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특별당규 제정안, 시스템 공천·도덕성 ‘무게’…‘돈 봉투’ 언급 인사들 ‘줄탈당’도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돈 봉투 의혹으로 위기에 몰린 더불어민주당이 혐의를 받는 인사들의 탈당을 통해 사태 진화에 나서는 동시에 총선 전 여론을 되돌리기 위한 쇄신안 마련에도 나서고 있어 효과가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특별당규 제정안 투표 나선 민주당, ‘국민참여’·‘도덕성’ 방점

총선을 1년 앞둔 가운데 민주당은 오는 4일까지 이틀 간 ‘특별당규 제정안’을 놓고 권리당원 투표를 개시했다고 밝혔는데, 우선 ‘시스템 공천’ 기조를 유지한 게 특징으로 경선 방식은 지난 총선 때와 동일하게 국민과 당원을 각각 절반씩 반영하는 국민참여경선 원칙을 견지했으며 권리 행사 시행일은 선거 2개월 전인 2024년 2월1일로 정했고 이에 따라 오는 7월31일까지 입당한 당원 중 지난 2월1일부터 내년 1월31일까지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에게 선거권이 부여되게 된다.

아울러 공천 심사 역시 지난 총선 때처럼 정체성, 기여도, 의정활동 능력, 도덕성, 당선 가능성을 종합 심사하도록 했는데, 무엇보다 도덕성 부문을 강화해 파렴치 및 민생범죄나 성희롱·2차 가해, 직장 내 괴롭힘·갑질 외에도 최근 이슈화된 ‘학교 폭력’까지 4대 범죄에 포함시켜 여기에 해당하면 부적격심사를 통과했어도 공천심사에서 10% 감산 적용받게 했고 유권자에게 후보자 정보 제공도 확대해 검증 단계에선 예비후보자 홍보 플랫폼을 운영함으로써 당원과 국민에게 후보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또 청년층 표심도 의식한 듯 청년 후보자가 있을 경우 청년 후보자를 포함한 경선을 원칙으로 규정했으며 정치신인인 청년 후보자에 대해선 공천 적합도 조사에서 2위 후보자보다 10%P 이상 우위에 있으면 단수선정이 가능하게끔 기준을 완화해 청년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한층 넓혀줬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특별당규 제정안에 대한 권리당원 투표를 진행 중인 민주당에선 오는 8일 예정된 중앙위원회 투표까지 합산해 공천 룰을 조기 확정함으로써 공정한 공천을 실현하겠다는 입장인데, “지난 총선과 마찬가지로 1년 전에 공천룰이 확정될 예정이며 시스템 공천을 통해 특정인의 입김에 따라 공천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은 원천 봉쇄됐다”며 “남은 기간 민주당은 국민 신뢰를 얻고 그걸 양분 삼아 총선 승리를 일궈내기 위해 차근차근 채비를 갖춰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특별당규 제정안 중 도덕성을 강화한 점은 그간 여러 의혹 등으로 도덕성 면에서 타격을 입어 당내에서조차 이 부분에 대해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결과로 비쳐지고 있는데, 심지어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진보의 무기는 도덕성인데 이 무기를 상실하는 순간 저희들이 국민의힘보다 더 국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무기가 없다. 실제로 이번 돈 봉투 사건을 통해 국민들은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더 도덕적이란 믿음은 폐기한 것 같아 이 문제는 기획수사 쪽에 방점 찍을 게 아니라 도덕성 회복 쪽으로 답을 찾아야 된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 ‘돈 봉투’ 의혹에 연이어 자진탈당, ‘책임정치’ 평가 받을까

민주당 이성만(좌), 윤관석(우) 의원이 3일 자진 탈당 입장을 밝힌 후 자리를 뜨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TV 캡처
민주당 이성만(좌), 윤관석(우) 의원이 3일 자진 탈당 입장을 밝힌 후 자리를 뜨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TV 캡처

한 발 더 나아가 안 의원은 “음주운전 전과자나 사기 전과자, 심지어 불륜을 저지르고도 남의 가정을 파괴한 그런 분들도 선거에 앞으로 출마하겠다고 주민들에게 행세하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이런 분들이 출마하지 못하도록 당이 쐐기를 박아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도덕성에 하자가 있는 분들은 당원 자격 자체를 다 박탈해 도덕성 회복의 강한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된다. 이번 돈 봉투 사건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본인들은 억울해하고 부인하지만 만약 사실이라고 그러면 단호한 조치를 해야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급기야 그는 돈 봉투 사건 관련자들이 자진탈당하지 않으면 더 단호한 조치를 해야 된다고 주장하면서 100%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된 자체 진상조사에도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는데, ‘쇄신’과 관련해서도 “쇄신 전에 반성이 돼야 하지 반성 없이 쇄신만 하자는 것은 아직도 이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왜 민주당의 도덕성이 해이해졌는지 여기에 대한 반성 속에서 전화위복 계기로 삼기 위한 쇄신 방안들이 도출돼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선지 이날 ‘돈 봉투’ 의혹으로 이름이 오르내린 윤관석, 이성만 의원은 자진탈당한다고 밝히면서 오후 의원총회에서도 당에 심려 끼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는데, 앞서 이재명 대표도 이들의 탈당을 설득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본인들이 당을 위해 결단한 것”이라며 압박하지 않았음을 강조했고 윤 의원과 이 의원도 비슷한 질문엔 단호히 일축했다.

