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공론화되지 않은 상태” 반발…혁신위, 개편안 발표 ‘10일’로 연기
하태경 “김 위원장이 사표를 못 쓰는 이유...공천룰 개편하고 나가라”추정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을 비롯 이재명 대표, 새로 선임된 위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기구 제1차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을 비롯 이재명 대표, 새로 선임된 위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기구 제1차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에서 발표 준비 중인 대의원제 개편 등 사안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친·비명계 계파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려는 모양새다.

◆ 비명계 의원들, 대의원제 개편 가능성에 혁신위·이재명 직격

비명계 의원들이 대의원제 폐지나 축소에 방점을 둔 것으로 알려진 김은경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에 대해 8일 강하게 반발했는데, 조응천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대의원제가 문제가 있어 우리가 대선, 지선, 4·7 재보궐 선거에서 3연패를 했나”라며 “도덕성 문제, 내로남불, 당내 민주주의 악화, 팬덤, 개딸 이런 것 아니냐. 왜 그건 아무 얘기 못하나”라고 꼬집었다.

조 의원은 이어 “꺼내놓은 게 당내 도덕성 위기나 당내 민주주의 악화와 무관한, 주류에 부응하는 듯한 그런 일만 하고 있다. 오히려 대표나 당 지도부에 몰려가고 있는 압박을 분산시켜주는 감압밸브와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혁신위를 비판하면서 “제가 듣기로는 혁신위원들 사이에서 ‘우리가 (대의원제 폐지) 이것을 언제 진지하게 숙의했냐’, ‘지금 안건으로 그냥 발표하면 어떻게 하나’, ‘덜 익었다’, ‘그냥 갑자기 들고 와서 이게 우리 안이라고 하면 되는 것이냐’는 생각들이 꽤 있는 것 같다. 김 위원장이 생각했던 것을 하나하나 꺼내놓는 것인지 다른 의원이 그걸 갖고 오는 건지, 다른 데서 날아오는 건지”라고 의심하기도 했다.

이에 ‘어디선가 혁신안으로 이걸 하라는 오더(지시)가 내려왔다는 취지인가’라고 진행자가 질문하자 조 의원은 “그건 제가 단정은 못한다”면서도 “어쨌든 이게 제대로 공유하고 숙의되고 공론화가 되지 않은 설익은 상태에서 쫓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는데, 같은 당 이상민 의원도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급하고 본질적인 것부터 해야 하는데 민주당에 대의원제가 그렇게 급하고 본질적인 것이냐”라고 한 목소리로 혁신위에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대의원제 폐지에 대해 “강성 당원이 소위 이재명 대표 쪽 세력을 확대시키려고 하거나 그쪽을 관철시키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혁신위가 혁신 대상인 개딸, 일그러진 팬덤을 혁신하고 고쳐 바로잡을 생각은 안 하고 거기에 충성하고 있다. 혁신위가 대의원제를 들고 일어나서 하는 것은 결국 강성당원, 개딸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하고 관철하는 대변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혁신위를 겨냥 “자신들의 자화상을 돌아보면 지금 민주당에 대한 혁신안을 내놓을 처지냐. 본인들 처지를 빨리 생각해 스스로 해산하든 사퇴하든 해야 한다”며 “자꾸 혁신안을 하겠다고 집착하거나 미련을 두면 오히려 더 악수를 두지 않겠나. 민주당에 더 해악을 끼치고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거취 압박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이 대표를 향해서도 “본인의 사법리스크 문제에 당을 끌어들여 ‘방탄정당’ 소리를 들으며 그런 것 막는 데만 급급했지 당의 구조적 개혁 문제나 개딸과의 비뚤어진 팬덤 척결 문제 같은 것은 손도 못 대지 않았나”라며 “이 대표가 구성하고 출범시킨 혁신위원회가 엉망진창이고 온갖 구설에 휘말리고 당에 해악을 끼치고 있는 게 현실이면 빨리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저는 처음부터 이 대표가 당 대표를 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좌), 조응천 민주당 의원(중), 이상민 민주당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좌), 조응천 민주당 의원(중), 이상민 민주당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심지어 평소 이 대표에 쓴 소리를 쏟아온 이들 비명계 의원 외에도 현 지도부 일원인 고민정 최고위원조차 같은 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그만두는 상황을 가정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대의원제 폐지 문제를 지금 거론할 이유가 없다”며 “지금 할 이유가 없다는 게 많은 의원들의 생각이고 오히려 이 대표의 위치를 흔드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대의원제 폐지에 대해 분명하게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특히 ‘대의원제 폐지를 거론하는 사람들은 친명계로 분류되는 사람들과 원외위원장’이란 진행자의 질문에 고 최고위원은 “당 대표가 조기에 내려오게 되면 전당대회가 열릴 수도 있으니 거기에 대해 뭔가 준비해야 한다는 논리구조가 작동되고 있다. 저는 이 대표 체제 하에 있는 지도부이기 때문에 그걸 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도 ‘혁신위가 좌초될 경우 이 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나올 수 있다’는 질문엔 “당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은 대표의 책임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혀 현 지도부 구성원이다보니 좀처럼 이 대표를 압박하는 듯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던 이전과 달리 대의원제 폐지가 거론된 뒤로는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 “대의원제 폐지” 힘 실은 친명계…혁신위 발표는 이틀 연기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이 대의원제 폐지에 대해 의견을 물어도 입을 다물었는데, 다만 친명계로 꼽히는 정청래 최고위원은 현역 의원임에도 고 최고위원과 달리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의원 제도를 폐지하고 1인 1표 민주주의 대의를”이란 글을 올린 데 이어 추가로 “민주당의 대의원 제도는 근시안적으로 보면 필요해 보이지만 장기적 관점으로는 반드시 없애야 한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1인 1표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도 올렸고, 김용민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혁신하자고 해놓고 마음 닫고 비난만 하는 태도를 먼저 혁신해야 한다”는 글을 올려 혁신위에 힘을 실어주는 등 비명계와 대조를 이뤘다.

