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신임 사장, 취임하자마자 인적 개편 등 경영 혁신 단행 예고
박민 “위기 원인은 내부에···재창조 수준의 개혁 주저하지 않을 것”
하차한 방송인에 KBS 언론노조까지 들썩이며 반발 “방송법 위반”
MBC제3노조도 가세하며 MBC 경영진 향해 경고 “그 만행 잊었나”
박민 ‘방송개혁’ 추진 고리로 민주당도 반발, 릴레이 피케팅 돌입까지
여야, 언론·방송 문제 놓고 신경전 치열···홍익표 “與의 KBS 점령 작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박민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임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좌), 박민 KBS 신임 사장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KBS 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중),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우). 사진 / ⓒ뉴시스(좌,중), 시사포커스DB(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박민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임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좌), 박민 KBS 신임 사장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KBS 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중),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우). 사진 / ⓒ뉴시스(좌,중), 시사포커스DB(우)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지난 12일에 임명된 박민 한국방송공사(KBS) 신임 사장이 취임 첫날 과제로 ‘뉴스 앵커’를 비롯해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를 전면 교체한 데 이어 KBS가 경영 정상화를 이룰 때까지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임금을 30% 삭감 조치하고 직원들의 명예퇴직 활성화 등 대대적인 경영 혁신을 단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야권과 언론노조에서는 파격적인 공영방송 개편 움직임에 당황해하며 즉각 반발하고 나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 새로 취임한 박민 사장 “전례 없는 재정 위기에 직면”, 대국민 사과까지

앞서 지난 12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안이 재가된 박민 신임 KBS 사장은 전날(13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KBS는 수신료 분리 징수, 2TV 재허가, 예산 지원 삭감 등 전례 없는 재정 위기에 직면해 있고, 그 위기의 원인은 내부에 있다”고 꼬집으면서 “재창조 수준의 조직 통·폐합과 인력 재배치를 주저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강도 높은 개혁에 나설 것을 예고했었다.

특히 박 사장은 “KBS가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상실했다고 지적받고, 공정과 공익과 공영의 가치보다 정파성과 정실주의를 앞세운다는 얘기도 듣는다”고 안타까워하면서 “우선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재확립해야 한다. 국민이 사회 이슈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하고 편견 없는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그는 “지난 10여 년간 미디어 시장은 파괴적 변화를 거듭해왔지만 KBS는 충분한 대비를 하지 못했다. 국내 주요 지상파들조차 제작 시스템을 혁신하고 변화를 꾀했지만 KBS는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하면서 일부 정치적 이념 성향에 치우친 일부 언론인들을 겨냥해 “공영방송을 개인이나 집단의 이념이나 소신을 실현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분은 앞으로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박 사장은 당일 취임과 동시에 주요 뉴스 앵커 교체와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교체 등의 대부분의 프로그램에 대한 전면적인 인적 개편을 단행했고, 이밖에도 본부장·센터장·국장급 주요 간부 72명에 대한 인사 발령 조치를 내렸다.

이에 더해 박 사장은 취임 이틀째 날인 오늘(14일) KBS아트홀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 KBS가 ▲고(故) 장자연씨에 대한 윤지오씨의 허위 주장 방송 ▲검언유착 오보 ▲오세훈 서울시장 생태탕 집중보도 ▲대장동 김만배 가짜인터뷰 보도 등의 일부 불공정 편파방송 사례를 나열하면서 공영방송으로서 신뢰를 잃은 것에 대한 대국민 사과에 나섰고, 향후 보도 공정성 위반에 대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박민 KBS 신임 사장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아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불공정 편파 보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진 / ⓒ뉴시스
박민 KBS 신임 사장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아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불공정 편파 보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진 / ⓒ뉴시스

또한 경영 혁신에 대해서도 “국민의 신뢰 상실로 수신료 분리징수를 하게 됐는데, 기존 경영방식으로는 이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없다”며 경영 정상화까지 임원 임금 30% 삭감 방침과 함께 “명예퇴직을 확대 실시해서 역삼각형의 비효율적 인력 구조를 개선하겠다. 그럼에도 인력 운용의 효율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는 구조 조정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하차 방송인에 KBS 언론노조까지 즉각 반발···전운 도는 방송계, MBC도 ‘영향권’

