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방송 장악, 현실화하겠다는 것”…이동관 “비판 귀 기울일 것”
김기현 “상당수 방송이 언론권력이란 철밥통을 지키기 위한 것”
언론연대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해 방통위체제 사망선고 내려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좌),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 지명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우). ⓒ뉴시스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좌),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 지명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우).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새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미디어소통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대선 이후엔 인수위 특별고문을 맡았던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을 지명해 그간 이 인선을 반대해오던 야권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 대통령실 “이동관, 국정과제 추진 적임자”…李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 복원”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2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장관급인 방통위원장 후보에 윤석열 대통령이 이 특보를 지명했다고 밝혔는데, “언론계에 오래 종사한 언론계 중진으로서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대변인과 홍보수석을 역임했고 언론 분야의 풍부한 경험과 다양한 인간관계, 리더십을 바탕으로 윤 정부 방송통신분야 국정과제를 수행할 적임자”라고 내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자리에 동석한 이 후보자는 “글로벌 미디어 산업 환경이 아주 격변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 중요한 직책에 지명돼 어깨가 무겁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지금 각국 정부와 시민단체가 모두 그 대응을 골몰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진영 논리의 이해와 충돌을 빚는 패러다임에 갇혀 있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의 복원, 자유롭고 통풍이 잘 되고 소통이 이뤄지는 정보유통 환경을 조성하는 데 먼저 총력을 기울이려고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그는 “이제 대한민국에도 영국의 BBC 인터내셔널이나 일본의 NHK 방송처럼 국제적으로 신뢰받고 인정받는 공영방송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넷플릭스처럼 콘텐츠 거대 유통기업이 나와야 한다. 언제까지 과거 틀에 갇혀서 얽매여 있어선 안 된다”며 “과감한 규제 혁신과 정책 지원을 통해 한국이 글로벌 미디어 산업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후보자는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대언론 행보를 이유로 ‘언론 탄압할 것’이라고 반발하는 여론을 의식한 듯 “야당과 비판 언론의 질책이나 비판에도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는데, 실제로 앞서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달 19~21일 전국 유권자 1033명에게 실시한 6월 4주차 여론조사(95%신뢰수준±3.0%P)에선 ‘방통위원장 임명 반대’ 의견이 과반인 59.9%를 기록한 바 있고 한국기자협회가 지난달 16~19일 현직기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조사에선 반대 80%, 찬성 13.1%로 나오기도 했다.

일단 장관급인 방통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데다 국회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임명동의안 제출 후 20일 안에 인사 청문을 마쳐야 하는 만큼 이 후보자는 당장 다음 주부터 정부과천청사 인근 사무실로 출근해 청문회 준비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미 방통위에선 같은 날 혁신기획담당관을 주축으로 주요 과장이 참여하는 임사청문회 준비팀을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고 여야 합의가 이뤄질 경우 내달 셋째 주나 넷째 주쯤 청문회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 격앙된 야권 “‘방송 탄압’ 상징인 인물”…대통령실 앞 ‘항의방문’까지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조승래 간사와 위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조승래 간사와 위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에선 이 후보자 지명에 격앙된 목소리를 쏟아냈는데, 먼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MB 정권 때 방송탄압의 상징적 인물 아니냐. 그 외에도 온갖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고 국민 압도적 다수가 반대하는데도 굳이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국민을 나라의 주인이 아니라 지배대상으로 여기는 태도 아니겠나”라며 “이건 국민을 대신해 위임된 권한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폭력적 지배다. 이동관 임명 강행으로 방송 장악을 현실로 해보겠다는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자당 의원들과 함께 이날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으로 가 ‘이 후보자 지명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는데, “국민의 60%가 반대하고 언론인 80%가 반대하는 인사를 결국 방통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이제 방통위원장은 방송장악위원장, 방송탄압위원장으로 불리게 될 것”이라며 “만일 이동관 지명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방송을 장악해서 총선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시도라면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을 지키고 방송 장악과 언론 탄압을 단호하게 막을 것”이라고 윤 정부에 경고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노리는 것은 언론을 푸들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저는 민주당 언론자유특위 위원장으로서 겸허한 자세로 방통위가 독립성과 자율성, 중립성을 지켜나갈 수 있게끔 이 후보자의 학폭 은폐 의혹, 인사청탁 문제, 언론 사찰 문제를 하나하나 다 파헤쳐가겠다”고 공언했으며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아들 학폭 논란과 은폐 의혹이 해명되지도 않았는데 부인의 청탁 의혹마저 제기돼 지금까지 제기된 숱한 의혹들만으로도 방통위원장은 물론 어떤 공직도 맡을 자격이 없다. 윤 대통령은 당장 임명 철회하고 적합한 인물을 새로 내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위원들은 이날 이 후보자를 겨냥 “오늘 이 후보자의 지명 일성이 ‘가짜뉴스와의 전쟁’인데, 그야말로 MB정부 때 이루지 못했던 언론장악의 꿈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포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권에 불리한 뉴스는 모두 가짜뉴스인가”라며 “이 후보자는 자녀 학폭 의혹을 방송한 언론사를 향해 공영방송의 자정능력 제고가 시급하다고 말했는데 MB정부에서 하던 대로 언론 인사에 개입하고 프로그램 폐지시키고, 논조를 바꾸겠다는 것인가. 정녕 대한민국을 전두환 정권 시절 땡전뉴스 시대로 회귀시키려고 하는 것인가”라고 맹공을 퍼붓는 성명을 내놨다.

