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법 반박 나선 대통령실 vs 민주당 “특검법, 끝까지 관철시킬 것”
대통령실 “총선용 여론조작...李 대표에 대한 방탄 목적” 유감표명
법무부 “총선에 영향 미칠 정쟁성 입법...수사와 재판 방해 우려”
한동훈 “특검으로 총선 모든 이슈 덮겠다는 것...국민에 도움 되나”
홍익표 “대통령 본인과 가족을 위한 특검 수사, 거부한 적 없어”
거부권에 맞선 野...설 연휴 후 재표결이냐? 권한쟁의심판 청구냐?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5부 요인 및 국가 주요 인사들이 함께한 ‘2024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5부 요인 및 국가 주요 인사들이 함께한 ‘2024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대장동 50억 클럽 뇌물 의혹과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겠다면서 야권이 쌍특검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로 이송된 지 하루 만인 5일 즉각 재의요구권(권) 행사로 맞받아치면서 이미 대립 국면이던 정치권 상황이 한층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 대통령실 “김건희는 결혼 전 일이고 50억 클럽 특검은 이재명 방탄용”

쌍특검법이 정부로 이송되자 윤 대통령은 5일 취임 후 4번째로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앞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12일, 간호법 제정안이 19일, 노란봉투법 및 방송3법 개정안이 22일 걸린 데 비해 쌍특검법은 국회 문턱을 넘은지 8일 만에 거부돼 시한 만료 직전까지 장고를 거듭했던 이전의 재의요구권 행사 때와는 달리 이례적으로 빠른 반응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쌍특검법에 대해선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자마자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힐 만큼 매우 기민하게 반응했는데, 실제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날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한 시점부터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의 브리핑까지 시간을 보면 거부권 행사까지 불과 30여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전과 달리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나서서 브리핑한 점도 이번 사안에 대해 윤 대통령이 얼마나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비서실장이 직접 브리핑에 나선 데 대해 “너무나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사안이다. 비서실장이 직접 전하는 게 대통령 말씀을 제일 잘 전달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라며 거부권 행사가 빠르게 이뤄진 데 대해서도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조항에 대해선 신속히 입장을 밝히는 게 좋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비서실장은 쌍특검법을 대통령이 왜 거부하게 됐는지 이날 용산 청사 브리핑을 통해 조목조목 밝혔는데, “총선용 여론조작을 위해 만들어져 많은 문제가 있다”며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에 대해선 “여당 특검 추천권을 배제하고 야당만 추천해 친야 성향 특검이 수사한다면 진상이 규명될 리 없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 결과를 뒤집기 위한 진술 번복 강요, 이중수사, 망신주기 조사, 물타기 여론공작을 할 것도 뻔히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대표에 대한 방탄이 목적”이라며 “누군가 대장동 사업 로비용으로 50억원을 받았다면 그 사람은 당시 인허가권자인 이재명 성남시장 주변 사람일 것이고 자신의 신변 안전을 위해서라도 지난 대선에 민주당의 집권을 바라고 지지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에 대해선 그는 “12년 전, 결혼하기도 전 일로 문재인 정부에서 2년간 탈탈 털어 기소는커녕 소환도 못한 사건을 이중으로 수사함으로써 재판받는 권력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것”이라며 “검경 등에서 특검에 수백명의 인력이 차출될 경우 법 집행기관들의 정상적인 운영에도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게 뻔하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비서실장은 “대통령은 헌법가치를 보호하고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 만약 이런 입법이 잘못된 선례로 남는다면 인권과 헌법가치는 다수당의 횡포에 의해 언제든지 위협받을 수 있다”며 “재판 중인 사건 관련자들을 이중으로 과잉 수사해 인권이 유린당하며 총선 기간에 친야 성향 특검의 허위 브리핑을 통해 국민 선택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국민을 위해 시급한 법안 처리는 미루면서 민생과 무관한 두 가지 특검법안을 여야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법무부도 이날 김건희 특검법을 꼬집어 “특검 수사가 필요한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이라고 할 수 없고 총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정쟁성 입법”이라며 “특검 후보자의 추천권자를 야당으로 한정한 특검법 중 총선일이 수사기간에 포함된 유일한 사례이고 수사과정에서 무제한 언론 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게 해 선거의 공정성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원리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고, “역대 어느 특검법안도 특정 개인 토대로 수사 범위를 무제한으로 설정한 적은 없었는데 이 법안은 모든 혐의를 무한정 수사할 수 있도록 범위를 모호하게 정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 비례의 원칙 등을 위반한 위헌적 법률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통상의 사건과 달리 해당 사건의 피해자가 나서거나 사건과 관련된 사람의 내부 폭로가 있는 등 구체적인 범죄단서가 있던 사건이 전혀 아니고 특정 정당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고발한 사건”이라며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검사 수십명이 2년 넘게 5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 백수십여 명에 대해 조사해 사건 관계자 6명을 구속하는 등 총 16명을 기소했지만 김 여사에 대해선 기소는커녕 소환조차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뿐 아니라 법무부는 50억 클럽 특검법에 대해선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징역 5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검찰은 이미 박영수 변호사를 구속기소하고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계속 수사 중에 있다”며 “정치편향적인 특검이 임명되면 현재 이 대표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검사들을 사건 관계자란 이유로 소환하거나 압박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 與 “尹 거부권, 野 술수에 맞선 정당한 처사…쌍특검법, 9일 재표결해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2) [사진 /오훈 기자]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2) [사진 /오훈 기자]

