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빅텐트’ 신당, 총선 변수 돼
‘李 신당’, TK서 국민의힘·민주당에 오차범위 내 우세
윤상현 “수도권에서 엄청난 파괴력...국힘 낙선에 결정적”
홍준표 “국민의힘 지도부는 무지하고 태평스러워”
유승민 “같이 갈 수 있는 가능성은 늘 열려 있어”
野 “이준석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선거에 활용할 것”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달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용기와 결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 이 훈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달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용기와 결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 이 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정권을 향해 반성을 촉구해온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당 창당’에 대해 본격 구상을 밝히면서 내달 결행 가능성을 열어둬 내년 총선 주요 변수로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은 채 뜻만 맞으면 함께 하는 ‘빅텐트’를 염두에 두고 있어 여야를 막론하고 이 전 대표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경시 못할 이준석 신당 ‘위력’…“수도권 與 낙선에 결정적 역할할 것”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정치권 일각에선 신당이 총선에 미칠 영향력을 높이 평가하거나 심지어 신당에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데, 일찍이 ‘수도권 위기론’을 역설해온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2일 오후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나와 “이준석-유승민 신당이 만약 이뤄지면 수도권에서 엄청난 파괴력이 있다. 소위 국민의힘 후보 낙선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록 윤 의원은 “룰도 있고 조직도 있어야 되는데 신당이라는 게 쉽게 이루어지는 건 아니꼬 보수우파 진영에서 배신자 프레임이 씌워질 것을 (이 전 대표) 본인도 알 것”이라며 “그래서 신당이 차려지더라도 절대 한 자리 수 이상 넘기가 어려울 것이고 그럴 바에야 TK 무소속으로 나가는 그런 걸 할 거라고 개인적으로 예측한다”고 덧붙였으나 적어도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선거 판세에 신당이 미칠 영향은 ‘파괴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윤 의원과 마찬가지로 홍준표 대구시장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대표가) 만신창이 되어 공천 받아 본들 홀로 고군분투 하다가 낙선할 게 뻔하고 유승민도 못해본 당 대표를 자력으로 넘어섰다. 비례정당만 만들어도 내년에 정의당보다 의석수가 많을 거고 나아가 차기 대선의 캐스팅보트도 쥘 수 있는데 영악하고 한 맺힌 이준석이 그걸 모를까”라며 “하다못해 수도권에서 이정희 역할까지 노리는데 참 국민의힘 지도부는 무지하고 태평스럽다. 한번 가출했던 사람이 두 번은 하지 않는다는 보장 있나”라고 입장을 내놨다.

이 역시 이준석 신당이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승패 여부에 미칠 영향이 상당한데도 그 파괴력을 여당 지도부가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풀이되는데, 한 발 더 나아가 유승민 전 의원은 3일 YTN ‘뉴스라이브’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와 함께 당을 만들 가능성도 선택지 중 있나’란 진행자의 질문에 “이 대표 본인도 아직 결론을 못 내린 것 같다”면서도 “같이 갈 수 있는 가능성은 늘 열려 있다. 본인이 열심히 고민해 결론 내는 시점이 오면 당연히 같이(할 수 있다). 적당한 시기에 대화할 수 있지 않겠나, 뜻을 서로 확인할 수 있지 않겠나 싶다”고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 사진 / 이강산 기자
유승민 전 의원. 사진 / 이강산 기자

그러면서도 유 전 의원은 내년 총선과 관련해선 “대구에서 나갈 생각은 조금도 없고 출마한다면 수도권”이라며 “출마하느냐, 하지 않느냐 여부부터 제가 이 당에 남아 있느냐, 떠날 거냐까지 모든 게 열려 있다”고 여전히 여지를 두는 자세를 취했는데, 이 전 대표 역시 전날 채널A ‘라디오쇼 – 정치시그널’에 나와 신당 창당 가능성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아직 여지는 남겨둔 듯 “당이 제대로 변하지 않으면 100%”라고 조건을 걸었다.

◆ 스펙트럼 넓힌 이준석 “다르다고 배제 안 해…보수·진보 안 얽매여”

