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쌍특검법, 당분간 재의결 안 해”...권한쟁의 심판 등 법적 검토
윤재옥 “본회의에서 재표결하는 게 상식...총선 민심 교란용 악법을 자인”
장동혁 “의회 폭거는 21대 국회에서 끝내야...국민 손으로 끝내 달라”
이재명 피습 사건에도 “특검할지 몰라”...경찰이 피의자를 왜 감추나?
野, 서울-양평 고속도 논란, 오송참사, 해병대원 사건 등 국조 추진할 기세

국민의힘 의원들이 9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재난의 정쟁화, 특검법 표결 거부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9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재난의 정쟁화, 특검법 표결 거부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쌍특검법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돌아온 뒤 이제 여야는 서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속히 재투표를 하자는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선 오히려 당분간 재의결 절차에 들어가지 않겠다면서 다른 사안에 대한 특검을 거론하는 등 제각기 셈법에 따라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모양새다.

◆ 홍익표 “쌍특검법, 당분간 재의결 절차 밟을 생각 없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당 의원총회에서 쌍특검 재의결과 관련해 “언제 할지는 날짜 기약을 못한다. 당분간 재의결 절차 밟을 생각이 없다”며 “사유화된 권력, 본인 가족들을 위한 방탄 거부권을 국회가 거수기처럼 수용할 이유가 없다는 게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는 대통령이 국민의 반대 의견이 많다는 것을 헤아려 잘못을 인정하고 거부권을 철회할 시간을 드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 원내대표는 “그러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법조인 출신 의원과 전문가 간담회가 있었는데 권한쟁의 심판, 이해충돌방지법과의 충돌 문제를 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감안해서 적절한 시점에 재의결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부연했고, 실제로 당장 쌍특검법 재표결에 들어갈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듯 이날 본회의에선 국민의힘이 제출한 쌍특검법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조차 부결되어버렸다.

앞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쌍특검법과 관련해선 오늘 본회의에서 재표결하는 게 상식이다. 총선 민심을 교란하기 위해 자기들이 유리한 시기에 맞추겠다는 것 자체가 이 법이 정략적이고 악의적인 총선 민심 교란용 악법이란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일”이라며 “민주당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상정할 만큼 급한 법으로 밀어붙였으면 당당하게 헌법상 정해진 절차대로 표결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쌍특검법이 재의결되기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원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9일 본회의에 올라온 김건희 특검법은 재석 의원 282명 중 찬성 107명, 반대 173명, 기권 2명으로 부결됐으며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역시 재석 282명 중 찬성 106명, 반대 175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다.

이처럼 야권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철회 기회까지 준다고 하면서 쌍특검법 재투표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데에는 여당에서 총선 공천 관련 절차가 어느 정도 진행된 뒤 공천 탈락한 국민의힘 의원 중 일부가 찬성표를 던지길 기대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여당에서 약 20표만 이탈해도 180석이 넘기 때문에 쌍특검법이 다시 통과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일단 당장은 재투표보다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다음 카드로 꺼낸 것으로 보인다.

◆ 與 “쌍특검법 목적, 진실규명 아니라 표 더 얻겠다는 꼼수”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위한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이 9일 오후 본회의에서 부결된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TV 캡처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위한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이 9일 오후 본회의에서 부결된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TV 캡처

그래선지 국민의힘에선 정희용 원내대변인이 9일 논평을 통해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 행사하자 이번엔 굳이 재의결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면서 시간끌기용 ‘슬로우’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혹여나 이탈 및 반란표를 기다리기 위해 재표결을 지연하는 얄팍한 꼼수였다면 자성하길 바란다”며 “쌍특검법 재의결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며 ‘국회는 사적으로 남용한 권한을 돕는 거수기가 아니다’라고 언급한 민주당에 묻는다. 그렇다면, 국회는 총선 여론조작용 재탕수사와 특정인을 위한 방탄용 특검을 돕는 거수기 역할을 해야 하는 건가”라고 응수했다.

