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이기기 위해 모든 전략 다 동원하지만 ‘공공선’ 원칙·명분은 잊지 않을 것”
김영우 “비대위 구성 보고 한동훈스럽게 너무 잘했다. 각분야 잘 했던 분들”
사무총장직 초선 의원 ‘파격 인선’...“후원금을 기부하겠다는 문의전화 쇄도”
이대표 예방한 韓 “건설적 대화...힘겨루기나 감정싸움 말고 신속히 결정하자”
첫 대전, 대구시당 신년인사회 현장 행보...중도와 보수 표심 전략에 주목

29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3) [사진 /오훈 기자]
29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3) [사진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가 29일 공식 출범하고 첫 회의를 열어 새 사무총장과 여의도연구원장 인선 결과를 발표하는 등 지도부를 전면 개편했는데, 이 같은 변화가 총선 승리라는 핵심 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과를 낼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지명직 비대위원 평균 43.7세로 젊어져…사무총장엔 충남 초선

29일 국민의힘 전국위원회에 상임전국위원 66명 중 59명이 참여해 찬성률 96.61%(57명 찬성)로 비대위원 임명안을 통과시키면서 집권여당 지도부는 이날부터 비대위 체제로 전면 전환됐다.

이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첫 비대위 회의를 열고 비대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최연소 영입인재인 2002년생 윤도현 비대위원 등 지명직 비대위원들에 대해서도 자신이 직접 소개했는데, 김예지 비례대표 의원이 43세, 민 경우 시민단체 길 상임대표가 58세,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가 54세, 구자룡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와 장서정 돌봄·교육 스타트업 대표, 한지아 의정부 을지대병원 재활의약과 교수가 모두 45세,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대표가 39세, 윤도현 자립준비청년지원 대표가 21세로 8명의 지명직 최고위원의 연령은 43.75세여서 이전보다 지도부가 한층 젊어졌다.

또 이들 중 정치경험이 없는 인물이 7명이고 여성은 한지아, 장서정, 김예지 등 3명이며 ‘영남당’이란 지적을 받았던 전임 김기현 체제와 달리 호남 인사로 ‘조국 흑서’ 집필자인 김경율 회계사와 정율성 기념공원 반대운동을 폈던 박은식 호남대안포럼 대표를 내세웠고 특히 박 대표의 경우 내과 의사로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을 공개 저격하기도 한 인물이다.

아울러 박 대표 외에도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에 집중해 ‘이재명 저격수’로 불려왔으며 윤도현 대표와 함께 국민의힘 인재영입위 주관의 ‘국민인재’로 영입된 바 있는 구자룡 변호사, 전향 운동권 출신인 민 경우 시민단체 길 상임대표,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조카인 한지아 의정부 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부교수 등은 민주당이나 운동권을 염두에 두고 인선한 인물들로 비쳐지고 있다.

이 같은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29일 김영우 전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비대위 구성 보고 한동훈스럽게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명직 8명의 평균 나이가 43살이고 이분들이 비정치권에서 왔다고 하지만 사실 각 분야에서 역할을 잘했던 분들”이라며 “소위 586 운동권 정치인들의 허상에 대해 비판해왔던 김경률, 민 경우 이런 분들도 있고 보육원 출신 또 청년활동가도 있고 노인 의료 전문가, 예체능 전문가. 사회적 약자들을 도왔던 분들 이렇게 했는데 구성을 굉장히 잘했다 싶고 이게 민심이다. 지금 상황에서 이 정도 다양하게 젊은 사람들, 활동적인 사람들을 구성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호평했다.

이 뿐 아니라 한 위원장은 이날 첫 비대위 회의에서 사무총장과 여의도연구원장도 새로이 임명한다고 밝혔는데, 공천관리위원회에 참여하고 총선 실무도 담당하는 요직인 사무총장에는 주호영·윤재옥 체제에서 원내대변인을 맡았으며 충남이 지역구인 초선의 장동혁 의원을 임명했고,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는 홍영림 전 조선일보 여론조사 전문기자를 임명했다.

