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의 시간” 외친 與, 민주당·문재인·전북 맹폭…野 “명예훼손 단호히 대처”

(좌측부터) 윤석열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김관영 전북지사. ⓒ대통령실, 시사포커스DB, 뉴시스
(좌측부터) 윤석열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김관영 전북지사. ⓒ대통령실, 시사포커스DB,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잼버리 대회가 완전히 끝나자 그에 대한 ‘평가’와 ‘책임’을 놓고 전·현직 대통령부터 여야에 이르기까지 상반된 목소리를 내면서 공방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 전·현직 대통령, 엇갈린 평가…文 “국격 잃어” vs 尹 “무난하게 마무리”

새만금 잼버리 대회가 마무리된 뒤 전·현직 대통령이 이번 대회에 대한 평가를 내놓기 시작했는데,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새만금 잼버리 대회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되었고 사람의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다”며 “새만금을 세계에 홍보하여 경제적 개발을 촉진함과 낙후된 지역경제를 성장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여겨 대회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던 전북도민들의 기대는 허사가 되고 불명예만 안게 되었다”고 ‘실패’란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은 “부디 이번 실패가 쓴 교훈으로 남고 대한민국이 보란 듯 다시 일어서기 바란다. 실망이 컸을 국민들, 전세계의 스카우트 대원들, 전북도민들과 후원기업들에게 대회 유치 당시의 대통령으로서 사과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는데, 반면 14일 윤석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리나라는 국가 브랜드 이미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잼버리를 무난하게 마무리함으로써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는 데에 큰 역할을 해준 종교계, 기업, 대학 및 여러 지방자치단체에 감사하고, 잼버리 대원들을 반갑게 응대해준 우리 국민께도 감사하다”고 온도차 있는 입장을 내놨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잼버리 대회를 안전하게 마무리하는 데 도움을 준 이들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데 중점을 두었을 뿐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책임 공방에 대해선 일단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는 모습을 보였는데,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같은 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잼버리 대회에 대해 혹평한 페이스북 글을 올린 문 전 대통령을 겨냥 “한 신문이 사설을 썼는데, 적반하장이고 후안무치라고 평가했고 그런 평가에 유의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감사원이 잼버리 관련 감사에 나서는 데 대해선 “잼버리가 계획됐던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 이유에 대해선 점검하고 또 향후 대응책도 좀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과정이 소모적 정쟁이 돼선 안 되고 생산적인 개선책을 도출하는 그런 과정이 돼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는데, 책임공방이 지나치게 정쟁으로 치닫는 모양새가 국민 보기에 좋지 않을 거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선지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대회 초반 어려움은 중앙정부의 본격 대응으로 어느 정도 안정화됐으나 태풍의 진로는 새만금을 향하고 있었고 세계스카우트 연맹은 전 참가자 대피를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많은 분의 헌신적 노력 덕에 무사히 대피 계획은 완성될 수 있었고 여러분들의 헌신은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 가능함을 넘어 행사가 성공하도록 만들어주셨다”며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은 소중하다. 정부는 이번 행사가 남겨준 우리들의 과제에 대해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이 철저히 분석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을 뿐 직접적으로 책임이나 처벌 등의 표현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 조직위 내 공방도…野 김윤덕 “예산 거부해” vs 여가부 “사실 아냐”

김윤덕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이 14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 기자회견장에서 잼버리 관련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김윤덕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이 14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 기자회견장에서 잼버리 관련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선 이미 누가 결정적으로 잘못한 것인지를 놓고 치열한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데, 새만금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 5명 중 한 명인 김윤덕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월에 있었던 조직위원장 간 회의에서 침수, 폭염 관련한 예산에 더해 예비비 형식의 비상 예산 20억원 이상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거절했고 회의가 파행됐다고 주장하면서 여가부와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당장 여가부는 “당시 회의에선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대책 논의가 이뤄졌고 국비 20억4000만원과 지방비 20억4000만원을 합한 40억8000만원을 전용해 마련했다. 김 의원이 요청한 비상예산 20억원과 관련해 조직위에서 6억원의 예비비를 이미 확보해둔 바 있어 이를 우선 집행하자는 의견이었다”고 해명하면서 김 장관이 김 의원의 요구를 거절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뿐 아니라 여가부는 14일 조민경 대변인 브리핑에서도 ‘여가부가 잼버리에 대한 책임의식이 부족했던 것 아닌가’란 지적에 대해 “여가부는 잼버리 대회가 원활히 진행되지 못한 것에 대해 잼버리를 준비하고 운영을 지원한 주무부처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잼버리 책임의식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이처럼 여가부가 적극 대응에 나선 가운데 김 의원은 14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힘이 센 기관이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려 힘이 약한 일선 공무원을 희생양 삼기 위한 감찰을 한다면 이번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규명할 수 없다. 잼버리가 마무리된 만큼 신속한 국정조사를 통해 이번 사태의 올바른 시비를 가리자”며 “어떤 점에서 준비가 미흡했는지, 예산은 과연 적절하게 편성됐는지, 또 편성된 예산을 취지에 맞게 집행했는지, 정부와 전북도, 조직위원회 간 의사결정 과정과 운영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냉철하게 밝혀야 한다”고 국정조사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그는 “여가부가 비겁하게 변명하고 있는데 여가부 장관이 주무부처 장관의 역할을 포기했다고 생각한다. 공동조직위원장으로서 제 개인의 책임도 있고,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지만 윤 정부가 모든 책임을 전북에 떠넘기려고 한다”며 “이번 새만금 잼버리 비판이 새만금 사업 차질로 이어지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당연히 추진해야 할 새만금 기반 사업들이 마치 잼버리 때문에 추진했다는 식의 가짜뉴스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김관영 전북지사도 같은 날 전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북이 잼버리 대회를 이용해 수십조원의 예산을 끌어왔다는 등 허위 사실을 주장해 전북인의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주고,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 새만금 사업은 잼버리가 유치되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국가사업으로 추진해 왔다”며 “잼버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전북도민을 집단적으로 명예훼손하는 행위는 묵과하지 않고 단호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공언했다.

