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부터 공천 문제까지 과제…이재명 “서로 존중·타협하는 정치 복원”
신현영, 수술로 인해 “최소 2주 이상 총선 일정이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
탈당 조응천 “패권정치, 방탄정치, 팬덤정치 아닌 혁신은 다양성에서 나와”
정성호 문자노출에 이원욱 “사당화 증거를 보여준 사례...공당이 아냐”
친명계 원외모임 “이낙연과 탈당파들의 관심사는 오직 권력과 공천 뿐”
박영선 “포용정신이 없다...리더십은 다양성 수용, 유연성 발휘에 있어”
안규백 “공천은 모두에 충족할 수 없어...합리적 기준을 갖고 제시할 것”

더불어민주당 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 등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 등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흉기 피습 당해 서울대병원에서 치료 받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퇴원하면서 첫 메시지로 ‘존중·공존’의 정치를 강조했는데, 이 대표가 이 키워드를 바탕으로 현재 당이 직면한 여러 현안들을 풀어나가고 완전히 안정화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자당 의원 3명 탈당한 날 ‘존중·공존 정치’ 강조한 이재명

당초 이 대표가 서울대병원에서 수술 받은 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최소 2주 이상 총선 일정이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권혁기 당 대표 정무실장 역시 지난 7일 “수술 후유증 우려 때문에 절대 안정 속에 회복 치료해달라는 당부가 있었고 환자는 이를 따르는 상황”이라고 밝혀 이 대표의 퇴원이 오래 갈 것으로 보였지만 피습 8일 만인 10일 병원을 나와 당내 일부 인사들의 탈당과 신당 창당 선언 등으로 뒤숭숭한 당 상황을 조속히 안정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장 이 대표가 퇴원하는 이날 ‘원칙과 상식’ 소속인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을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는데, 특히 조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탈당의 변’에서 “당내 이견에 대해 배신자, 내부총질, 수박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며 다양한 목소리를 말살시키고 원팀, 하나의 목소리만을 강요당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당내 분위기에 더 이상 숨 쉴 공간도 없었고 미꾸라지로 살지 않을 거면 어항에서 나가라고 했다”며 “패권정치, 방탄정치, 팬덤정치에서 혁신은 가능하지 않고 혁신은 다양성에서 나온다”고 이 대표와 친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뿐 아니라 이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의 민주당에서 긍지는 사라지고 부끄러움과 상처만 남았다. 오늘의 한국 정치는 상대를 악마화하며 혐오를 만드는 산실”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를 모두 꼬집어 “최악과 차악의 두 지도자가 대한민국을 수렁으로 내몰고 있다. 정치소멸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1년여 밤잠을 설쳤는데 민주당 안에서의 외침이 메아리가 되었다면, 당 밖에서의 호소는 소통과 해법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같은 지적 속에 이들의 탈당 뒤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한 이 대표는 이날 자당 의원들의 탈당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서로 존중하고 인정하고 타협하는 제대로 된 정치로 복원되기 바란다. 저 역시도 다시 한 번 성찰하고 희망을 만드는 살림의 정치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저부터 노력하겠다”며 “존중하고 공존하는 그런 정치로 복원되고 희망 있는 나라로 우리가 함께 갈 수 있다면 남은 제 목숨이 없어진들 뭐가 그리 아깝겠나”라고 말해 ‘통합 행보’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비쳐지고 있다.

