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안 국회 통과, 여야 어느 쪽이 더 정치적으로 불리할까?
조정훈 “野엔 어마어마한 기회가, 與엔 상상도 못 할 위기가 온 것”
‘이재명 없는 민주당’에 위기론 수면 위로, 김웅 “어려워지는 건 우리”
李 가결되자 ‘민생·경제’ 앞세우면서 방향 전환 나선 국민의힘 지도부
양극단의 대치 상황 있는 여야 때리고 나선 홍준표 “추석 민심이 겁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 시·도당위원장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 시·도당위원장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각종 의혹으로 사법리스크에 둘러싸여 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당내 도덕성 회복과 혁신을 바라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노력으로 인해 극적으로 국회 문턱을 넘어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내부적으로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긴장감이 엿보이면서 돌연 위기론이 급부상하는 기류가 흘렀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가까스로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됨에 따라 그간 민주당의 가장 큰 악재였던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집중 공세하며 선거 전략을 펼쳐왔던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 앞둔 상황에서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 된 듯한 모습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이후에 본격적으로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비해 타격을 더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라고 관측했다.

즉, 민주당은 이 대표의 구속 여부를 떠나 친명계와 비명계 간의 계파 갈등의 내홍은 이어지겠지만 결국은 총선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갈등 봉합과 쇄신해 나가는 반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기회가 만들어진 셈이지만, 반면 지금과 같이 민생과 시장·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는 정부와 집권당에게 그 여파가 고스란히 가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국민의힘이 위기에 처해진 형국이라고 볼 수 있다는 얘기이다.

◆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후폭풍, 여야 득실 따져보니 국민의힘이 손해?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합당설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합당설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실제로 최근 국민의힘과 합당을 선언했던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22일 부산시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국회 통과에 관련해 “법원의 결정이 남았지만, 만약 구속이 현실화된다면 더이상 이 대표를 비난하던 주 무기가, 공격 대상이 사라지게 된다”며 “이는 민주당에게 어마어마한 기회가 온 것이고, 국민의힘은 오히려 상상도 못 할 위기가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조 의원은 “어제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건으로 변곡점을 지난 것 같다”며 “(그런데 문제는) 여당의 업의 본질은 국정 운영인데, 지금까지 아쉬운 점은 (국민의힘이) 야당에 대한 비판을 업의 본질인 것처럼 해 왔단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국민의힘을 향해 “진영과 메시지를 재정비해야 한다”며 “이제 집권 여당은 국가 운영 비전 제시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다”고 강한 우려와 함께 실질적인 조언을 하고 나섰다.

아울러 조 의원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따른 민주당의 분란 사태와 관련해 “어제 (국회) 본청에서 살기를 느꼈는데, 소위 ‘개딸’(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들이 국회 내로 진입하려고 경찰 바리게이트를 부스는 모습을 봤다”고 씁쓸해하면서도 “그렇지만 민주당은 수습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다. 또 추석 전이기에 총선 전까지 수습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진단하며 사실상 국민의힘을 향해 경각심을 주고 나섰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욕해서 반사이익을 얻는 것은 이제 끝내야 한다”며 “저의 중도실용 정치와 국민의힘의 보수를 융합해 멈추지 않고 질서 있는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지방소멸과 저출산, 안보위기, 기후변화, 양극화 등 대한민국의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시대전환이 제시했던 미래 의제를 국민의힘이 더 수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더 나아가 조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제3지대는 없을 것이며, 내년 총선 화두는 능력과 실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국민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당이 책임 있게 위기를 극복해주기를 바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 ‘이재명 없는 민주당’ 대응해야 하는 국민의힘, 위기감 호소 목소리 이어져

대표적인 비윤계(비윤석열)로 분류되는 유승민 전 의원. 사진 / 이강산 기자
대표적인 비윤계(비윤석열)로 분류되는 유승민 전 의원. 사진 / 이강산 기자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비윤계로 분류되는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하여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과 관련해 “이제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을 적으로 규정할 명분이 사라져 버렸다”며 “이는 윤 대통령의 위기이자 국민의힘의 위기”라고 진단하면서 결을 함께 했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그동안 (민주당이) 법안을 내놓으면 거부권을 행사해 버리고, 해임건의안도 무시해 버렸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추진한) 장관 탄핵도 헌법재판소에서 뒤집히고 해서 민주당이 ‘이재명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면서 꼼짝을 못 했던 건 맞다”면서도 “그러나 어제(21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을 계기로 이 적대적 공생관계가 깨져 버린 것”이라고 상황을 짚었다.

더군다나 그는 “그동안 윤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를 만나주지도 않고 아주 형편없는 사람으로, 대화 상대도 안 되는 것같이 치부하면서 거부권도 행사하며 끌고 왔던 것인데, 이제 더이상 적이 사라진 공간에서 윤 대통령은 민주당을 적으로 규정할 명분이 사라져 버린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이제는 민주당을 뭐로 때릴 것인가”라고 반문을 던지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하태경 의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국회 통과에 대한 평가로 “방탄 정치 끝, 정치 혁신의 시작”이라며 “국민의힘도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더해 같은 날 김웅 의원도 마찬가지로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민주당은 이재명 이후 지도체제를 건설해야 할 것이며, 그리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없는 민주당과 맞붙어야 한다”며 “어려워지는 것은 우리”라고 진단했다.

