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하태경 “쓴 소리 들어야”
이철규 “당 모욕해도 박수쳐야 되나”
김근식 “수도권 위기...공감하는 것”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좌), 이철규 사무총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좌), 이철규 사무총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타고 있는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 못한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은 뒤에도 당내에서 수도권 위기론을 내세워 지도부에 ‘맞불’을 놓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리스크에 휩싸인 와중에 오히려 여당 내에서 파열음이 일어난 배경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이철규 ‘승선’ 발언, 윤상현 겨눴나…尹 “위기 모르는 게 진짜 위기”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총회에서 ‘윤핵관’으로 꼽히는 이 사무총장이 “승선 불가” 경고를 했던 만큼 표적은 원외 인사가 아니라 현역 의원이라는 점에서 최근 연일 지도부와 이견을 내비친 윤상현 의원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실제로 윤 의원도 이 총장의 발언이 나온 다음 날에도 즉각 지도부에 대한 맹공을 이어가면서 공방을 벌이는 모양새다.

수도권인 인천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윤 의원은 지난 17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당 지도부는 상대적으로 영남권이나 강원권에 있는 분들이니까 수도권 정서나 흐름을 못 느낄 수 있다고 본다. 오히려 수도권에선 중도나 2030이나 확장성 있는 분들을 발굴해 그분들에게 선거 지휘를 맡기는 게 필요하다”며 “당 지도부에 있는 분들이 수도권에 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수도권 선거 나와서 크게 경쟁력이 있지 않을 것”이라고 현 지도부의 수도권 총선 지휘나 출마엔 회의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바로 다음 날인 1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선 이 사무총장의 ‘승선’ 발언에 응수하듯 “당이라는 배가 잘못 좌초되거나 어려워지면 누가 가장 먼저 죽게 되는지 아는가. 당 지도부에 있는 의원들이 아니라 수도권에 있는 의원들이 가장 먼저 죽는다. 수도권에 있는 당협위원장과 의원들에게 물어보라”며 “수도권 싸움은 영남권 싸움과 달라 수도권 거의 모든 지역이 1000표, 1500표 싸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을 빼고 제3정당이 나오면 지지율이 비슷하다. 30% 이상이다. 이게 위기 아닌가”라며 “제3당이 나와도 당연히 성공 못할 수 있지만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고 승부의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3지대에 있는 사람들도 포용하고 그에 대한 전략을 갖추자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당 화합을 저해한다’는 취지로 내놓은 이 총장의 ‘승선’ 발언이 자신을 겨냥했다는 해석에 대해서도 “이런 것을 얘기하면 이상하게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 무엇이 위기라는 것인지 본질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게 진짜 위기다. 당에 대한 충정을 말씀드렸고 당을 폄훼하거나 조롱할 의도가 추호도 없었다”며 “오히려 지도부에 선제적으로 말씀드려 지도부를 지원하자는 마음으로 선제적으로 얘기한 것이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위기의 본질을 한 번 꿰뚫어보자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 수도권 위기론, 실체 있나…김근식 “직접 뛰고 있는 분들 다 공감해”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 같은 윤 의원의 발언에 따르면 수도권 위기론이 비단 윤 의원만의 우려가 아니라 당내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의미인데, 실제로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18일 동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의원이 말한 수도권 위기론에 대해선 그 전에 안철수 의원도 했고, 그 다음에 여러분들이 계속 이야기했었다. 수도권 위기론에 대해 직접 뛰고 있는 저 같은 분을 포함해 다 그건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의 주장처럼 경기도 분당이 지역구인 안 의원도 앞서 지난 9일 KBS라디오에 나와 수도권 총선 전망에 대해 “심각한 위기다.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내년에 여당을 뽑겠다는 의견보다 야당을 뽑겠다는 분들이 더 많다”며 인재영입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는데, 가장 최근에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4~16일 전국 유권자 1042명에게 실시해 18일 발표한 내년 총선 전망 여론조사 결과(95%신뢰수준±3.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선 ‘정권 견제론’이 50.4%, ‘정권안정론’ 34.7%를 기록하기도 했다.

심지어 이 여론조사에선 정당 지지도의 경우 국민의힘 34%, 민주당 45.5%로 민주당이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왔는데, 다만 조사기관에 따라 결과가 극명하게 엇갈리기도 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4~16일 전국 유권자 1002명에게 실시해 17일 공개한 전국지표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34%, 민주당 23%로 여당이 오차범위 밖 격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동 기관이 함께 조사한 내년 총선 인식에 대해서도 ‘정부여당 지원론’이 47%, ‘정부여당 견제론’이 42%로 비슷한 기간 동안 실시한 미디어토마토의 조사 결과와는 큰 차이를 보였는데, 수도권으로만 좁혀 봤을 경우엔 서울에선 ‘정부여당 지원론’ 43%, ‘정부여당 견제론’ 46%, 인천·경기에선 ‘정부여당 지원론’ 45%, ‘정부여당 견제론’ 43%로 나타났다.

