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 억제 강화’ 성과…IRA·반도체법, ‘한국기업 피해 최소화’ 대원칙 잡아

4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진행했다. ⓒ대통령실
4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진행했다. ⓒ대통령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의 핵심인 워싱턴DC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치면서 순방이 거의 마무리로 접어든 가운데 이번 순방의 성패 여부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 한미 간 해석 엇갈린 듯 비쳐진 워싱턴 선언의 ‘핵 공유’, 왜?

정부여당에서 이번 미국 순방 성과로 꼽아온 ‘워싱턴 선언’을 놓고 미국에서 ‘핵 공유’란 표현에 대해선 온도차 있는 듯한 발언이 나왔는데,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동아시아·오세아니라 담당 선임국장은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단과의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는 워싱턴 선언을 사실상 핵 공유라고 설명하는데 여기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직설적으로 말하겠다. 우린 이 선언을 사실상 핵 공유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비록 한국 정부와 입장이 다른 것이냐는 질문엔 “그건 반박하고 싶다. 우리 입장에서 우리가 핵 공유라고 말할 때는 중대한 의미를 내포한다”고 강조했는데, 그러면서 그는 “우리 입장에서는 한반도에 핵무기를 다시 들여오는 게 아니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하고 싶다. 우리 입장에서 핵 공유에 대한 정의는 핵무기 통제와 관련됐는데 여기(워싱턴 선언)에선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래선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에선 워싱턴 선언이 핵 공유 선언이 맞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당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정한 것은 없고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답하겠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고, 일부 의원들은 ‘핵 공유 선언’이라고 주장한다는 지적엔 “저는 핵 동맹으로 가기 위한 전기라고 발언했고 개별 의원들의 발언은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통령실에서도 지난 26일(현지시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국민께서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는 것처럼 느끼시게 될 것”이라고 표현했을 뿐 명확하게 핵 공유라고 못을 박지는 않았었는데, 이를 꼬집어 더불어민주당에선 지난 27일 한민수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느껴질 것’이란 말이야말로 워싱턴 선언이 알맹이 없는 속빈 강정에 불과함을 자인하는 꼴”이라며 “미국 측 평가는 냉담하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문가는 ‘워싱턴 선언은 순전히 상징적이고, 미국이 한국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지 군사적 가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워싱턴 선언’의 본질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에 대한 통제권을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대북 확장 억제력을 강화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었으므로 “국민이 사실상 핵을 공유하는 것처럼 느끼게 될 것”이란 대통령실의 설명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며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핵 공유는 아니다’라고 분명히 한 데에는 자칫 자국의 핵 주권을 한국 측과 나누겠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될까 우려해 이 부분에 대해선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미 측은 워싱턴 선언 내용 중 한국의 핵확산금지조약 준수 쪽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만큼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위배될 수도 있는 ‘핵 공유’, ‘핵 배치’ 등 확대해석에 대해선 분명히 일축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다만 일각에선 워싱턴 선언에서 약속한 ‘미 전략핵잠수함의 한반도 기항’도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위배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니 한국 국방부에선 28일 이에 대해 “법적 검토 결과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 1조에는 남과 북이 핵무기의 시험과 제조, 생산과 접수 등을 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는데도 핵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핵잠수함이 기항할 수 있도록 선언했다는 점에서 실제로 핵무기를 싣고 오기보다 ‘핵 발사 가능 수단’을 과시해 북한을 압박하는 ‘전시 효과’를 내려는 의도로 비쳐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핵 투발 능력은 굳이 한반도에 직접 배치하거나 오지 않더라도 미 본토에서 북한은 물론 전세계 어디를 향해서든 공격 가능한 실정인데, 당장 미 전략핵잠수함의 경우 한반도까지 직접 오지 않아도 북한에 핵 공격 가능한 사거리 7400km의 ‘트라이던트 2’ D5 탄도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실정이며 그럼에도 굳이 한반도까지 와 기항한다는 것은 북한이 한국을 핵 공격할 때 과연 태평양 반대편에 있는 미국이 한국을 위해 ‘핵 보복에 나설 수 있겠느냐’는 국내 자체 핵무장 여론을 불식시키고자 북한이 애당초 핵무기를 사용할 생각을 못하도록 대북 경고를 보내겠다는 강력한 ‘핵전쟁 방지’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물론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된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튀르키예 등 5개국과 미국이 맺고 있는 ‘NATO식 핵 공유’ 사례를 내세워 지적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지만 이 역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위반해야 되는데다 정치권에서 핵무장론은 보수층이나 여당 인사들이 주장해온 반면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야권에선 핵무장보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 준수에 그동안 무게를 둬온 만큼 이번 선언을 넘는 실질적 대안을 야권에서 주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 반도체법 등 경제 분야 쟁점엔 “경영부담 최소화 협력키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23. 4. 27(목,현지시간) 15:30 미국 워싱턴 D.C. 윌라드호텔에서 지나 러몬드(Gina Raimondo) 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비롯한 한-미 양국 정부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미 공급망 산업대화」에 참석하여, 인사말을 한 후 반도체, 공급망,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IPEP(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수출통제, 철강 232조 등의 안건을 논의하고, 첨단산업(반도체,전기차 충전기 시험인증) 분야 MOU 체결식에 임석하였다. ⓒ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23. 4. 27(목,현지시간) 15:30 미국 워싱턴 D.C. 윌라드호텔에서 지나 러몬드(Gina Raimondo) 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비롯한 한-미 양국 정부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미 공급망 산업대화」에 참석하여, 인사말을 한 후 반도체, 공급망,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IPEP(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수출통제, 철강 232조 등의 안건을 논의하고, 첨단산업(반도체,전기차 충전기 시험인증) 분야 MOU 체결식에 임석하였다. ⓒ산업통상자원부

한편 야권에서 ‘국익’을 관철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가장 강조해온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법 등 경제 분야 관련 쟁점에 대해선 이번 순방에서 구체적 해법이 나오지는 않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데, 앞서 26일(현지시간) 발표된 한미공동성명에는 두 법안과 관련해 “동 법이 기업 활동에 있어 예측 가능성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상호 호혜적인 미국 내 기업 투자를 독려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나가기로 약속했고 양 정상은 최첨단 반도체, 첨단 패키징, 첨단 소재 분야에서 연구개발 협력 기회를 식별해나가기로 했다”고만 명시되어 있다.

