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문재인 저격 이어 이낙연에 맹공…이재명·이낙연 회동 협상도 지지부진

(좌측부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장관직 사퇴 의사가 없었음에도 물러날 것을 종용했다며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이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폭로전을 이어감에 따라 자칫 민주당 내홍을 재발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 어린 시선이 쏠리고 있다.

◆ 장관직 퇴임 배경 폭로로 문재인·이낙연 때린 추미애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로 뒤이어 법무부장관직을 맡았던 추 전 장관이 자신의 장관직 퇴임과 관련해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었음에도 사퇴를 요구 받았다면서 내년 총선을 8개월 앞둔 시점에 돌연 진실공방을 벌여 민주당 내부가 뒤숭숭한 모양새다.

추 전 장관은 앞서 지난달 29일 오후 유튜브 채널 ‘오마이TV’에 출연해 당시 장관직 퇴임까지의 과정을 폭로했는데,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법무부장관에서 물러나 달라’는 대통령의 이야기를 전달받았는데 믿기지 않았고 중간에서 농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를 유임시켜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건이나 검찰개혁 등을 잘 마무리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렸지만 (장관직에서 물러나달라는) 결론은 똑같았다”며 “저를 물러나게 하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잘못한 게 없는데 (추미애) 장관이 무리수를 뒀다는 신호를 주게 되지 않겠나. 그럼 검찰국가의 탄생을 아무도 못 막는다. 촛불 국민에 대한 역모가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3일 오후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의 사직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임명권자가 해임한 것이므로 저의 사직서가 필요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청와대는 저녁 때까지 ‘사의 표명을 내라’고 촉구했으나 따를 수 없었다. 사직서 대신 그날 저녁 8시쯤 촛불국민에 대한 저의 마음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것으로 제 심경을 전했다”고 역설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같은 날 밤엔 KBS2TV ‘더 라이브’에 나와선 2020년 12월 16일 당시 청와대에 갔던 상황을 설명하면서 “책무 이행한 사람한테 물러나라, 잘못한 사람한테는 아무 소리 안 하면 어떻게 되겠나. 너무 이해가 안 돼서 ‘저에게 힘을 실어주십시오’라고 했는데 (문 전 대통령이) ‘곧 내년 4월 재보궐 선거가 다가오니 당이 요구한다’(고 하더라)”라며 “이낙연 대표는 그렇게 하면 안 됐다. 재보궐 선거 때문에 제가 퇴장해야 된다고 하면 안 됐다”고 이 전 대표에게 공세를 집중했다.

그러면서 추 전 장관은 “‘검찰개혁’은 촛불 국민에게 문재인 정부가 일관되게 약속한 것인데 이 전 대표가 선거 관리 차원에서 유·불리를 계산해서 좌초시킬 그런 반찬거리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최재성 전 정무수석이 ‘문 대통령은 누굴 보고 나가달라고 할 분이 아니다’라고 반박한 데 대해서도 “정무수석은 대통령을 보호해야 돼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이해는 되나 미안하지만 정무수석은 그 자리에 없었다”고 응수해 자신의 폭로내용은 거짓이 아님을 강조했다.

◆ 秋, 정치 재기 위해 총선 앞두고 ‘친명’에 러브콜?

