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노조, 농·축협 기관성격 한계
농·축협에서 벌어진 3년간의 ‘갑질’의혹들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은  20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고, 중앙회의 지역농협에 대한 감시기능 강화를 촉구했다. @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은 20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고, 중앙회의 지역농협에 대한 감시기능 강화를 촉구했다. @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농·축협에서 만연해 왔던 직장내 갑질과 관련해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에서 캠페인과 결의대회를 개최하며 본격적으로 활동,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협동조합노조는 농·축협 내 지난 3년간 일어났던 갑질 의혹들을 소개했다.

◆ 협동조합노조, 농·축협 기관성격 한계…‘중앙회 역할 필요'

21일 조합업계에 따르면 전일 전국협동조합노조는 20일 2시 서울시 중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직장 갑질 중단과 농협개혁을 요구’하는 조합원 결의대회를 가졌다.

노조는 지난 4일부터 ‘농·축협노동자들의 을질선언’이라는 캠페인을 시작해, 전국 1127개 농·축협에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직장 갑질과 부당한 노·사관계에 대해 알려나가기로 했다.

협동조합노동조합 측은 “농협은 민간과 공공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고, 각 지역 조합장의 지위가 막강해 위계적 조직문화가 굳어져 있다”며 “조합장이 농협중앙회장을 선출하기 때문에 중앙회와 지역 간 유착관계가 형성돼 비리가 있어도 개선되기 어려운 현실이다”고 전했다.

농협의 규정례집상 문제가 일부 지적된다. 협동조합노조 관계자는 “혐의가 입증되고 형을 선고받았다 하더라도 일정기간 이후 규정상 임기 내 지역농협 임원으로 복귀가 가능하고, 피해 직원과 다시 얼굴을 맞대고 업무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농협에 가입돼 있는 조합원수는 222만6000명이고, 이들이 설립한 농·축협은 지·사무소만 4900개로 모든 형태의 갑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농협중앙회가 감시자로써 제 역할을 해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축협에서 벌어진 3년간의 ‘갑질’의혹들

@ 뉴시스
@ 뉴시스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측은 지난 3년간 농·축협 내 갑질 의혹사례를 유형별로 정리해 소개했다.

# A농협 내 제주도 출장은 간 센터장 A와 직원 B는 술자리를 가졌고, A는 B를 소주병과 의자로 내리쳤다. 사내 쌍방폭행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농협 측의 조치는 없었다. 또 이 곳의 조합장은 18년간 장기 역임을 해 왔다. 그 과정에서 상임에서 비상임으로 정관 변경을 시도하는 등 일방적 행정으로 농협 공대위와 갈등이 격화됐다.

# B 축협의 대의원 C는 업무시간에 D를 폭행했다. 자신의 송아지에 무료 영양주사를 놔주라는 지시를 거절했다는 이유다. 축협 대의원은 이사진 선출권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갑질이 묵인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 C 축협의 한 조합원장은 인사발령없이 사무직원을 운전기사를 시켰다. ‘돌잔치’로 하루 쉬겠다고 하자, ‘애를 묻어버려라’, ‘패 죽인다’ 등 욕설을 퍼부었다. 이를 계기로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결과 갑질 횡포 12건이 적발됐고, 수당은 6억5000만원 가량이 미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D 농협에서는 여성 직원을 상대로 온라인메신저로 불법 성인동영상을 보내고, 성희롱 발언을 서슴치 않는 등의 사실이 드러났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반 직원을 금고에 가둬 반성문을 받거나, 뺨을 때리고, 객장 온도를 30도 이상 올려 직원들을 괴롭히는 해괴한 사건도 발생했다.

# E농협 지점장 A씨는 여직원 3명에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과 성추행 혐의로 경찰 수사에 들어간 적이 있다. 여직원에게  ‘안아달라’, ‘뽀뽀하겠다’, '허리아프니 마사지 좀 해달'라는 등의 내용으로 메신저를 보내고, 어깨나 허리 신체접촉도 수차례 있었다. A씨는 농협 자체 조사가 진행되자 ‘분위기 좋다고 말하라’, ‘비밀엄수, 책임따름’ 등의 입막음 메시지도 보낸 사실이 발각됐다

# F농협은 2009년부터 연간 700%의 성과급을 지급해 왔는데, 노조가 설립되자 5번을 미지급했다. 이 곳에서 노조가 만들어진 계기는 부당 대기발령 조치때문이다. 두 쌍의 부부사원에게 한명은 퇴사하라고 강요하고, 여직원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내리는 등 인사관련 횡포가 드러났다.

#G 축협의 40대 직원은 음주 회식 후 심장마비로 숨졌다. 직원의 의지와 관계없이 주량의 5배가량의 술을 강압에 의해 마셨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곳에 근무했던 한 직원은 ‘직원들에게 매달 월급을 보험 등 실적에 채워라는 식의 강요. 회식 때 억지로 잔 돌리기, 성희롱과 성추행 만연“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전했다.

#H 농협 조합장은 회식 때 장소 이동 중 '빨리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3명을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조사결과 일회성 폭행이 아닌 상습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조합장은 농협 내 입점업체 여직원을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었다. 피해자들은 법적 구제절차를 밟는 것이 힘들고, 상사나 조합장이 자리를 보존하고 있는 한 실제적인 조치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전국협동조합노조 관계자는 “농·축협 노동자들이 더 이상 감정노동에 시달리지 않도록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농협중앙회는 미스터리쇼퍼 방식의 감시활동만 중단했을 뿐 CS 3.0으로 다시 돌아왔고 하나로마트 등에서는 여전히 감시활동이 이어지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조차 CS에 대해 금융기관으로 업무상 농·축협과 연관이 있어 업무범위 내 사안이라는 실망스러운 결론을 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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