다만 사전 공지 없이 돌연 하차를 통보받은 방송인들은 황당해하며 반발에 나선 모습이었는데, 실제로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나꼼수’(나는 꼼수다) 출신의 주진우씨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오전 KBS에서 이제 회사에 오지 말라는, 방송을 그만두라는 연락을 받았다. 잘린 거다”며 “오늘은 머리가 어지럽고 가슴이 떨려서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곧 저의 입장을 전하도록 하겠다. 국민의 방송이 박민의 방송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도”라고 덧붙여 사실상 반격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KBS 언론노조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는데, 이들은 사측이 제작진과 어떠한 논의도 없이 편성을 삭제하고, 방송 하루 전에 앵커에게 하차를 통보하는 것은 편성 규약과 단체협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박 사장 체제와 보직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다. 해당 행위를 한 보직자들에 대해 방송법 위반과 단체협약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할 것이다”며 “또 편성 삭제 및 진행자 교체와 관련해 사측에 긴급 공정방송추진위원회를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KBS가 대대적으로 불공정 편파 방송에 대해 사과하고 경영 혁신에 나서겠다고 발표하여 방송계 전반으로 그 파장이 번지는 듯한 분위기도 엿보였는데, 실제로 MBC제3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어제 KBS사장 교체에 따른 KBS 내부 인사와 진행자 교체 문제를 MBC가 뉴스데스크에서 예고없이 전격이라며 비중있게 보도했는데, 적어도 MBC가 할 말은 아니지 않느냐”며 “MBC의 언노련 조합원들이 KBS의 앵커 교체에 화가 나는가. 설마 그 만행을 잊은 건가”라고 쏘아붙이며 MBC 경영진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MBC제3노조는 “혹자는 참 비인간적이고 후진적이라고 혀를 찰 법하지만,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토양이 왜 이렇게 비인간적이고 척박해졌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 KBS의 전격적인 인사는 MBC에서 보고 배운 것 아닌가. 제 허물은 생각도 못 하고 KBS 인사를 비판하는 MBC뉴스. 역시나 내로남불, 웃기는 코미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박민 사장 ‘방송 개혁’ 돌진에 당황하는 민주당, 릴레이 피케팅 돌입까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좌)와 릴레이 피케팅 1인 시위에 나선 조승래 민주당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좌), ⓒ뉴시스(우)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좌)와 릴레이 피케팅 1인 시위에 나선 조승래 민주당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좌), ⓒ뉴시스(우)

한편 여야의 정치권에서도 박 사장의 방송개혁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운 분위기가 역력해 보였는데,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박민 사장이 취임과 동시에 KBS TV 9시 뉴스와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등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앵커와 진행자가 시청자한테 인사도 못하고 그대로 교체됐는데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없었다”며 “박민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KBS 점령 작전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 같다. 진짜 군사 쿠데타를 방불케 한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홍 원내대표는 “진행자가 무슨 불법 행위를 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를 제외하곤 이런 경우가 없다”며 “정권의 낙하산 사장이라고 오직 정권에 충실하며 KBS를 이렇게 무참하게 유린해도 괜찮다는 것인가”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홍 원내대표는 “방송은 국민의 것이지 권력의 것이 아니다. 박민 사장은 지금이라도 그만두는 게 자신한테 좋을 것”이라고 압박하면서 “당장은 자신의 권력, 방송 장악 시나리오가 성공하는 것 같지만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다. 법적, 정치적 책임은 물론이고 역사적 심판을 반드시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군다나 같은당 이탄희 의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백번을 양보하더라도, 프로그램 폐지가 이렇게 즉흥적으로 할 일이냐. 도대체 KBS는 아무런 내부 절차도 검토도 없이 사장 한마디로 좌지우지되는 방송사이냐”라고 따져 물으면서 “윤석열 정부도 즉흥적인 ‘날림정책'’으로 나라 기능을 엉망으로 만들더니, 이런 식이면 ‘정권 낙하산’ 사장도 KBS를 엉망으로 만들 것이 뻔해 보인다”고 비판하며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심판할 이유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렇듯 민주당 측에서는 KBS 신임 사장의 방송 개혁에 대해 일제히 못마땅해하면서 이를 고리로 하여 급기야 오늘부터 오는 29일까지 하루 2시간씩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저지를 위한 릴레이 피케팅에 돌입한다고 밝히며 강경 대응에 나선 모습까지 보여줬다.

피케팅 첫날인 오늘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과 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민정 의원이 1인 시위에 나섰는데, 민주당 측은 이번 릴레이 시위에 나선 것에 대해 “윤석열 정권의 언론탄압을 규탄하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탄핵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1위 시위에 나선 조승래 의원은 이동관 방통위원장을 향해 “방송장악 언론장악 기술자”라고 맹비난했으며, 고민정 의원도 “언론장악의 선봉장인 이 위원장 탄핵을 통해 윤 정권의 그릇된 언론관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민주당 반발에 맞대응 펼치는 국힘, 박성중 “가짜뉴스는 현존하는 위협”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반면 국회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이 이동관 방통위원장 꼼수 탄핵 시도가 잠시 불발되자 이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압박하고 있다”면서 “민노총 하수인으로 전락한 민주당은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 시도와 방심위 압박을 당장 중단하라”고 비판하며 맞대응을 펼쳤다.

더욱이 박 의원은 “전날 민주당 의원들(조승래·민형배·장경태·허숙정)이 방심위의 가짜뉴스 심의의결 등을 문제 삼으려 방심위를 무작정 찾아갔는데, 이는 대선공작 뉴스타파의 가짜뉴스를 인용 보도한 방송사 관련 과징금 조치 의결 전체회의를 불과 1시간 30분 앞둔 상황이었다”고 짚으면서 “전체회의 직전에 기습 방문한 민주당의 행태는 방통위설치법 제18조에따라 법정 독립기구인 방심위에 압박을 가한 것이며, 중립적·독립적이어야 할 방심 위원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지우게 하려는 정치적 의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박 의원은 “방심위가 심의하려는 가짜뉴스는 현존하는 위협인데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가짜뉴스 정의가 없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하며, 국기문란 행위를 저지른 뉴스타파와 민노총 언론노조가 장악한 MBC 등의 비호에만 열을 올리고 있고, 심지어 방통위 예산을 50% 삭감한다며 압박을 가해서 방심위가 가짜뉴스를 심의하지 못하게 하려는 아전인수(我田引水), 곡학아세(曲學阿世)적 간악한 주장을 서슴없이 내뱉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민주당은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과 방심위를 압박하는 저열한 행태를 즉각 중단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대립각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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