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탈당 선언 “24년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길 갈 것”
민주당, 이낙연 향해 총공세 “명분 없는 탈당으로 분열의 길 가려 해”
‘김대중 아들’ 김홍걸 “정작 김대중 정신 저버린 분은 이낙연 본인인 것”
박찬대, 이재명 사당 지적에 발끈 “동의 못 해, 계파정치 청산 과정일 뿐”
연대 움직임 보이는 신당 창당 세력들, 이낙연 제3지대 구심점 될 수 있나?
‘개혁 신당’ 천하람 “이낙연 신당과 합당 가능성 전혀 배제하지 않고 있어”
‘원칙과상식’ 조응천 “기호 3번 달면 교섭단체 무조건 돼···30~40석도 가능”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오는 4월 제22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이 예정된 가운데 대표적인 비명계(비이재명)로 분류됐던 ‘원칙과 상식’ 모임의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떠난 데 이어 이낙연 전 대표도 탈당을 선언하여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합종연횡의 ‘제3지대 빅텐트’ 형성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다.

◆ 이낙연도 결국 탈당 선언 “이재명 사당 된 민주당, 이미 ‘낯선 집’ 돼”

이낙연 전 대표는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 저는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민주당 탈당과 신당 창당에 나설 계획임을 알렸다.

무엇보다도 이 전 대표는 “그동안 수많은 사람이 민주당을 들락날락했지만, 저는 민주당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지켰었다”며 “그런 제게 ‘마음의 집’이었던 민주당을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기에 오랫동안 고민하며 망설였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친명(친이재명) 체제 지도부를 겨냥해 “그간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방탄 정당’으로 변질됐다”고 평가하면서 “지금의 민주당은 저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 됐다”고 직격했다.

더욱이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구현할 만한 젊은 국회의원들이 잇달아 출마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당내 비판자와 저의 지지자들은 2년 동안 전국에서 ‘수박’으로 모멸 받고, 처단의 대상으로 공격받았다”고 꼬집으면서 “저는 지금의 민주당이 잃어버린 민주당 본래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길에 선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민주당의 혁신을 위해 노력했던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의 동지들과 협력하겠다”며 “뜻을 같이하는 사람과 누구라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 양당 독점의 정치 구조를 깨는 일은 만만찮은 일이기 때문에 힘을 모으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신당 창당을 선언했던 다른 제3지대 세력과 연대해 나갈 의지를 공식화했다.

◆ 이낙연 향해 총공세 나선 민주당 “명분 없는 탈당, 분열의 길” 맹비난

민주당 의원들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민주당 의원들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반면 이 전 대표가 전격으로 탈당을 선언하자 민주당 안팎에서는 ‘명분 없는 탈당’이라고 몰아붙이면서 집중 공세를 펼치고 나선 모습이었는데, 실제로 이날 민주당 129명의 의원은 “명분 없는 탈당으로 민주당을 분열의 길로 이끌어서는 안 된다”면서 이 전 대표의 탈당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금 민주당 의원들은 4년 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이 전 대표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국민에게 당선시켜 달라고 요청했던 사람들”이라고 꼬집으면서 “이 전 대표는 스스로를 부정하면서까지 당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 전 대표의 탈당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비난했고, 더 나아가 이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의 사퇴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왜 이 대표가 사퇴해야 하는지, 왜 통합비대위를 꾸려야 하는지 많은 당원이 의아해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심지어 그들은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문제 삼고 있다. 선거 기간에도 일주일에 몇 번씩 재판을 다녀야 해서 제대로 된 선거 지휘가 어렵다는 것인데, 그러면서도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검찰독재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비판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의) 2002년 이낙연과 2024년 이낙연이 달라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잠시 멈춰서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직격했다.

◆ 김홍걸 ‘김대중 정신’ 내 건 이낙연에 “김대중 정신은 민주당 떠나지 않는 것”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이렇듯 민주당 내에서는 이날 이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한 성토대회가 펼쳐졌는데, 이밖에도 윤준병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2 안철수의 길을 축하한다”고 조롱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 의원도 “김대중 정신이 실종됐다는 이낙연 대표님, 정작 김대중 정신을 저버린 분은 대표님 본인인 것”이라고 비난에 가세했다.

