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국회 윤리위에 윤미향 징계안 제소
대통령실 “좌우 진영 문제 아니라 헌법가치 문제”
野 “이념전쟁 벌여도 윤 정권의 실정과 무능 못가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과 조명희 원내부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윤미향 무소속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과 조명희 원내부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윤미향 무소속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지난 1일 일본 도쿄 스미다구에 있는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가 연 ‘관동대지진 100년 조선인 학살 추도식’에 남측 대표단 자격으로 참석한 반면 같은 날 우리나라 정부와 한국계 동포 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 도쿄에서 개최한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도 행사에는 불참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 관동대지진 100주년 행사 참석한 윤 의원, 왜 논란 됐나

윤 의원의 관동대지진 행사 참석이 구설수에 오른 데에는 우선 친북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조총련)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했기 때문인데, 행사에 참석한 조총련 지도부 일원인 허종만 의장의 경우 북한으로부터 지난 2020년 ‘노력영웅’ 칭호와 국기훈장 1급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며 심지어 고덕우 조총련 도쿄본부위원장은 이날 추도사에서 우리나라 정부를 ‘남조선 괴뢰도당’이라고 칭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윤 의원이 앞서 지난달 30일 일본 입국 과정에서 주일 한국대사관으로부터 차량 지원까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같은 날 정부와 한국계 동포 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 주최한 ‘관동대지진 한국인 순난자 추념식’에는 참석하지 않은 채 조총련 행사에만 참석했다는 점도 논란이 한층 확산되는 이유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도식’에 참석한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일본을 안보·경제 협력 파트너라고 추켜세우고 있다. 조선인 학살 피해자를 기리는 최소한의 추념식조차 열지 않고 철저하게 간토학살 100주기를 방치하고 있다”며 “간토학살 진상규명을 포함한 한·일 과거청산에 대한 의지는 찾아볼 수 없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간토학살의 진상을 밝히는 조사를 즉각 요구해야 한다”고 정부 비판에 나섰던 윤 의원은 조총련 행사 참석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2일 조총련 주최가 아니라 “실행위원회 주최”라고 반박했으며 “민단 행사가 있다는 사실을 들었지만 초대받지 못했다”고 입장을 내놨다.

다만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같은 날 ‘도쿄 동포 추도모임’을 총련 도쿄도 본부, 도쿄 조선인 강제연행 진상조사단이 주최했다고 발표했으며 민단 행사의 경우에도 관례상 국회 한일의원연맹에 공문을 보낼 뿐 의원 개인을 별도로 초청한 바 없고, 초청받지 않았다고 해도 참석을 막지는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윤 의원의 해명만으로는 논란이 진화되지 않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올해 3월 1일 민단이 주최한 3·1절 행사에는 윤 의원이 초청받지 않았음에도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참석한 바 있기 때문에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인데, 하지만 윤 의원은 SNS를 통해 “색깔론(으로) 갈라치지 말라”고 대응하는 등 물러서지 않고 있어 4일 정부여당에서도 그에 대한 압박수위를 한층 높였다.

◆ 정부 “윤미향, 현행법 위반”…대통령실 “조총련, 반국가단체”

박진 외교부장관(좌), 김영호 통일부장관(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박진 외교부장관(좌), 김영호 통일부장관(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당장 박진 외교부 장관은 4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윤 의원의 조총련 행사 참석과 관련 “조총련은 북한의 대리기관이고 북한의 주일대표부 성격을 갖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직 국회의원이 총련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입장을 내놨으며 김영호 통일부장관도 예결위에 출석해 “윤 의원은 조총련 행사 참석과 관련해 통일부에 사전 접촉 신고를 한 바 없다. 이것은 법 위반에 해당되고 통일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교류 원칙 체계를 확립한다는 차원에서 이 문제와 관련한 절차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남북교류협력법 제9조의 2, 제30조에 따르면 북한 주민에 해당하는 총련 구성원과 접촉하기 위해선 사전 접촉 신고 및 수리가 필요하며 접촉 후 7일 이내에 심사 받아야 하는 사후 신고도 해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는데,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윤 의원을 겨냥 “윤 의원이 이 문제와 관련해 ‘색깔론이다’ 이런 주장을 펴고 있는데 법에는 색깔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윤 의원을 비롯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을 갖고 이 문제에 대처해 나갈 생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윤 대통령도 같은 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가운데 “자유민주주의 국체를 흔들고 파괴하려는 반국가행위에 대해 정치진영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과 함께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대통령실 관계자는 같은 날 “조총련은 대법원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라고 확정판결을 내렸다. 국민의 세금을 받는 국회의원이 반국가단체 행사에 참석해 ‘남조선 괴뢰도당’이란 말을 들으면서 끝까지 앉아있는 행태를 우리 국민이 어떻게 이해하겠나”라며 윤 대통령의 수석비서관회의 발언이 사실상 윤 의원의 조총련 행사 참석을 비판한 것임을 에둘러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정치 진영을 편의상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로 나누기도 하지만 헌법적 가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기본 원칙이 전제”라며 “우리 헌법 가치를 정면 부정하는 세력을 우리 체제 안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정치세력으로 볼 수 있나. 이 문제는 좌우의 문제, 진영 문제가 아니라 헌법 가치의 문제고 우리 헌법 가치가 크게 위협 받을 수도 있는 문제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 사무처는 윤 의원의 이번 방일 일정 관련해 외교부에 협조 공문을 보낸 부분 때문에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의원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는데,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은 ‘외교부에 협조 공문 요청 보낸 적 있나. 행사가 어디에서 주최하고 어떤 성격인지에 대해 확인하고 외교부에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어디까지 가는지 와 있지 않았다. 행사장까지가 아니라 공항에서 숙소까지만 차량 제공한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이에 윤재옥 국회 운영위원장은 “사적인 출장에 의전차량을 지원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 무소속 의원의 경우 한 번 자체적으로 걸러주는 기능이 없는데 국회의장이 사무총장을 통해 한 번 더 내용을 확인하게 하는 절차를 갖는 제도 개선이 필요해보인다”고 지적했으며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어떤 이유로 (출장 사유를) 썼길래 국회사무처에서 이런 차량 지원과 의전상 지원을 했나. 윤 의원실에서 국회 사무처에 제출한 자료를 보내 달라”고 요구했는데, 결국 이 사무총장은 “지적해 준 부분은 빠른 시일 내에 조치하겠다. 정채 대안은 늦어도 연내에 보고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무소속 의원의 출장 심사제도 개선 의사를 밝혔다.

