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평가 미치는 ‘영향’ 의식한 듯…한 총리 “취지 잘못 전달돼 국민 오해하는 일 없도록”

한덕수 국무총리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7회 신문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7회 신문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6일 “허위정보와 선동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며 언론에 사실 보도를 당부해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이 같은 주장을 펴는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신문의 날’에 “허위정보, 국민 의사결정 왜곡” 지적한 윤 대통령

제67회 신문의날을 맞아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6일 윤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했는데, 이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신문이 사실에 기반한 정보 생산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잘못된 허위정보와 선동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국민의 의사결정을 왜곡함으로써 선거와 같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시스템까지 와해시킨다”며 “자유민주주의는 인쇄 기술이 불러온 신문의 탄생과 보편화를 통해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신문이 정확한 정보의 생산으로 독자들로부터 신뢰받을 때 우리의 민주주의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방대한 정보의 확산이 온라인을 타고 빠르게 이뤄지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신문의 역할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신문의 순기능이 유지되고 발전될 수 있도록 신문 산업의 진흥을 위한 책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는데, 대체로 축하보다는 당부에 가까운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축사’라기보다 “허위정보 생산하지 말라”는 주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윤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신문의날 기념대회에 직접 참석한 지난해 4월 “제가 언론인 여러분 앞에 자주 서겠다고 약속드렸다. 앞으로도 민심을 가장 정확히 읽는 언론 가까이에서 제언도, 쓴 소리도 잘 경청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같은 해 7월 인터넷신문의날 기념식에 홍보수석이 축사를 대독한 데 이어 9월 방송의날 축하연에는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등은 아예 불참한 채 축사도 전해지지 않은데다 이번 신문의날 기념식에도 홍보부석이 축사를 대독하는 데 그쳐 대통령이 언론에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불과 일주일여 전인 지난달 29일 우리나라가 미국 등 5개국과 공동 개최한 제2차 민주주의정상회의에서도 민주국가 간 ‘강력한 연대’가 화두였고 윤 대통령이 주재한 첫 번째 세션이 ‘경제성장과 함께 하는 번영’이었음에도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반지성주의로 대표되는 가짜민주주의가 전세계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온라인을 타고 확산되는 가짜뉴스는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가짜뉴스’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규정하고 심지어 “잘못된 허위정보와 선동은 국민의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선거와 같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시스템을 와해시킨다”고 이번 축사와 동일한 내용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3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코스타리카, 네덜란드, 잠비아 정상과 함께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본회의를 공동 주최했습니다. ⓒ대통령실
3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코스타리카, 네덜란드, 잠비아 정상과 함께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본회의를 공동 주최했습니다. ⓒ대통령실

특히 ‘선동’이란 표현이나 ‘선거’를 언급한 부분은 내년 총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지난해 1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1997년 5월 라마다호텔 유흥주점에서 ‘쥴리’라는 예명으로 일하던 김건희 여사를 목격했다고 주장했다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로 지난해 9월 불구속 기소된 안해욱 무소속 후보가 지난 5일 유일한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진 전북 전주을에서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보다 앞선 4515표를 받기도 한 만큼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있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가짜뉴스’에 대해 경고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다.

물론 윤 대통령이 꼭 최근 들어서만 ‘가짜뉴스’에 대해 언급한 것만은 아닌데, 앞서 지난해 12월 1일 대한민국 학술원 석학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이정복 학술원 부회장이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민주주의 선진국이 가짜뉴스와 비합리적 떼쓰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금이라도 디지털 규범을 세워야 한다”고 충고하자 윤 대통령은 “가짜뉴스를 추방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디지털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적극 공감한다”고 밝힌 바 있다.

◆ 정부 흔든다는 시각? 與 “민주당, 가짜뉴스 퍼뜨리는 것 아니냐”

이 뿐 아니라 한 총리도 6일 신문의날 기념대회에 직접 참석해 “지금 많은 국민이 가짜뉴스로 인해 크나큰 혼란을 겪고 있고 상당한 피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신문의 힘으로 정체불명의 가짜뉴스를 미디어 시장에서 뿌리 뽑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축사 중 ‘가짜뉴스’를 거론했는데, 한 발 더 나아가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한일관계의 회복, 양곡관리법 재의요구 등은 오로지 국민과 국익을 위해 단행한 것이다. 사안의 취지와 본질이 잘못 전달돼 국민들께서 오해하는 일 없도록 대국민 소통에 각별히 신경써달라”고 관계부처들에 당부하기도 했다.

