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심사부터 쟁점법안·대법원장 임명안·선거제 등 여야 충돌 사안 ‘줄줄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1일 여야 국회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410회 정기국회 개회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국회 본회의장에서 1일 여야 국회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410회 정기국회 개회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이자 21대 국회로는 마지막인 정기국회가 1일부로 시작됐는데, 내년 4월 총선을 7개월여 앞두고 열리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당정과 야권이 관심 가지고 있는 사안은 무엇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야당의 시간’인 정기국회, 합의된 의사일정은?

국정감사, 예산안 심사, 대정부질문 등 정부를 상대로 주도권을 쥘 기회라는 점에서 이른바 ‘야당의 시간’이라고도 불리는 정기국회를 놓고 여야는 그간 의사일정을 논의한 끝에 개회일인 이날 오전에야 합의에 이르렀는데, 이양수 국민의힘·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국회 로텐더홀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제410회 정기국회의 회기는 개회식이 열리는 이날부터 12월 9일까지 100일이고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위한 본회의는 각각 18일과 20일에 열려 먼저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 다음으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연설자로 나서게 된다.

대정부질문은 민주당 6명, 국민의힘 4명, 비교섭단체 1명 등 총 여야 11명 의원들이 각 13분씩 나서 오는 5일에는 정치 분야, 6일에는 외교·통일·안보, 7일에는 경제, 8일에는 교육·사회·문화 분야를 주제로 질의를 진행할 예정이며 국정감사는 추석과 개천절, 한글날 연휴가 있는 점을 감안해 내달 10일 시작하여 27일까지 18일 동안 실시하게 되는데 국정감사 대상기관 승인의 건은 이에 앞서 이달 21일과 25일 본회의 중 의결된다.

또 지난해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연설자로 나서기도 했던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의 경우 올해(2024년 예산안 연설)는 내달 31일 본회의를 열어 진행할 계획인데, 정기국회 회기 중 안건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이달 21일과 추가로 필요 시 25일에도 개최할 예정이며 11월에는 9일과 23일, 30일, 12월에는 1일과 8일에 개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이 같은 일정에 따라 이날 오후 정기국회 개회식과 함께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보궐선거에선 3선 중진인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전체 252표 중 202표를 얻어 선출됐으며 김 의원은 21대 국회 마지막 날인 2024년 5월까지 이 자리를 맡아 기재위 여당 간사 류성걸 의원, 야당 간사 유동수 민주당 의원과 함께 재정준칙 도입,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기준 완화 등 기재위 주요 현안을 논의해나가게 된다.

◆ 여야, 정기국회서 처리하려는 ‘주요 관심 법안’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특히 이번이 내년 총선 전 마지막 정기국회인 만큼 여야 모두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모양새인데, 먼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앞서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앞으로 100일은 우리 의원들이 마지막 책임감을 다해 21대 국회가 최악의 정쟁국회였다는 오명을 닦아내는 온전한 민생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국민안전, 미래대비, 사회개혁, 경제민생까지 4개 분야에 걸쳐 중점 추진할 법안을 선정했다”며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과 건축법, 우주항공청설치법과 첨단산업인재혁신법 등을 거론했다.

또 국민의힘은 정기국회에 대비해 7가지 중점 운영 방향으로 ‘정책을 지향하고 민생을 우선하는 생산적 입법활동’,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디딤돌을 마련하고 기업 경쟁력을 가로막는 걸림돌 제거’,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포퓰리즘을 배격하되 사회적 약자는 두텁게 지원’, ‘극단적 갈등과 대립의 정치문화 개선을 위한 제도적 방안’, ‘무동기 범죄·자살·마약 등 사회병리적 현상에 대한 대응책 강구’, ‘윤석열 대통령의 3대 개혁(노동·교육·연금) 과제 완수를 위한 노력’,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국격 제고 및 부산엑스포 유치 뒷받침’ 등을 강조했다.

아울러 노동조합법, 건설산업기본법, 채용절차공정화법, 중대재해처벌법,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의료법, 보호출산 특별법 등에 대해서 윤 원내대표는 “상당수는 여야가 공통된 관심을 쏟고 있거나 이견이 있어도 충분히 조율 가능한 범위 안에 있는 법들”이라며 “민주당에 앞으로 100일 간 밤낮 가리지 말고 협상해 합의에 도달하자는 제안을 드리고 윤 정부의 3대 개혁과제와 규제 개선 법안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대승적 차원에서 협력해주길 기대한다. 이번 정기국회에선 여야가 누가 국민을 위해 더 훌륭한 법안을 만드는가를 두고 경쟁함으로써 다음 총선 때 정정당당한 실력으로 국민 평가를 받아보길 민주당에 제안한다”고 당부했다.

이밖에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추경 등 예산 확대를 주장하는 민주당을 겨냥 “정기국회가 시작하는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경제 활력을 불어넣고 민생 고통을 덜어드리는 것이지 국민 혈세뿌리기는 아닐 것이다. 경제도 두 배, 민생도 두 배, 국민 행복도 두 배와 관련된 법안을 처리하는데 집중하겠다”며 건전재정 기조의 예산 관련 법안 처리 방침을 내비쳤고, 심지어 그는 같은 날 의원총회에선 “지난달 24일 여야 의원 44명이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초당적 모임을 했는데 현재 개 식용 금지 관련 ‘김건희법’ 7건이 계류돼 있고 개 식용 금지에 여야가 공감하기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길 바란다”고 역설했다.

