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방통위원장, 이동관 인선 수순…야4당 ‘언론장악 저지 공동대책위’로 견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좌),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중), 28일 방통위가 있는 정부과천청사를 항의 방문한 고민정 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뉴시스(우)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좌),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중), 28일 방통위가 있는 정부과천청사를 항의 방문한 고민정 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뉴시스(우)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정부여당과 야권이 새 방송통신위원장 임명과 TV수신료 분리징수 이슈 등으로 사실상 ‘방송 쟁탈전’을 벌이는 모양새인데, 이미 김효재 위원장 대행 체제 하의 방송통신위원회에서 TV방송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 절차를 마무리한 데 이어 새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 내정도 기정사실화되고 있어 정치권 충돌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이동관 ‘방통위원장’ 내정 수순에 민주당 반발…“중립성 어려워”

더불어민주당에선 28일 차기 방송통신위워장으로 지명이 유력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를 겨냥해 최고위원회의에서부터 지도부가 한 목소리로 십자포화를 퍼부었는데, 이재명 대표는 “MB정권 시절 이 특보가 국정원을 동원해 언론인 사상을 검증하고 인사에 부당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실제 당시 청와대 요구에 따라 만든 문건 내용대로 KBS 간부들이 교체됐다고 한다”며 “언론인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정권 입맛에 안 맞는 방송기관 탄압에 정보기관을 이용한 것이다. 이 특보의 방통위원장 임명 강행은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내용은 전날 한 언론에서 지난 2017년경 작성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불법사찰’ 사건 공판기록을 근거로 이 특보가 MB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2010년 당시 국정원에 KBS 내 ‘좌편향’ 인사 파악을 지시한 정황이 있다는 ‘인사개입 의혹’ 보도를 근거 삼은 것으로 풀이되는데, 당장 이르면 오는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이 특보를 공식 지명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이 대표는 이날 “언론 장악에 들이는 노력의 반에 반이라도 붕괴되는 민생과 경제에 쏟아주길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며 윤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섰다.

비단 이 대표 뿐 아니라 같은 당 박광온 원내대표도 이 자리에서 “(이 특보는) 직권남용, 방송악으로 상징되는 인물로 방통위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켜내기 어려울 것으로 국민은 보고 있다. 국민은 물론 언론계에서도 반대가 훨씬 많다”며 “특히 이명박 정부 홍보수석으로 재직할 때 KBS 인사에 부당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방송계에서 반발이 더 거세다. 윤 대통령은 국민 뜻을 존중하기 바란다”고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급기야 박찬대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이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던 점까지 꼬집어 “당시 특검 수사팀장이었던 검사 윤석열의 시각에서 볼 때 대통령 윤석열은 마치 대통령이 방송통신위워회의 결정이 편향됐다고 인식하여 위원장을 자기가 원하는 사람으로 갈아치우고 있는 헌법의 본질적 가치에 위배되는 중대 범죄를 저지르려는 자”라며 “스스로를 탄핵할 것이 아니라면 언론 장악 시도를 포기하고 이 특보를 해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 특보는 이러한 인사 개입 의혹을 부인하고 있으나 방통위원장직은 국민권익위원장과 달리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자리인 만큼 야당에선 이 특보의 아들 학교폭력 논란과 더불어 KBS 인사 개입 의혹을 무기 삼아 ‘총력 저지’에 나서려 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차관 검증 때 학교폭력 문제도 조사하겠다고 공언했던 대통령실에선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면서 사실상 이 특보 임명에 한껏 무게를 싣고 있어 현재로선 야권의 요구를 수용해 다른 후보를 내세울 가능성은 희박한 실정이다.

그래선지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28일 최고위원회의 이후 “윤 정부가 이동관 방통위원장 지명과 김홍일 권익위원장 지명, 장차관 인사를 조만간 빠르면 내일 단행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에선 이 위원장을 지명할 경우 즉각적인 총력 대응해야 한다,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며 “언론장악 시도 저지 규탄대회를 바로 열 수 있도록 준비할 것 같다고 논의됐다”고 밝혔는데, 장외투쟁인지 묻는 질문에 그는 “일단 국회 본청에서 하지 않겠나. 검토하고 있는 단계고 언론자유대책특별위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한상혁 방통위 등 文정부 때 행태 꼬집어 민주당 맹폭한 국민의힘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8일 논평에서 "국무총리가 되려면 가족 특혜 투자 의혹부터 투명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사진/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8일 논평에서 "국무총리가 되려면 가족 특혜 투자 의혹부터 투명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사진/시사포커스DB)

