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서울 출마’ 정치 행보에 촉각 세운 여야 중진 의원들, 왜?
하태경 “3번 당선, 이제는 갚을 때···이왕 할 거면 화끈하게 할 생각”
이준석 “제2·제3 하태경 안 나올 것, 與의원들은 북상하는 것 싫어해”
장예찬 “중진들의 헌신, 충분히 릴레이처럼 이어지리라 기대하고 있어”
민주당 김두관 “우리도 기득권 내려놓고 혁신 경쟁에 뒤처져서는 안돼”
중진 험지 출마론, 되려 비윤·비명 등 비주류 세력 정리 수단으로 악용?

(왼쪽부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부산 해운대갑 3선의 중진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서울 출마를 선언하면서 여야 중진 의원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론에 파란을 불러올 것인지 그 파장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 하태경, 서울 출마 선언 “與 총선 승리 위해 저의 기득권 내려 놓겠다”

앞서 하 의원은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총선에서 제 고향 해운대를 떠나 서울에서 도전하겠다”며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를 위해 저의 정치적 기득권을 내려 놓겠다”고 선언하여 중진 의원 험지 출마론에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간 자신들의 진영인 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당선되어 국회의원직을 역임해 왔던 중진 의원들을 향해 험지 출마의 필요성과 요구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었지만, 대부분의 중진들은 불확실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선뜻 나서지 못하고 몸을 사려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하태경 의원은 중진 의원들 가운데 최초로 험지 출마를 선언하면서 “내년 집권 3년 차를 맞는 윤석열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려면 22대 총선에서의 승리가 절실하다. 국정에 무한 책임이 있는 집권당부터 변화해야 한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정을 이끌 것이라는 믿음을 드려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하 의원은 서울 출마 결심 배경에 대해 “재선의원 시절 동일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 법안을 공동 발의한 바 있고,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신인 정치인들이 많이 들어와야 정치도 발전할 수 있다”며 “작은 실천이 집권 여당의 책임정치 회복과 우리 당 총선 승리의 밀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었다.

아울러 그는 10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서도 “개인적으로 영남권에서 세 번 정도 했으면 당에 큰 은혜를 입은 것이고, 이제 갚을 때가 됐다고 봤다”며 “부산에서 세 번 했으면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왕 할 거면 (서울에서 험지로) 화끈하게 할 생각”이라고 험지 출마에 대한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더욱이 하 의원은 “서울 출마 선언 이후 10군 데 이상 지역구에서 오라고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명분·흥행·승산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그러면서도 그는 “다만 특정 지역을 지금 이야기하기에는 조심스럽다. 해당 지역의 당협위원장도 계시고, 또 출마 예정이신 분들도 있다”고 우려를 표하면서 지역구에 대해서는 다소 말을 아꼈다.

◆ 하태경 험지 출마 선언에 유상범 “큰 결단 한 것, 자객 공천 지역 갈 수도”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반면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서울 지역 출마를 선언한 하 의원에 대해 ‘자객 공천’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듯한 발언도 하여 눈길을 끌었는데, 유 수석대변인은 “하 의원은 본인 말대로 4선이 보장돼 있는 지역구를 버리고 서울로 올 때는 강남 3구가 아닌 험지에 출마하는 것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고, 본인 입장에서는 큰 결단을 한 것”이라고 높이 평가하면서 “하 의원은 험지 중에서 소위 의미 있는, 굉장히 우리가 자객 공천하고 싶은 그런 곳을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에 더해 유 수석대변인은 “서울에서는 워낙 유명한 사람이 몇 명 있지 않는가. 정청래 의원(서울 마포을)도 있고, 그런 여러 몇몇 지역에서 필요하다면 자객 공천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라며 “현재 당에서는 수도권 공천에는 ‘도전정신’이라는 원칙을 정했는데, ▲도덕성 ▲전문성 ▲국가정체성 ▲신선함 이 네 가지 원칙을 갖고 현재 지도부에서 국민적으로 환영받을 수 있는 인물들에 대해 다각적인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유 수석대변인은 모든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는데, 그는 “지역구를 변경한다고 했을 때 다른 지역구에 가서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면 지역구 변경이 큰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소위 말해서 쉽게 공천될 수 있는 지역구를 버리고 다른 지역에 갔는데 그 사람이 진다면 중진 의원이 가진 역량을 활용하지 못하고 사실 사장시켜 버리는 결과가 나온다”면서 사실상 하 의원이 띄운 ‘중진 험지 출마론’에 확대 해석에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엿보였다.

무엇보다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부산 지역에서 높은 득표율을 보이며 당선됐던 하 의원이 기득권을 버리고 서울 험지로 도전장을 내민 정치 행보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관측했는데, 즉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야당보다 발 빠르게 정치 혁신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분명 개인적으로나 당 차원으로나 정치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것이라고 풀이된다.

