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국민 절망감에 공감하고 함께 하겠단 뜻”
與 “법의 심판 다가오니 치졸한 방법 선택”
이 대표 지지자들, ‘대표님 사랑한다’ 응원 화환 보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중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중 물을 마시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즉생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 막아내겠다.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전격 선언해 정국 반전 카드가 될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갑자기 ‘무기한 단식’ 카드 꺼낸 이재명, 왜?

이 대표는 이날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하나 하나 비판하면서 무능폭력정권이라고 규정한 뒤 이에 맞선 ‘국민항쟁’ 차원에서 단식에 돌입한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이날 오후 1시부터 ‘무너지는 민주주의, 다시 세우겠습니다’란 플래카드가 내걸린 국회 본관 앞 천막에서 박광온 원내대표, 조정식 사무총장, 최고위원 등 지도부와 함께 앉아 단식을 시작했다.

단식 결정을 밝힌 이날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이른바 본인의 ‘사법리스크’에 대해선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은 채 윤 정부의 국정운영 부분만 비판하면서 이를 이유로 단식에 들어간다고 선언했으나 공교롭게도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시점에 갑자기 나왔다는 점에서 의혹 어린 시선도 쏠렸다.

더구나 전날 김남국 의원 제명안까지 국회 윤리특위에서 부결돼 사실상 민주당이 다시 ‘방탄 시도’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면서 민주당 내에서조차 ‘비명계’ 김종민 의원이 30일 밤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당 지도부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결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이 대표에 대한 압박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이에 ‘친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이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지금 당 대표가 어떻게 이 부분 관련해 지시할 수 있겠나. 그분들이 직접 들었는지, 전해들은 건지 묻고 싶다”고 맞받아치는 등 당내 친·비명계 간 신경전까지 격화되는 모양새인데, 여기에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8~30일 전국 유권자 1001명에게 실시해 31일 공개한 전국지표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정당 지지도도 국민의힘 32%, 민주당 28%로 집계됐고, 이 대표의 직무수행평가 역시 긍정평가는 33%, 부정평가는 5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이번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과 반대로 직전 조사 때보다 상승한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도 부정평가가 과반으로 나오기는 했으나 내년 총선을 앞둔 이 대표로선 검찰 조사와 당내 계파 갈등, 지지율 문제 등 여러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상황 속에서 자칫 본인의 리더십과 정치생명까지 위협 받을 수 있기에 우선 공격대상을 윤 정권으로 명확히 해 내부를 결속시키고 여론의 지지도 얻어 보고자 단식투쟁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李 “검찰 수사 지장 안 받아…사법리스크? 부당한 공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그래선지 일단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선 “제가 단식한다고 해서 일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고 주어진 역할을 포기하는 일은 없다. 검찰 수사 역시 전혀 지장 받지 않을 것”이라며 조사 회피 가능성을 일축하는 한편 이번 단식의 성격에 대해서도 “단식에 조건을 붙이는 게 아니라 최근 국민이 겪고 있는 절망감과 현실적 어려움들에 공감하고 함께 하겠다는 뜻이다. 정치가 국민을 대리하는 것임에도 주권자인 국민 삶에 무감각하고 방치하고 악화시키는 일이 일상이 됐는데 그 점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반성하면서 그 고통과 아픔에 함께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지적한 기자들의 질의에 적극 반박하기도 했는데 “지금까지 이 정권 들어서 2년 가까이 400번 넘는 압수수색 통해 먼지 털 듯 털고 있지만 단 하나의 부정 증거도 없다. 특수부 검사들이 올인해서 장기간 수사하고 있지만 실체가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는 것”이라며 “경기도청에는 일회성 압수수색이 아니라 23일간 출장소 차려놓고 전 공무원들을 뒤져서 6만7000건의 문서들을 압수해갔고 전화·소환조사 포함해 저희가 듣기로 200명 가까운 사람들을 조사했다고 하는데도 아무것도 없다. 상대가 부당하게 공격하는 것으로 ‘너 왜 공격당하느냐’고 하면 야당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대표는 검찰이 영장 청구에 나설 사건으로 꼽히고 있는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게 구속할 사유에 해당된다고 보나. 백현동 식품연구원은 대통령이 두 차례나 회의에서 지시한 사항이고 공문으로 저희가 보여드렸지 않나”라며 “백현동에서 부지 23%나 R&D 부지로 무상양여 받아 개발이익 환수했는데 그것 말고 개발 사업하는 그 사업의 지분 참여에서 사업 이익을 더 나눠받지 못했으니 배임이라고 하는 걸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 공흥지구 그냥 허가해주고 한 푼도 환수 안 했고 부산 엘시티는 한 푼도 회수 안 했을 뿐 아니라 1000억원씩 들여 진입도로까지 내주지 않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뿐 아니라 그는 또 다른 혐의인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건과 관련해서도 “스마트팜 500만불, 방북비용 300만불을 쌍방울이 대신 내줬다는데 쌍방울은 그럼 한 푼도 안 내고 북한과 대북사업 합의서를 써서 국가 부양하고 이익을 얻었나. 그리고 도지사가 무엇이 아쉬워 그냥 방북해서 사진 한번 찍겠다고 조직폭력배 출신의 믿을 수 없는 사업가를 보고 생면부지인데 수십억원을 부탁하고, 그 사람이 무엇을 믿고 수십, 수백억원을 대신 내주나”라며 “이런 것 갖고 영장 청구를 하나. 여러분이 의심 갖고 합리적으로 판단해보는 걸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만약 제가 정말 범죄 저지르고 사적 이익을 취했다면 지금까지 살아남았겠나. 지금 제가 기소당한 게 크게는 3가지이지만 개별적으로 나눠보면 한 10건쯤 된다. ‘일을 못하게 하자, 괴롭히자, 고통을 주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상대가 우리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내부 분열을 획책하고 국가 권력을 악용해서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게 하고 고통을 감수하게 하는 것은 그야말로 국가 폭력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 의지를 굳건하게 하고 끝내 싸워서 이길 것”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당 지지율이 낮다거나 당내에서 ‘대표 사퇴’ 요구가 일부 나온다는 지적에 대해선 “대선에서 진 정치세력이 집권세력보다 높았던 사례가 있는지 살펴봐주길 부탁한다. 지지율이 조사기관마다 들쭉날쭉하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집권세력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고 응수한 데 이어 “정당이라고 하는 것은 단일 상명하복 체제가 아니라 현 지도부 체제에 다른 입장을 갖고 또 불만 갖는 경우가 어떻게 없겠나. 제가 싫어서 그만뒀으면 하는 분도 있을 건데 지금도 여전히 우리 당 지지자와 당원은 압도적으로 현 지도체제를 지지하는 게 명백한 사실”이라고 자진사퇴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대표 지지자들은 이날 국회 정문 앞에 ‘정치인 이재명을 지지한다’, ‘대표님 사랑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취임 1주년 응원 화환을 보내 한껏 힘을 실어줬는데, 반면 무기한 단식까지 선언한 이 대표의 행보를 바라보는 정부여당에선 이날 냉소적 반응을 쏟아냈다.

