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첫날, 李 단식에 민생 현안 이슈 모두 잠식되며 정국 급랭
이재명 “단식이 유일한 방법, 尹정권 퇴행과 폭주 더이상 용납 못해”
“이재명 단식은 방탄용 단식” 규정한 국민의힘, 비판 쏟아내며 총공세
李 단식에 대한 평가도 엇갈려, 김종인 “의미없어” vs 박지원 “잘했어”
檢소환 일정 두고 신경전, 법원·검찰 시간표도 줄줄이 꼬아버린 李 단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 천막을 치고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 천막을 치고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면서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 2일차’를 맞고 있는 가운데 정기국회가 시작된 오늘 여야의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 진행으로 민생의 현안 이슈가 모두 묻혀 정국이 급랭해지는 모습을 보인데다가 심지어는 검찰의 수사 업무에도 결국 차질이 빚어지는 난감한 상황까지 이르게 되어 관심이 집중됐다.

◆ 단식 2일차 이재명 “이것이 유일한 방법” vs 윤재옥 “사법처리 회피용 단식”

이 대표는 전날 오후 1시부터 국회 본청 앞에 천막을 설치해 무기한 단식 투쟁에 들어갔는데, 그는 이날 천막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꼭 이렇게 (단식까지) 해야 하느냐는 말들이 많은데, 지금 윤석열 정권의 퇴행과 폭주, 그리고 민생 포기, 국정 포기 상태를 도저히 용납할 수는 없다”며 “이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행태를 도저히 그대로 묵과할 수는 없지만 막을 다른 방법도 없다”면서 단식에 돌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는 “이건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삶과 민생의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 고통과 절망에 우리가 공감하고 함께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단식을 시작하게 됐다”며 “퇴행이 완화되고 정상적인 국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무슨 일이든 다 할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에 둘러싸여 있어 재판과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고, 당장은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통보받은 데다가 구속영장 청구설까지 나오면서 국회로 두 번째 체포동의안 요구서가 날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 의도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내비치면서 ‘방탄용 단식’이라고 집중 공세했다.

실제로 이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단식이다. 정당한 명분을 찾기 어렵다”면서 “사법처리 회피용 단식, 체포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내분 차단용 단식, 당권 사수를 위한 단식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규정하며 단식 중단을 촉구했다.

더욱이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 패배 후에도 압도적 다수 의석을 무기로 대선 결과에 사실상 불복해 왔다”며 “국회 안에서는 여당의 국정 운영을 가로 막았고 입법 폭주를 거듭했으며 대표를 포함한 다수 의원들의 비리 혐의를 철벽 방탄으로 덮기에 여념 없었고, 국회 밖에선 주기적으로 극단적 지지자를 동원해 대규모 시위를 해왔으며, 국론을 분열시키고 혼란을 일으켰다”고 꼬집었다.

◆ 李 단식에 뿔난 與 총공세···“방탄 단식에 불과, 다목적 방탄 단식 철회하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또한 이철규 사무총장도 같은 회의에서 “누가 봐도 자신의 범죄 혐의에 대한 법치국가의 수사절차를 방해하는 방탄 단식에 불과하다”며 “이 대표는 곡기를 끊을 것이 아니라 정치를 그만둬야 할 사람이다”고 맹폭했다.

