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포특권 포기 시사한 이재명…與 김기현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 서명하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한 모습(우). 사진 / 이훈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한 모습(우). 사진 / 이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가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표의 공언을 계기로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김기현 ‘불체포특권 폐지 서명’ 제안에 이재명은 ‘침묵’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3대 정치 쇄신 공동서약을 야당에 제안한다”며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과 무노동 무임금 제도 도입, 불체포특권 포기 서명을 주장했는데, 특히 불체포특권의 경우 이 대표도 전날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는 ‘공통사항’인 만큼 실제 이행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 신분으로서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 권리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현역 의원 체포동의안은 5건이 국회로 넘어왔었는데, 이 중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 건만 가결됐을 뿐 민주당 출신이거나 민주당 소속이었다가 탈당한 무소속 의원에 대해선 모두 부결돼 ‘방탄’ 논란이 불거졌었다.

특히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불법후원금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에 대해서도 앞서 지난 2월 27일 국회로 체포동의안이 넘어와 표결이 진행됐으나 끝내 부결됐는데, 그러다보니 ‘방탄 정당’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졌고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지난 19일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저를 향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검찰이 저를) 소환한다면 10번이 아니라 100번이라도 응하겠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이 같은 이 대표의 발언에 민주당에선 일단 친명계는 물론 그간 이 대표를 압박해온 비명계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내놨는데, 친명계인 서영교 최고위원은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이 대표가 교섭단체연설 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에게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을 하겠다는 뜻을 미리 내비치자) 몇 명이 만류했고 몇 분은 이야기를 안 하고 있었다”며 “오히려 저희가 설득 당했다”고 이 대표 스스로 내린 결단임을 부각시켰고, 비명계인 같은 당 김종민 의원도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원고에는 없던 내용이라 의외였다. 지금이라도 그런 입장을 발표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호평했다.

다만 김 의원은 “앞으로 이걸 어떻게 실천할 거냐, 이 대표만 자기 개인 문제만 그렇게 할 거냐, 민주당 전체 분위기가 좀 바뀔 거냐, 이런 문제들이 앞으로 숙제”라고 덧붙였는데,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0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제 당 대표의 결단에 대해 대부분 의원들이 다 공감하고 있었다. 유사 사건이 생겼을 때 그런 분위기에서 의원들의 결단이 요구되지 않을까”라면서도 “현재 진행 중인 다른 분들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논의해서 의견이 모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무엇보다 김 원내대변인은 “개별 의원들이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고 해서 (체포동의안) 표결 자체가 생략될 수는 없다”고 밝혀 결국 의원 개개인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과 실제 체포동의안 가결 여부는 별개 사안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김 대표가 이날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제안한 ‘불체포특권 포기 서명’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해도 이 대표가 끝내 답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킨 점 역시 민주당이 과연 ‘방탄’을 포기할지 한층 의문을 키우고 있다.

◆ 당정 “李,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하고도 여러 번 안 지켜”

20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20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그래선지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가 과거에도 불체포특권 포기 의사를 밝힌 바 있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던 점을 집중 지적하고 있는데, 김 대표는 20일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이 대표는 국민들 앞에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다. 대선 땐 공약도 했고 지방선거 때는 육성으로 직접 말했는데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며 “정치지도자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한다면 정중한 대국민 사과부터 하는 게 도리고 말로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약속을 실천할 것인지 방안을 제시해주기 바란다”고 이 대표에 촉구했다.

