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 결집 속 민주당 지지율 상승
친명계 원외모임 “尹 내각 전원 해임하라”
與 “단식은 그만두고 검찰 수사에 임하라”

3일 이재명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3일 이재명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무기한 단식으로 배수진을 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제는 사실상 ‘대통령 탄핵’을 시사하는 주장까지 펼치는 등 연일 초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단식 ‘일주일’ 맞은 李 “국민 뜻 반하면 끌어내려야”…‘강 대 강’ 맞불?

이 대표는 6일 방송된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 “자기와 반대되는 입장이나 사람들이 반국가 세력이라고 한 얘기는 ‘내가 국가다’, ‘내가 왕이다’ 이런 생각으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며 “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은 결국 주인인 국민이 지켜내야 되고 방치하면 국민과 국가에 반하는 일들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링 위에 올라가 있는 선수들이 국민의 뜻, 국리민복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끌어내려야 하고 그게 민주주의”라고 역설했다.

사실상 ‘대통령 탄핵’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이기도 한데, 그렇지 않아도 전날 ‘비명계’인 설훈 의원조차 대정부질문에서 ‘탄핵’을 거론하는 등 최근 당내에서 윤 대통령 탄핵 주장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까지 이 같은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는 점에서 자당 지지층 결집에 힘을 실으려는 전략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하는 등 벼랑 끝 전술은 일단 효과가 나타나는 모양새인데, 여론조사전문기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유권자 1002명에게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은 39.2%, 국민의힘은 38%로 집계됐으며 직전 조사인 8월 2주차 때보다 민주당 지지율은 1.2%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고 지지정당이 없다는 무당층 비율은 동기 대비 2.8%P 하락한 17.5%로 나왔다.

이 뿐 아니라 여론조사업체 메트릭스가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와 공동 의뢰해 지난 2~3일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실시한 ‘내일이 선거일이라면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지’ 묻는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직전 조사 때 3.9%P였던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초박빙’인 0.6%P로 더 좁혀져 국민의힘 30.5%, 민주당 29.9%로 나왔다.

이렇듯 지지율이 오르다보니 민주당에선 더더욱 자당 지지층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나아가 급기야 당 대표까지 “대통령 끌어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이는데, 내년 총선을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저들이 다수당이 되면 법과 제도까지 통째로 뜯어고칠 것 같은데 그러면 이 나라의 시스템이 통째로 무너질 것이다. 저들이 (윤 대통령의 잔여 임기인) 3년 6개월을 위해 이런 무도한 일을 벌이겠나”라며 “시스템과 문화 체제, 법 제도를 다 바꿔서 장기 집권이나 무력에 의한 영구 집권을 꾀하는 게 아니냐. 반드시 이 폭주를 막아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 지지층 결집시키는 ‘강경 대응’만으론 한계…비명계에선 ‘李 리스크’ 지적도

이처럼 이 대표는 당이 절박한 지경에 내몰린 위기상황임을 강조하면서 강경한 대정부투쟁 기조를 바탕으로 내부 결속 강화에 힘을 싣는 모양새인데, 당장 전날 이 대표의 단식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폭주와 독단을 제어하는 데 단식이 별로 유효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그동안 정치인들의 모습이 그렇듯 병원에 실려 가는 광경이 그다지 당당해보이지 않고 비루해 보이기까지 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비명계 이상민 의원을 겨냥해 우원식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SNS를 통해 “서로 지혜를 모으고 난국을 풀어가도 모자랄 상황에 소금 뿌리는 게 중진의원이 할 말이냐. 민주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으로 들린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여기에 ‘친명계’ 양이원영 의원 역시 자신의 SNS에 우 의원의 글을 공유하면서 “나가도 너무 나갔다”고 한 목소리로 이 의원을 비판했는데, 다만 이 같은 지지층 결집 기조에도 불구하고 비명계에선 이 대표 체제로 총선 승리가 가능할지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어 6일 민주당 내 친문계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여론 동향과 2024년 총선 전망’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선 총선 승리를 위해 ‘이재명 리스크’를 극복해야 한다는 분석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세미나에는 전날 이 대표의 단식투쟁천막을 방문했던 전해철 의원을 비롯해 홍영표, 김종민 의원 등 20명 내외 인사들이 참석했으며 총선 투표율이 60% 이하로 내려갈 경우 민주당이 질 가능성이 높은데다 현재대로라면 투표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낮아 중도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분석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고, 참석자인 김 의원은 이날 세미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대로 가면 민주당이 총선에서 어렵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분석이었다. ‘이재명 리스크’와 내로남불 문제를 해결해야 선거가 가능하다는 분석인데 의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도 비슷하다”고 강연내용을 밝히기도 했다.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민주당 이용빈 의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윤석열 정권 내각 전원 해임 및 검사탄핵을 위한 국회의원 서명운동 돌입 기자회견 모습. 사진 / 김경민 기자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민주당 이용빈 의원,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윤석열 정권 내각 전원 해임 및 검사탄핵을 위한 국회의원 서명운동 돌입 기자회견 모습. 사진 / 김경민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명계 측에선 오히려 한층 더 강경일변도로 나가는 모습인데, 친명계 원외 인사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라임 사태 등에 관여한 현직 검사 5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라고 촉구하면서 “지난 7월 1일 민주당 권리당원 5만명이 이들 비리 검사에 대한 탄핵을 민주당에 명령했음에도 현역 국회의원들은 무슨 이유인지 아직까지 탄핵안 발의에 필요한 100명도 나서지 않고 있는데 무엇이 두려워 검사 탄핵에 이름을 올리지 않나”라고 자당 의원들을 몰아붙였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은 “민주당 현역 의원에게 요구하는 것은 이 대표처럼 비상한 투쟁이 아니다. 국무위원 해임건의권과 공무원 탄핵소추권은 헌법이 합헌적 헌정질서 회복을 위해 국회에 맡겨둔 권한 행사에 불과하다”며 “해임건의와 검사탄핵 모두 발의에 100명, 의결에 150명 이상의 의원이면 족하다. 민주당 의원 168명이 나서면 이 두 안건 모두 쉽게 가결된다”고 아예 윤 정부 내각 해체까지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앞서 지난 7월 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조차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기각한 판국에 급기야 국무위원 전원에 대한 탄핵을 추진할 뿐 아니라 라임 사태 등 검사에 대한 탄핵까지 감행하는 초강경 대응이 과연 내년 선거 승리를 위해 필요한 중도층 유권자의 표심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데, 검사에 대한 탄핵은 차치하고 당장 이 대표의 단식마저 이른바 ‘김만배 뉴스타파 인터뷰’ 등을 고리로 ‘검찰 수사 회피 목적 아니냐’는 여당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 與 “檢 조사 피하면서 극단 지지층 환호 받는 행태”…李 “검찰 권력 악용”