◆ 하태경 험지 출마 선언, 다른 중진 의원에게도 영향 미칠까?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내년 총선이 점점 다가오면서 윤석열 정부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집권 여당으로서는 반드시 승리해야만 하는 선거이며, 총선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결국 수도권에서 얼마나 자리를 차지하느냐가 관건인 것인데, 현재 국민의힘은 서울(49석) 지역은 9명, 경기(57석) 지역은 6명, 인천(13석) 지역 2명으로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 수는 매우 저조한 상황이기에 당내 중진 의원들도 하 의원의 험지 출마 선언에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엿보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서울 강서구 방화근린공원 거리 유세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에 대해 “하 의원이 내린 결단은 우리 당에 앞으로 공천과 선거와 관련해 새로운 희망, 우리 당의 혁신 의지를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극찬한 바 있기에, 영남권에 포진해 있는 3선 이상의 중진들은 사실상 하 의원이 쏘아 올린 ‘중진 험지 출마론’에 대해 향후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진 형국이 된 것이다.

그렇지만 하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이 다른 영남권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 결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분석도 잇따랐는데, 실제로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제2, 제3의 하태경은 안 나올 것이다. 국민의힘 다른 영남 의원들은 아무도 안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은 본질적으로 북한을 싫어하기 때문에 지역구를 조금이라도 북쪽으로 가져가는 걸 싫어한다”며 “강남 사람 절대 강북 출마 안 하고, 영남 사람은 절대 수도권 출마 안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그는 “북상해서 잘 된 케이스가 별로 없다”며 “옛날에 김재원 전 최고위원도 본인이 공천 못 받을 상황 되니까, 북상을 해 가지고 중랑구까지 왔었는데, 그 결과 경선에서 지고 그냥 끝났다. 또 지금 여의도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박수영 의원도 수원에서 31% 받고 부산으로 따뜻한데 찾아갔잖는가. 다들 남쪽으로 가고 싶어하지, 북상하기는 싫어한다”고 부연했다.

뿐만 아니라 이 전 대표는 하 의원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이번 험지 도전 선언으로 당내 입지가 강화된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하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도 득이 되는 것이고, 낙선한다고 해도 그다음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선거 후보군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또 다른 큰 길도 열리게 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여야 정치권, 중진 의원들 향한 ‘험지 출마’ 압박 목소리도 솔솔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좌)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우). 시사포커스DB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좌)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우). 시사포커스DB

한편 하 의원이 띄운 ‘중진 의원 험지 출마론’으로 인해 여야의 중진들을 향한 압박의 눈초리도 시작되는 형국이었는데, 실제로 이날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하여 “하 의원의 이러한 결단과 헌신이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마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제2, 제3의 하태경 같은 우리 당 중진들의 헌신이 충분히 릴레이처럼 이어지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최고위원은 “아직 총선까지 시간적 여유가 조금 남아 있는 상태에서 하 의원이 이렇게 먼저 스스로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준 좋은 선례”라고 극찬하면서 “이런 흐름들이 이어진다면 지난번과는 다르게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개혁과 쇄신하기 위해서 이렇게 노력하고 있구나라고 좋은 점수를 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말해 사실상 중진 의원들을 압박했다.

아울러 야권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하 의원의 험지 출마 선언에 대해 높게 평가하면서 민주당도 혁신 경쟁에서 뒤쳐져서는 안된다는 경고음에 내고 나섰는데, 실제로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이날 같은 방송에 출연하여 “하 의원은 국민의힘 텃밭이고 굉장히 보수세에 강한 부산 해운대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상당히 잘 알려진 중진인데, 이런 분의 서울 출마 선언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당을 향해 우려를 표했다.

김 의원은 “국민들의 시각에서 볼 때 하 의원의 서울 험지 출마는 굉장히 변화하고 정치적 희생으로 익힐 공산이 커서, 우리 민주당 중진들의 보신주의에 대해서 국민들이 좋지 않은 시각을 갖게 될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기득권을 내려놓고 혁신 경쟁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홍익표 원내대표가 서울 성동에서 서초을 출마로 결단을 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3선 이상, 다선 의원들이 험지인 충청이나 영남으로 옮겨서라도 당에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김부겸 전 국무총리나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같은 분들이 (민주당 내에서) 쏟아져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나아가 김 의원은 “내년 총선이나 2027년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혁신 공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초‧재선 의원이라도 당에 물의를 일으킨 의원들은 교체하는 게 맞고 시대감각에 맞고 정치력이 있는 청년 인재를 대거 발탁해야 된다. 또 호남도 대대적으로 핵심 공천을 해야 내년 총선에 승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 하태경發 중진 의원 험지 출마론, 비주류 세력 의원에게 독 될수도?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하 의원의 중진 험지 출마론이 자칫 비윤(비윤석열)과 비명(비이재명)의 비주류 의원들에게 ‘공천권 횡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솔솔 흘러 나왔는데, 즉 정치권에서 자신의 진영에 쓴소리꾼 역할을 해 온 비주류 의원들에게만 ‘험지 출마론’을 강요 당할 수 있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인 것이며 다시 말해 당내 눈엣가시로 평가되어 오던 의원들의 정리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실제로 비명계로 분류되는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중진 의원 험지 출마론이 비명계 의원 정리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충분히 가능하다”며 “혁신 회의는 그전부터 이런 주장을 해 왔는데, 원외 인사들이 이렇게 똘똘 뭉쳐서 현 지도부와 완전히 밀착돼있는 그런 행태는 지금 본 적이 없다. 어쨌든 중진 험지론이 됐든 수박 축출론이 됐든 현직을 자꾸 빼내야 룸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씁쓸함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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