아울러 김 지사는 “세부적 내용은 조직위, 전북도, 각 부처에 모두 공식문서로 남아있고 전북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그에 따른 책임도 지겠다. 진실은 정부와 조직위, 지자체의 업무분장과 구체적 업무 수행 내용을 살펴보면 밝혀질 것”이라며 “세금 유용과 낭비는 한 푼도 허용해선 안 된다. 당장 자체 감사부터 시작해 철저히 밝히겠다. 중앙정부와 정치권은 무책임한 정쟁을 멈추고, 감사원 감사와 국정조사 등 법과 절차에 따라 진실을 밝히고 교훈을 찾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與 “방만한 예산 운영으로 잼버리 망쳐…민주당, 책임 더 엄중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 최고위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 최고위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한편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이번 잼버리 대회 책임론과 관련해 수세적 자세를 취한 대통령이나 정부 인사들과 달리 민주당과 문 전 대통령, 전라북도 등을 향해 보다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섰는데, 김기현 대표는 14일 강원도 원주시에서 가진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총체적 무능과 실패로 끝난 잼버리라고 우기면서 책임 전가에만 매달리고 있는데 조사에 들어가면 들킬 수밖에 없는 구린 구석이 많은 게 아닌가 짐작된다”고 꼬집었으며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제 대회가 끝나고 결산의 시간이 다가왔다. 얼핏 상황을 살펴도 민주당 책임이 훨씬 더 엄중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윤 원내대표는 “매립도 되지 않은 새만금 잼버리를 유치하자고 주장했던 민주당, 잼버리 준비기간 6년 중 5년을 날린 문 정부, 일선에서 예산 집행을 하며 조직·실무를 맡은 전라북도”라며 “멀쩡한 장소 놔두고 다른 꿍꿍이로 나무 한 그루 심을 수 없는 뻘밭에 장소를 선정한데다 중앙정부 예산 빼먹기에 골몰하며 대회 준비를 해외여행 찬스로 이용하고 방만한 예산 운영으로 잼버리를 망친 주범이 누군지 다 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심지어 강원도당위원장인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치러진 잼버리 대회를 들어 “30여 년 전 고성 잼버리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강원도민들의 아쉬움도 들려온다. 지방 행정력과 국민 혈세가 함부로 낭비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압박했으며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명박 정부 당시 유치한 평창 올림픽은 박근혜 정부를 거쳐 개최 1년 전 공정률이 95%에 달했는데 새만금 잼버리는 대회 1년 전 기반시설 공정률이 37%에 불과했다. 초기 잼버리 파행 원인은 전북의 탐욕과 문 정부의 무관심 때문이고 혈세 1171억원을 눈먼 돈으로 여긴 자들에 대한 감사와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조달청에서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민주당 전북도당 전주을 지역위원회 직능위원장이 대표로 있는 전북의 모 업체가 2021년 9월부터 올해 6월 사이 잼버리 조직위가 발주한 용역 8건을 따냈는데, 이 중 5억2천만원 상당의 7건은 수의계약으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고 이 업체가 2021년 기준으로 자본금은 1억원, 직원은 3명인데 자본금의 5배가 넘는 액수를 수의 계약했다면서 ‘용역 계약 몰아주기’ 의혹도 제기했다.

이밖에 문 전 대통령이 SNS에 자신을 ‘유치 당시 대통령’으로 선을 그으면서 잼버리 준비 부족을 지적한 글을 올린 데 대해서도 여당 의원들은 십자포화를 퍼부었는데,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재임 때 부지 매립을 제대로 했나. 배수시설을 제대로 갖췄나. 잼버리보다 예산 잿밥에만 몰두해 그렇게 5년 허송세월 보내놓고 뒤집어씌우기만 하면 능사냐”라며 “유체이탈 화법은 재임 때나 퇴임 때나 매한가지다. 임기 5년 중 4년 9개월은 문 대통령 재임 기간이었고 잼버리 준비기간이었다”고 문 전 대통령을 직격했다.

이 뿐 아니라 권성동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의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다’고 했는데 준비가 부족했던 그 ‘사람’ 대표주자가 바로 문 전 대통령이다. 400m 계주에 비유하면 자기 차례일 때 제대로 뛰지도 않았다가 다음 주자인 윤 정부를 향해 손가락질하고 있는 건데 안면몰수에도 정도가 있다”며 “이제 검증과 평가의 시간이 왔다. 전 정부와 현 정부, 중앙정부와 전라북도 모두 책임이 있겠지만 그 경중은 반드시 가려야 하고 모두 잘못했다는 식으로 책임소재를 물타기 해선 안 된다”고 역설했는데, 향후 책임규명 감사·조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누가 도마에 오르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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