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질문자부터 “윤 대통령 탄핵” 발언 파문…일각선 ‘野 대표 만나 달라’ 주문도
김진표 의장 “과도한 언사가 오고 가는 예가 발생하는 등 답변 태도” 지적도
한총리, 이 대표 손잡아줄 의향 있느냐는 조응천의 질문에 “생각해보겠다”

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첫 질의자인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첫 질의자인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정치 분야’를 주제로 21대 마지막 정기국회의 대정부질문이 시작된 5일 본회의장에서는 시작부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언급돼 고성이 나오기도 했는데, 국무위원들도 이런 야당의 강공에 적극 대응하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 민주당 설훈 “尹 탄핵 소지 충분” 주장에 與 격앙

가장 이목을 끈 발언은 첫 질문자로 나선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탄핵’ 언급이었는데, 설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상대로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합 의혹 관련해 “이 사건 수사를 한 박정훈 전 수사단장에게 항명이라는 죄명이 붙었다. 대한민국 장관이 결재한 사안을 뒤집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 이걸 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밖에 없다고 본다”며 한 총리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대통령이 법 위반을 한 것이고 직권남용을 한 게 분명하다고 본다. 증거가 차고 넘치고 탄핵할 수 있다는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설 의원이 ‘탄핵’을 거론하자 곧바로 국민의힘 의원들이 그를 향해 “사과하세요”, “탄핵이 뭐야”, “가짜뉴스 설훈”, “(발언) 취소해” 등 고성을 내지르면서 장내는 아수라장이 됐는데, 그럼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설 의원은 한 총리에 대한 질의를 마치면서 또다시 ‘탄핵’을 언급해 스스로 불에 기름을 붓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윤 정권은 1년 4개월 동안 친일 본색, 극우 뉴라이트 본색, 무능과 독선 본색이 고스란히 드러난 폭거만 저질렀고 선진국이던 대한민국은 눈떠보니 후진국이 됐다. 윤 정부는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의 역사를 폄훼하고 헌법정신을 훼손했으며 동해안을 일본이 넘기고 바다에는 핵오염수를 퍼부어 국민 건강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대통령은 국민들의 절규에 눈과 귀를 닫고 이념이 가장 중요하다며 극우 뉴라이트 이념만 설파하고 다닌다. 국민들은 윤 정권의 남은 3년 반을 어떻게 버틸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윤 정권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은 물론이고 국민들까지 탄핵하자고 나설지도 모르겠다”고 역설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의 언성이 다시 높아지면서 한 의원은 아예 “자신 있으면 탄핵 소추하세요”라고 일갈하기도 했는데,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키려면 여당에서 일부라도 동의해야만 가능하기에 현실성이 떨어지는데도 의도적으로 정치공세 차원에서 야권이 윤 대통령 탄핵론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비단 설 의원 뿐만 아니라 최근 민주당에선 자당 지지층을 의식한 듯 ‘대통령 탄핵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연이어 나오고 있는 실정인데, 김용민 의원은 지난 4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여론이나 시민들, 당원들의 여론을 보면 이제는 탄핵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고 주장한 바 있으며 서영교 최고위원은 같은 날 “윤 대통령은 우리가 확실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발언해 지지자들이 ‘윤석열 탄핵’ 등을 외치면서 호응하기도 했다.

◆ 무색해진 김 의장의 “경청” 주문…여야, 왜 언성 높였나

김진표 국회의장이 대정부질문 도중 고성을 지르던 여야 의원들을 향해 예의를 지키고 경청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대정부질문 도중 고성을 지르던 여야 의원들을 향해 예의를 지키고 경청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이 같은 ‘강 대 강’ 맞불 대응식의 행보는 여야 간 대치 정국을 한층 심화시키고 있지만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은 설 의원의 질의가 끝난 뒤 “국회 본회의장은 의회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곳 아닌가. 그러면 다른 견해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그걸 국민들이 듣고 판단해야 하는데 여야 의원들이 방청석에서 하는 태도는 국민들이 발언하는 소리를 못 듣게 방해한다”며 “제발 좀 경청해라. 초등학교, 반상회에 가도 이렇게 시끄럽지 않다”고 촉구했다.

심지어 김 의장은 대정부질문이 시작되기 전 본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무위원들의 국회 답변 과정에서 과도한 언사가 오고 가는 예가 발생하는 등 적절하지 않은 답변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모든 국회의원은 개인으로 질의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으로 질의하는 것”이라며 국무위원들에게는 ‘과도한 언사 말라’고 주문했는데, 공교롭게도 그가 이날 ‘단식투쟁 천막’에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로부터 “국무위원들이 국회에 와서 도발하는 행위를 제지하시면 어떨까 싶다”는 제안을 받기도 해 여러 해석이 나왔다.

또 정작 국무위원보다는 질의 의원의 ‘탄핵’ 발언으로 본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됐지만 질의 의원에 대해선 별 당부 없이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있더라도 평가는 국민이 하는 만큼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경청하는 의원들에게만 주문하다보니 결국 연단에 여당 의원이 올라 발언할 때는 반대로 야당에서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장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질의자로 나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대장동 의혹’ 표적을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돌리고자 뉴스타파와 허위로 인터뷰했다는 의혹을 들어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 “민주당에 의한 선거공작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선거공작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엄단해 달라”며 “가짜뉴스를 대대적으로 유포해 선거판을 뒤집으려 했던 정치공작은 그대로인 것이다. 그때도 민주당이었고 현재도 민주당이었다”고 발언해 이번엔 민주당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고 항의했다.

