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미래·개혁신당, 통합 11일 만에 분열…거대 양당 선거 판세에도 영향?
이낙연 “비공식 회의를 열어 조정하자 제안했음에도 표결 강행”에 분노
신경민 “많이 참았다. 이낙연 대표가 없는 개혁신당 만드는 의심 갖게 해”
이준석 “오만했었던 것은 아닌지...겸허히 성찰해” 김종인 기획설에 반박
홍준표 “각자의 생존을 위한 합당이 아니라 지향점이 같아야 했다” 비판
비례 투표, 유효투표총수 3% 이상해야 원내 1석 확보...얼마나 가능할까

김종민,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20일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개혁신당과의 통합을 철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김종민,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20일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개혁신당과의 통합을 철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앞서 지난 9일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 금태섭 대표의 새로운 선택, 이원욱·조응천 의원의 원칙과상식 등 여러 세력이 통합하면서 만들어진 제3지대 빅텐트가 이낙연 대표의 결별 선언으로 불과 11일 만에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 이낙연 “공동대표 한 사람에 전권 맡기는 것은 합의 무너뜨린 것”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의 갈등 끝에 20일 결별을 선언하고 각자도생에 나서면서 한때 ‘기호 3번’ 가능성까지 점쳐졌던 제3지대 신당세력의 미래는 한층 불투명해졌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유튜브로 중계된 새로운미래 당원과의 대화를 통해 분당 원인과 관련 “공동대표 중 한 사람에게 선거에 관한 모든 권한을 맡기라는 것은 합의를 무너뜨린 것이다. 최고위 표결로 결정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저는 비공식 회의를 열어 조정하자고 제안했음에도 표결을 강행했고 차마 볼 수 없어서 저와 김종민 의원이 회의장 밖으로 나왔다. 헌법을 국무회의가 표결로 무너뜨린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낙연을 말살하려는 기획을 이미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상태라면 통합의 전제가 되는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라 어쩔 수 없이 통합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게 됐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는데, 앞서 신경민 전 의원도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정말 많이 참고 참았으나 도저히 안 되겠다는 판단을 며칠 전부터 할 수밖에 없는 여러 사안이 벌어졌다. 김종인 위원장이 방송에서 이낙연 대표가 없으면 내가 가서 뭘 할 수 있겠다 공개적으로 말했는데 이게 공천권 가져가겠다는 핵심”이라며 “이낙연 대표가 없는 개혁신당을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또 같은 날 김종민 의원도 이낙연 대표와 함께 새미래 당사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선거운동 지휘권 다 달라, 공천권은 김종인 전 대표에게 주자고 했다. 그럼 이낙연 대표는 집에 가란 얘긴데 이렇게 하면 이낙연을 지지해서 참여한 12만 당원과 더불어민주당을 이탈한 제3지대를 바라는 사람들이 개혁신당에 투표할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의원은 “주도권 다툼이 아니라 (이준석 측이) 하자는 대로 다했다. 주도권 권한,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지만 적어도 국민과 당원이 보기에 같이 한다는 것(모습)은 지켜줘야 하난 것 아닌가”라며 “선거운동 지휘권, 공천권 다 내놓고 국민에게 통합이라 말하면 이건 국민을 속이는 일이 된다. 그래서 (통합)하지 말자는 거 아닌가”라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이준석 대표를 꼬집어 “이 대표가 지금 이 상황에 오게 된 것은 ‘이낙연 대표가 의사결정을 안 해줘서’라고 논리를 만들어 얘기했는데 이낙연 대표가 걸림돌이라고 얘기한 것은 딱 두 가지다. 하나는 정부조직법 문제하고 당 로고 색 문제”라며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대해 자기 생각을 얘기했는데 이낙연 대표는 이럴수록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그러면 이걸 언제 할 수 있겠냐’라고 답한 게 전부”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뿐 아니라 김 의원은 “당 로고 색 문제는 합의할 때 신당 이름을 개혁신당으로 결정했는데 당색을 주황색으로 한다는 얘기가 통합 협상에서 나왔겠나. 