다만 국민의힘이 변화될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본 이 전 대표는 자신에게 서울 노원병 공천을 주는 데 대해서도 “노원병 전략공천을 주고 떨어뜨리겠다는 말을 중진의원들이 민주당 의원에게 했는데 이준석을 노원병 나가게 해서 떨어뜨리자는 것은 굉장히 사악한 목표다. 여기에 동조할 이유가 있나”라고 선을 긋는 한편 “12월에 특정한 날짜를 고민하고 있는 날짜가 있다”고 결단 시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이 전 대표는 ‘비명, 비윤 모두를 포함하는 빅텐트를 구상 중인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하나라도 다르다고 배제하지 않겠다. 조금이라도 비슷한 점을 찾아 같이 정치할 사람을 찾지 않을까”라며 민주당 출신까지 함께 하는 ‘빅텐트 신당’ 가능성까지 열어둬 어떤 형태로든 총선에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심지어 그는 3일 공개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선 한층 구체적인 입장을 내놨는데, 신당과 관련 “계속 카운트다운이 들어가고 있다. 변수는 윤 대통령이 어디까지 실정을 반복하느냐인데 한심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행동하겠다”며 “하기로 결심하면 무조건 대통령 후보를 낼 수 있고 정권을 가져오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수권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보수냐, 진보냐에 얽매일 이유는 없어 보이고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것”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여기에 민주당 역시 이 전 대표가 결국 신당 창당에 나설 것으로 관측했는데, 김영진 의원은 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준석-유승민 신당’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이준석 신당에 대한 가상 여론조사를 하게 되면 한 15~17% 사이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고 특히 청년층이라든지 대구·경북, 수도권의 비판적인 보수층에서 올바른 보수 정치의 길에 대한 고민들이 있다고 본다”며 “중도 보수에선 이준석에 대한 소구력이 강하고, 또 제가 보기에 이준석의 정치가 나름대로 2024년 트렌드에 맞기 때문에 보수정치의 분열이 있을 것 같다. 이준석은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피플네트웍스리서치가 뉴데일리 의뢰로 지난달 30~31일 전국 유권자 1066명에 실시한 ‘이준석-유승민 신당이 창당된다면 어느 정당을 지지하겠느냐’는 여론조사(95%신뢰수준±3.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21.1%가 ‘이준석-유승민 신당’을 선택한 것으로 나왔으며 민주당은 35.4%, 국민의힘은 32.2%로 나왔고 특히 국민의힘 핵심 지지기반이기도 한 대구·경북에선 ‘이준석-유승민 신당’을 택한 비율이 30.1%로 나와 국민의힘(29.8%)과 민주당(27.6%)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이는 이준석 신당이 수도권에나 파괴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던 이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적 결과인데, 그래선지 이 전 대표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뻐꾸기와 비만 고양이들에 대해 질타했을 뿐인데 TK에서 움직임이 있다니 다행”이라며 해당 여론조사 관련 기사를 함께 올리기도 했고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역시 이 전 대표의 부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자세를 한껏 낮춰 서로 만나자는 러브콜을 계속 보내고 있다.

◆ 최재형까지 등장시킨 인요한 혁신위…‘李 마음 돌리기’ 성공할까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좌)이 3일 오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제3차 회의에 참석해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함께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좌)이 3일 오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제3차 회의에 참석해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함께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특히 인 위원장은 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내게 오는 문자의 절반 이상은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를 내치라는 것이다. 어제 조찬기도회를 갔는데 거기서도 ‘그렇게 포용하지 말고 깨끗하게 척결하고 가라’고 하더라”라고 밝히면서도 이 전 대표를 향해 “허락만 하면 만났으면 좋겠다. 내 스승”이라고 적극 러브콜을 보내 자신의 진정성을 호소했고, 유 전 의원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누구를 만나 방향을 잡는 것은 하지 않은 것 같더라”라고 일축했다.

급기야 이날 오후 ‘2호 혁신안’을 내놓기 위해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는 이 전 대표 시절 당 혁신위원장을 맡은 바 있는 최재형 의원이 강연자로 깜짝 참석해 이 역시 이 전 대표를 설득하려는 인 위원장의 우회적인 러브콜로 비쳐졌는데, 인 위원장은 직접 최 의원을 소개하면서 “전 혁신위를 맡으셨기 때문에 어떤 일은 성공적이었고 아쉬웠는지 우리가 배우고 싶다”고 말했고 최 의원도 지난해 혁신위가 출범한 배경과 혁신위에서 내놓은 혁신안들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날 회의 뒤 인 위원장은 “당 지도부 및 중진 의원들,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수도권 지역의 어려운 곳에서 출마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그간 이 전 대표가 비판해온 김기현 체제를 비롯해 소위 ‘윤핵관’들까지 겨눈 과감한 요구를 했는데, 최 의원도 혁신위 강연 뒤 기자들과 만나 “혁신안을 당 지도부가 전폭적으로 수용하는 게 맞다”고 한 목소리로 ‘친윤’ 지도부를 압박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당만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배후에 있는 실권자인 윤 대통령의 변화를 촉구해왔기에 윤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선 온도차가 있는 인 위원장이 아무리 당 혁신 행보를 보인다 해도 그의 러브콜을 이 전 대표가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 대표가 아직 국민의힘 탈당을 확정짓지는 않은 만큼 일단 인 위원장의 ‘친윤 물갈이’ 격 주문에 현 지도부가 어떻게 반응할지를 확인한 뒤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앞서 3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오히려 “이 전 대표가 탈당해서 신당을 만들 것이냐, 지금 그 가능성은 제로라고 본다. 이 전 대표는 탈당해서 살아서 나중에 또 국민의힘 다시 돌아와야 되는데 이게 아주 지난한 과정”이라며 “공천을 못 받으면 (탈당) 할 수도 있으나 지금 징계가 취소되고 공천까지 가는 거란 말이다. 그럼 유승민 전 의원도 가는 건데 이준석 변수에 유 전 의원이 묶여 있는 세트”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 전 수석은 “아마 이 전 대표는 공천이 최종 목적이 아니라 최소한 국민의힘에 비중 있게 복귀하는 것이다. 공천을 준다는 의미는 선거대책위원장이나 이런 급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는 것”이라며 “탈당 안 하고 징계 취소하고 공천 주고 이러면 벽을 다 허무는 건데 그러면 국민의힘 입장에서 이준석 공동선대위원장 한다. 선거 이기기 위해 이준석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이 전 대표에게 당선 가능성 높은 대구로 공천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 전 대표를 끌어안기 위한 국민의힘의 통합 노력이 그 수준까지 이를 것인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