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패턴 마케팅 13가지 억제키로…상반기 중 피해방지 가이드라인 제정

# A씨는 인터넷에서 한 영화 사이트 광고를 보았다. 일단 회원 가입만 하면 30일 무료체험을 시켜준다는 광고였는데, 체험기간 중 얼마든지 탈퇴해도 된다는 말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회원 가입을 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정보들을 입력하고 온갖 약관에 동의해야 무료체험을 할 수 있었다. 어렵게 밤늦게 영화 한 편을 본 A씨는 사이트가 마음에 안 들어 회원 탈퇴를 하려는데 아무리 찾아도 탈퇴 버튼을 찾을 수 없었다.

탈퇴 버튼 찾기를 미뤄둔 A씨에게 어느 날 결제 알림 문자가 왔다. 한참 전 그 영화사이트였다. 30분 넘게 통화 중이던 고객센터에 어렵게 전화한 A씨는 상담원에게 “무료체험 기간 끝났다고 알려주지도 않고 결제부터 하는 게 어디 있냐”고 따졌다. 상담원은 “잘 찾아보시면 회원 가입하실 때 다 동의하신 거고 일단 결제된 금액은 환불해드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장사를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어디 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숨은갱신, 취소/탈퇴 방해)


# B씨는 여름휴가 때 묵을 숙소를 예약하기 위해 숙박업소를 검색하였다. 날짜와 목적지를 입력하자 목적지에 위치한 숙박업소 이름과 함께 가격이 검색되었다.

예산 범위를 고려할 때 1박에 20만 원 정도 하는 숙박업소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여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숙박업소를 클릭하니 객실 유형과 조식 포함 여부 등 거래조건이 나왔고, 이를 모두 확인하고 예약 버튼을 누르자 가격을 확인하라는 창이 나왔다.

그런데 처음 검색할 때는 20만 원이던 가격이 25만 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세금, 봉사료가 추가되었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B씨는 한참을 더 검색해 보았지만 대부분 같은 방식으로 가격이 다르게 표시되어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저렴한 가격처럼 표시된 것에 낚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순차공개 가격책정)

.공정위가 온라인 쇼핑몰이나 모바일앱 등에서 유행하는 눈속임 상술(다크패턴)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시사포커스DB
.공정위가 온라인 쇼핑몰이나 모바일앱 등에서 유행하는 눈속임 상술(다크패턴)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공정위가 온라인 쇼핑몰이나 모바일앱 등에서 유행하는 눈속임 상술(다크패턴)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21일 공정위는 온라인 다크패턴으로부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방향 당정협의회에 보고하고 관련 대책을 발표한 것. 공정위는 눈속임 상술에 대한 심각성을 크게 공감하고 작년부터 실효적으로 억제방안을 고민해 왔다.

공정위는 “다크패턴은 그 유형이 매우 다양하고 명백한 기만행위부터 일상적인 마케팅까지 넓은 범위에 걸쳐 나타나므로 이를 전면 금지하기보다 규율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해 왔다”며 “여러 유형의 다크패턴 가운데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우려가 큰 13개 행위를 도출했고, 이들을 실효적으로 억제하기 위한 방안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온라인 시장에서 사업자 이익을 위해 소비자 착각이나 실수, 비합리적인 지출 등을 유도하는 상술이 유행하고 있고 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지출이 일어나고 상품 구매와 전혀 관계없는 멤버십 등에 스스로 가입하며 원치 않는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 검색결과가 나타나는 첫 페이지에는 일부러 가격을 낮게 표시하고, 결제가 진행됨에 따라 숨겨진 가격들을 차츰 보여주며 나중에 그 모두를 더한 금액을 최종가격으로 청구하는 순차공개 가격책정 실제 사례  ⓒ공정위
상품 검색결과가 나타나는 첫 페이지에는 일부러 가격을 낮게 표시하고, 결제가 진행됨에 따라 숨겨진 가격들을 차츰 보여주며 나중에 그 모두를 더한 금액을 최종가격으로 청구하는 순차공개 가격책정 실제 사례 ⓒ공정위

지난 2021년 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100개 전자상거래 모바일 앱 중 97%에서 최소 1개 이상의 다크패턴이 발견됐다. 또 작년 공정위에 따르면 다크패턴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경험 비율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계약이 자동 갱신·결제되는 숨은 갱신 유형이 92.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작년부터 이같은 온라인 다크패턴을 실효적 억제를 위한 방안을 고민해 왔고 연구용역을 통해 편취형·오도형·방해형·압박형 상술 4가지 유형과 19개 세부유형으로 분류했다. 이중 소비자 피해 유발 우려가 큰 13개 행위유형을 도출했고 억제 규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향후 소비자 보호를 위해 4가지 방향에서 정책을 추진한다.

우선 현행법 적용이 어려운 6개 행위 규율을 위해 다크패턴에 대한 금지행위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당정협의 시 보고·건의했다. 향후 관련 내용이 담긴 전자상거래 개정안이 발의되면 국회에서 입법 논의를 적극 뒷받침 한다.

또 온라인 다크패턴 피해 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소비자 피해 유발 우려가 큰 다크패턴 유형과 피해방지를 위한 유의점 등에 대해 구체적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가이드라인은 가급적 상반기 중 마무리한다는 게 공정위 방침이다.

주요 전자상거래 분야 대상 다크패턴 마케팅 실태를 비교하고 분석해 소비자들에게 알린다. 특히 각 거래 분야에서 문제 되는 상술을 가장 많이 쓰는 사업자가 누구인지 사업자별로 어떤 상술을 많이 쓰는지 등을 상세히 비교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온라인몰·모바일앱 이용과정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사업자들이 다크패턴 마케팅을 자제하도록 유도한다.

계정 비밀번호 찾기 화면에서, “문자로 인증하기”는 맨 아래쪽 흐릿한 글자에 회색 버튼으로 표시해 화면 하단에 위치시키고, ‘00인증앱 설치’ 버튼은 '확인'이라는 이름으로 상단에 밝은 보라색으로 표시해 00인증앱 설치를 유도하고 있다. ⓒ공정위
계정 비밀번호 찾기 화면에서, “문자로 인증하기”는 맨 아래쪽 흐릿한 글자에 회색 버튼으로 표시해 화면 하단에 위치시키고, ‘00인증앱 설치’ 버튼은 '확인'이라는 이름으로 상단에 밝은 보라색으로 표시해 00인증앱 설치를 유도하고 있다. ⓒ공정위

이런 노력에도 불구 시정되지 않는 행태에 대해서는 형법을 적극 집행해 최대한 바로잡겠다는 구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본지에 “온라인 시장에서 복잡·다양하게 나타나는 여러 유형의 상술 가운데 규율이 필요한 행위와 그 규율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도출함으로써 그 테두리를 최대한 명확히했다”며 “규율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공정위가 추진할 과제들을 제시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다크패턴 유형분류 4개 유형 19개 세부유형은 ▲숨은 갱신 ▲순차공개 가격책정 ▲몰래 장바구니 추가(이상 편취형 상술) ▲거짓 할인 ▲거짓 추천 ▲유인 판매 ▲위장 광고 ▲속임수 질문 ▲잘못된 계층구조 ▲특정옵션 사전선택(이상 오도형 상술) ▲취소·탈퇴 방해 ▲숨겨진 정보 ▲가격비교방해 ▲클릭 피로감 유발(이상 방해형 상술) ▲반복 간섭 ▲감정적 언어 사용 ▲시간제한 알림 ▲재고 없음·높은수요 알림 ▲다른소비자의 활동 알림(이상 압박형 상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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