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일외교 겨냥한 비판 거세져
尹 “국민이 한일관계 개선 체감할 수 있게 하라”

3월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에서 한일 미래세대 강연회를 가졌다(좌),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와 전범기업 직접배상 촉구 의원모임, 윤석열 정부의 외교참사와 한미일 신냉전 획책을 규탄하는 교수연구자 단체 및 국회의원 공동기자회견(우). ⓒ대통령실(좌), 김경민 기자(우).
3월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에서 한일 미래세대 강연회를 가졌다(좌),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와 전범기업 직접배상 촉구 의원모임, 윤석열 정부의 외교참사와 한미일 신냉전 획책을 규탄하는 교수연구자 단체 및 국회의원 공동기자회견(우). ⓒ대통령실(좌), 김경민 기자(우).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한일정상회담 이후에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반등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정부여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데, 야당은 물론 당 내부에서까지 대일외교 비판을 고리로 윤 정권을 압박하고 있어 이 위기를 돌파해나갈 묘수가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민주당 “박진 탄핵 추진 검토…김성한·김태효 당장 물러나라”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유권자 2505명에게 실시한 윤 대통령 국정수행평가(95%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부정평가가 5주 만에 60%대로 접어든 이유에 대해 “한일 강제동원 해법이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번 조사가 윤 대통령 지지율의 최저점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으며 동 기관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선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해 11월 4주차 이후 최저치, 민주당 지지율은 윤 정부 출범 뒤 11월 3주차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왔다.

그래선지 정부여당을 겨냥한 민주당의 공세수위는 한층 높아지고 있는데, 급기야 20일엔 장관 탄핵 추진 등 발언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으로 민주당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는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안과 한일정상회담 등 정부의 대일본 외교 정책을 참사로 규정한 뒤 박진 외교부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장인 김상희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식적으로 이 부분을 확정지은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당 내부에서도 요청이 있고, 지난 토요일 집회 이후 시민사회에서도 많은 요청이 있었다. 당에서 곧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만일 민주당이 탄핵심판 절차를 밟게 될 경우 이태원 참사 책임을 이유로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정지 상태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이미 앞서 박홍근 원내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제동원 ‘셀프 배상안’ 등 대일 굴욕외교로 일관한 대통령실의 책임을 따져 묻겠다. 회담 직후 ‘독도 문제가 포함됐고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과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규제 철폐를 요구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도 쏟아지고 있는데 윤 정부의 대일 굴욕외교를 절대 좌시할 수 없다”며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은 물론 박 장관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을 ‘외교참사 3인방’으로 꼬집은 뒤 “책임지고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방일 전 정진석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일본을 찾아가 협조를 구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진 점도 꼬집어 국민의힘을 향해 “여당의 사전 설득 실패를 대통령의 결단으로 둔갑시킨 무책임한 방일 강행은 용서받기 어렵다”며 “한일의원연맹 다른 회원 의원들 의중도 묻지 않고 윤심만 받들어 일본에 구걸 면담했다면 그 책임도 가볍지 않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대통령실은 직접 밝히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심지어 민주당은 같은 날 오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에서도 지난주 국방위원회에서처럼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는 없다’는 문구가 적힌 태극기 피켓을 부착해 여당 의원들과 충돌했으며 전문가들까지 참석한 ‘윤석열-기시다 한일정상회담 분석·평가’라는 긴급좌담회도 개최해 한일 양국이 합의한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에 대해서도 “이번 정권이 끝난 다음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혹평하는 등 압박을 이어갔다.

◆ 유승민 등 與 내부서도 대일외교 ‘지적·우려’…당 비판도?

(좌측부터)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허은아 의원, 김웅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허은아 의원, 김웅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의 대일외교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은 강제징용, 강제노동의 강제성조차 부인하고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마음을 열어야 하는 상황을, 피해자가 가해자의 마음을 열어야 하는 상황으로 전도시켜놓고 이것을 외교적 성공이라 자랑하니 어이가 없다”며 “허구헌 날 일본의 사과와 배상에 매달리는 것, 저도 찬성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역사의 진실마저 부정하려는 일본에게 저자세를 취할 이유는 없다. 독도, 위안부, 강제징용 등 주권과 역사 문제에 대해선 우리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 전 의원은 “닥치고 반일도 안 되지만 역사를 부정하는 친일도 안 된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대일외교에서 지켜야 할 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며 “대통령실이 ‘일본인의 마음을 여는 데 성공했다’고 자랑해 한심해서 한 마디 한다. 과거사에서 일본이 가해자, 우리가 피해자였다는 역사의 진실은 변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같은 당 허은아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일반 국민 시각하고 정부 관점이 많은 차이가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미래라는 게 과거에 대한 직시 없이는 온전하게 만들어가기 어려운 게 사실 아닐까”라며 “일본이 역사를 올바르게 직시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한국과 일본이 아픈 과거를 하루빨리 치유하고 공영의 미래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함께 했어야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허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3년 3·1절 기념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언급한 뒤 “(저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으며 정부여당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도 “대다수 국민이 생각하는 관점에서 다소 부족한 부분들이 드러나다 보니까 국정운영이라든가 정당 지지율에 영향이 반영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발 더 나아가 ‘유승민계’로 꼽히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정 전 위원장이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제발 좀 식민지 콤플렉스 벗어나야 한다’고 호소한 언론보도를 페이스북에 올린 뒤 “나치의 인종학살에 대해 70년이 지난 지금도 이야기하는 것은 유대인 콤플렉스인가. 일본의 사과란 것은 고작 ‘통석의 념’이 전부고 게다가 식민지 지배나 전쟁 책임을 두둔하는 자들이 버젓이 행세하고 있다”며 “우리 당이 5·18 묘지에 찾아가 무릎 꿇고 반성해도 5·18 폄훼 발언에 그냥 넘어가면 누구도 우리 당이 반성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새 지도부는 이런 발언들에 대해 명확히 입장 밝혀라”라고 지도부를 압박했다.

