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언론 장악 실행했으면 오늘 이 자리 설 수 있었겠나”
野 “언론조작 선수” 공세 강화, 최민희후보자 임명촉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에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에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내정에 거세게 반발해온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공세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이 후보자가 1일 “언론 장악을 실행했으면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었겠는가”라고 응수하면서 ‘언론 장악’ 우려를 표하는 야권을 향한 맞대응에 본격 나섰다.

◆ 이동관 “언론, 책임 뒤따라야”…野 “입맛 맞는 보도하란 것”

이 후보자는 1일 경기 과천시 과천경찰서 인근에 마련한 청문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방통위가 언론 장악 시도를 하려고 한다는 의혹에 대해 직접 “2017년을 전후해 광풍처럼 몰아쳐서 조선시대 사화라고까지 얘기했던 적폐청산이란 게 있었다. 내가 만약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어떤 지시나 실행을 했고 분명한 결과가 있었다면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언론은 장악될 수도 없고 장악해서도 안 되는 영역”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만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무책임하게 가짜뉴스를 퍼 나른다거나 특정 진영의 정파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논리나 주장을 무책임하게 전달하는 것은 언론이 고유영역에서 이탈한 것”이라며 “과거 선전선동을 굉장히 능수능란하게 했던 공산당의 신문과 방송을 우리가 언론이라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사실과 진실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주장을 전하기 때문이고 우리는 그걸 기관지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현재 기관지 같은 언론이 있다고 보는 것인가’란 질문이 나오자 이 후보자는 “그건 국민이 판단하시고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 적어도 언론은 검증하고, 의심하고 확인해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진실을 전하는 게 본연의 역할”이라고 답했으며 “내 얘기에 대해서도 여러분이 의심하고 검증하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후보자는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 등과 관련해 인사청문회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묻는 질문엔 “성실하고 정확하게 사실에 입각해 소명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배우자 인사청탁 의혹에 대해서도 “실체적 진실은 아주 간단하다. 두 줄로 요약하면 바로 돌려줬고 내가 민정수석실에 신고해 수사가 시작됐다”고 직접 해명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가 이 같은 메시지를 내놓은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에선 김한규 원내대변인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자의 ‘공산당 기관지’ 발언과 관련 “그런 발언을 했다면 언론의 구체적 행태를 검열하겠다는 입장으로 들린다. 그런 발언 자체가 방통위원장으로서 상당히 부적절한 인물이란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며 날선 비판을 가했고 같은 당 강선우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이것으로 이 후보의 언론관은 명확해졌다. 오직 윤석열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보도만 해야 하고, 그것에서 벗어나면 공산당 기관지로 취급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강 대변인은 “지난 세월, 국정원 등을 동원해 언론을 공산당 기관지로 전락시키려 들었던 이 후보가 궤변을 늘어놓는 작태에 치가 떨린다. ‘언론은 장악될 수도 없고, 장악돼서도 안 된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고스란히 인용하는 이 후보에게서 2차 언론장악 시도에 임하는 결기까지 느껴진다”며 “뒤틀린 언론관에 소름 끼친다. 정권 입맛에 맞는 것만 취사선택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것으로 포장했던 언론고문 기술자인 이 후보에게는 청문회에서 소명할 자격조차 없고 남은 선택지는 즉시 사퇴 뿐”이라고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 與 “노영방송 무너질까 두렵나” vs 野 “총선 전 방송장악 하려고?”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좌), 민형배 민주당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좌), 민형배 민주당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다만 민주당에선 아예 이 후보자 청문회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듯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가 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청문회를 보이콧하겠다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철저한 청문을 통해 이 후보자가 부적격자임을 국민들에게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는데, 이번 주 안에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가 국회에 제출되면 20일 안에 청문회를 열어야 하는 만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야 간사인 박성중·조승래 의원이 전날 과방위 안건조정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청문회 날짜를 오는 16~18일 중으로 잠정 협의하고 있다고 밝혀 적어도 이달 중순쯤 여야 간 진검승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청문회 전부터 양당은 이 후보자를 둘러싼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후보자 지명에 대해 민주당과 민노총, 언론노조 등이 방송장악, 언론통제 운운하며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민노총 노조에 장악돼 노영방송이 되어버린 공영방송을 정상화한다고 하니 민노총 노조 기득권이 무너질까봐, 민주당과의 공고한 카르텔의 금이 갈까봐 두려운 것”이라며 “방송장악은 문 정권에서 자행된 것이다. 방송 장악 문건 만들고, KBS 고대영 전 사장을 몰아내고 MBC 김장겸 전 사장을 내쫓고 방송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방송농단 자행한 장본인들이 방송 장악 운운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뿐 아니라 박 정책위의장은 “현재 두 방송사 사장은 노조 출신이고 MBC 간부의 89%가 언론노조원 출신인데 그 결과는 편파방송, 가짜뉴스였다. 지난해 9월 대통령 방미 당시 불거진 MBC 자막 논란은 가짜뉴스 진원지라는 오명을 자초했고, 올해 4월 대통령 방미 기간 중 KBS 라디오 패널은 야당 성향이 여당의 7배를 넘었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등 현안이 제기된 6월과 7월에는 양 방송사 패널에 야당 성향 비율이 14배나 더 많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데도 사돈 남 말하니 참 기가 막힌다. 현재 대한민국 방송계는 공영방송 정상화를 비롯해 가짜뉴스 근절, 글로벌 미디어 산업 강국 도약이라는 중차대한 과제가 놓여 있다”며 “방송통신 업무를 총괄하는 수장으로서 이 후보자는 공영방송을 정상화해서 국민을 위한 방송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야당과 언론, 노조에 빌미를 주는 일 없도록 공정의 가치를 철칙으로 삼고, 흔들림 없이 오직 국민만 보며 나아가길 당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선 민형배 의원이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 후보자를 꼬집어 “80년대 신문기자 출신이 무슨 전문성을 갖고 있나. 더 중요한 건 이분이 MB정권에서 뭘 했는지 다 아시잖나. 언론조작, 방송조작, 편파방송 선수”라며 “방송문화진흥회 통해서 방문 이사회 구성 바꿔서 MBC, KBS는 수신료 이런 거랑 해서 ‘사장 물러가라, 책임져라, 수신료 왜 못 막았냐’ 이런 걸 통해 내부 분열 획책한 다음 이걸 통해서 경영진 교체하고 그렇게 되면 보도의 방향이나 내용을 권력 입맛에 맞도록 해서 이게 선수란 말이다. 이거 헌법 위반”이라고 역설했다.