결국 이 같은 발언에 비추어 현재 윤 대통령의 외교나 정책 등 여러 면에서 정부 결정이 대중에 왜곡된 채 알려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데, 당장 6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에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놓고 민주당 의원들이 해군 함정에 있는 우리 해군이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된 해수를 정화해 먹으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하자 국민의힘에선 “근거를 가지고 얘기하라. 가짜뉴스”라고 맞대응하는 등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5일(현지시간) 공개한, 후쿠시마 제1원전 내 오염수 처리 과정을 검증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전문가들이 일본을 찾아 현장조사를 벌인 내용을 토대로 작성된 4차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측이 IAEA 요구에 따라 보완한 정보를 바탕으로 일본 당국의 방류 감시체계는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했으며 지속가능한 방사선 보호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기술적으로 더 검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포함돼 있었음에도 설훈 민주당 의원은 6일 국방위에서 “일본은 IAEA가 괜찮다고 했지만 믿기 어렵다. 우리 장병 1만2천명이 결국 바닷물 먹어야 하는데 어떻게 할 거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지적에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사드에서 나온 전자파가 위험한가. 과거 광우병 괴담이 돌았는데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죽은 사람이 전세계에 한 명이라도 있느냐”며 “지금 후쿠시마 오염수 가지고 괴담 수준의 이야기를 한다. 해군이 그리 걱정되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과학적 데이터를 가지고 질문해야 되는데 지금 아무것도 없이 괴담과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이에 그치지 않고 성 의원은 “일본이 방류 결정을 2021년 4월에 했는데 문재인 정부 때 아니냐. 왜 그때는 이야기 안 하고 윤 정부 1년도 안 지났는데 후쿠시마 타령을 하느냐. 여러분은 지금 반일몰이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국방위원장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도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실제 가장 먼저 민감한 반응을 보일 곳은 일본 해군(해상자위대)이고 그 다음 조류가 닿는 하와이나 알래스카, 캐나다, 미국 본토 순일 것”이라며 “(야당에서) 너무 앞서가니까 괴담이란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민주당을 비판했다.

◆ 민주당 “윤 대통령, ‘허위사실’ 근거로 거부권 행사…문책할 것”

다만 반대로 민주당에서도 윤 대통령이 ‘허위사실’을 내세우고 있다면서 정부 대응을 비판하고 있는 상황인데, 지난 5일 주철현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에 제출한 재의요구서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인용했으나 정작 농촌경제연구원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어떤 분석도 실시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국무총리와 농식품부 장관이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허위사실을 거부권 행사의 주요 근거로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결국 재의요구서에도 담겨 국회에 제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윤 대통령 명의로 국회에 제출된 재의요구서에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쌀 매입 의무화로 초과생산량은 계속 증가해 2030년에는 63만톤에 이르고 이를 매입하는 데 약 1조4천억원 수준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나와 있지만 이는 지난해 9월 15일 국회 농해수위 농림법안소위에서 의결한 대안을 분석한 자료일 뿐 농촌경제연구원이 올해 국회에서 의결해 정부에 이송했다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수정안에 대해 분석한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주 의원은 “결국 윤 대통령이 ‘허위사실을 근거로 거부권을 행사한 1호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다음 주 농해수위 증인 신문을 시작으로 허위자료가 국무총리 담화문에 이어 대통령 재의요구서에까지 담긴 경위를 낱낱이 밝히고 엄중히 문책하겠다”며 맞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는데, 후쿠시마 오염수 등 대일외교 관련 분야 외에도 이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을 놓고도 진실공방이 벌어질 모양새다.

여기에 양곡관리법처럼 민주당이 본회의에 직회부한 방송법 개정안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쟁점사안인데, 무엇보다 KBS와 MBC 등 공영방송 이사회의 추천권자 성향 등을 꼬집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지난 9일 “민주당이 방송장악을 명문화하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던 방송법 개정안의 경우 통과 여부에 따라 언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인 만큼 “가짜뉴스”를 ‘위협’이라고 지적했던 윤 대통령으로선 야당과의 충돌도 불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윤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문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선 보고를 받지 않은 데 이어 TV조선 재승인 심사 때 일부러 감점하는 데 개입한 혐의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 의해 기각되기는 했지만 한 총리가 지난 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구속 안 된 게 사법절차의 끝이 아니다. 그런 범죄를 저질렀다면 기소 절차라든지 있지 않겠나”라고 발언하는 등 방송 관련 고위직을 여전히 전 정부 인사가 차지하고 있는 데 대해 윤 정부에선 한 위원장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데, ‘선동’, ‘가짜뉴스’를 경고하는 메시지를 계속 내놓고 있는 것 역시 이런 행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밖에도 대통령실에선 지난달 9일부터 국민참여토론 사이트에 ‘TV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에 대한 토론도 진행하고 있는데, 한일정상회담 환영 행사 중계방송에서 ‘윤 대통령이 일장기에만 경례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자 사과하는 등 일부 논란이 불거졌던 KBS를 겨냥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어 윤 대통령도 맞불 차원의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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