이렇듯 추 전 장관이 문 전 대통령이나 이 전 대표 측과 충돌할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과거 법무부장관 퇴임 내막을 폭로한 데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재기해보겠다는 심산이 깔려있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되는데, 실제로 앞서 지난달 27일 추 전 장관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 1년 동안 인간, 안보가 다 파괴되고 있는데 야당이 너무 얌전하다. 민주시민의 승리를 위해서 헌신하겠다”며 사실상 총선 출마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이 뿐 아니라 이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추 전 장관은 이 전 대표를 겨냥 “이게 나라냐고 촛불 국민들이 주문했을 때는 궁극적 변화를 바랐을 것인데 (이 전 대표는 총리로서) 현상 관리에만 치중하고 여론조사에 전전긍긍했다. 너무 신중하고 여론조사에 소심한 결과 지금 이게 뭐냐. 검찰국가의 탄생은 그냥 총체적 실패”라며 “성찰이 먼저다. 정치는 결과를 가지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즉, 윤 총장과의 충돌 끝에 추 전 장관 본인이 물러나 이른바 ‘검찰국가’가 탄생하게 된 게 아니라 끝까지 싸우려 했음에도 추 전 장관이 물러나길 바란 이 전 대표 때문에 결국 윤 총장이 대통령까지 된 셈이라고 탓한 것인데,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이 지난달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본인은 억울하겠지만 국민들은 ‘추·윤 갈등’으로 지금 윤 대통령 만든 일등 공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발언한 점도 추 전 장관이 이런 행보에 나서게 된 이유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더구나 추 전 장관은 서울 광진을을 지역구로 5선을 했던 만큼 현재 이 지역 국회의원이자 수성 의지를 다지고 있는 고민정 최고위원과 맞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인데, 고 최고위원은 문 정부 시절 첫 여성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바 있는 ‘친문’ 인사이기도 한 만큼 추 전 장관이 광진을에서 출마하고자 한다면 결국 문 전 대통령과도 가까이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추 전 장관은 이재명 당 대표에 대해선 이 전 대표에 보인 태도와는 뚜렷이 대비될 정도로 적극 두둔, 비호하기도 했는데 앞서 지난달 2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관련 “이 대표는 문화적 폭력을 당하고 있는 피해자로 조국이 당하는 거나 이재명이 당하는 거나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급기야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데 대해선 “어떤 보호 장치도 내가 갖고 있지 않겠다고 하는 그런 무저항 정신이다. 참 눈물 나는 것”이라고 평했고, (비폭력 저항 운동한) 인도의 간디와 같은 건가‘란 진행자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좌측부터)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 조응천 민주당 의원, 최재성 전 정무수석.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 조응천 민주당 의원, 최재성 전 정무수석.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 같은 추 전 장관의 행보에 비명계 인사들은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는데, 이낙연계인 신경민 전 의원은 3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추 전 장관은 맞지도 않은 얘기를 방송에 나와서 버젓이 하고 있다. 추 전 장관이 경질되는데 이 전 대표가 당에 있으면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것 같은데 그게 아니고 경선 때도 ‘그런 사실 자체가 없다’고 잠깐 얘기했다”며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믿고 지금 와서 너무 저렇게 얘기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걸 증명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계속 이렇게 가는 것은 민주당의 미래를 위해서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벌써 선거도 하기 전부터 걱정스럽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4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추 전 장관을 꼬집어 “정치가 아무리 비정하다지만 이건 아니다 싶은 게 자기를 장관으로 앉혀준 대통령까지 불쏘시개로 써가면서 자기 장사를 한다는 것”이라며 “정무직이란 것은 언제라도 그만두라고 그러면 그만두는 거지 직업 공무원처럼 딱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직서 냈는지 여부는 중요한 얘기가 아닌데 그런 걸 가지고 내가 냈느니 말았느니 하면서 대통령을 거론하고 하는 이건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뿐 아니라 조 의원은 “윤 대통령 만들어준 일등공신 두 명을 뽑으라면 저는 단연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추 전 장관을 꼽겠다”라고까지 말했는데, 이런 시선을 의식하고 있는지 추 전 장관은 앞서 지난달 27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남들이 조 전 장관의 출마를 전제로 유·불리를 재단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대단히 비민주적이고 반인간적”이라며 ‘동병상련’처럼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에 대해 에둘러 두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친명 측 “秋 발언, 회고록서 나올 얘기…적절치 않아”

다만 친명계조차 최근 추 전 장관의 폭로전에 부담을 느끼는 듯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왔는데,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5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추 전 장관의 폭로에 대해 “추 전 장관이 검찰개혁에 대한 충정으로서 본인 일을 해오며 느낀 소회를 말한 것”이라면서도 “대통령과 법무부장관 사이의 인사 문제에 관해선 사실 비공개고, 그것에 대해 논하는 게 적절한 것 같지는 않다. 나중에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난 후 회고록에서 나올 얘기”라고 입장을 내놨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병철 기자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병철 기자

또 추 전 장관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게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추 전 대표와 이 대표는 서로 잘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러브콜을 보내고 안 보내고 그럴 사이가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한 데 이어 ‘추 전 장관이 친명이냐, 비명이냐’란 진행자의 질문에도 “추 전 대표는 영원한 친민주당이다. 지금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단합하고 단결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다 같이 이 대표와 어려운 길을 같이 해나간다는 것에 대해선 차이가 없을 것 같다. 제가 추 전 대표와 가장 가까운 사람 중 한명이었다”고 답했다.

이처럼 친명계에서도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데에는 일단 사법리스크 등 당이 전방위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내부까지 분열돼선 ‘이재명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우선 작용했기 때문인데, 이미 또 따른 ‘친명’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대표 중심으로 결속하는 방향으로 힘 실어주는 게 좋지 않겠나. 경선 과정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건 지난 것 아니냐”고 이 전 대표에 손을 내민 데 이어 정청래 최고위원까지 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이 대표는 만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만나야 신뢰가 회복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이 전 대표에 만날 것을 촉구했다.

그러다보니 공개적으로 이 전 대표를 비판하는 추 전 장관의 행보를 친명 측조차 무작정 반기기 어려운 실정인데, 하지만 이 전 대표 측에선 앞서 지난달 25일 이 대표의 만남 제안에 호응하면서도 양측의 회동 협상은 여전히 지지부진한데다 친이낙연계 일각에선 “(만나려면) 두 사람 간 신뢰회복이 우선”이라는 반응도 나오는 등 친명계의 속을 태우고 있고 심지어 비명계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3일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그냥 무조건 만나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의원은 ‘친명·비명 갈등이 어디까지 갈 것 같나’란 진행자의 질문에 “예견하기 어렵다. 뜻과 방향이 같아야 오래간다면서 그냥 임시방편으로 갈 경우 분명히 균열이 생긴다”며 “도저히 뜻이 안 맞고 방향을 같이 할 수 없다면 유쾌 결별도 각오해야 한다”고 분당 가능성까지 열어둬 계파 갈등이 다시 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만일 양측 간 회동이 신경전 수준으로 본격 확대될 경우 이 전 대표에 대 추 전 장관의 공세는 내홍에 한층 기름을 붓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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