또 민 의원은 문 정부 때 언론 탄압이 심했다는 여당 측 주장에 대해선 “MB 정부, 박근혜 정부 거치면서 언론, 방송이 망가졌는데 그걸 바로 잡는 과정이었는데 그 과정을 언론탄압이라고 그러면 지금은 언론 방송 진흥이냐”라며 “그쪽에서 정의하는 가짜뉴스는 뭐냐.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뉴스는 다 가짜뉴스라고 그러잖나. 선거전이 본격화면 흘러가버리니까 그전에 오래전부터 (방송 장악을) 구상한 것 같다”고 역공에 나섰다.

한 발 더 나아가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같은 날 이 후보자 비호에 나선 여당을 겨냥 “국민의힘은 이제 대통령 부부도 부족해 ‘언론고문 기술자’ 이 후보까지 대변하나. 총선 승리를 위해 ‘방송장악위원장’ 이 후보가 그렇게 간절한가”라며 “언론탄압은 전 정부가 더했다는 억지 주장은 어이가 없어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전 정부에서 대통령 전용기를 못 탄 기자가 있었나, 아니면 언론사를 압수수색했나”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특히 강 대변인은 “하다하다 이제 이 후보자 아들의 학교폭력 자체가 없었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는데, 없었다는 학교폭력 때문에 강제전학을 갔겠나. 사실조차 날조하지는 말라”며 “공영방송을 정권 나팔수로 삼겠다는 윤 대통령의 속내를 이미 국민은 다 알고 있다. 총선 전 공영방송 사장 물갈이라도 해보겠다는 것 아니냐.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방송장악 음모를 저지하고 ‘국민의 공영방송’을 지켜낼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에선 이민찬 상근부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맞대응에 나섰는데, “민주당의 막말과 가짜뉴스 공세가 도를 넘고 있다. 국무위원 후보자를 고문 기술자에 비유하는 것은 최소한의 품격과 예의마저 잃은 언행”이라며 “‘공산당의 신문과 방송을 언론이라 얘기하지 않는다’는 이 후보자의 원론적 발언을 악의적으로 왜곡해 비난한 것은 이해력이 부족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비판 의식 없이 특정 진영·정파의 주장을 대변하고 가짜뉴스를 퍼 나르는 게 과연 언론의 역할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곡해하지 말라”고 응수했다.

◆ 최민희 임명 촉구한 민주당, 방통위법 개정안 발의까지

최민희 전 의원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 DB
최민희 전 의원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 DB

이처럼 신임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놓고 청문회 전부터 여야 간 치열한 설전이 오가고 있지만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최종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윤 대통령이 임명 강행할 가능성이 큰 만큼 민주당은 야당 추천 방통위원인 최민희 후보자를 조속히 임명하라고 윤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오는 23일로 임기가 끝나는 야당 추천 방통위원인 김현 위원은 1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2명만 남아도 의결은 가능하고 최악의 경우 1명이 남아도 할 수 있는 정부”라며 “최 위원을 빨리 임명하라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현재 방통위법에 따르면 위원회 회의는 위원장 단독 소집도 가능하며 재적 위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어 법상 2명만 있어도 김 위원의 지적대로 의결이 가능하다.

그래선지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은 이날 “삼권분립에 따라 대통령은 국회의 추천을 거부할 근거가 없다. 방통위원 임명도 하지 않은 채 2명을 다시 추천해달라는 것은 맞지 않은 일”이라고 윤 대통령에 촉구했으며 민주당 대표 정무실장인 김영진 의원도 같은 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국회에서 동의됐던 최 위원 임명을 지금 대통령이 거부하고 있는데 이런 예가 없었고 완전한 직무유기”라고 한 목소리로 압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단독 원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에선 조승래 의원은 1일 ‘위원회 회의는 재적위원 3인 이상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위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내용의 방통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현재 결원 때문에 정부여당이 추천한 상임위원만으로 의사 결정 중인 상황 저지에도 나섰는데, 이에 비추어 이 후보자 임명 여부와 별개로 방통위를 둘러싼 여야 간 ‘힘겨루기’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앞으로 더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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