아울러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한 목소리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두둔하면서 쌍특검법이 국회로 넘어오면 빠르게 표결하자고 야권에 촉구했는데,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재의요구는 당연히 필요한 헌법적 권한이다. 거대 야당의 술수에 맞선 정당한 처사이자 정치적 혼란을 멈춰 세울 유일한 방법”이라며 “정치적 혼란을 멈추고 거대야당의 횡포를 막기 위해 반드시 9일 본회의에서 재표결 해야 한다. 야당이 시기를 미루려 할수록 특검법안이 총선 직전 민심 교란용 전략이자 정략적 산물임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고 역설했다.

여기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서 “방탄 특검 성격이 있는 대장동 의혹 특검은 지금 진행되는 것을 다 스톱시키겠다는 것 아닌가. 너무 속이 뻔히 보이는 것이고 특검으로 총선에서 모든 이슈를 덮어나가겠다(는 것)”이라며 “총선에서 격차 해소 문제를 논하는 게 아니라 매일 누구를 불렀다로 덮는 게 국민에게 도움이 되나. 새로운 것도 아닌 십몇년 전 이야기인데 특검에 대한 거부권은 당연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밖에 나경원 전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수사대상이 무한정 확대할 수 있는 별건수사가 가능한 말도 안 되는 법인데 법 자체의 문제점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이런 부분을 우리가 좀 더 홍보해야 했는데 찬성 여론을 높게 만든 것은 우리가 잘못 노력한 부분”이라며 “야당도 진정성이 있으려면 총선 뒤에 하는 게 맞지 않나.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에 검찰총장을 완전히 배제하고 수사했고 대선 과정에서도 계속 수사했는데 없다는 게 나온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는 문 정부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 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가족 관련 수사 지휘를 중단시키고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했으나 19개월 간 이뤄진 수사에서 김 여사가 기소되지 않았던 점을 지적한 발언으로 풀이되는데, 반면 야권에선 대통령이 쌍특검법에 거부권 행사한 데 대해 강력하게 규탄하며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야4당 김건희·대장동 특검 거부 규탄대회’까지 열었다.

◆ 野 “총선까지 끌고 온 건 정부여당이 외면한 결과…모든 방법 동원할 것”

5일 야4당이 규탄대회를 갖고 있다..(1) [사진 /오훈 기자]
5일 야4당이 윤 대통령의 쌍특검법 거부에 대한 규탄대회를 갖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국민 요구와 법치주의, 자신이 주장해온 공정과 상식도 오늘 모두 걷어차 버렸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본인과 본인 가족을 위한 특검 수사를 거부한 적은 단 한명도 없었는데 윤 대통령은 그 첫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오늘 대통령실 발표가 너무 황당한데 총선 앞까지 끌고 온 것은 야당 책임이 아니라 정부여당이 끝까지 특검을 외면하고 회피해온 결과다. 국민과 함께 이 특검법을 반드시 관철시킬 것”이라고 천명했다.

여기에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년 간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공범들이 기소되거나 유죄 선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이러니 검찰을 믿을 수 없고 특검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여론이 압도적 다수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정부여당은 검찰 조사에서 김건희 씨 혐의점을 밝히지 못하지 않았냐고 주장하는데 혐의를 못 밝힌 게 아니라 조사를 안 한 거고 검찰이 불기소 처분도 내리지 않고 시간만 보내고 있지 않았나. 윤 대통령은 정 배우자를 지키고 싶다면 공직을 내려놓고 사인으로 돌아가 김건희 씨 변호인이 되길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급기야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는 “배우자 비리 덮으려고 국민을 적으로 돌리고 헌법이 아니라 배우자 지키기에 몰두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명령은 분명하다. 이제 윤 대통령은 퇴진하라”고 대통령직 사퇴까지 요구했으며 “윤 대통령의 거부권 독재를 막기 위해 야당들과 함께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을 비롯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싸우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다시 넘어온 쌍특검법의 재표결 시기에 대한 규정은 없다보니 빨리 처리하자는 여당에 비해 야당은 2월 설 연휴 이후 임시회에서 재표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권한쟁의심판 청구 역시 검토한다고 했을 뿐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재표결할 때는 여당 의원들의 협조가 없으면 쌍특검법 관철이 어려운 야권이 과연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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