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백지화’로 맞불 놓은 당정 “거짓 의혹 제기한 민주당, 간판 걸라” 맞불
양평 군수 긴급 회견 “너무 당황스럽고 안타깝다. 전면 중단을 철회해 달라”

강득구(왼쪽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서울양평고속도로특혜의혹 진상규명TF 단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6일 경기 양평군 강상면 고속도로 종점 인근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관련 현장을 방문했다. ⓒ뉴시스
강득구(왼쪽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서울양평고속도로특혜의혹 진상규명TF 단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6일 경기 양평군 강상면 고속도로 종점 인근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관련 현장을 방문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공세에 나서자 당정이 ‘사업 백지화’ 선언이라는 초강수로 맞불을 놓으며 대응에 나섰다.

◆ 尹 ‘약한 고리’는 김건희? 민주당, 의혹 제기로 ‘지지 여론’ 얻을까

민주당에선 국토교통부가 2년 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을 양평군 양서면에서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는 양평군 강상면으로 바꾸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는데, ‘대통령 처가 카르텔’로 규정하고 지난 5일 진상규명TF까지 꾸린 민주당에선 6일엔 아예 경기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까지 직접 찾아가 윤 정권을 거세게 압박했다.

오는 2031년 개통을 목표로 한 양평고속도로 종점은 당초 지난 2021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을 때와 달리 지난 5월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양평군 강상면으로 바뀌었는데, 이 종점이 김 여사와 장모 최은순 씨 보유 토지와 500미터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다 양평군수까지 국민의힘 소속으로 바뀐 뒤 변경됐다는 점을 이유로 민주당에선 개발로 인한 시세 차익을 노린 노선 변경 아니냐고 공세를 펼쳐왔다.

한 발 더 나아가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6일 논평을 통해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양평 고속도로 종점 근처에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부동산 개발회사의 땅이 추가로 드러났는데 이 회사는 김 여사의 모친이 세우고 친오빠가 운영하고 있다. 특혜 의혹에 휩싸였던 양평 공흥지구 개발을 추진했던 바로 그 회사”라며 “이미 드러난 것만으로도 김 여사 일가를 위해 고속도로 종점을 변경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더욱이 양평군이 보낸 의견서엔 김 여사 일가의 땅이 포함된 노선으로 바뀌면 사업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고 공세수위를 한층 높였다.

이처럼 민주당이 김 여사 일가 의혹이라는 새 카드에 무게를 싣는 데에는 그동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당력을 집중했음에도 불구하고 판을 뒤집을 만큼 당정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도리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가자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인 김 여사로 화살을 집중해 여론전에서 승기를 잡아보려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3~5일 전국 유권자 2005명에게 실시해 6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95%신뢰수준±2.2%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직전 조사 때보다 2%P 상승한 38%, 부정평가는 동기 대비 4%P 하락한 51%로 집계됐으며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4%, 민주당 28%이고 내년 총선에서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답변은 46%, 정부여당 견제를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비율은 41%로 나오기도 했다.

◆ ‘초강수’로 의혹 진화 나선 당정, 경찰 고발부터 사업 백지화까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긴급 실무당정협의회를 가진 뒤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전면 백지화라는 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기자들의 질의응답에 응하고 있다.(좌),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장 원영섭 변호사가 6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과 관련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 발언을 한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고발하고 있다,(우) ⓒ뉴시스(좌), 사진 / 이훈 기자(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긴급 실무당정협의회를 가진 뒤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전면 백지화라는 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기자들의 질의응답에 응하고 있다.(좌),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장 원영섭 변호사가 6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과 관련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 발언을 한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고발하고 있다,(우) ⓒ뉴시스(좌), 사진 / 이훈 기자(우).

그래선지 이번 의혹으로 여론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운 당정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는데, 국민의힘에선 원영섭 미디어법률단장이 6일 김 여사 의혹을 제기한 이해찬 전 대표와 이 전 대표의 발언을 콘텐츠로 제작한 유튜브 채널 ‘이재명은 합니다’ 운영자 등을 경찰에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달 16일 전북 전주시에서 열린 당원 행사에서 ‘윤 대통령은 처가가 땅 투기 해놓은 곳으로 서울-양평 간 고속도로 노선을 변경해 처가가 부당한 이득을 취득하게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어 이를 겨냥한 대응으로 풀이되는데, 원 단장은 이날 영등포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 발언은 국정 전반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이고 관련지역 주민들과 일선 공무원들도 실질적 피해자들이다. 응당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비슷한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의원들도 고발할지 묻는 질문에 “내용을 확인한 다음에 추가로 고발할 부분이 있으면 하겠다”고 밝혔다.

이 뿐 아니라 관계부처인 국토교통부도 같은 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긴급 실무당정협의회를 갖고 ‘사업 전면 백지화’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통해 “아무리 팩트를 얘기하고 아무리 노선을 설명해도 이 정부 내내 김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민주당의 가짜뉴스 프레임을 우리가 말릴 방법이 없다.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해선 노선 검토 뿐 아니라 도로개설사업 추진 자체를 이 시점에서 전면 중단하고 이 정부에서 추진됐던 모든 사항을 백지화하겠다”며 “이 노선이 정말 필요하고 최종 노선이 있다면 다음 정부에서 하라”고 민주당에 맞받아쳤다.