이 뿐 아니라 송언석 의원도 앞서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법률안 거부했으니 국회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의결 절차를 밟으면 되는데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은 뜬금없이 이해충돌을 운운하면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들고 나왔다”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은 헌법상 권한으로 별도 제약이 없고 이해충돌 문제는 법률상 후순위에 해당된다. 당사자 적격 문제도 있어서 헌법재판소에서 각하될 가능성도 많고 헌재의 권한쟁의심판에는 적게는 수개월, 많게는 수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민주당도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송 의원은 “민주당이 표결을 미루는 속내는 결국 특검에 대한 정쟁을 계속하고 이를 통해 대통령과 정부에 잘못된 프레임을 씌우려는 것임을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이런 시간끌기와 정치공세는 이번 특검법 추진이 오로지 선거만을 위한 정쟁용 특검이었다는 것을 자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같은 당 이용호 의원도 “민주당이 주장하는 쌍특검법의 목적은 진실 규명이 아니라 총선 앞두고 국민의힘의 분열을 유도하고 여론을 조작해 총선에서 표나 더 얻어 보겠다는 꼼수에 불과하다. 총선용 악법, 국민 분열 꼼수 특검 열차를 당장 멈추라”고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아울러 이날 쌍특검법 재투표 상정 불발과 관련해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중진 연석회의에 참석한 5선의 김영선 의원도 “(야당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계속 규탄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정치적인 수단으로 민주당이 계속 쓸 거니까 내용을 좀 알리자. 국민들이 많이 모른다”며 “사람을 찍어 특검 하는 게 어디 있나. 정치 공세 아닌가”라고 민주당의 태도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윤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표결 직후 국회 본관 로텐더홀 계단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민주당을 겨냥 “다수의석을 가졌다고 총선용, 정쟁용, 방탄용 특검을 마음대로 실시한다면 특검제도 취지를 훼손하고 희대의 악법을 양산하는 것”이라며 “악법 막기 위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마저 무력화시키려 온갖 꼼수를 부리는 민주당은 이미 거악이 되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민과 함께 민주당의 의혹폭주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급기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쌍특검 재의결 지연과 관련해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물타기 하고 선거에 정쟁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야당이 화천대유 특검을 주장하는 이유는 특검이 시행되면 대장동 사건까지 수사범위가 확대될 수 있고 그렇다면 이 대표에 대한 수사, 재판이 지연될 게 뻔하기 때문”이라며 “도이치모터스 사건도 문재인 정부 시절 윤 대통령이 수사지휘권 배제된 상태로 2년 동안 탈탈 털었지만 주가조작에 사용된 92개 계좌 중 단 한명만 계좌주를 기소했고 그 계좌주마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 민주 “이재명 피습 특검할 수도”…與 “툭하면 특검, 자중하라”

2일 홍익표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2일 홍익표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단 쌍특검법 뿐 아니라 야당에선 새로운 사안으로도 특검 가능성을 내비쳤는데, 홍 원내대표는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범행 동기와 배후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당적 여부를 밝히지 않는 것은 매우 비겁하거나 사건을 축소하는 것”이라며 “이선균씨 사망 사건 이후에도 수사당국의 반성이 없다. 이런 식으로 수사하면 저희가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해야 될지 모른다”고 이 대표 피습 사태에 대한 특검 추진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한민수 대변인도 경찰이 이 대표에게 흉기로 습격한 피의자의 당적과 신상정보에 대한 비공개 결정을 내리자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경찰이 피의자를 감춰주려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정권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서 사건을 은폐·축소하려고 골몰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법과 정의를 말하는 정부가 단죄 받아야 할 범죄자를 오히려 보호하려고 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이 같은 민주당의 공세에 국민의힘에서도 같은 날 정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이 대표 피습 사건 피의자 당적 공개를 요구하면서 수사가 미흡할 경우 특검을 추진할 수 있다고 했는데 불과 얼마 전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던 쌍특검법의 잉크가 마르기 전에 또다시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은 21대 국회 내내 틈만 나면 말도 안 되는 특검을 외치며 정부여당을 겁박하더니 이제는 특검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며 자당 대표와 관련된 수사 사건에 당당히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정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을 겨냥 “특별검사는 수사 자체의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거나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 없을 때 도입하는 제도인데 이런 특검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필요에 따라 ‘툭검’(툭하면 특검)‘을 외치는 민주당은 이제 그만 자중하라”라며 “얼마 남지 않은 21대 국회를 정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는 민주당은 하루속히 특검 중독에서 벗어나 국민 위해 일해 내는 민생정당으로 거듭나라.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정치공세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여기에 같은 날 장동혁 사무총장도 국회에서 “지금 야당의 시계는 온통 총선에 맞춰져 있고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특검법은 총선용”이라며 “이태원 특별법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희생자와 유족을 위한 실질적 지원방안을 특별법에 담자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세금 낭비가 될 것이 자명한 특별조사위 구성을 비롯한 독소조항을 고집하는데 이태원 참사마저 총선 국면에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장 사무총장은 “말로는 민생이 어렵다고 하면서 민생과 무관한 정치 특검법 추진에만 열을 올리는 거대 야당을 기억해 달라. 이 같은 의회 폭거는 21대 국회에서 끝내야 한다. 국민 여러분의 손으로 반드시 끝내 달라”고 호소했는데, 반면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처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논란, 오송참사, 해병대원 사망사건 외압 의혹 등에 대한 국정조사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특검만 거론하는 게 아니라 국조까지 요구하고 있어 여야 간 충돌 국면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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