이처럼 기관마다 조사 결과가 상이하다보니 내년 총선까지 수개월 남은 시점에 판세를 섣불리 단언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율이 한 달째 최저치(23%)라는 여론조사에서조차 총선 전망에 있어선 정부여당 지원론과 견제론이 수도권의 경우 오차범위 이내 격차라는 점에서 윤 의원의 지적이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전 실장은 윤 의원을 향해 이 총장이 ‘승선’ 발언으로 경고를 보낸 데 대해선 “이 총장이 말한 것은 당내에 수도권이 중요하다, 수도권 선거를 위해 전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까지가 문제 된다는 게 아니고 그 얘기를 할 때 윤 의원이 ‘여당 지도부가 대통령실 대변인이냐, 혁신위가 필요하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니까 일반론적 입장에서 경고성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으며 이 총장의 발언이 총선 공천에 미치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대해서도 “사무총장이 공관위원으로 당연직으로 들어가지만 사무총장이 (총선 공천에) 전권 행사하지 않는다”고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다.

이 뿐 아니라 그는 수도권 위기론을 역설하는 윤 의원에 대해서도 “수도권의 다선의원이고 무소속으로 나가도 살아 돌아오는 대단한 저력을 가진 분이기 때문에 사실 공천 걱정 안 하는 승수를 하는 분”이라고 설명했는데, 그러다보니 윤 의원의 지도부를 향한 비판은 선거를 앞둔 ‘친윤’과 ‘비윤’ 간 계파 갈등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 지도부 “의견 개진과 당 모욕은 달라”…하태경 “쓴 소리 구분 못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좌),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좌),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더구나 윤 의원이 지난 10일 KBS2TV ‘더 라이브’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암이 큰 덩어리가 두 세 개 있다. 민주당에 대해선 맨날 돈 봉투 사건,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김남국 의원 가상화폐 보유 논란 등 그렇지만 뭔가 역동성 있고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데 우리 당은 변화에 대한 기대감조차 없다”며 “민주당 지도부를 봐라. 이 대표, 정청래·고민정·박찬대 최고위원 전원이 수도권 의원이니까 수도권 선거를 잘 아는 의원들인데 우리 당에 있는 당 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은 수도권 선거를 전혀 치러본 적 없고 전국 단위 선거 치러본 적 없다”고 발언한 점 역시 충돌의 단초가 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당시 윤 의원은 새만금 잼버리 대회를 빗대 “계속 ‘잘되고 있다, 대책 마련했다’고 여가부 장관이 얘기하지 않았나. 당도 ‘수도권 선거 걱정하지 마라, 잘되고 있다’고 하는데 데자뷔 보는 것 같다”며 당이 존재감이 없다고 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도 “당원들이 많이 공감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의식했는지 ‘승선’ 발언을 했었던 이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오후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의원들 몇 분이 방송 나가 당을 폄훼하고 모욕했고 그런 발언한 데 대해 당원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한 두 사람 얘기 듣지 말고 당원들이 뭐라고 했나 한 번 문자를 보라”고 당원들에게 받은 문자메시지 내용까지 직접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 총장은 “사실에 기초해 의견을 개진하는 것과 당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당 모욕하는 것을 내버려두고 잘했다고 박수 쳐야 하나. 당원들이 받아들이기에 거북스럽고 불편한 얘기를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게) 당 지도부 얘기가 아니라 당 얘기”라며 “표현의 자유다 해서 용납이 될 일인가. 그걸 가지고 대다수 의원들이 다른 말했다고 하는데 누가 그런 말했는지 실명을 한 번 밝혀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뿐 아니라 강민국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최고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은 정책이나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얘기할 수 있고 언로가 항상 열려있지만 당을 폄하하고 비하하고 당 정체성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갖고 비하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당원의 입장에서도 맞지 않고 사무총장의 말씀은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라고 강조했으며 다음 날인 18일엔 윤재옥 원내대표까지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총장의 ‘승선 불가’ 발언에 대해 “언로를 차단하거나 하는 취지는 아니었고 당 전체 입장이나 그런 것을 고려해서 (말)해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윤 원내대표는 “당 안에서 그 발언과 관련해 특별히 의원들의 문제 제기나 이견이 표출되지 않고 있다. 당 안에선 아무 문제가 없고 소란이 없는데 문제가 있는 쪽으로 일부 보도되는 것 자체가 현재 당의 분위기하고는 다르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 총장의 ‘승선 발언’으로 인한 여파가 자칫 당 내홍으로 비쳐질까 적극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같은 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총장의 ‘승선’ 발언을 꼬집어 “배를 수리하는 쓴 소리와 배를 침몰시키는 막말·악담을 구분 못하는 정당은 미래가 없다. 민주당이 국민에게 외면당한 것도 당내 쓴 소리를 전부 틀어막았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가하는 등 파장은 잦아들지 않고 있는데, 지역구가 수도권이 아닌 하 의원까지 윤 의원에 힘을 실어주는 입장을 내놨다는 점이나 해당 SNS글에 ‘이철규 승선론에 여당 술렁…총선 공천 놓고 파열음 시작’이란 제목의 기사를 함께 올린 데 비추어 수도권 위기론보다 총선 공천을 둘러싼 ‘친윤 지도부’와 ‘비주류’ 간 신경전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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