이에 더해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하필 정기국회를 하루 앞두고 민생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느닷없이 ‘단식 카드’를 들고나오니 우리 국민들의 억장이 무너진다”며 “이 대표는 검찰 소환을 앞두고 검사 앞에 안 앉고, 의사 앞에 누우려 하는 건지 의문의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정책위의장은 “이 대표가 단식의 이유로 제시한 ‘민생 파괴, 민주주의 훼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모두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민생 외면, 개인 방탄, 거짓 선동으로 메아리칠 뿐”이라면서 “이 대표는 ‘민폐 단식’을 할 때가 아니다. 다목적 방탄 단식을 철회하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마찬가지로 강민국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이 대표가 개인 비리 혐의를 덮기 위해 정기국회를 앞두고 예산안과 법안을 볼모로 삼으며 단식쇼를 벌이는 야만의 정치까지 나섰다”면서 “이 대표는 휠체어 타는 모습을 연출해 동정표라도 얻어보려는 심산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강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는 ‘사익보다 국익’이라는 현수막 앞에 앉았지만, 자신의 사법 리스크 방탄용으로 오로지 국익보다 사익을 위한 꼼수임을 모를 이는 아무도 없다”며 “방탄용 단식쇼는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아보겠다는 또 다른 사법 방해 행위인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뿐만 아니라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뜬금없는 단식으로 민생 국회가 출발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는데, 명분 없는 ‘방탄 단식’과 입법 폭주를 중단하고 국민을 위한 정기국회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국민과 민생 앞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오늘부터 100일은 온전히 국민의 삶을 위한 민생국회가 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더 나아가 국회부의장을 맡고 있는 정우택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를 향해 “명분 없는 정치공학적 단식을 멈추고,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이행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하면서 “국회 절대다수당 대표가 단식에 돌입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열한 행태다”고 질타했다.

게다가 검찰 출신인 김웅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의 단식에 대해 비판했는데, 김 의원은 “단식의 목적(부제 : 체포동의안 무기명표결을 막아라!) 시놉시스”라면서 이 대표의 강성지지층과 친명계 의원들이 앞으로 내놓을 반응을 예측했고, 그러면서 결론은 향후 국회로 넘어올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한줄 평 : 무기명 표결인 체포동의안 투표를 기명으로 바꾸는 기적의 단식”이라고 비꼬았다.

◆ 李단식에 혹평 쏟아져, 김종인 “오해만 받게 될 것”·이준석 “왜하는지 모르겠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좌)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우). 시사포커스DB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좌)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우). 시사포커스DB

이렇듯 이 대표의 단식 투쟁을 바라보는 여권의 시선은 굉장히 냉랭했는데,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하여 이 대표의 단식 투쟁에 대해 “구차하게 단식이라는 방식을 통해 새롭게 의미를 부여한다고 그래봐야 의미가 없다”고 부정평가를 내리면서 “쓸데없는 오해만 받는 거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대표가 단식을 해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지금 이 대표가 여러 가지 사법리스크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단식을 하니 ‘저 사람 저거 (검찰의 소환조사를) 또 피하려고 단식하지 않느냐’고 하는 이런 의심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이 대표를 향해 “단식은 별로 효과도 없다. 야당의 투쟁 방식도 좀 옛날식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단식 오래 하면 건강만 해로워진다. 너무 오래 단식할 생각은 안 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심지어 그간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해 말을 아껴왔던 이준석 전 대표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단식은 시작하는 명분과 중단하는 명분이 분명한 상황에서 돌입해야 하는 것인데, 이 대표의 단식은 구체적으로 잡히는 사안이 없다”며 “정확히 무엇을 대상으로 단식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전 대표는 “굳이 단식을 한다면 저 같으면 이렇게 국회 앞에 앉아서 할 것이 아니라 육군사관학교 앞에 가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반대 단식을 할 것이다”면서 “그러면 이 사안에 대해 (흉상 이전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 대표가 옳은 일을 한다는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훈수를 두기도 했다.

◆ 野 내부 반응 엇갈리는 상황 속 박지원 “아주 잘한 일” 극찬, 文도 응원 전화

문재인 전 대통령(좌)과 더불어민주당 원로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우). 사진 / ⓒ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좌). 시사포커스DB(우)
문재인 전 대통령(좌)과 더불어민주당 원로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우). 사진 / ⓒ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좌). 시사포커스DB(우)

다만 야권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에 대해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이었는데, 대체적으로 친명계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에 지지를 보이고 있는 반면에 비명계에서는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는 눈치였다.