무엇보다 집권여당 사무총장직을 초선 의원이 맡게 된 것은 ‘파격 인선’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한 위원장은 인선 이유에 대해 “행정, 사법, 입법 모두 경험했고 국민 삶과 밀접한 교육공무원까지 지낸 바 있다. 오랜 기간 법관으로 지내며 법과 원칙에 대한 기준을 지켜온 분으로 우리 당이 원칙과 기준을 지키며 승리하는 데 큰 도움을 주실 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홍 전 기자를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임명한 데 대해 한 위원장은 “여연은 우리 당에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와 같은 보배로 총선에서 승리하고 국민들께서 확실히 우리를 믿을 수 있는, 실력 있는 보수집단으로 보기 위해선 여연이 전문조직으로 더 발전하는 게 필요해 그동안 원장을 의원들이 해온 관행을 벗어나 전문가를 모셨다”며 “홍 전 기자는 대우경제연구소를 거쳐 조선일보에 입사해 30여년간 여론조사와 통계 분석을 담당한 국내에서 사실상 유일한 여론조사 전문기자로, 당 정책과 조사에 새 활력을 불러일으켜 줄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특히 그는 “과거 우리 당을 지지하지 않았던 반대자들조차 여연의 분석과 조사에 대해선 수긍했는데 저희는 그 이상의 객관성과 정확도, 분석의 퀄리티 같은 여의도연구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이밖에 새 지도부의 ‘입’ 역할을 할 비대위 대변인으로는 지난 19일 당 인재영입위원회 영입 인재로 나온 호준석 전 YTN 앵커가 내정됐고,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의 경우 이날 박 수석대변인이 “당헌·당규가 바뀌어서 공관위가 1월 10일 전까지 출범해야 해 물리적으로 보면 다음 주 초에 가시적 명단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 지도부 바뀌자 일주일 만에 후원금 7억 넘어…한동훈 효과, 왜?

29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자신은 가장자리에 선 채 비대위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29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자신은 가장자리에 선 채 비대위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중앙당후원회는 29일 “국민 여러분께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의에 대한 기대와 응원의 마음을 담아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지명된 지난 12월21일부터 28일까지 총 7억2040만원의 국민후원금을 기부해주셨다”고 밝혔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당으로 후원금을 기부하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며 새로 들어선 지도부에 대한 기대가 높은 상황임을 전했다.

심지어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에 임명된 이후인 지난 27~28일 양일간엔 5억 7843만원이 모여 1일 평균 모금액이 2억 8921만원이었는데, 이는 비대위원장 임명 이전인 12월 1일부터 20일까지의 일 평균 모금액 465만원의 62배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앞서 이만희 사무총장은 지난 27일 “한동훈 비대위 출범에 대한 전폭적 지지와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국민여러분께서 보내주신 소중한 후원금은 국민의힘이 반드시 실천해야 할 서민과 약자를 돕는 정책 개발에 전액 사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기대 속에 한 위원장도 처음 주재한 이날 비대위 회의 모두발언에서 기존 정치권과 다른 자신만의 스타일을 재차 드러내며 이목을 끌었는데, 주요 당직 인선을 소개한 직후 그는 “농구 좋아하십니까. 농구에선 피벗 플레이라는 것을 하잖아요”라며 농구에서 공을 잡은 선수가 한 발은 바닥에 딛고 다른 쪽 발만 옮기면서 경기하는 규칙인 ‘피벗 플레이’를 언급한 뒤 “우리는 동료시민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이기기 위해 모였지만 그 과정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전략을 다 동원해야 하고, 그럼에도 한 발은 반드시 공공선, 공동의 선이라는 명분과 원칙에서 떼지 않겠다는 약속, 피벗 플레이를 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두 발을 다 떼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플레이를 하면 우리가 민주당과 다를 게 없어질 것이다. 우리 사회의 격에 맞는 명분과 원칙을 지키면서도 이기겠다는 결심이 오히려 우리를 승리하게 할 것”이라고 역설했으며 총선 공천을 앞두고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에도 선을 그으려는 듯 “우리 내부에서 궁중암투와 합종연횡하듯 사극을 찍거나 삼국지 정치를 하자 말자. 사극은 어차피 늘 최수종씨의 것”이라고 비정치인 출신다운 참신한 표현으로 당부하기도 했다.

