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2자녀 이상 출산 시 임대주택 제공 등 약속…국민의힘, 육아휴직 급여 상향 등 공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우). 사진 / 오훈, 이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우). 사진 / 오훈, 이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총선이 8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정쟁 이슈보다는 저출생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각기 쏟아내며 이제 정책 경쟁에 들어가는 모양새여서 이 같은 정치권의 변화에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민주, 자녀수로 대출 원리금 감면…아동수당 월 20만원·펀드 10만원씩 지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줄어들거나 사라졌기 때문이고, 그 원인은 자산과 소득 불평등”이라며 총선 4호 공약으로 저출생 지원 종합 대책을 발표했는데, 주거·자산·돌봄·일과 가정 양립 등 4개 분야로 나눠진 이 지원책 중 자산 분야에선 혼인 시 모든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0년 만기 1억원을 대출해주고 출생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을 차등 감면해주는 ‘결혼-출산-양육드림’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처음 자녀를 낳았을 경우 무이자 전환, 둘째 출생 시 무이자 뿐 아니라 원금 50% 감면, 셋째 출생 시엔 원리금 전액 감면해주겠다는 지원책인데, 이밖에도 자산 지원책으로 8세부터 17세까지 자녀 1인당 월 20만원씩 카드 방식을 통해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우리아이 키움카드’와 출생 시(0세)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18세)까지 매월 10만원씩 정부가 펀드 계좌에 입금해주는 ‘우리아이 자립펀드’를 통해 총 1억원의 혜택을 주는 양육 지원 방안 역시 내놨다.

또 주거에 대해선 ‘우리아이 보듬주택’이란 공약을 통해 두 자녀 출산 시 24평 분양전환 공공임대, 세 자녀 출산 시엔 33평 분양전환 공공임대를 제공하고 기존에 7년차까지였던 신혼부부 주거지원 대상도 10년 차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며 돌봄 분야로는 아이돌봄 서비스 대상자 선정 시 소득재산 기준을 폐지하고 현행 본인부담금 최대 85%를 20% 이하로 축소할 뿐 아니라 민감 돌봄서비스를 국가가 관리하도록 하는 정책과 돌보미 수당을 확대하고 미혼모·미혼부 및 비혼 출산 가정에 대한 특별바우처를 지원한다는 정책을 제시했다.

아울러 가정과 일 양립 분야와 관련해선 ‘여성경력단절 방지 및 남성육아휴직 강화’에 방점을 뒀는데, 중소기업 소속 근로자의 출산전후휴가급여·육아휴직급여에 각 월 50만원을 추가 지급하고 취업 여부와 관계없이 자녀를 가진 전국민에게 출산전후 휴가급여 및 육아휴직급여를 보편적으로 보장하는 안도 담았으며 부모육아휴직 신청 시 자동육아휴직 및 성별근로공시제를 제도화해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단축 이후 불이익을 완전히 금지하는 방안도 포함시켰다.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민주당은 보듬 주택 4조원, 결혼 출산 지원금 5조원, 우리아이키움카드(아동수당)와 자립펀드 18조원 등 연간 28조여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개호 정책위의장은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지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 동안 280조원 예산이 투입됐는데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해 비슷하거나 약간 상회하는 정도의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효과 높은 정책을 마련했다”며 “제도적 보완이나 현재 투입되는 예산 상호 조정으로 (재원 마련이) 가능할 것이다. 재원은 정부부담을 주로 해서 추진해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주거는 저출생 대책의 핵심이다. 결혼과 출산 가정에 대한 주거 지원을 분명히 한다는 것은 민주당의 가장 우선적인 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다만 이 대표는 이 공공임대주택 제공 공약과 관련 “교통 요지에 24평, 33평형을 공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서울 도심 근처만 생각하지만 부산이나 광주 같은 지방 대도시 인근에 저가의 우량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큰 예산을 쓰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공공주택 입지는 수도권 위주보다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해 공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은 이날 발표한 공약을 포함해 저출산 관련 정책을 전담하는 ‘인구위기 대응부’를 만들어 정책을 수립·집행해 나갈 방침인데, 일단 공공임대는 국토부 장관령, 주택공금관련 규칙 등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약을 추진하고자 하지만 정부가 반대할 경우 주택구입 지원엔 도시주택기금법, 키움카드와 펀드는 조세특례법, 남성육아휴직 강화 등엔 고용법 등 상위법을 개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 국민의힘, 육아휴직 급여 210만원으로 올리고 아빠휴가 1달 ‘의무화’도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휴레이포지티브에서 저출생 관련 공약인 '일.가족 모두행복'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 최두아 휴레이포지티브 대표) 사진 / 이 훈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휴레이포지티브에서 저출생 관련 공약인 '일.가족 모두행복'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 최두아 휴레이포지티브 대표) 사진 / 이 훈 기자

한편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총선공약개발본부가 같은 날 오후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하는 중소기업인 휴레이포지티브에서 저출생 문제 해결이 자당의 ‘총선 1호 공약’임을 내세우며 ‘일·가족 모두행복’ 공약을 발표했는데, 총선 공약을 국민에게 배송한다는 ‘국민택배 정책배송’ 콘셉트에 맞춰 중소기업 근로자로부터 접수한 고충에 대해 공약으로 해결방안을 전한다는 취지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유의동 정책위의장, 홍석철 공약개발본부 총괄본부장, 김수민 공약기획단 부단장 등이 이 자리에 모두 모여 저출생 관련 정책을 쏟아냈다.