불가능하다. 전혀 거론 안 됐다”며 “이후 실무자들이 당색 그대로 가냐는 얘기가 나왔을 때 네이비색을 좀 더해서 멋있게 업그레이드 하자는 실무자 의견이 있었고, 이걸 최고위에서 갑론을박하다가 그냥 하던 대로 하자고 해서 넘어갔다. 그걸로 비효율적 얘기를 했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의원은 이준석 대표가 이낙연 대표 측에 전날 이후 직접 연락 온 적이 없었다고도 밝혔는데, “이준석 대표가 직접 한 것은 아니고 이원욱 의원과 통화하기는 했는데 저는 그 통화가 ‘통합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알리바이용이라 본다. 국민들게 별로 정직하지 않은 자세”라며 “통합 정신 깨는 것에 대해 이게 왜 이렇게 됐고, 실수였으면 실수, 아니면 생각이 잘못됐으면 고치겠다는 자세 없이 이런 보여주는 식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급기야 김 의원은 “어떤 개인의 사당화는 제3지대가 아니라고 본다. 제3지대는 기득권 정치, 패권정치, 사당화 정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고 저희는 형태가 어떻든 민주정치의 제3지대 길을 가겠다”며 이준석 대표를 직격했는데, 공교롭게도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지난 19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서 ‘이준석이_사기 쳤다’, ‘이준석 사당화_이재명 사당화’ 등의 해시태그가 달린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가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준석 “나머지 구성원은 뜻 같이 해…정책·메시지로 증명할 것”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양향자 원내대표와 함께 20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양육비 긴급지원제도 정책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양향자 원내대표와 함께 20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양육비 긴급지원제도 정책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한편 새미래 측의 이탈에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같은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내놨는데, “누군가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할 말은 많지만 애초에 각자 주장과 해석이 엇갈리는 모습이 국민 보기에 눈살 찌푸려지는 일”이라며 “제가 성찰해야 할 일이 많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관리할 수 있다고 과신했던 것 아닌지, 지나친 자기 확신에 오만했었던 것은 아닌지, 소중한 분들의 마음을 함부로 재단했던 것은 아닌지, 오늘만큼은 앞으로에 대한 호언장담보다 국민께 겸허한 성찰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준석 대표는 “이제 일을 하겠다. 개혁신당은 양질의 정책과 분명한 메시지로 증명하겠다”며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에 실망한 유권자에 더 나은, 새로운 선택지를 마련해 드리기 위해 앞으로도 낮은 자세로 경청하는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공언했고, 빈 말이 아니라는 듯 개혁신당에선 이 대표와 양향자 원내대표가 함께 양육비 체납액 무기한 정보공개와 양육비 국가보증제를 도입하겠다고 양육비 관련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이준석 대표는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공천권을 주기 위해 통합을 파기했다는 이낙연 대표 측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는데, “회의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언급이 나와 좋은 생각이라고 이낙연 대표가 동의하고, 그러면 이준석 대표가 연락해 줄 수 있겠느냐고 해서 최근에 제가 김 전 위원장 측에 의사 타진 해보려고 한 바 있다. 