◆ 해명 나선 대통령실과 ‘민생’·‘선거제’로 국면 전환 나선 與

이처럼 대일외교 관련 지적이나 비판이 단지 정부 뿐 아니라 새 여당 지도부에 대한 공세로까지 확산되는 모양새인데, 출범 초기부터 대내외적 압박에 직면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떻게든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청년층, 수도권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한 구체적 행보를 할 것”이라고 천명했으며 김재원 최고위원의 ‘5·18 관련 발언’이 당 지지도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하서도 “주된 요인이란 점엔 동의하기 어렵다. 순수하게 개인적 발언이었고 사과까지 했으며 우리 당 입장은 한결같이 과거나 지금이나 다름없다”고 적극 반박에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최고위원회의 뒤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최고위원회의 뒤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또 조수진 최고위원을 위원장 삼아 민생·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민생희망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김 대표는 “각 지역별, 분야별 대표성과 전문성을 잘 고려해 충분하게 다양성이 보장된 분들이 위원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닌 구체적 성과를 만드는 특위로 이끌어나가 민생 해결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조 최고위원도 “민생이란 단어는 외교안보를 제외하고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 당에서 해온 약자와의 동행, 재해대책위 등 여러 위원회와 협업하고 역할을 증대시켜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대표는 오는 21일엔 서민금융진흥원을 방문해 고금리 대책 마련 등을 당부할 예정이며 주69시간 근로 논란 진화를 위해 김병민·장예찬 최고위원은 이르면 이번 주에 MZ노동조합인 ‘새로고침’과 맥주 회동을 하면서 의견수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고 그밖에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당 차원에서 설득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선거제 개편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함으로써 여당에 돌아선 여론을 다시 끌어오려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 같은 역공에 대해선 민주당도 경계한 듯 박 원내대표가 이날 대일굴욕외교대책위 긴급좌담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것처럼 상대를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나쁜 정치 행태로 최근 대일 굴욕외교라는 불리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에서 이 문제를 먼저 선제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본다. 신임 당 대표가 이 문제를 선제적으로 제기해 국면을 좀 바꿔보라는 교감이 대통령실과 있었을 개연성도 부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통령실에서도 대일외교,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 등을 계기로 야권이 본격 포문을 연 데 맞서 적극 해명에 나섰는데,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의견을 수렴해 60시간이 아니고 더 이상 나올 수 도 있다. 가이드라인을 주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었고 캡을 씌우는 게 적절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이 굳이 고집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60시간’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고, 근로시간 개편 방향에 대해 “세계적 추세에 맞춰 근로시간을 줄여가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독도나 위안부 등이 의제로 거론된 게 아니냐는 야권 공세도 의식한 듯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상회담 끝나고 전혀 근거 없거나 왜곡보도가 일본 측에서 나오는 것과 관련해 우리 외교 당국이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 방지를 당부한 것으로 안다. 도가 넘는 부분에 대해 외교 채널을 통해 적절하게 입장을 표시했다”고 밝혔으며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에 대해서도 “정부 입장은 명확하다. 만일 우리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일이 있다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게 증명돼야 하고, 정서적으로 우리 국민이 실제 안전하다고 느껴야 그 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직접 논란 진화에 나섰다.

다만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규제 철폐 문제나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건이 한일정상회담에서 논의됐는지 묻는 질문에 대통령실은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를 했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 정상 간 오간 대화는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리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즉답을 피해 논란이 쉽게 잦아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래선지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한일관계 개선 및 협력에 관해 국민들께서 체감할 수 있도록 각 부처는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윤 대통령은 근로시간 유연화와 관련해서도 “임금 및 휴가 등 보상체계에 대한 불안이 없도록 확실한 담보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각에선 내달 말 미국 국빈 방문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이 이번에 떨어진 지지율을 향후 대미외교를 통해 회복하려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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