◆ 與 “대표직 내려오고 단식하라”…檢 “단식 고려 없이 수사”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당장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현장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생 챙기고 국민 살림 돌봐야 하는 정기국회 개회 앞두고 웬 ‘뜬금포 단식’인지 모르겠다. 거대야당 이끌면서 직무 유기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며 “자신의 사법리스크가 두렵고 체포동의안 처리가 두려우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면 되는데 왜 그렇게 자꾸 민생 발목 잡는 일을 하는지 답답하다”고 단식선언한 이 대표에 일침을 가했다.

심지어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이 대표가 고작 개인 방탄과 국면전환을 위한 정략으로, 과거 민주화를 쟁취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던 단식카드까지 들고 나왔으니 이런 후안무치가 어디 있나. 결국 자신을 향한 법의 심판이 다가오니 어떻게든 관심을 돌려보기 위해 치졸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며 “본인 잘못에는 침묵하고 이제 정치까지 내팽개친 이 대표에게 당 대표직은 걸맞지 않다. 대표직에서 내려오고 단식하라”고 촉구했다.

여기에 같은 당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검찰 출석과 체포동의안이 코앞인 시점에 단식한다고 하니 찜찜하기만 하다. 단식이든 국민항쟁이든 할 때 하더라도 약속한 영장심사부터 받기 바란다”고 한 목소리로 이 대표를 압박했는데, 급기야 그간 대체로 자당을 향해 쓴 소리를 이어왔던 유승민 전 의원마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의 단식 선언을 꼬집어 “지난 1년간 스스로의 잘못과 허물 때문에 과반 의석 갖고도 야당 역할을 못해놓고 이제 와서 생뚱맞게 무슨 단식이냐. 구속을 피하기 위한 방탄 단식이냐. 단식이 아니라 사퇴가 답”이라고 혹평했다.

이밖에 제3지대 신당으로 ‘한국의희망’을 창당한 양향자 의원도 이날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제1야당 대표가 마지막 저항수단인 단식농성을 택했다는 게 개탄스럽다. 이 대표의 단식은 명분도 약하고 효과도 미지수”라고 지적했으며 또 다른 신당 창당 세력인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 선택’까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단식이란 꼼수까지 부리면서 관심의 초점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발버둥 치는 중인데 이 대표가 선언할 것은 무기한 단식이 아니라 구송영장 심사를 당당하게 받겠다는 선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날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전국민 항쟁을 통해 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 이 대표가 최선봉에 서서 결연하게 맞서 싸울 것이니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으며 김원이 민주당 의원도 “무도한 윤 정부에 목숨 건 무기한 단식투쟁으로 맞서는 이 대표를 응원한다. 함께 어깨 걸고 싸울 것”이라고 이 대표의 단식을 지지하고 나섰는데, 한편 이 대표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백현동 개발비리 및 위증교사 혐의와 관련해 보강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와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속영장 청구 등 향후 절차를 검토할 것이다. 일체의 고려 없이 수사상황에 맞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 대표의 무기한 단식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수사부터 영장 청구까지 이어가겠다는 의미인데, 이 대표가 이날 ‘이재명이 하는 일에 대해서만 검찰이 갑자기 공산주의자가 되고 있다’며 검찰 수사를 비판한 발언도 의식한 듯 검찰 관계자는 “대선 경선 과정에서 계속 의혹이 제기됐고 경찰에서 사건이 송치돼 수사하는 것이지 처음부터 검찰이 나서서 수사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반박해 과연 이 대표의 무기한 단식이 국면을 전환시킬 반전카드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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