이처럼 야당에서 방송장악 가능성을 우려하며 총공세를 불사할 자세를 취한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던 문재인 정부 때 행태와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의 태도 등을 지적하며 역공을 펼쳤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28일 논평을 통해 “2021년 말 문체부가 일독률과 사회적 책무 점수 등을 기반으로 한 새 지표를 기초로 해서 정부 광고를 집행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 광고 지표는 3500여 정부 광고주에게 배포되고 각 신문사와의 광고 단가는 이를 기반으로 협의된다는 점에서 해당 지표의 신뢰성과 투명성은 매우 민감한 문제인데 한국언론재단이 2021년 취합한 ‘정부 광고 집행 참고자료’를 보면 열독률 조사에선 1위인 조선일보가 6위였던 한겨레와 순위가 뒤바뀌는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했다”며 “공정하게 가늠하기 어려운 사회적 책무 점수란 항목을 넣었으니 정부가 신문사들을 줄세우고 길들이겠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검증이 어렵기 때문에 특정 언론사를 밀어주기 위해 열독률 조사 항목과 기준을 조작하는 게 가능하고 이를 기반으로 광고 지표도 뒤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2021년 기준 정부는 1조 1천억원 가량의 광고비를 집행했는데 이 돈줄을 움켜쥐고 광고 지표까지 조작해가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신문사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비판적인 신문사들은 압박하는 반민주적 ‘신문 농단’ 시도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한상혁 전 위원장을 앞세워 권력에 비판적인 방송사에 대해 재승인 점수 조작까지 해가며 굴복시키려 했던 ‘방송 농단’ 사건과 다르지 않은 데칼코마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대변인은 “방송 농단에 이어 신문 농단까지 자행한 문 정권은 언론을 장악해 그저 권력의 하수인, 친정권 기관지로 전락시켜 마음대로 움직이며 언론 전체를 퇴화시키려 했던 것 아닌가”라며 “문 정권 시절 발생한 ‘방송 성적 조작’, ‘신문 통계 조작’ 사건은 모두 권력을 이용해 민주주의의 기틀인 언론을 위협한 심각한 범죄이며 언론인들의 언론자유를 짓밟는 행위로 언론재단의 진상조사는 물론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해당 사건의 진실을 반드시 파헤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정부 당시 정부의 광고 집행 결과를 들어 “MBC는 평균 시청률이 2017년 1.27%에서 2021년 0.94%로 33% 하락했는데 광고 매출액은 2017년 248억원에서 2021년 384억원으로 55% 급증했다. KBS도 1.26%에서 0.9%로 30% 하락했음에도 매출액은 362억원에서 553억원으로 53% 급증했다”며 “정부 광고는 수신료와 같이 국민 세금으로 집행되기 때문에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집행돼야 하는데 정부 광고가 KBS, MBC 등 민노총 언론노조가 장악한 노영방송에 집중되는 것은 굉장히 불합리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이 임명한 한상혁 전 위원장도 자신에 대한 윤 대통령의 면직 결정을 정지해달라고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했지만 지난 23일 법원에서도 “한 전 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가 조작된 걸 알았음에도 사실관계 및 경위를 조사하려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위법·부당 상황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오히려 조작된 점수로 청문절차를 진행시킨 것은 사실상 조작을 승인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한 전 위원장이 방송의 중립성·공정성을 지키지 못했다고 판단해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심지어 감사원이 28일 공개한 방통위 감사 결과를 살펴보면 TV조선 재승인 심사 조작 의혹만 문제가 아니었는데, 2017년 KBS 재허가 심사 당시 방통위는 KBS 내 상위직급(간부급 직원) 비율 감축을 재허가 조건으로 부가했지만 KBS가 2년 가까이 이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채 도리어 상위직급 비율을 늘리기도 해 방통위가 관리소홀 뿐 아니라 KBS에 대해선 TV조선을 대할 때와 다른 ‘이중적 태도’를 보인 게 아니냐는 논란마저 일고 있다.

아울러 감사원은 이날 공개한 방통위 정기감사 보고서에서 지난 2020년 TV조선의 종편 재심사 결과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방통위 양모 전 방송정책국장과 차모 전 운영지원과장에 대해 “비위 정도가 중대하고 고의에 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각각 파면, 해임하라고 방통위에 통보했는데, 민주당이 집권하던 시절에 이미 이런 일이 있었다보니 현재 야당이 되자 정부의 방송 장악을 우려한다는 민주당의 목소리가 여론에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다가갈지는 미지수다.

◆ TV수신료 분리징수에 野4당 “방통위원장 대행, 공수처 고발할 것”

언론장악저지 야4당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고민정(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강성희 진보당 의원과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시행령 개정 추진 철회를 촉구하는 항의방문을 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언론장악저지 야4당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고민정(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강성희 진보당 의원과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시행령 개정 추진 철회를 촉구하는 항의방문을 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과 함께 언론장악저지 야4당 공동대책위원회를 통해 계속 공동대응하면서 당정 압박에 나서고 있는데, 정부의 TV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방침에 대해서도 대책위 소속 의원들이 28일 방통위를 직접 항의 방문해 “방통위는 언론을 장악하려는 정권에 부화뇌동하며 ‘공영방송 장악 들러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며 “대통령실은 여론조사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여론몰이만을 근거로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허물 수 있는 수신료 분리징수를 밀어붙이고 있고 방통위는 대통령의 뜻을 수행하기 위해 행정절차법상 입법예고 기간마저 무시하고 편법적으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는 방통위가 입법예고에는 대개 40일가량 소요되는데도 불구하고 사안의 긴급성을 들어 열흘로 단축해 전날 0시부로 입법예고를 종료하고 TV방송수신료(KBS·EBS 방송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 절차를 마무리한 점을 비판한 것인데, 김효재 위원장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방통위에서 이르면 내달 5일 이를 의결하고 차관회의,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치면 내달 중순엔 방송법 시행령이 공포될 것으로 전망돼 당장 한시가 급해진 야권에서 직접 방통위까지 찾아와 시행령 개정 철회 요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발 더 나아가 야4당 언론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김효재 직무대행을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직무대행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강행하겠다는 인상을 받았다. 어느 것 하나 인정하거나, 잘못을 뉘우치거나 사과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김 직무대행을 직권남용죄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로 했는데, 시행령 개정으로 직격탄을 맞게 될 KBS에서도 앞서 지난 26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 방통위의 입법예고기간 단축을 꼬집어 헌법소원을 내는 등 전면 대응에 나서고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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