이처럼 대의원제 폐지가 당내 ‘뜨거운 감자’가 되는 이유는 ‘전국 당원을 대신해 당의 정책 결정, 지도부 선출 등에 참석하는 대리자’인 대의원을 대개 현역 의원이나 지역위원장들이 당에서 오래 활동한 핵심당원들을 임의로 임명하기 때문인데, 이들의 수는 총 2만명도 안 돼 백만명에 육박하는 권리당원에 비해선 압도적으로 적지만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투표에선 1인당 권리당원 수십명에 달하다보니 이 대표 체제 출범 전후로 대거 입당한 소위 ‘개딸’이라는 강성 ‘친명’ 당원들의 경우 ‘표의 등가성’을 문제 삼아 대의원제 폐지를 촉구해왔다.

현행 당헌당규상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은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25%, 일반당원 5%로 이조차 대의원 반영 비중을 이전보다 줄인 결과인데, 혁신위는 아예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구분 없이 ‘1인1표’로 되도록 바꾸는 방안을 포함한 제도 개편에 나서려고 허고 있으며 이미 지난 2일부터 이날(8일)까지 민주당 의원들 및 당직자들에게 대의원제 폐지 등 내용을 담은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반면 현역 의원, 특히 ‘개딸’ 권리당원들의 적극적 지지를 받는 형편이 아닌 현역의원들의 경우 이들의 영향력이 늘어나는 것보다 자신이 임명할 수 있는 대의원의 기존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어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보니 비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의원제 폐지나 축소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개딸’ 등 강성 당원과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총선 출마를 위해 자신의 원래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현재 이곳을 지역구로 둔 고 최고위원마저 당내 혁신 방향이 ‘개딸 영향력 확대’ 쪽으로 흐르는 데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 뿐 아니라 일각에선 민주당 권리당원 비율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대의원제를 폐지할 경우 영남 등 상대적으로 당원 수가 적은 지역의 목소리는 더더욱 소외될 수 있다는 주장도 없지 않은데다 정당법 29조에 “정당은 민주적 내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당원의 총의를 반영할 수 있는 대의기관을 가져야 한다”고 나와 있어 법적으로 대의원제를 폐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어 혁신위 뜻대로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선지 대의원제 폐지나 축소 등을 담은 혁신안 발표 기자간담회를 당초 8일에 갖기로 했던 혁신위는 돌연 전날 저녁 비공개 회의를 가진 뒤 “설문조사 결과 검토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혁신위 발표는 오는 10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일단 잠시 연기했는데, 대의원제 투표 반영 비율 문제는 계파 간 입장차가 분명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김한규 “혁신안, 워크숍서 다룰 듯”…與 “지금대로면 큰 파열”

또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앞서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의원제 폐지 등 혁신위의 혁신안과 관련해 오는 16일 열릴 정책의총을 의식한 듯 “기존 혁신위 발표에 대해선 당 지도부가 1차적으로 검토해 의견을 내고, 세부적으로는 의원총회에서 논의하는 방식을 취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하지 않겠나”라고 밝힌 데 이어 오는 28~29일 진행될 당 워크숍도 내세워 “워크숍은 통상 정기국회 전 정기국회 대응을 위한 전략을 논의하는 과정인데 1박2일이라 시간적 여유가 있어 혁신위 제안도 심도 있게 다뤄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듯 대의원제 개편조차 현역의원들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바꾸기 쉽지 않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혁신위는 이보다 더 파장이 크고 민감한 사안인 내년 총선 공천 룰과 관련해서도 함께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자칫 비명계 의원들의 반발수위가 계파 갈등으로 확대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없지 않은데, 당장 조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명계에 불리한 공천 룰로 최종 개정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최고위원회의에서 추인이 되더라도 중앙위원회를 거쳐야 하고 전 당원 투표를 거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아마 갑론을박이 대단할 건데 그렇게 쉽겠냐”라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이를 바라보는 여당에선 혁신위와 이 대표를 싸잡아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는데,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8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 혁신위가 사퇴 대신 오히려 쇄신안으로 대의원제 폐지·축소 방안 카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대의원제 폐지는 그동안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 등이 요구해온 것”이라며 “출범부터 친명 혁신위라는 비판이 일더니 해체·사퇴론이 불거지자 아예 노골적으로 개딸에게 구애를 펴고 있는 건데 민주당의 혁신위는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뿐 아니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김 위원장이 사표를 못 쓰는 이유가 이 대표 쪽에서 내려오지 말라고 하니까 그렇겠다. 공천 룰 개편하고 나가라 (했을 것)”이라며 “재명수호혁신위, 이렇게 가는 것 같고 그러면 당내에 굉장히 큰 파열음이 있을 것이다. 정당이 당원 중심으로 가면 소위 친명 개딸 중심으로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오는 10일 혁신위가 발표할 결과물이 하 의원의 전망대로 민주당에 큰 파열을 일으킬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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