급기야 권 의원은 이날 대통령 탄핵을 언급한 설 의원을 겨냥 “15대 대선 때 김대업 병풍 사건, 16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최규성으로부터 20만 달러를 수수했다’고 민주당이 허위 가짜 선전선동을 하는데 그때 이런 가짜뉴스로 선전선동을 일삼았던 장본인, 가짜뉴스 전문 국회의원이 지금 민주당 의석에 앉아 있는데 제가 누구라고 이야기는 안 하겠다”고 직격탄을 날렸으며 반대로 민주당의 김두관 의원이 연단에 올랐을 때는 “윤 대통령은 일본의 용산 총독 자리를 포기하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돌아와야 한다. 복귀하지 않는다면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을 가장 먼저 주장할 것”이라고 또 ‘탄핵’을 거론하는 등 공방은 격화됐다.

특히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은 일본 총리보다 앞장서 핵 오염수 전도사로 나서더니 독립운동을 죽이는 반민족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기다리는 것은 탄핵 밖에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는데, 이에 한 총리가 “제발 문제가 있으면 과학으로 토론해 달라. 어민들이 가짜뉴스에 영향 받지 않도록 좀 부탁한다”고 호소하니 민주당 의원은 야유를 보냈고. 반대로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민주당은 광우병, 천안함 괴담으로 재미를 보더니 후쿠시마 처리수에 의한 괴담을 선전선동하고 있다. 횟집은 물론 양식장에 쌓인 우럭이 여수에서만 100만 마리가 폐사했다고 한다. 누가 책임지나”라고 묻자 한 총리가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분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호응하니 이번엔 민주당 의원들이 “사실을 왜곡하지 말라”고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 이념 논쟁까지 이어져…일각서 ‘협치’ 주문도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편 이날 대정부질문은 ‘정치’가 주제이다 보니 윤 대통령의 ‘이념’을 강조하는 행보를 고리로 ‘이념 논쟁’도 벌어졌는데, 설 의원이 “홍범도 장군은 공산당이라고 폄훼하고 백선엽 장군은 육사 홈페이지에 올려 찬양하는 게 극우 뉴라이트 본색”이라고 지적하자 한 총리는 “윤 정부가 극우 뉴라이트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고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백 장군이 6.25 때 북한의 남침을 격퇴하는 과정에서 수십개의 훈장을 받고 대내외적으로 평가 받은 문제에 대해선 의원님께서도 동의하리라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이에 ‘백 장군이 독립운동가를 토벌하고 학살한 내용을 모르냐’고 설 의원이 재차 질의하자 한 총리는 “그 문제에 대해선 여러 상반되는 학설과 주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으며 또 “대통령의 국민 통합 의지에는 변화가 없다. 국민통합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신념 공유, 합리적 정책 비판, 건설적 협력이 전제돼야 잘 추진될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또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관련해 윤 대통령이 베트남 호지민 국가주석 묘소에 참배하는 사진을 앞세워 몰아붙였지만 한 총리가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호지명(호찌민) 베트남 국부의 흉상을 육사에 갖다 놓을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맞받아치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한 총리를 향해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연단에 올라 “경제 위기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하고 정부에서 시원한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홍 장군의 흉상 문제, 이념 문제를 가지고 날밤을 새우고 있다”며 “누가 시작했나. 야당이 시작했는가. 국민이 요구했나. 대통령이 저지른 것 아닌가”라고 윤 대통령을 직격해 이번엔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성 고성을 질렀고,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홍 장군의 공산당 입당이 논란이 아니다. 대한민국 육군을 이끌 장군으로 커 갈 사람이 무장해제를 요구받는 상황에서 독립을 위해 싸우지 못하고 볼셰비키를 위해 합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자 이번에는 반대로 야당 의원들이 “홍 장군을 모욕하지 말라”고 항의했다.

이렇듯 첫날부터 고성으로 얼룩지며 여전히 여야 간 갈등의 골이 깊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다만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대정부질문에서 “2019년 황교안 대표가 단식할 때 강기정 정무수석, 이낙연 총리가 먼저 찾아갔고 6일째에는 이해찬 여당 대표가 찾아가 각각 손을 잡고 단식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이게 정치의 본령이고 최소한의 금도”라며 “대통령께 건의해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으로 하여금 야당 대표를 찾아가 만나도록 건의할 생각이 있나”라고 한 총리에 질의했는데, 당초 지도부를 향해 비판적 목소리를 냈었던 ‘비명계’ 의원이 정부에 이 같은 당부를 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그간 소신 발언을 이어온 조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의에서 윤 정부를 향해 “뺄셈의 정치가 아닌 덧셈의 정치, 당파적 국정이 아닌 통합의 국정운영을 기대했지만 임기 1년4개월이 지난 오늘 윤 정부의 모습은 어떤가”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자당을 향해서도 “2020년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민주당 정부가 국민의 외면을 받기 시작한 것은 순식간이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윤미향 의원과 조국 전 사태와 부동산 정책, 윤미향 의원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위선, 추미애 전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의 갈등, 도그마에 빠진 소득주도정책 등이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게 된 이유”라고 거침없이 쓴 소리를 이어갔다.

그래선지 “오늘 대정부질문 마치고 나가는 길에 바로 이 앞인데 야당 대표 만나 손 한번 잡아줄 의향 없느냐”는 그의 질문에 한 총리는 단번에 일축하지 않은 채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는데, 오늘을 시작으로 6일엔 외교·통일·안보 분야, 7일 경제 분야, 8일 교육·사회·문화 분야 순으로 이어지는 대정부질문에선 당정과 야권 간 고성이 오가지 않고 ‘협치’ 의지를 보여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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