이 뿐 아니라 이들은 “윤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밀어붙인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이동관 카드를 계속 고집한다면 국회 청문회는 그간 이뤄진 국민 청문회의 클라이막스이자 정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저지 야4당 공동대책위원회’도 같은 날 “국민 무시한 방송장악용 오기 인사를 철회하라”고 촉구했을 뿐 아니라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시간조차 아까운 후보자인데 윤 대통령은 국민이 이기나, 자신이 이기나 대결하자는 건가. 더 이상 국민 분열의 정점에 서지 말고 국민통합의 행정을 펼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촬영인협회, 한국PD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등 7개 언론현업단체들도 같은 날 서울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라리 방통위를 해체하라. 이 위원장 지명 강행은 윤 정권의 대국민, 대언론 전쟁선언”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으며 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명박 정부 때 작성된 대통령기록물과 국정원 문건엔 이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에서 자행된 언론탄압 지휘자임이 똑똑히 기록돼 있다. 이 후보자를 앉히겠다는 것은 ‘언론인 대숙청’과 ‘공영방송 해체’를 벌이겠다는 선전포고”라고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급기야 언론개혁연대라는 시민단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에 휘둘리며 민주주의에 위험을 초래하고 방송통신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유해한 기구를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 미디어와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해 방통위 체제에 사망선고를 내려야 한다”며 기존의 ‘방통위’ 체제 자체를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펼쳤는데,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이 후보자 지명을 호평하면서 기대한다는 반응을 쏟아내 야권과 확연히 대조를 이뤘다.

◆ 與 “지난 정권에서 편향된 방송 정상화할 인사…‘답정너 반대’ 말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훈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훈 기자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지난 정권에서 편향과 불공정으로 일관하며 국민 외면을 자초했던 방송을 정상화하고, 온전히 국민의 품으로 돌려줄 인사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선진방송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이 후보자가 큰 역할을 해줄 것”이라며 민주당을 겨냥 “문재인 정권 당시 국민이 아닌 정권에 헌신했던 한상혁 전 위원장의 공백이 두렵고, 어떻게든 기울어진 지금의 방송생태계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겠지만 ‘카더라’식 추측만으로 사실을 호도하며 이미 반대라는 답을 정해놓은 ‘답정너 반대’는 제대로 된 검증을 방해할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유 수석대변인은 “구태적인 인신공격이나 신상 털기로 국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할 게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제대로 된 검증에 나서길 바란다. 국민의힘은 앞으로 있을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꼼꼼히 따져볼 것”이라고 덧붙였는데,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 후보자가 내정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대통령실 앞에 몰려가 떼쓰기하는 훤히 보이는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 방송장악의 대명사, 언론장악 등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는데 모두 자신들에게 어울릴만한 말들”이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특히 박 의원은 “2017년 민주당이 만든 방송장악 문건대로 공영방송을 민노총에게 헌납하고 KBS·MBC 당시 직원들을 불법으로 끌어내린 방송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불법이라는 재판부 판단이 있었음에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자신들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방송 사유화한 것을 숨긴 채 제 눈 찌르듯 정치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전국 유권자 1002명에게 실시해 28일 공개한 정당 지지도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건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정부 출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상황도 내세워 “방통위 정상화하려는 정부 노력을 발목 잡으니 국민이 회초리 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김기현 대표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과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후보자의 자녀 학폭 의혹이 문제될 게 없다고 보나’란 질문에 “인사청문 과정에서 검증하면 되는 것인지 아직 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일축하는 한편 “상당수 방송이 이미 언론권력이란 철밥통을 지키기 위한 것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오늘의 모습”이라며 7개 언론단체가 이 후보자 지명 철회를 촉구한 데 대해서도 “현 시점에서 편향을 넘어 거의 홍보채널로 바뀐 방송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본 적 있나. 먼저 자성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이처럼 여야가 새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현재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을 포함해 3인 체제로 운영 중인 방통위는 남영진 KBS 이사장에 해임제청 처분사전통지서를 이날 유치송달하면서 사실상 KBS 이사장 해임제청 청문절차에 돌입했는데, 해임제청안이 방통위에서 통과될 경우 윤 대통령이 남 이사장을 해임할 수 있어 이 후보자 지명 관련 공방을 비롯해 앞으로 방통위를 둘러싼 여야 간 충돌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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