실제로 이날 탈당한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 중 유일하게 당내 잔류를 택한 윤영찬 의원의 지역구에 일찍이 출마 준비해온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최근 신년 행사에서 여성 당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데 대해 친명계 인사임에도 전날 민주당은 윤리 감찰하기로 했는데,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를 “이 대표의 뜻”이라고 밝히기도 해 당내 계파 갈등을 장차 이 대표가 적극 봉합해 나갈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李 ‘현근택 징계 논의’ 문자 후폭풍…비명계 의구심 어쩌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현 부원장에 대한 윤리감찰이 결정되기 전 이 대표가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과 현 부원장에 대한 징계 여부를 놓고 문자로 논의한 장면이 이데일리에 포착되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는데, 전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 대표가 정 의원에게 문자로 ‘현근택은 어느 정도로 할까요?’라고 물었다가 정 의원이 ‘당직 자격정지는 돼야 하지 않을까. 공관위 컷오프 대상’이라고 답하자 ‘너무 심한 거 아닐까요’라고 반문했고 결국 정 의원은 ‘그러면 엄중 경고. 큰 의미는 없다“고 징계수위를 크게 낮춰 답변했다.

더구나 현 부원장에 대한 윤리감찰 결정도 이 같은 문자 내용이 보도된 뒤 나왔다는 점에서 ‘문자 파문’을 수습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은데, 10일 탈당 회견 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이원욱 의원은 현 부원장 징계 관련해 이 대표와 정 의원이 나눈 문자 내용을 꼬집어 “사당화 증거를 보여준 사례다. 당의 윤리 감찰시스템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측근 의원과 당 대표 둘이서 문자로 후보자나 당원에 대한 징계 수위까지 논의된다는 것은 공당으로서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전날 친이낙연계 모임인 ‘민주주의실천행동’도 “민주당 윤리위는 당 대표와 측근의 하수인인가”라고 일침을 가했으며 국민의힘에선 10일 신주호 상근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병상에서까지 측근 챙기고 친명 핵심을 향한 공천 컷오프는 안 된다는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대화 내용 유출 이후 이 대표는 부랴부랴 윤리감찰을 지시했지만 이 대표의 진짜 속내가 ‘현근택 컷오프는 너무 심하다’라는 게 공공연히 드러났는데 그 누가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감찰 결과를 내놓겠나”라고 비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신 상근부대변인은 “공적 결정 과정이 아니라 대표와 측근 간 벌어지는 ‘짬짜미’ 징계는 당의 정상적 시스템이 무너졌고, 민주당이 내부 자정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만을 증명한다. 민주당이 자랑하는 시스템 공천은 허울뿐인 제도가 될 것이고 사실상 이 대표에 의한 친명 일색 공천의 신호탄”이라고 압박했는데, 반면 같은 날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저도 당직 맡지 않은 의원들과 상의 많이 한다. 중진 의원 한 분에 의견 물어본 것이고 어떤 생각 갖고 있는지 의견 수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징계수위는 윤리감찰단에서 판단하고 최고위에서 결론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친명계 안민석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현 부위원장 징계와 관련해 “가혹하게 가차 없이 결정 내려야 된다”며 컷오프 해야 된다는 입장까지 내놓으면서도 ‘이재명-정성호 문자’ 논란에 대해선 “당에서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공적 채널을 통해 결정되지만 그 이전에 물밑 조율 내지는 비공식 과정을 거치는데 그런 차원에서 이해하면 이게 크게 문제 될까. 대표 입장에선 입원했기 때문에 공식적인 회의를 소집할 수도 없고 그러니까 본인이 편하게 의논할 수 있는 정 의원에 의견 구하는 그런 차원이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전쟁 같은 정치’ 계속되나…총선 공천 문제로 확전될지 촉각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 양이원영 의원 등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탈당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 양이원영 의원 등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탈당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또 안 의원은 이 대표 사퇴를 요구해온 일부 의원들을 겨냥 “사퇴하지 않으니까 탈당하겠다는 건데 아무리 정치가 비정해도 살인미수 당한 당 대표를 사퇴하라는 것은 패륜 정치라고 생각한다. 이런 분열 행위는 본질적으로 민심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급기야 “탈당하려는 분들이 지역 경선에서 승산 있다고 자신하면 이럴까? 원칙과 상식 그분들 포함해 당내 경선에서 승산 없는 극소수는 참여할 수 있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친명계 원외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은 아예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낙연과 탈당파들의 관심사는 오직 권력과 공천 뿐”이라며 “탈당하기도 전부터 윤석열 정권을 탄생시키는 데 일조한 이준석, 금태섭, 양향자 등과 연대를 말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어떤 진정성도 찾아볼 수 없다. 더 이상 민주당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고 정계 은퇴를 선언하라”고 한 목소리로 이낙연 전 대표와 이원욱·조응천·김종민 의원을 거세게 압박했다.