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공동기자회견에서 반도체법이 한국에도 피해를 주는 게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에서도 일자리를 만들고 있고 SK 뿐 아니라 삼성과 다른 산업에서도 일자리를 만들어 있어 난 윈윈이라고 생각한다”며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분명히 미국이 어떻게든 안 좋은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이해할 것”이라고 답했을 뿐 해당 법안에 대한 양국 간 주요 쟁점 관련해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부와 ‘한미 에너지장관 회담’, 미 상무부장관과는 ‘제1차 한미 공급망 산업 대화’를 차례로 가지면서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현안 관련 논의했는데, 미 상무부 장관과 발표한 공동선언문에는 반도체법 이행(NOFO, 가드레일 등) 과정에서 기업 투자 불확실성과 경영부담을 최소화 합의 및 지속 협의, 반도체 수출통제 이행과정에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교란을 최소화하고 반도체 산업 지속력 및 기술 업그레이드를 유지, 한미 양국 간 반도체 산업 협력 강화를 위한 민관 반도체 협력포럼 설치 및 3대 반도체 첨단기술 분야 교류 추진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명시됐다.

일단 우리 기업이 호소하는 투자 불확실성과 경영부담을 줄여나가기로 합의했다는 방향성은 내놨지만 문제의 법안들에 있는 독소조항 관련 우려를 분명하게 해소한 결과가 나온 게 아니기에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도 27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미국의 일반적인 산업 정책에서 우리 기업이 동맹이기 때문에 어떤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예외적 조치를 하기 위해선 상당히 기술적이고 또 세부적인 국가 간 협의가 필요하다. 이번 순방에선 우리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양 정상의 확고한 인식을 공유했으며 이를 줄여나가기로 협의하라는 양국 행정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확인했다”고만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에선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핵심 의제인 IRA, 반도체지원법에 대해 우리 산업, 기업을 전혀 지켜내지 못했다”며 ‘빈 손 외교’란 혹평을 퍼부었는데, 우리 기업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대원칙에는 한미 정상 간 인식을 공유했다는 대통령실 주장대로 미 상무부장관과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간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지만 당장 순방 기간 중 가시적 결과물이 나온 것은 아니어서 실제 성과가 나올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 尹, 우크라이나·대만 관련해 발언, 수위 안 높이고 ‘원론적’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이밖에 야권에서 주목한 사안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문제 관련한 윤 대통령의 발언은 과거와 비교해 이번 순방 중엔 특별히 수위가 높아지지는 않았는데, 윤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미 의회 연설에서 “대한민국은 정당한 이유 없이 감행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 자유세계와 연대해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고 이들의 재건을 돕는 노력을 적극 펴겠다”고 우크라이나에 대해 언급했지만 순방 전 외신 인터뷰에서 내비친 군사무기 지원 가능성 등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특히 이보다 앞서 있었던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우크라이나 이슈는 소인수 회담에서 아주 짧게 언급됐다고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밝혔을 뿐 군사 지원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강조했는데, “그동안 정부가 공식적으로 견지해온 원칙과 입장에서 변화는 없었다”며 “우크라이나 전황을 살피면서 인도적 지원, 재정적 기여, 비군사적 목적의 지원을 늘려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여론 동향을 의식한 반응으로도 보이는데, 앞서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22~24일 2004명을 대상으로 우크라이나 무기 등 지원에 대한 찬반 의견을 조사한 결과(95%신뢰수준±2.2%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반대가 60.8%, 찬성이 32%로 나왔고 데이터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23~24일 전국 성인 1000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에서도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해 우려된다는 답변이 66%를 기록해 우려되지 않는다는 답변(32%)의 2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발표된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양 정상은 역내 안보와 번영의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양 정상은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 매립지역의 군사화 및 강압적 행위를 포함해 인도·태평양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했다”고만 입장을 내놨는데, 지난 2021년 5월 문재인 전 대통령도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발표했던 만큼 기존 입장을 크게 넘어서는 발언은 아니다.

더구나 직접적으로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이 언급된 것도 문 전 대통령 때가 사상 처음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의 발언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정도인데, 그래선지 민주당에선 박용진 의원이 윤 대통령의 대만 언급에 대한 중국의 반발과 관련해 28일 “중국이 이번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반발한 건 속 좁은 도량과 방자함을 드러낸 것”이라며 “왜 중국은 ‘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말해도 되고 한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말하면 안 되나. 민주당 정부든 국민의힘 정부든 한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확고부동하고 일관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반해 같은 당 소속인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크라이나, 대만 문제에서도 큰 불씨를 남기고 말았다”며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내려 온도차를 보였는데, 비록 야당 내 반응이 엇갈리고 있지만 순방 전 외신 인터뷰 발언보다 한층 노골화되거나 수위가 높아지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여론이 어떻게 평가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