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일부 ‘친명’도 컷오프 가능성 내몰리자 반발...탈당까지 불사
이재명 “세대교체도, 새로운 기회도 주어져야...국민들 눈높이에 맞게”
정청래, 축구 비유하며 “정치계도 신인들이 노쇠한 정치인 교체해야”
국민의힘도 현역 교체 본격화...지역구 탈락으로 조용한 공천에 경고음
與 컷오프 대상 이채익 “각본 따른 정치적 희생양...중대 결정 내릴 상황”
장동혁 “국민추천제 할지 구체적 방안을 고민 중”...지역 현역 반발 커
與野, 현역의원들의 공천 탈락 규모가 향후 반발로 확대되는 뇌관 될 듯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공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좌),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 ⓒ뉴시스(좌), 사진 / 시사포커스DB(우)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공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좌),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 ⓒ뉴시스(좌), 사진 / 시사포커스DB(우)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총선 공천이 속속 진행되면서 각 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는 현역 의원들도 다수 나오고 있어 선거에 어떤 여파를 미칠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현역 컷오프 이어가는 민주당, ‘계파 공천’ 아닌 ‘세대교체’?

최근 공천 파동으로 인해 당내가 어수선한 더불어민주당에선 총선 후보로 나서지 못하게 된 현역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탈당까지 불사하고 있는데, 초반에만 해도 친명계와 비명계 간 계파 갈등으로 치닫는 모양새였지만 이제는 계파와 관계없이 도마에 오른 현역 의원도 나오기 시작하면서 반발은 한층 확산되고 있다.

임혁백 민주당 공관위원장은 28일 8차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6개 지역을 전략공관위로 이관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른바 ‘친명횡재·비명횡사’ 공천이라는 지적을 의식했는지 친문계 좌장 격인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부평을을 비롯해 이장섭 의원의 지역구인 충북 청주 서원, 권인숙 의원(비례)이 출마 선언한 경기 용인갑에 전략 경선 조항을 붙여 전략공관위원회로 넘겼다.

반면 기동민 의원의 서울 성북을, 안민석 의원의 경기 오산, 변재일 의원의 충북 청주 청원에는 이런 조항 없이 전략 선거구로만 지정해 사실상 공천 배제된 것으로 풀이됐는데, 특히 비명계인 기 의원에 대해 임 위원장은 금품수수 혐의로 인해 전략 지역구로 지정됐다고 강조했으며 안 의원과 변 의원은 친명계로 분류됐던 현역의원이어서 불공정한 계파 공천이 아니라 당 혁신을 위한 현역 물갈이로 비쳐지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속내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피트니스센터에서 직장인 정책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이 대표의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해볼 수 있는데, 이 대표는 “공천 받으면 친명이 돼 버리고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이러면 다 반명, 비명 이렇게 분류하는 걸 자제해 달라”며 “경쟁 과정에서 국민, 당원이 선택하는 것을 어떻게 하겠나. 세대교체도 있어야 하고, 새로운 기회도 주어져야 하고 우리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선수 선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표는 기자들을 향해 “당내 공천으로 인한 후유증이나 혼란은 국민의힘이 훨씬 더 심한데 왜 그쪽은 조용한 공천이라는 등 그렇게 엄호하면서 민주당 공천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른 엉터리 왜곡을 하느냐”며 “국민의힘이 하는 것처럼 해당 지역의 기득권, 다선 의원 중심으로 경선하거나 아니면 힘센 사람 중심으로 공천하면 변화는 없지만 혼란이나 갈등은 적을 수 있다. 구태의연한 기득권들 그대로 다 은둔시키고 자기 가까운 사람이라고 꽂아 넣는 국민의힘식의 공천을 민주당은 하지 않는다”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또 정청래 최고위원도 앞서 같은 날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인 축구선수가 노장 선수들의 자리에 교체된 게 축구계의 흐름이라면 정치계도 신인들이 노쇠한 정치인을 밀어내고 교체된다는 게 시대의 흐름”이라고 말했으며 장경태 최고위원도 “정치혁신을 위해선 다음 세대와 새 인물이 필요하다. 새 정치를 위해선 공천 혁신부터 해야 하고, 정치 쇄신의 기본이자 시작은 인적쇄신”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고, 박정현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현역이 많아 공천이 어렵다. 민주당 공천을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이 많은데 조용한 공천이 어디 있겠나. 조용한 공천이야말로 누군가 개입한 사천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23~24일 전국 유권자 1010명에게 실시해 지난 27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지하는 정당에 관계없이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공천 진행상황을 볼 때 어느 당이 더 잘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국민의힘이 더 공천을 잘한다는 답변은 42.2%, 민주당이 더 공천을 잘한다는 비율은 38.4%로 집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 전략선거구 지정에 “친명이라 희생 강요해…공정한 결정하라”