먼저 이 문제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에 부총리급인 ‘인구부’를 신설해 그간 여성가족부 등 여러 부처가 담당했던 복지, 교육, 노동 등 저출생 정책을 하나의 기관에서 총괄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으며 국가 예산엔 ‘저출생대응특별회계’를 추가해 재원 확보 및 투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육아휴직 신청 즉시 자동 휴직을 시작하도록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을 추진하며 남성 출산휴가인 ‘아이맞이 아빠휴가’의 경우 1개월 유급 휴가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고 육아휴직 급여 상한선 역시 현행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인상하는 한편 초등학교 3학년까지 연 5일의 유급 자녀돌봄휴가도 신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뿐 아니라 근로자가 육아휴직 시 급여의 75%를 육아휴직급여로 받고 복직 후 6개월 이상 근속한 게 확인될 경우 나머지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는 제도인 사후지급금은 즉각 폐지하기로 했는데, 이는 당초 육아휴직자의 복직 유도 취지로 만들어졌으나 복지하지 않거나 복지 6개월 이내 퇴사 시 사후지급금을 받을 수 없어 직업선택의 자유나 정당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 공약에 포함됐다.

이밖에도 여당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육아기에 사용할 수 있는 유연근무 방법을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에 정기적으로 공지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대기업부터 중소·중견기업까지 단계적 확대 적용하겠다고 천명했으며 육아기 근로시간단축급여액 산정 기준을 기존 하루 1시간·월 상한액 200만원에서 하루 2시간·월 상한액 250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힘은 육아휴직자 때문에 업무 공백이 생긴 중소기업에 채용된 대체인력 근로자에 ‘채움 인재’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공약도 내놨는데, 중소기업이 육아휴직 대체인력을 채용할 경우 지원하는 금액을 현행 80만원의 2배인 160만원으로 인상하고 경력단절자와 중·고령 은퇴자를 대체인력으로 채용하면 지원금을 최대 240만원까지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외국인을 대체인력으로 채용하면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 한도도 높여주는 방안 역시 추진하기로 했으며 가족친화 우수 중소기업엔 법인세를 감면해주고 가족친화 우수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청년 근로자에게는 저축·대출 금리 우대 혜택을 주는 정책도 추진한다는 방침을 내놨는데, 특히 지역산단을 중소기업 맞춤형 ‘일·가정 양립 산단’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끝으로 특수고용직 노동자, 예술인, 자영업자, 농·어민 등 고용보험 미가입자에도 오는 2025년까지 일·가정 양립제도를 적용할 수 있게 직업 격차 해소 방안 역시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총선공약개발본부는 “저출생 문제는 부부간의 육아부담 격차, 중소기업과 대깅버의 격차와도 관련돼 있다. 이런 격차 해소는 저출생 문제 해결과 동행사회 실현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해 그간 ‘격차 해소’를 화두로 던졌던 한 위원장이 왜 1호 공약으로 ‘저출생 문제 해결’을 꼽았는지 짐작케 했다.

◆ 민주당 “與, 요즘 야당 따라하는 듯” vs 與 “민주당, 재원 확보 가능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저출생 지원 종합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저출생 종합대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하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제각기 이날 오전과 오후에 저출생 정책을 발표하면서도 상대방을 향해 견제구를 던지면서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 역시 보여줬는데, 이 대표는 “오늘 국민의힘이 급작스럽게 저출생 대책을 발표하기로 한 것을 어제 저녁에 긴급뉴스로 들었는데 원래 계획돼 있었던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발언했으며 이 정책위의장도 “요즘은 여당이 야당을 따라오는 이상한 풍속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 목소리로 국민의힘에 공세를 펼쳤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대표는 “지금 정부여당의 태도는 야당이 하는 일 발목 잡거나 방해하는 게 태반인데 여당은 집권했음에도 대선 때 수없이 했던 많은 공약을 제가 볼 때 거의 지키지 않고 있다”며 저출생 대책과 관련 “실현 가능한 안을 만들고 여야 간 의견 일치하는 것은 총선 끝나고 할 필요 없이 지금 즉시 입법하고, 추경 편성해서 하길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한 위원장은 이날 저출생 공약을 발표한 뒤 민주당을 겨냥 “갑자기 수십조의 재원을 마음대로 뽑아낼 수는 없다. 다 국민 세금”이라며 “(우리 대책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장 효율적인, 디테일들을 꼽아냈다는 게 중요하다. 사실상 재원 확보 측면에서 실현 가능할 것인지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견제구를 날렸는데, 국민의힘의 저출생 종합대책은 소요 재원이 3조원 가량으로 추산된 데 반해 민주당이 내놓은 저출생 종합대책은 28조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후 대통령실까지 성태윤 정책실장 브리핑을 통해 “출생률 정책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며 “과도한 경쟁을 줄이고 지역이 서울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족과 잘 살고 직장 구하고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출생 해결에 매우 중요한 과제다. 유연한 형태의 근로형태, 남녀든 가정생활이 병립되면서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또 하나의 저출생 문제의 중요한 고리인데 이 두 가지 테마에 맞춰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지역균형발전’과 ‘유연근로’라는 정책기조를 저출생 해결책으로 제시해 정치권이 더 이상 정쟁이 아니라 총선까지 건전한 ‘정책 경쟁’을 이어갈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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