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자가 정한 원칙 따르지 않으면 되레 불이익
KREAM 상담원에게 ‘당신’이라고 말했더니 강제종료
홍보사진과 다른 식음료, “거대기업 직원에게 의견 내면 안돼, 교훈”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갑질 트라우마가 완전히 치유되지 않는 사회에 을질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 비용을 지불하는 갑이지만 기준을 제시할 수 없고 공급자인 을의 세계관이 정한 기준에 의해 결정하는 상황이 자주 만들어지면서다. 갑질이니 을질이니 하는 문제는 소속 조직에서 이뤄지는 갈등이었지만 최근엔 개인인 소비자와 ‘업체 혹은 기업’과의 관계에서 발생하고 있다.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중고거래 플랫폼 KREAM의 검수 불합격 판정을 다룬 내용이 올라왔다. 더스트백이 없다는 이유였다. 게시물 작성자는 제조사에까지 문의하며 원래 더스트백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다시 KREAM에 상담 전화를 걸어 제조사에서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상담원은 KREAM 검수기준에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게시글 작성자는 제조사에서도 없다고 하는데 ‘당신들’ 기준을 어떻게 맞추냐고 하자 올바른 언행을 사용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어 당신이란 표현이 기분 나쁘기 때문에 상담법 위반(작성자 표현)이라고 전화를 강제종료 했다는 내용이다. 당신이란 단어 때문에 소비자는 일방적으로 소통을 차단당했고 결과적으로 KREAM의 원칙만을 고수 당한 것.

작년 3월 SNS에서는 서울시 강남구 소재 한 레터링 케이크 전문점 사례가 화제가 됐다. 3분이 늦어서 주문한 케이크를 폐기해버렸다거나 미리 도착했는데 쫓겨났다거나 하는 내용이었다. 이 업체는 혼자 운영하다보니 신속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유연성을 간과했다고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리고 다른 논란이 일자 이 업체 SNS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유명 식음료 기업들의 공급자 중심 마인드를 강요하는 사례도 을질에 해당하지만 직원에게 갑질을 하는 소비자가 될 까봐 이를 꺼리는 사례도 발생한다.

스타벅스의 새 메뉴 피스타치오아보카도초콜릿프라프치노, 제대로 제조된 매장 사례 (좌) 홍보 이미지(중) 소비자 제보 사진(우) ⓒ시사포커스DB
스타벅스의 새 메뉴 피스타치오아보카도초콜릿프라프치노, 제대로 제조된 매장 사례 (좌) 홍보 이미지(중) 소비자 제보 사진(우) ⓒ시사포커스DB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13일 피스타치오와 아보카도 그리고 초콜릿 조합의 프라프치노(피스타치오아보카도초콜릿프라프치노,이하 피카초)를 선보였다.

소비자A는 스타벅스코리아 매장에 있는 홍보 이미지 때문에 이 메뉴를 주문했지만 이미지와는 다른 음료를 받았다고 한다. A는 음료를 받은 후 음료를 제조한 바리스타에게 실제 음료와 홍보사진이 같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3번 했다. 바리스타가 다른 점이 어디냐는 질문으로만 대답했기 때문이다. 끝내 A는 어디가 다르냐는 바리스타의 3번째 질문에 모두 다르다라고 답했다. 바리스타는 어디가 다르냐고(4번째) 다시 되물었고 A는 모두 다르다라는 말을 한번 더 했다. 바리스타는 새로 제조하거나 환불의 선택지를 제시했고 이 소비자는 다시 만들어달라고 했다.

A는 스타벅스 카운터 주변의 다른 소비자들이 본인을 모두 쳐다보고 있어 수치심을 느꼈다고. A는 새로 제조된 음료를 받고서도 특별히 개선된 점은 발견하지 못하자 새로 나온 음료를 들고 바리스타와 사진을 차례로 가리키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느냐라고 질문을 했고 이 바리스타는 없다라는 답변을 했다고.

A는 본지에 “스타벅스라는 거대한 기업의 직원에게는 더이상 소비자의 의견이나 컴플레인을 걸어서는 안되겠다는 강력한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결과 스타벅스코리아는 새로운 음료를 출시할 경우 바리스타들이 제조법을 익힐 수 있도록 온라인 교육, 지역별 아카데미, 매장 내 교육 등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레시피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홍보이미지와 최대한 유사하게 만들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한다. 또 소비자 대응은 스타벅스의 글로벌한 정책을 따라가고 있으며 소비자 컴플레인시 즉석에서 교환이나 환불 선택 후 불편사항을 수집해 개선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이와 관련한 본지 취재에 “해당 음료의 기본 베이스로 아래 부분에 있던 모카소스가 음료 제조 시 음료가 섞이는 과정에서 위로 올라온 것으로 보이며 전체 공지를 통해 음료 제조 시 정확한 비주얼로 제조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며 소비자 대응과 관련해서는 “이 사항도 긴급공지로 내부 교육을 통해 유사한 사례가 발생되지 않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리아 신 메뉴 홍보포스터와 실제제품. (사진 / 강민 기자)
롯데리아 신 메뉴 홍보포스터와 실제제품. (사진 / 강민 기자)

지난 3월 롯데GRS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롯데리아는 지난 3월 30일 실속형 메뉴 데리·치킨·치즈버거 3종을 업그레이드한 메뉴를 출시했지만 홍보이미지와 너무 다른 실제 제품 차이 때문에 실망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소비자들은 컴플레인을 제시하기보다는 롯데GRS가 제공하는 상품을 먹을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 롯데GRS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홍보 포스터에 나온 이미지에는 제품을 구성하는 재료 등을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재료를 쌓아 올린 상태이며 이는 재료와 관련해 알레르기가 있는 소비자에게 정보 제공 등의 이유”라며 “패티 높이 차이는 패티 내부까지 제대로 익히기 위해 조리과정에서 압착을 3번 하는데 그 과정에서 패티 높이가 낮아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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