더 나아가 김웅 의원은 오늘도 다른 게시물을 통해 “이제 국민은 우리 당(국민의힘)을 주시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 당 차례다”며 “물론 우리 당은 민주당이 분당 되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하겠지만 그것은 짧은 생각이다. 과거 국민의당이 호남 의석을 다 먹었어도 민주당이 승리했었다. 그렇기에 분당 되더라도 이재명이 없는 민주당이나 신당의 개혁 드라이브에 맞설 마땅한 정책이나 전략이 전무한 지금의 상태라면 (국민의힘의) 더 큰 패배가 예상된다”고 회의적으로 전망했다.

즉, 대체적으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그간 국민의힘에 호재로 작동해 왔다고 점이 공통된 인식으로 해석되면서 사실상 이 대표가 사라진 정치적 지형에서는 여당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사해 준 셈이다.

◆ 이재명 체포안 가결 후 ‘민생·경제’ 앞세우고 나선 與 지도부, 태도 급전환

국민의힘 가맹점주 피해방지 및 보호를 위한 가맹사업 필수품목 제도 개선 민당정협의회 모습.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가맹점주 피해방지 및 보호를 위한 가맹사업 필수품목 제도 개선 민당정협의회 모습. 사진 / 김경민 기자

한편 여권 일각에서 ‘이재명이 없는 민주당 체제’에 맞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의힘이 선제적으로 쇄신과 혁신하려는 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감지되기도 했는데, 그래서인지 이러한 위기감을 느낀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는 민생과 경제를 화두로 꺼내들면서 변화된 자세를 보여주려고 애를 쓰는 듯한 모습이었다.

실제로 김기현 대표는 이날 대구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인과의 간담회’를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해 “국회가 비정상의 시대를 마무리하고 정상으로 접어들 수 있는 모멘텀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더이상 개인의 사법리스크 때문에 국회의 기능이 마비되거나 국회의 기능이 과도하게 남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민생’을 먼저 챙기는 국회가 되도록 여당이 앞장설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한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방탄의 시간이 지났다. 이제 민생의 시간이고 경제의 시간”이라고 외치면서 그간 민주당의 입법 폭주로 인해 중요한 민생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민의힘은 민생의 고통 덜어드리고, 경제를 살리며 미래를 준비하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심지어 국민의힘에서는 이날 ‘민생’을 더욱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건 이제 국회가 사법 처리를 법원에 맡기고 무너진 정치를 복원해 민생을 챙기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 반영된 것이다. 민주당이 방탄의 족쇄를 벗고 당 대표 개인을 위한 사당에서 국민을 위한 공당으로 돌아올 기회이며 민생정당으로 돌아올 기회인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철규 사무총장도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북핵 고도화, 안보 위기, 세계적 복합 경제 위기라는 도전에 대응하면서 민생을 챙기는 국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며 “이제는 국회가, 여야가 함께 산적해 있는 현안을 해결해나가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일각에서는 그간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대치전을 펼쳐온 이유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원인이었음을 에둘러 표현하려는 듯한 모습도 엿보였다.

이렇듯 여당 측 지도부에서는 민생 행보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듯한 분위기였는데, 특히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에서는 이날 ‘가맹점주 피해 방지·보호 위한 민당정 협의회’를 열어 가맹점 필수품목 변경 시 협의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으며, 김기현 대표도 이날 경제인 간담회에 이어 수산법인 대표 간담회도 진행하여 사실상 민생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 여야 대치 정국에 변화 있을까?···홍준표 “양극단 상황, 추석 민심 겁난다”

국민의힘 소속인 홍준표 대구시장.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소속인 홍준표 대구시장. 시사포커스DB

하지만 여야가 그간 보여줬던 대립 행태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로 인해 멈춰설지는 미지수로 보이는데, 특히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무총리 해임 건의안이 통과 되었고, 야당대표 체포 동의안도 통과 되었다”며 “그런데 다음주 있을 대법원장 인준 동의안이 무사히 처리될까”라고 의구심을 표했다.

이어 홍 시장은 “앞으로 있을 각종 특검법안과 노란봉투법, 방송법도 양극단을 치닫고 있다”고 상황을 짚으면서 “멍드는 건 민생인데, 정치는 실종되고 서로의 오기만 남았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야를 향해 “여의도를 폭파해 버리자는 국민 분노가 들끓고 있다는 것을 여의도 정치인들은 듣고 있는지”라고 반문하면서 “추석 민심이 겁난다”고 덧붙여 사실상 여야 의원들에게 이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한 것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도 앞서 홍 시장은 지난 19일에 이 대표를 겨냥해 “구속영장 실질심사도 받지 않겠다고 버틴 게 뉴스가 된 지루한 지난 2년이였다”고 꼬집으면서 “이번에는 실질심사를 받고 당당하게 정면돌파를 했으면 한다. 그게 이재명다움이 아닌가”라고 에둘러 비판하기도 해 이목을 집중시킨 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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