또 윤재옥 원내대표를 소개할 때는 한 위원장 스스로 가장 감명 깊게 읽었다고 밝혔던 미국 소설가 허먼 멜빌의 ‘모비딕’ 내용을 인용해 “제가 좋아하는 책 구절 중 ‘고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 내 배에 태우지 않겠다’는 말이 있는데 그 구절을 읽을 때마다 떠오르는 분이다. 이분의 신중함과 판단력, 결단을 저는 전적으로 의지하겠다”고 밝혔으며 비대위원 중 유일한 현역의원인 김예지 의원을 소개할 때도 “제가 정치경험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정치 경험 없는 저를 (김 의원의 안내견인) 조이와 함께 잘 이끌어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하는 등 자신이 비정치인 출신이란 데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단독 지휘’가 아니란 점도 거듭 강조했다.

그래선지 박정하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이날 기념사진을 찍을 때도 비대위원들을 중심에 두고 자신과 윤 원내대표는 양쪽 가장자리에 서자고 제안해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공공성과 공동선을 추구하는 행동 모두가 정치고 여기 있는 비정치인 위원들은 평생 그 정치를 해온 분들이다. 진짜 정치를 국민들에게 보여드리고 그 과실을 국민들에게 돌려드리기 위해 노력하자”고 당부했고, 비공개 회의에선 허심탄회하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자는 열린 모습도 보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 이재명 만난 韓 “국민 위한 정치란 공통점 보고 대화 많이 하자”

29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로 찾아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좌)를 예방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우). 사진 / 이훈 기자
29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로 찾아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좌)를 예방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우). 사진 / 이훈 기자

아울러 한 위원장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이날 제1야당인 민주당을 이끄는 이재명 대표에게도 찾아가 인사를 나누면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및 선거제 개편을 조속히 처리하기 위해 서로 협조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는데, 이 자리에서 한 위원장은 “여당과 야당을 이끄는 대표로서 서로 다른 점도 있겠지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공통점을 더 크게 보고 건설적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으며 회동 뒤엔 기자들과 만나 “국민에게, 상생에 도움이 되는 효율적 정치를 하자는 말씀을 나눴다. 결정해야 될 부분들, 선거제도라든가 이런 부분에 대해선 서로 무용한 힘겨루기나 감정싸움 말고 저랑 둘이 신속히 결정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또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한 위원장과 이 대표 간 상견례 뒤 “이태원 특별법과 선거제 관련해 잘 처리하게 여야가 협조하고 두 분의 대표님과 비대위원장께서 빨리 정리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말씀이 있었다. 보상 관련해선 양당 간 이견이 없지만 (우리 당이 보기에) 조사위 범위와 방식에 대해 법상 문제가 있어 유족들이 최대한 추위에서 고생 안 하게 양당이 중재안을 얘기해보자, 빨리 해결해보자는 취지로 말씀했고 현안이 생긴다면 여야 간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다는 분위기는 있었다”고 한 목소리로 회동 결과를 전했다.

다만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동에 대해 “덕담 주고받는 자리였다”며 쌍특검법 수용이나 전세사기 특별법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는데, 비대위 공식 출범 전부터 이 대표를 강도 높게 직격해온 한 위원장이 극한 대치 국면인 현재의 여야 상황을 앞으로 어떻게 풀어갈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신년을 앞두고 일단 지도부 구성을 매듭지은 한 위원장은 새해 바로 다음 날인 내년 1월2일부터 오전엔 대전시당, 오후엔 대구시당 신년인사회 등 잇따라 현장 행보에도 나설 예정인데 선거 때마다 스윙보터로 꼽히는 ‘중원’인 충청권을 직접 찾아가고 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 민심도 다잡아 중도와 보수 표심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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