그보다 이틀 정도 빠른 시점에 이낙연 대표가 김 전 위원장과 사석에서 만난 것으로 전해 들었는데 이 시간 순서 관계를 봐도 얼마나 (김종인 기획설이) 모순된 주장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총선 건거운동 지휘권을 결정하는 표결에서 양측 갈등이 표출된 데 대해선 “이견이 조율되지 않아 표결 처리하자는 방식으로 결론이 나 표결에 임하게 된 것”이라며 “김종민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하면서 어떤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이 사안이 옳다고 생각하는지 금태섭, 조응천 의원이 의견을 밝혀보라고 말했고 두 의원이 찬성 의견을 밝힌 다음에 퇴장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뿐 아니라 이 대표는 오는 25일 전당대회 진행 및 1인 대표 체제로 가는지 묻는 질문엔 “25일은 사실 창당대회라고 명목상 이름 붙였지만 총선을 위한 전진대회 성격으로 준비한 것인데 지금으로선 새로운미래 이탈로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으며 새로운미래와 결별한 상황에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염두에 두고 추진할지 질의한 데 대해선 “접촉 상황보다는 결과로 말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결과가 나오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그는 제3지대 세력 통합으로 현역 의원 5명을 확보하면서 지난 15일 개혁신당에 지급된 6억여원 가량의 경상 보조금 역시 김종민 의원 등 새미래 측이 합당 철회한 만큼 반납하겠다면서 “반납 의지가 있는 상황에서 규정이 없다면 동결할 것이고 기부금 등 즉각 지출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 해당 금액 정당회계는 10원 단위까지 기록이 남게 돼 있어 전액 동결해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홍준표 “각자 생존 위한 합당이 아니라 지향점이 같아야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시사포커스DB
홍준표 대구시장. ⓒ시사포커스DB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본 홍준표 대구시장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혁신당 파탄을 보면서 (얼음과 숯이 서로 같이 할 수 없다‘는 의미의) 빙탄불상용이란 고사성어가 떠올랐다. 각자 길이 다른 세력들이 함께 가기에는 서로 융합할 시간이 너무 없었다”며 애당초 민주당 출신인 이낙연 대표와 국민의힘 출신인 이준석 대표라는 상이한 세력이 급하게 정치공학적인 통합을 추진했다는 취지로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각자의 생존을 위한 합당이 아니라 지향점이 같아야 했다”고 꼬집었는데, 홍 시장의 지적대로 그간 개혁신당 내부는 정의당 류호정 전 의원, 배복주 전 부대표 등과 함께 하는 사안을 놓고 이준석 대표 지지층에서 실망하는 목소리가 크게 높아졌다가 이날 새미래와의 통합이 파기되면서 다시 개혁신당을 지지한다거나 환영하는 글이 이준석 대표를 지지하는 20·30대 남성이 상당한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속속 올라오는 등 모습이 포착돼 사실상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못한 합당이었음이 증명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낙연 새미래 대표도 20일 새미래TV 유튜브 ‘당원과의 대화’에서 민주당을 대신할 ‘진짜 민주당’이 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잃어버리고 있는 민주당의 정신·가치·품격, 이런 것들을 되찾기 위해 바깥에서 만나겠다”며 공천 파동에 휘말려 있는 민주당 내 현역 의원들을 향해 “동지 분들이 우리 노력에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손짓했고, 당명에 대해서도 “현재 당명은 일반인들에게 당명스럽지 않은데 조금 더 익숙하고 ‘진짜 민주당’에 걸맞은 이름은 없을지 검토하도록 했다”고 지지층 특성상 가급적 민주당의 정체성, 정통성을 부각시키려는 자세를 취했다.

이렇듯 각자도생하는 흐름을 보이면서 그간 거대양당 구도를 흔들 대안세력으로 자리 잡을지, 기호 3번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렸던 제3지대에 대한 기대감은 각 세력 간 통합조차 신경전 끝에 좌초된 만큼 이전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비록 이들이 향후 거대정당의 공천 파동 과정에서 이탈한 현역의원을 추가로 일부 확보할 수도 있겠으나 거대양당이 비례위성정당까지 창당하기로 한 만큼 제3지대 신당들이 ‘빅텐트’가 아니라 각자도생으로 총선을 치르기는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새미래와 개혁신당은 각 정당이 비례대표 투표에서 전국 유효투표총수 3% 이상을 달성해야 원내에서 1석이라도 확보할 수 있는데, 제3지대 빅텐트가 무너진 만큼 이들 각 정당이 원내에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만한 다수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낮다고 유권자들이 판단할 경우 자칫 거대 정당이나 그 비례정당에 표를 주는 전략투표로 총선에 임할 수도 있어 이낙연 대표와 이준석 대표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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