이에 그치지 않고 원 장관은 “열심히 일한 실무 공무원들만 골탕 먹이지 말고 민주당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노선 결정 과정에 관여하길 바란다”며 “민주당은 더 이상 추측과 정황만으로 찔끔찔끔 소설 쓰기로 의혹 부풀리기에 몰두하지 말고 자신 있으면 정식으로 국토부장관인 저를 고발하라. 수사에 응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김 여사 땅이 거기에 있었다는 것을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제가 조금이라도 인지한 게 있었다면, 또 이 노선 결정 과정에 김선교 (전) 의원이 양평 나들목을 만들어달라는 것을 상임위에서 검토해보겠다고 한 그 이외에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노선에 관여한 사실이 있다면, 이와 관련해 권력층으로든 국회의원으로부터든 민간부터든 누구와의 연락, 청탁 압력을 받은 사실이 있다면, 이에 대해 제 휘하 사업 업무 관여자들이 구체적인 보고·지시를 받은 게 있다면 저는 장관직을 걸 뿐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대신 고발 수사 결과가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들이 근거 없고 무고임이 밝혀진다면 민주당 간판을 내려라”라고 응수했다.

또 원 장관은 “이 이후로 근거 없이 의혹 제기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정계를 떠나거나 국민 상대로 한 공개적 스피커 역할을 그만두라”고 촉구했으며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선 사업 백지화라는 초강수를 둔 이유에 대해 “이 정부 임기 내 김 여사 측이 선산을 옮기지 않는, 처분하지 않은 한 민주당의 날파리 선동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고, ‘지금까지 들어간 사회적 비용의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는 건가’란 기자들의 질문엔 “그건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결정 배경에 대통령실과 교감한 것인지 묻는 질문에 “제가 전적인 책임을 진다. 정치생명, 장관직을 걸었지 않나. 민주당은 당 간판을 걸라”며 브리핑을 마친 뒤 퇴장하면서도 “이재명 대표, 민주당 간판 걸고 한판 붙자”고 외치기도 했는데, 국민의힘에서도 같은 날 강민국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고속도로의 효율성과 주민들에게 돌아갈 실제적 혜택과,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 있어 행여 선제적으로 살펴봐야 할 부분은 없는지 등 건설적 논의는 뒷전으로 밀린 채 아무 근거 없는 민주당식 정치적 의혹 제기로 인해 정쟁의 도구로 전락될 우려가 커지자 국토부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원 장관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면서 강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을 겨냥 “나서기만 하면 ‘국민’과 ‘국익’에 손해를 입히는 것은 물론 지역갈등마저 부추기려드니, 가히 ‘마이너스의 손’이라 칭할 만하다. 고속도로 건설로 인해 주민들에게 돌아갈 혜택이나 삶의 질 향상에 대해선 전혀 관심조차 없었던 것”이라며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 의혹을 제기했던 이 전 대표는 서울-세종 고속도로 연기 나들목 입지 관련 의혹 당사자이기도 했다. 당초 타당성 조사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나들목 입지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 전 대표가 보유한 토지·자택과 차로 불과 5분 거리로 확정됐었다는 논란이 있었는데 이 정도는 돼야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역공에 나섰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도 민주당의 ‘괴담’, ‘선전선동’ 정치에 애꿎은 어민과 수산업자만 고통받고 있지 않나. 모든 사안을 정쟁과 공세를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하려 혈안이 되어 있으니 정작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라며 “(국토부의 사업 백지화라는) 오늘 결정으로 인한 모든 피해의 책임은 민주당이 져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모든 의혹 제기가 정쟁용이었음을 실토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 못하겠다면 원 장관 제안대로 ‘당 간판’을 걸고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시비를 가리는 데 나서라”고 민주당에 공을 넘겼다.

◆ 이재명 “사업 안 한다고? 애도 아니고…국민 삶 놓고 도박하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이처럼 당정이 초강경 대응으로 맞불을 놓자 이 대표는 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산면으로 고속도로 위치를 옮기는 게 문제 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으면 그냥 시행하고, 문제가 있으면 원안대로 시행하면 된다. 화난다고 수조원까지 수년간 논의해 결정한 국책사업을 아예 안하겠다? 어린아이도 아니고 이래선 안 된다”며 “일국의 장관이 감정 통제를 못하고 국책사업에 대해 감정적 결정을 한 것은 결코 옳지 않다”고 원 장관의 결정을 비판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원 장관이 ‘민주당 간판 걸고 붙어보자’고 한 데 대해 “장관직을 걸겠다는 얘기를 한 것 같은데 현 정부에 참여하는 분들은 도박을 좋아하는 것 같다. 국민의 삶과 국가 미래를 놓고 뭘 자꾸 도박하나”라고 응수했는데, 같은 당 김두관 의원도 같은 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덮으려고 양평 주민들에게 커다란 피해를 줄 수 있는 성급한 결단을 내린 원 장관의 결정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 아예 도로개설을 안 하겠다고 발표해버린 것은 황당한 대책”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서울양평고속도로는 백지화가 아니라 기존 노선대로 사업을 추진해야 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철저히 해야 한다”며 양평군 양서면을 종점으로 한 기존 안대로 추진하라고 촉구했는데, 급기야 국민의힘 소속인 전진선 경기 양평군수까지 6일 오후 군청 소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청천벽력과 같은 사업 백지화 발표에 군수로서 너무 당황스럽고 안타깝다. 국토교통부는 사업의 전면 중단을 철회하고 양평군민들은 사업 재개를 위해 함께 해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다만 전 군수는 “이 지역에 대한 사정도 모르는 사람들이 일으키는 가짜 논란 때문에 사업이 백지화됐다”고 민주당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는데, 이처럼 국책사업마저 정쟁 소재가 된 끝에 파국으로 이르게 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론은 과연 여야 중 어느 쪽 손을 들어주게 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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