하지만 야권 원로이자 ‘정치 9단’이라고 불리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하여 “국회를 책임지고 있는 제1당 대표로서 반드시 강한 투쟁을 해야 한다”며 “이 대표가 투쟁 방법으로 단식을 선택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날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이 대표에게 “걱정이 되기도 하고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고 싶어 전화드렸다”며 “윤석열 정부의 폭주가 너무 심해 제1야당 대표가 단식하는 상황이 염려스러워 전화드린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의 통화 내용의 취지를 전하면서 “이 대표가 건강을 헤치지 않도록 우려의 말씀이 있었다”고 설명했으며, 이에 더해 “두 분이 현 정부에 대해서 걱정스러움을 같이 공감하고 당대표의 단식에 대해 걱정하고 공감하는 게 우리 당원들, 지지자들, 국민들에게 큰 희망 됐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 검찰·법원 시간표도 꼬아버린 단식, 김기현 “檢조사는 나들이 소풍 아니야”

검찰청 깃발(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시사포커스DB
검찰청 깃발(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시사포커스DB

이 대표의 단식으로 인해 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이고 있는 한편 검찰 측에서는 이 대표의 소환조사 일정 문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였는데, 대북송금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수원지검은 이 대표에게 앞서 지난 8월30일 출석 요청을 했다가 거부 당한 바 있으며 그후 오는 4일에 검찰에 출석해 달라고 또 한 차례 요청했지만 이날도 출석 일정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다가 결국 4일 출석도 거부당하고 말았다.

이에 수원지검은 입장문을 통해 “이 대표 측 변호인이 '4일 이 대표 출석은 어렵다'고 통보해왔는데, 검찰은 예정대로 이 대표가 일반적인 피의자의 출석과 조사에 관한 형사사법 절차에 응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특히 이날 이 대표 측과 검찰 측은 소환조사 일정을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었는데, 4일로 다시 요구해 온 검찰에게 이 대표 측은 ‘4일 오전 2시간만 조사를 받을 수 있다. 시간이 부족하면 나머지 조사는 11일 이후에 이어 받겠다’고 전하자 검찰에서는 ‘2시간 만에 조사를 중단할 수 없다’고 난색을 표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더군다나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검찰이 출석을 거부했다”며 “검찰이 원하는 대로 조기 출석 의사를 밝혔는데도 거부하는 것은 검찰이 진실을 밝히는 것에는 관심 없고 오직 정치 수사로 이 대표와 민주당에 흠집을 내겠다는 의도 외에는 다른 해석이 어렵다. 검찰의 비상식적인 정치 수사를 다시 한번 규탄한다”면서 즉각 여론전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검찰 소환조사 일정에 대해 이 대표가 말했던 대로 오는 11~15일 사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하면서 이로써 다가오는 추석 명절 전까지는 국회에 체포동의안 요구서가 날아올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하지만 또다른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단식에 들어간 상황인 만큼 건강 상태로 인해 이달 내에는 검찰 소환조사를 못받을 가능성도 높다고 진단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격주 금요일마다 열리고 있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혐의 재판과 오는 15일로 예정되어 있던 대장동·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관련 재판도 단식의 영향을 받아 줄줄이 미뤄질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이날 이 대표 측 변호인에게 ‘기사를 보니 이 대표가 단식을 한다고 하던데 15일에 출석이 가능한가’를 물었더니, 이 대표 측에서는 “15일이면 이 대표의 건강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출석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답해 재판부는 다시 “중대한 사정이 생기면 순연하는 걸로 하자”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이 대표의 단식으로 인해 검찰과 법원의 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이 발생되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를 겨냥해 “이 대표는 부정부패 혐의로 검찰에 수사받으러 가는 것이지 나들이 소풍을 가는 것이 아니라고 여러 번 말씀드렸다”고 한숨을 내쉬면서 “어느 국민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고 하는데) ‘2시간만 조사받고 나오겠다’고 할 수 있는 특권이 있는지 (이 대표는) 스스로 잘 돌아보시길 바란다”고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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