민주당 안민석 의원(좌), 변재일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민주당 안민석 의원(좌), 변재일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다만 당 지도부의 이 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인 현역의원 등은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모양새인데, 사실상 컷오프된 ‘비명계’ 기 의원의 경우 ‘라임 사태’ 관련해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이수진 의원(비례)은 공천 배제되지 않았고 경기 성남중원 경선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임 위원장은 이날 당사에서 8차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한 뒤 “기 의원의 경우는 금품수수를 본인이 시인했고 지금 많이 비교되는 이수진 의원의 경우는 금품수수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는데, 또 전략지역으로 지정된 선거구 5곳의 전략경선 여부에 대해서도 확답하지 않은 채 “실시할 것인지 아닌지에 관해선 전략공관위원장이 결정할 사항이고 (공관위에선) 개입할 근거가 없다”고 안규백 위원장에게 공을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선지 전략선거구로 꼽힌 지역구의 현역의원들은 이날 계파를 막론하고 즉각 강하게 반발했는데, 친명계로 분류되어온 5선 중진인 안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공관위가 오산을 전략지역으로 선정해 전략공관위로 넘겼는데 대단히 잘못된 것으로 강한 유감을 표한다. 친명이란 이유로 도리어 안민석에게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될 것”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결정을 해주기 바란다. 경선 없이 오산에서 내려꽂기 전략공천을 시도한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이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친명계인 변 의원 역시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당 의원평가 하위도 아니며 5선 동안 한번의 출판기념회조차 하지 않았을 정도로 깨끗하게 처신했고 20대 대선 경선에서 충북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이 대표의 손을 잡아드리며 54대 28 충청권 대승을 이끈 장본인이었다. 그럼에도 당은 현역인 저를 제외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하위 10%에 해당한다는 허위사실을 흘려 망신 주면서 저를 흔들었다”며 “끝내 경선 기회조차 박탈하려 하는데 20년간 험지였던 청원을 민주당 옥토로 일구며 당에 헌신한 결과가 이런 것이라 생각하니 모욕감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고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변 의원은 “지금 당의 결정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납득하기 힘들다. 친명계이기 때문에 계파 균형을 위해 희생된 것”이라며 “청원구 공천 배제하는 결정을 재고하고, 공정한 경선 기회를 보장해 달라. 충북의 맏형인 저를 배제하는 것은 단순 청원구 뿐만 아니라 충북 전체 선거구도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거듭 당에 전략지 지정 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심지어 이날 민주당 소속 청원구 지방의원 6명과 청원구 청년위원장, 청년당원들까지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 만일 전략공관위가 변 의원을 배제하는 결론을 낸다면 4월10일 총선에서 표로 심판 받게 될 것”이라며 한 목소리로 전략공관위를 압박했다.

급기야 현역 하위 평가 통보를 받은 데 반발해 전날 의총에서 이 대표를 겨냥 “(혁신이라면) 왜 당신 가죽은 안 벗기나”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는 4선 중진인 홍 의원도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인천 부평을 전략선거구 지정은 부당하고 전략선거구로 지정할 이유가 없다. 공관위원장은 본선 경쟁력을 지정 이유로 밝혔는데,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누가 믿겠나”라며 “그럼에도 전략선거구 지정은 어떻게든 홍영표를 막겠다는 뜻 아니냐. 오늘은 본선 경쟁력 제고라는 사유를 말했다가 기자들의 추가 질문엔 전략적 이유라고 얼버무렸는데 전략공관위는 무슨 근거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볼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입장을 내놨다.

◆ 與, 지역구 현역 3명 공천탈락…국민추천제, 반발 ‘뇌관’될 수도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처럼 공천 발표마다 분출되는 현역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보니 향후 총선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비단 민주당 뿐 아니라 야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공천이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국민의힘에서조차 28일 울산 남구갑을 지역구로 둔 이채익 의원이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컷오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데에 사실상 경고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날 “컷오프 대상이 아님에도 컷오프 대상이 됐다며 출마 포기의 결단을 촉구 받는 것처럼 기사가 나오고 남구갑 지역구에 대해선 국민추천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되고 있는 상황이다. 선출직 공인의 선출 절차가 사전 공지된 대로 진행되지 않고 흥행몰이식으로 가는 것은 결단코 동의할 수 없다”며 “정치적 희생양으로 만들기 위한 각본에 따라 오래전부터 진행된 사실을 최근에서야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 중대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30여년을 하루 20시간 가까이 사생활을 뒤로 하고 오직 당과 지역, 국가 발전만을 위해 살아온 삶 전체가 부정당하는 날이다”라며 “야합과 부정에 침묵하는 것은 올바른 공인의 자세가 아니다. 시민의 뜻에 따라 정치적 결단을 하겠다”고 사실상 탈당과 무소속 출마까지 불사하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앞서 이날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당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국민추천제를 몇 개 지역구, 어느 지역구에서 할지 구체적 논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국민추천제를 할지,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지, 몇 개 지역구에서 할지 등 구체적 방안을 고민하면서 안을 만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결국 국민추천제가 도입될 경우 현역 물갈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아직 공천이 마무리되지 않은 이 의원의 울산 남구갑을 비롯해 서울 강남 등 여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나머지 지역에 적용될 경우 해당 지역 현역들의 반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그간 일부 비례대표 의원 정도만 공천 탈락했던 바와 달리 28일 국민의힘 공관위가 발표한 2차 경선 결과를 보면 부산 수영에선 전봉민 의원, 부산 연제에선 이주환 의원, 대구 달서병에선 김용판 의원 등 3명이 경선에서 패해 지역구 현역 중 처음으로 공천 탈락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앞으로 현역의원들의 공천 탈락 규모가 커질 경우 자칫 민주당처럼 대규모 반발로 확대될 소지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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