국민의힘 신주호 상근부대변인은 6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가 단식을 멈추지 않는 와중에 놀라운 활동량을 보여주고 있는데 낮에는 인터뷰를 연달아 진행했고 밤에는 집회 열거나 영화 관람했다. 일반인 같으면 진작 기력을 소진했을 상황에 보여주는 놀라운 체력”이라며 “검찰 조사는 회피하면서 극단 지지층의 일방적 환호를 받으며 국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제1야당 대표의 행태를 대체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는가. 연달아 터져 나오는 민주당의 탄핵 주장이, 대선 패배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대선 불복을 외치고 싶은 이 대표의 속마음을 대변한 것 아니겠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신 상근부대변인은 “이 대표는 인터뷰에서 대선 공작과 본인이 무관하다는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물타기만 자행했는데, 유독 이 문제에 대해서만 말을 흐리는 이 대표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선거 공작을 시도하며 민주주의를 파괴한 원흉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명분 없는 단식은 그만두고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라”고 촉구했는데, 하지만 이 대표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다음 주에 시간 맞춰 나가겠다고 얘기했는데 방탄과 무슨 상관이 있나. 조사받겠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검찰 권력을 정치공작에 악용하는 것은 결코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사진 / 시사포커스DB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 발 더 나아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도 6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이 대표 단식에 대해 명분이 불분명하다는 비판에 맞서 “명분이 불분명하다고 하는 분은 국민들이 결집할까 두려워하는 세력이거나 민주당 내부에서 이재명을 질투하는 세력들이다. 지도자로서 스스로 몸을 던지는 것 말고는 뭐가 있겠느냐, 그런 걸 국민들이 이해하고 있다”고 이 대표에 힘을 실어줬으며 심지어 ‘김만배 뉴스타파 인터뷰 의혹’에 대해서도 “뉴스타파에 나온 내용들이 지금까지 다 맞아 들어갔다. 진실과 공익 차원에서 보도한 것”이라고 옹호하고 나섰다.

또 민주당에서도 박성준 대변인이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만배 뉴스타파 인터뷰’와 관련 “김만배와 신학림 인터뷰 내용을 민주당, 이재명과 연결시켜 다시 시간을 과거로 돌리고, 대선 공작으로 프레임을 전환하려는 카드로 비친다. 국민의힘에서 국면 전환용 카드로 쓰는 것”이라며 “오는 12월에 대장동 관련 특검이 있지 않나. 거기서 밝히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이날 오전 김만배 씨가 대장동 의혹의 초점을 이재명 후보에서 윤석열 후보로 돌리려는 목적으로 허위 보도를 청탁한 것으로 의심하고 김씨의 주거지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도 나서면서 압박수위를 최고조로 높였으나 정작 서울중앙지법은 같은 날 오후 김씨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내일 석방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대북송금’ 의혹 관련 소환조사 일자를 놓고도 검찰과 신경전을 이어온 이 대표와 민주당에는 향후 정국 주도권을 잡을 카드로 작용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