특히 김 의원은 “(제 부친인) 과거 김대중 대통령님은 오랫 동안 정치를 하면서 늘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고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도를 하셨다”며 “김대중 대통령이 안 계신 지금, 역할을 다한 옛 물이 흘러나가면 새 물이 그 자리를 채워나가는 것도 그 정신을 지켜나가는 방법이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김대중 정신을 사칭하는 분들이 계속 나와도 김대중 대통령님의 정신은 민주당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고 말하며 이 전 대표를 압박했다.

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인 박찬대 최고위원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이 전 대표를 향해 “더 이상 만류의 말을 전하기는 어렵지만, 국회의원 다섯 번에 당대표, 국무총리까지 민주당과 함께 궤적을 같이 해오신 분께서 탈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많이 안타깝다”고 씁쓸해하면서 “탈당 후 누가 이익을 볼 건지 생각을 하면, 탈당과 신당 창당이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기는 어려워 보이지 않느냐”고 공격했다.

더욱이 박 최고위원은 ‘이재명 사당화’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도 “계파 정치가 청산되고 권한이 국회의원 여의도 중심에서 국민중심 권리당원 중심으로 내려오고 있는, 오히려 민주화의 과정이 당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당화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 이낙연 신당에 쏠린 눈, 제3지대 구심점 역할 해낼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조응천 의원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조응천 의원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한편 비명계 의원 3인방에 이어 이낙연 전 대표까지 전격 탈당하면서 ‘이낙연 신당’ 창당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였는데, 즉 현실화 되고 있는 이낙연 신당이 제3지대의 구심점이 되어 비명계 3인방의 ‘원칙과상식’을 비롯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개혁신당’(가칭)과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희망’ 및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선택’을 통합하는 ‘빅텐트’ 구축에 성공한다면 거대 양당(민주당·국민의힘)의 이탈표와 부동층의 중도층 민심을 기반으로 한 표심에 힘을 얻어 총선판 자체를 흔들어 제1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계산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과 같이 싸움만 벌이는 거대 양당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인 데다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높고, 이에 더해 사법리스크에 둘러 싸여 있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민주당의 방탄 행보가 지속되어 현재 양당의 지지율은 박스권에 갇혀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제3지대의 신당이 불리한 환경은 아니라고 보는 일각의 시선도 감지된다.

또한 ‘원칙과 상식’의 현역 의원들도 이낙연 전 대표가 이끄는 신당 창당에 합류할 것이라고 예고했기에 제3지대 신당 창당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의 목소리가 지배적인 상황이었고, 게다가 천하람 개혁신당(가칭) 창당준비위원장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이낙연 신당과의 합당)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면서 조응천 의원과 대기실에서 제3지대 신당들의 연대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알리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조응천 의원도 이날 같은 방송에서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급하면 궁즉통(窮則通)이다. 궁하면 통한다”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내다보면서 “(현재 정의당 의원이 6명인 만큼 기호 3번이 되기 위해 현역의원) 7석을 무조건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이다. 1차 목표는 7석 이상과 (선거비 비용 보전을 위한) 지지율 15% 이상을 얻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조 의원은 “기호 3번으로 모여야 된다는 것은 합당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부연하면서 “(만약 기호 3번을 달고 총선에 나간다면) 그러면 교섭단체(20석)은 무조건 하는 거다. 한 30~40석 정도도 가능하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제3지대 신당들이) 물리적인 결합이 아니고 화학적으로 결합되어 ‘얼마나 잘 뭉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다만 지금 대여섯 개 되는 신당을 하겠다고 자처하는 세력 중에서도 먼저 나온 세력이 있고 또 지지율이 조금 더 나오는 세력이 있고 숫자가 조금 더 있는 세력이 있을 거며, 그 안에서 또 기득권이 있겠는데, 그걸 내려놓느냐 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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