반면 민주당에선 이번 정기국회에서 소위 ‘노란봉투법’이라고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을 9월 정기국회 중 처리하고자 벼르고 있으며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독 처리한 이태원참사특별법도 이르면 12월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인데, 이를 의식한 듯 국민의힘 이양수 원내수석은 1일 민주당을 겨냥 “어제 이태원참사특별법마저 강행 처리하는 폭거를 또다시 자행했는데 결국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유도해 일방적 국정운영, 참사를 외면하는 여당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정치적 목적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원내수석은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재추진하려는 데 대해서도 “또다시 입법 폭주를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의 거대 의석을 앞세운 입법 폭주를 즉각 멈출 것을 엄중 경고한다”고 강력히 촉구했지만 이미 민주당은 지난달 28일부터 1박2일 간 진행한 당 워크숍을 통해 정기국회 중점 추진 119개 법안을 선정한 바 있고 여기에는 노란봉투법, 방송법 등을 포함시켰기에 물러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무엇보다 원내 과반을 차지해 법안 단독 처리도 가능한 민주당은 당론으로 채택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응 특별 안전조치 4법’ 등 당정이 반대 중인 쟁점법안들을 이번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적극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국감 이후인 오는 10~11월 진행되는 656조 9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심사 역시 민주당에선 총선 핵심 공약을 발굴해 증액하겠다는 입장으로 여당과 시각차가 커 순탄하게 진행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에선 ‘원안 통과 불가’ 방침 하에 예산 총지출 증가액을 6% 이상 올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데, 당장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상대로 ‘상저하고’ 경제 전망은 잘못됐다면서 경기를 회복시키려면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정부여당과 격론을 벌이기도 했고, 아예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민생, 국익을 위하고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평화를 위한 예산을 반드시 통과시키도록 하겠다”고 결의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이번 정기국회에선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임명하는 대법원장 후보자인 이균용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안 표결도 이뤄지게 되는데, 단독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으로선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 후보자에 대한 검증 공세를 펼치는 데 그치지 않고 임명을 좌우할 표결로 윤 정권까지 압박할 수 있기에 이를 적극 기회로 삼을 것으로 전망되고,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양평고속도로 및 잼버리 파행 사태 등 그간 불거진 사회적 이슈 관련해서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진상규명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 총선 전 선거법 개정도 ‘쟁점’…김 의장 “9월 내 끝내야”

국민의힘 이양수(오른쪽) 원내수석부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송기헌(왼쪽) 원내수석부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 앞에서 정기국회 의사일정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이양수(오른쪽) 원내수석부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송기헌(왼쪽) 원내수석부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 앞에서 정기국회 의사일정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한편 총선 전 마지막 정기국회인 만큼 선거법 개정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호소도 커지고 있는데, 실제로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 개회사에서 공직선거법 개정과 관련해 “이번 달 안에는 선거법 개정을 모두 끝내야 한다. 오늘 양당 의원총회에서 전국을 북부·중부·남부 3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 균형제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다수 의원들이 공감해줬다는 얘기를 들었고 수도권보다 지방에 균형의석을 추가로 배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다수 의견을 모아줬다”며 “여야가 모처럼 논의에 진전을 이뤄준 만큼 남은 세부사항에 대한 협상도 서둘러 마무리하길 당부한다”고 여야에 주문했다.

김 의장의 발언대로 민주당에선 김한규 원내대변인이 이날 정책의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역구는 소선거구제를 현행대로 유지하고 비례대표는 권역별 비례제로 가고 구체적으로 3개 권역으로 나누는 방안에 대해 다수 의원들이 공감했고 그런 큰 방향성 하에서 여당과 계속 협의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다만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준연동제와 같이 운영돼야 하고 비례의석수는 현재보다 늘어나야지만 실질적으로 비례성과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의견들이 강하게 개진됐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 윤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협상 초기부터 전국단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당시에도 강하게 반대해왔고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가는 데 대해선 당 안에 특별한 이견이 없다”며 야권의 병립형 비례제 반대에 대해선 “그래서 양당 간 절충점을 찾아야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는데,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수에 비례해 당선인 수를 배정한다는 점에서 정당 득표율의 50%를 연동해 의석수를 배정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차이가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윤 원내대표는 비례대표 의원정수 감축에 대해서도 “우리 당 대표가 공식적으로 의원 수 감축을 주장했기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감축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는데, 하지만 민주당 김 원내대변인은 “의석수가 대폭 늘어나지 않는다면 우리 방향성과 반하기 때문에 준연동형제가 소선거구제나 권역별 비례제와 연결돼야 한다는 의견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던 만큼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정의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진보당 등 원내 비교섭단체들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 반대 뿐 아니라 정개특위를 재가동해 선거제 개편 논의에 비교섭단체도 참여해야 된다고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데,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비공개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교섭단체 입장에서 대표성과 비례성이 확대되기보다 양당의 독점적 구조가 확대되는 방식으로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방침이 결정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전달했는데 의장은 양당 원내대표 중심으로 협상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단계(라고 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법 개정조차 여야 간 이견을 보이는 판국에 김 의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다음 주부터 헌법 개정 및 정치 제도 개선 자문위원회가 국민이 참여하는 개헌을 추진하기 위해 전국 6개 지역을 순회하며 시민공청회를 연다. 국회의원 임기와 무관하게 개헌 특위를 상시 운영하고 국민숙의공론장도 상시 운영할 수 있도록 개헌 절차법을 제정하자”며 헌법 개정까지 거론했는데, 그러면서 그는 “아무리 어려워도 대화와 타협의 끈을 놓치지 않는 게 의회민주주의다. 마지막 순간까지 중재하고 협상을 이끄는 책임을 다하겠다”고 천명해 과연 김 의장이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여야 간 합의를 유도해갈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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