◆ 與, 국회 윤리특위에 윤미향 제소…“민주당, 제명으로 결자해지하라”

윤미향 의원(좌)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윤미향 의원(좌)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 뿐 아니라 국민의힘에선 이날 윤 의원을 한 목소리로 성토하면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징계안까지 제출했는데,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과 조명희 원내부대표는 이날 국회 의안과에 국회법 155조 16호(국회의원윤리강령·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 위반을 이유로 윤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했고 전 원내대변인은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의원 20명의 연명을 받아 징계안을 제출했다. 이런 행사에 국회의원으로서 남조선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것은 헌법에서 규정하는 국가 이익에 우선해 직무를 행해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제소 이유를 설명했다.

또 전 원내대변인은 “윤 의원에 대한 징계안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미 지난 정의기억연대의 후원금 횡령 관련해서 국회 윤리자문심사위원회에서 제명을 권고 받았는데 국회 윤리위는 아직도 심사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으며 윤 의원이 국회사무처를 통한 공식 해외 출장으로 조총련 행사에 참석한 데 대해서도 “윤 의원실에서 제출한 서류를 봐야 하는데 허위사실이 기재된 게 있다면 경우에 따라 형사고발까지 갈 수 있는 사안이다. 이번에 (윤 의원이) 사비로 (조총련 행사) 갔다 왔다고 하는데 정치공금인지 개인통장에서 나왔는지도 체크해야 하고 이번 징계는 확실히 조치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같은 당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윤 의원을 겨냥 “색깔론, 시민사회 중심 행사 운운하며 적반하장과 후안무치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이 반국가단체와 어깨를 나란히 한 행태를 비판하는 게 색깔론이면 북한 정권 찬양해놓고도 비판하면 색깔론이라 할텐가”라며 “윤 의원은 이번 행사 참석이 ‘개인 자격’이 아닌 ‘국회의원’ 자격임을 명확히 했고 국회사무처에서 외교부에 보낸 공문에는 ‘조총련 행사 참석’이란 부분이 명기되어 있지도 않았다고 하는데 윤 의원은 반국가단체의 행사 참석을 감추려고 일부러 방일 목적을 숨긴 것은 아닌가”라고 거세게 압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유 수석대변인은 윤 의원이 본래 민주당의 비례대표 정당인 더불어시민당 후보로 21대 총선 당시 당선돼 지난 2021년 6월까지 민주당 의원으로 활동해온 점을 꼬집어 “21대 국회의 시작부터 대한민국 국회의원 자격이 없었던 윤 의원인데 그런 윤 의원에게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하고 침묵과 옹호로 감싸던 게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자격도 없는 이를 민의의 전당으로 끌어들여 국민 분노를 초래하고 대한민국을 위협하게 만든 데에 제명으로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민주당까지 몰아붙였다.

급기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런 반국가적 행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 의원의 전직 보좌관은 베트남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한 혐의로 수사 받고 있고 민주당 설훈 의원의 전직 보좌관은 군 기밀을 제멋대로 열람하고 유출했는데 이들 모두 종북성향 단체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다. 이런 현실 앞에서 야당은 ‘철 지난 이념공세’, ‘색깔론’ 따위의 망언으로 치부를 가릴 수 있다고 보나”라며 “종북세력의 반국가적 행위는 현재진행형이고 종북을 종북으로 지칭하는 것은 사실적시이지 색깔론이 아니다. 야당의 항변이 최소한의 진정성을 가지려면 스스로 윤 의원 제명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에선 장경태 최고위원이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윤 의원의 조총련 행사 방문이 적절했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외국에 여러 진보와 보수단체, 또 재외동포 단체들이 있다. 지금 조총련을 간첩단체라고 정부여당은 주장하는 건가”라고 응수했으며 “예를 들어 한국 민주당 의원은 미국 공화당 행사에 가면 안 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는데, ‘공화당·민주당 문제와 조총련은 성격이 다르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지적에 “(조총련은) 약간 다소 친북 성향이 있다 정도”라고 주장했고,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반공 앞세워 이념전쟁 벌여도 윤 정권의 실정과 무능을 가릴 수 없다”고 역설했다.

특히 박 대변인은 연일 ‘국가정체성’을 강조하는 윤 대통령에 맞받아치듯 “대한민국의 정체성마저 허물려는 무도한 정권”이라며 “반공 전사가 된 윤 정권이 진짜 싸우고 있는 대상은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윤 의원의 조총련 행사 참석 논란으로 더 불붙은 정치권 내 ‘이념’ 공방이 과연 여야 중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나타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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