정작 이 대표가 “전쟁 같은 정치를 이제 종식해야 한다. 증오의 정치, 대결의 정치를 끝내고 서로 존중하고 상생하는 제대로 된 정치”를 호소한 당일조차 정치권에선 이렇듯 전쟁 같은 정치가 계속되는 모양새인데, 이 같은 친명계의 공세 속에 비명계인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이 대표가 퇴원하며 ‘증오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했다. 더 이상의 분열은 막아야 하고 당내의 다른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고 의원은 이날 탈당 선언한 의원들에 대한 비판에 집중하지 않고 오히려 “그동안 지도부 안에서 중재 역할을 해왔던 저로선 다른 목소리도 품는 민주당을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능력이 부족했다. 당내에서 꾸준히 다른 목소리를 내온 분들에게 손을 내밀어 줄 것을 요구해왔지만 결국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만들지 못했다”며 “어렵고 힘들더라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길을 찾아온 게 민주당의 역사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분열과 혐오가 아니라 포용과 통합의 정치이며 설득하고 통합하는 모습에서 국민들은 민주당의 진정성을 느낄 것”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민주당 4선 의원 출신인 박영선 전 장관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현재 여야 정치의 문제에 대해 “포용정신이 없다. 21세기 리더십은 다양성을 어떻게 수용하느냐, 유연성을 어떻게 발휘하느냐 이 두 가지”라며 이 대표의 리더십을 에둘러 꼬집었으며 이낙연 신당과 관련해서도 “민주당 지도부에서 (신당을) 비난하는 데에 에너지 쏟을 게 아니다. 이렇게 혐오정치가 지속되니 국민들이 질려하고 있지 않나. 제3신당이 나올 수밖에 없는 그런 환경”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결국 당내에서 적극 설득하고 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인데, 공교롭게도 비명계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에 친명계 인사들이 소위 ‘자객 출마’하는 모양새여서 총선을 앞두고 가장 민감해하는 공천 문제에 있어 앞으로 이 대표가 어떻게 접근할지에 따라 비명계의 반발이나 이탈이 확산될지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총선 공천에 촉각을 곤두세운 당내 분위기를 보여주듯 전병헌 전 의원은 총선 후보자 부적격 판정을 받게 되자 전날 자신이 출마하려는 지역구의 현역 의원인 친명계 김병기 당 검증위원장을 겨냥 “경선 당사자가 당무에 사적 이해에 따라 연이어 자신의 경쟁자를 불투명한 이유로 제거하고, 일관성 없는 기준으로 자신의 출마지를 셀프 단수공천 지역으로 만드는 것은 정당 역사상 볼 수 없는 후안무치”라고 SNS를 통해 맹공을 퍼붓기도 했는데, 설상가상으로 뉴스1 보도에 따르면 10일 현역의원 평가에서 하위 20%에 속하는 의원들에게 결과를 통보한 것으로 밝혀져 이에 불복하는 인사들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선지 안규백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10일 오후 당사에서 불출마 및 사고 지역과 관련해 비공개 회의를 진행한 뒤 원칙과 상식의 탈당 의원들 지역구에 대해 묻는 질문에 “아직 확정 안 했다. 여러 가지 판단해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으며 친명계 원내외 인사들을 비명계 지역구로 공천하는 ‘자객 공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그런 지역은 아마 없을 것이다”라고 일축했는데, 다만 “모든 공천은 모든 사람들한테 충족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합리적 기준을 갖고 제시할 것”이라고 답해 과연 당 내부를 안정시킬 수 있을 만큼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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