다만 당사자들은 해당 의혹에 대해선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윤 의원은 의총에서 “사안에 대해 반박과 할 말은 너무도 많지만 앞으로 사법적 과정에 임해 적극 소명하고 바로잡아 나가겠다”고 했고, 이 의원도 “명백한 사실은 본 사건의 성격은 녹취록의 일방적 정황에만 의존한 정치검찰의 야당 탄압, 기획수사란 점”이라며 “잠시 당을 떠나지만 정치 검찰에 당당히 맞서겠다.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명예를 되찾아 반드시 민주당으로 돌아오겠다”고 사실상 복당 의지까지 내비쳤다.

이 뿐 아니라 먼저 탈당했던 송영길 전 대표도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돈 봉투 살포’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으며 3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송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 박모씨도 ‘돈 봉투를 본 적도 없다는 건가’란 질문에 “당연하다”고 한 목소리로 일축했는데, 그러다보니 “쇄신 전에 반성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던 당내 목소리가 무색하게 당사자들의 ‘탈당’은 이뤄졌어도 ‘부당한 정치 탄압’이라는 주장은 이어지고 있어 과연 ‘돈 봉투’ 의혹으로 돌아섰던 여론에 변화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지난달 29일 검찰의 주거지 압수수색 당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송 전 대표의 경우 그 이튿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에 연락처, 통화내역, 문자 등이 저장되지 않은 상태인 ‘초기화’된 휴대전화를 제출했던 것으로 밝혀져 검찰은 증거인멸 시도로 의심하고 있는데, 이밖에 다른 관련자들도 휴대전화 여러 대를 교체한 점 등에 비추어 장차 구속 수사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 아니라 이 대표도 돈 봉투 의혹 당사자들의 탈당 관련 질문에 “태영호 의원의 녹취 문제는 어떻게 된다고 합니까. 명백한 범죄로 보이는데 태영호 사건을 검찰이 수사한다고 하나. 원래 의무적 수사사항이라고 하던데”라며 여당 문제를 끌어와 즉답을 피하는 동문서답식 행보를 계속하고 있어 이런 대응이 과연 민주당 지지층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이 3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관석, 이성만 의원 탈당 관련 논평을 통해 이재명 대표를 직격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이 3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관석, 이성만 의원 탈당 관련 논평을 통해 이재명 대표를 직격했다.

일단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의 이 같은 모습에 냉소적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3일 논평을 통해 사법리스크에도 탈당하지 않고 있는 이 대표를 꼬집어 “민주당은 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민주당이 아니다. 지방자치 권력을 사유화한 사건과 매표행위를 한 사건 모두 부정부패 범죄일 뿐 검찰도, 민주당도 두 사건의 처리를 달리할 이유가 전혀 없고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했듯 이 대표에게도 동일한 잣대를 대라”며 “민주당이 의총에서 박광온 원내대표를 압도적으로 추대한 것은 특정인·특정집단에 의해 사당화된 민주당의 쇄신을 요구했기 때문이란 점을 되새기기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은 탈당쇼, 꼬리 자르기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라도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싶겠지만, 그러기엔 민주당 돈 봉투 게이트의 추악함이 너무 커 결코 가려지지 않는다. 돈 봉투 사건 앞에서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쇼타임’이 아니라 깊은 반성과 사죄 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으며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은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음주운전, 사기, 불륜 전력자’의 출마 불허 등을 쇄신 예시로 거론한 점을 들어 이날 자신의 SNS에 “이렇게 대놓고 이 대표 물러나라고 주장할 줄 몰랐다. 5선 중진의 용감한 선언에 민주당 젊은 의원들도 동참할 거라 믿는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 대의원제 폐지 등 ‘뜨거운 감자’ 여전…표심 잡을 ‘쇄신’ 이룰까

문제는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이들이 대부분 지난 전당대회에서 투표 반영비율이 높았던 대의원(대의원 45%, 당원 40%)인 만큼 당 쇄신 차원에서 대의원제가 폐지될지 여부도 주목 받고 있지만 그간 “쇄신”을 언급해온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앞서 지난달 30일 KBS9 뉴스에 출연해 “대의원제 개편은 문제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치유법이 아니다. 민주당의 전국 정당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며 오히려 회의적 반응을 보인 바 있어 정작 금권선거 유혹이 있을 수 있는 제도를 그대로 두겠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의원은 1만6천여명인 반면 권리당원은 120만명에 달해 대의원 한 명의 표가 다수의 권리당원 표만큼의 가치가 있는데다 소수인 대의원이 현역 의원과 지역위원장 영향력 하에 있다 보니 본질적으로 제도를 손대지 않은 채 ‘돈 봉투 의혹’의 여파를 극복하고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는 공언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을지 미지수인데, 민주당 정치혁신위·전략기획위·민주연구원은 대의원제 폐지를 비롯한 당 혁신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른바 ‘개딸’로 대표되는 신규 권리당원의 증가를 의식해 대의원제 폐지에 대한 계파 간 계산도 엇갈린다는 점에서 당 쇄신은 험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자당 문제와 관련해 최근 들어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지난해 4월부터 경찰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김현아 전 의원 정치자금 의혹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거론하는 등 정치권에서 본격 이슈화될 조짐이 나타나자 지난 2일 당무감사위원회 회의를 열고 김 전 의원에 대한 당무감사 안건을 통과시켰으며, 태영호 최고위원의 음성 녹취 유출 논란이 확대되자 3일 오후엔 김기현 대표가 이미 징계 절차가 개시된 다른 사유들과 병합해 따져달라고 요청했다.

이 뿐 아니라 국민의힘 소속의원 중 74명나 참여하고 있는 공부모임인 ‘국민공감’에선 오는 9일 더불어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을 연사로 ‘한국 정치 이대로 괜찮은가’란 주제의 특강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간 7차례 열린 모임 중 야권 인사가 특강을 하는 경우는 처음으로 여당의 같은 ‘쇄신’ 행보가 내년 총선을 앞둔 민주당과의 표심 경쟁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볼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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