇄됐다.사진/김영삼 기자

주민 A 씨(81세. 농업. 노물리)는 “농로를 수십 년째 사용하고 있었다. 자기들은 부모도 없나. 지게로 지고 나를수도 없고 해도해도 너무하다”며 “땅주인이 땅을 팔기 위해 일부러 길을 없애거나 뒤쪽 땅을 헐값으로 매입하기 위해 이런 짓을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농로가 지적도상 도로 지정이 안된 토지이기 때문에 분쟁의 소지가 많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맹지(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없는 토지)가 늘어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도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노물리 마을 일부 주민들은 “농민과 외지인의 재산권 분쟁 논란을 떠나 영덕군이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주민 편익을 위해 군유지 등을 통한 우회도로 개설에 적극 나서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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