마찬가지로 한동훈 법무부장관도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행사하지 않겠다고 말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라며 “현행법상 불체포특권 포기를 실천하기 위한 방안은 방탄국회를 열지 않거나 당론으로 가결시키는 것밖에 없는데 어떤 것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또 한 장관은 이 대표와 관련한 주요 사건들이 이미 재판에 넘어간 상태란 지적이 있다는 질문엔 “현재 본인에 대한 사건 체포동의안이 부결돼서 불구속 기소까지 돼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범죄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것을 스스로 가정하면서 한 말이라 제가 거기서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는데, 실제로 가장 주목 받았던 대장동 의혹조차 이미 체포동의안 부결로 영장이 자동 기각돼 불구속 재판 중인데다 백현동 의혹은 이제 겨우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 착수 단계고 정자동 의혹도 시행사 압수수색 중인 수준이어서 당장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은 낮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YTN더뉴스’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중에 가장 큰 것이 대장동 사건인데 지난번 체포동의안 왔을 때 부결시켜버렸다. 가장 중한 혐의에 대해선 불체포특권 행사해서 이미 산을 넘고 난 다음에 이제 와서 내려놓겠다, 이게 과연 의미가 있나”라고 지적한 데 이어 “지난번 (이 대표) 체포동의안 당시 출석의원으론 가결이지만 재적 과반수로 되어 있어 안 됐는데 비명계 의원들이 다음 영장 청구 왔을 때 과연 이렇게 할 것이냐. 결국 그때 당 대표 내려놓든지 가결돼서 영장심사 받으러 가든지 밖에 없어 스스로 내려놓는 형식을 택하는 게 낫겠다 이렇게 생각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같은 당 김웅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대표가 지난 2023년 1월 18일 KBS뉴스에 나와 자신이 불체포특권 공약을 어긴 이유에 대해 ‘개인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당에 대한 공격이고 상황이 과거로 퇴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던 발언을 꼬집어 “이재명 논리대로면 지금 다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이재명에 대한 수사가 민주당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개인 비리에 대한 수사라는 것, 지금 상황이 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지금 이재명은 죄짓지 않은 청렴한 정치인이지만 2023년 2월의 이재명은 죄짓는 청렴하지 않은 정치인이란 자백”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밖에 이용 국민의힘 의원도 20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애초에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에 대한 정면돌파를 할 것이었다면 아무 명분도 없는 불체포특권을 위한 인천 계양구의 국회의원 셀프 공천부터 받지 말았어야 한다. 이제 와서 자신이 투사라도 되는 것마냥 포기하겠다는 모습은 거짓 쇼”라고 불신 어린 시선을 보냈으며 조경태 의원은 아예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 대표를 향해 “본인이 정말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하면 국회의원의 직무, 당 대표로서의 직무도 포기할 수 있는가 되묻고 싶다. 말로만 하는 특권 내려놓기, 이것은 국민들을 우롱하고 속이는 행위”라고 촉구했다.

◆ 민주당, 정략적 계산? “당내 비판 및 ‘방탄’ 시선 완화 효과”

(좌측부터) 민주당 안민석, 정성호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민주당 안민석, 정성호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처럼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발언을 여당에선 대체로 믿지 않는 모양새지만 민주당에선 박광온 원내대표가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진정성을 곡해하지 말기 바란다. (불체포특권 포기는) 민주당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담대한 변화를 만들어나가겠다는 의지”라고 반박에 나섰는데, 그러면서도 박 원내대표는 “국민께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윤 정권의 정치탄압에 대한 경고”라며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정치적 압박으로 규정했다.

이 뿐 아니라 벌써부터 이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여론의 시각 변화나 정치적 효과 등을 기대하는 발언까지 속속 나오고 있는데, 친명계인 정성호 의원은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또) 오면 어떻게 할 거냐,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도 그런 목소리가 많이 나왔는데 적절한 시기에 당내의 그런 불만이나 비판을 누그러뜨리고 국민들에게도 지금 민주당에 향하는 방탄국회에 대한 비판을 완화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고 역설했으며 “지금 재판 보면 유동규의 진술엔 한 장관이 차고 넘친다고 하는 증거가 하나도 없다. 무리한 수사였구나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정 의원은 “노웅래 의원 재판도 저희가 확인해보면 증거가 별로 없다”고 발언했는데, 다만 그간 처리된 체포동의안을 소급해 처리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김기현 대표의 제안에 대해선 “(일사부재리에 따라) 이미 한 번 처리된 것은 다시 처리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걸 알고서 얘기하면 말장난이고 만약 이걸 다시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하면 ‘검찰이 빨리 영장을 청구해라’, 이 지시 아니겠나”라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편 안민석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에 대해 “정치는 흔히 타이밍의 예술이라 한다. 그동안 검찰이 야당 탄압하는 형국에서 지금 반전이 되는 터닝포인트 지점에 어제를 계기로 섰다”며 “구속될지라도 ‘지금 야당 탄압 시기에 저런 걸로 야당 대표를 구속시켜?’라는 민심이 크게 들끓을 것이고 만약 구속이 안 될 경우엔 이 대표의 면죄부로 이어지는 것이니까 이 대표는 꽃놀이패를 쥐게 된 것이다. 검찰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유리한 패를 던졌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한 장관이나 검찰이 고민할 거다. 구속영장 청구는 안 할 수 없고 이제 공은 검찰한테 넘어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어떤 판단을 하더라도, 검찰은 또 나름대로 패를 던질 것인데 어떤 패든지 간에 검찰로선 상당히 고민이 담긴 패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 이에 같은 날 한 장관은 ‘이 대표 혐의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에 맞서 “증거관계에 대해선 국민께 소상히 아실 수 있도록 취합해 설명 드렸는데 ‘증거 없다’고 생각한다면 할 말이 없다. 일반 국민들은 돈 30만원 받고 구속되는 것, 그건 제 의견이 아니라 팩트 아닌가. 왜 특별한 대접을 받으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응수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