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전언, 박지원 “李중심 총단합” vs 박용진 “결단해야”
박용진 “당내 갈등 소재로 文 소환, 동의하기 어려워”
이상민 “여러 파장 예견돼, 전 대통령이 해선 안 될 문제”
최재성 “文, 한쪽 편에 서서 편승하는 발언 할 이유 없어”
與권성동 “퇴임 대통령이 거대야당 섭정 노릇 해선 안돼”

(왼쪽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 박지원 전 국정원장,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 박지원 전 국정원장,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사법리스크에 둘러싸여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거취 문제로 인해 내홍이 벌어지고 있는 민주당이 ‘전언 형태’로 나오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친명계’(친이재명계)와 ‘비명계’(비이재명계) 간의 공방을 벌이며 더욱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앞서 지난 17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하여 이례적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이라면서 전언 형태로 메시지를 내고 나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는데, 당시 박 전 원장은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외에 대안도 없으면서 자꾸 무슨’(이라고) 그 정도 이야기를 했다”며 이 대표를 중심으로 총단합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나선 것을 전했다.

반면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용진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7일 양산 사저를 찾아 문 전 대통령을 만난 사실을 밝히면서 “(문 전 대통령은) 당내 좌표 찍기, 문자폭탄, 증오와 혐오의 언어들이 난무하고 보수 진보 진영간의 갈등이 나라를 분열시키는 상황에 대해 걱정하고 계셨다”며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조금 달라지고, 뭔가 결단하고 그걸 중심으로 또 화합하고 이런 모습 보이기만 해도 내년 총선은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격려해 주셨다”고 말해 사실상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의 거취에 대해 다소 엇갈리는 듯한 반응을 보여준 것이 아니냐는 정치권의 해석이 난무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져 나가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박용진 의원은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직 대통령은 국가 통합의 상징이고, 그분의 말씀은 격려와 조언 정도로 들어야 한다”며 박 전 원장이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당내 계파 갈등 소재로 활용한 것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는데, 박 의원은 “(당내 계파 갈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거취 등의) 그런 문제를 전직 대통령과 이야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고, 혹시 나왔다고 하더라도 굳이 밝힐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당내 갈등과 현안의 소재로 문 전 대통령을 소환되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반면 민주당 내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전언 형태의 발언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졌는데, 특히 이상민 의원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문 전 대통령이 (당내 갈등과 이재명 대표의 거취 문제 등에 대한) 그런 얘기를 쉽게 하진 않았겠지만, 만약 했다면 전 대통령으로 해서는 안 될 문제인 것”이라면서 “지금 민주당의 사정에 이재명 대표의 거취 문제가 제일 중요한 큰 현안이고, 저처럼 사퇴를 주장하는 사람이 있고, 반대하는 의원이나 그룹이 있는데, 밖에서 얘기하면 일파만파 당내에 여러가지 파장이 일지 않겠는가”라고 의구심을 표하면 문제 제기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역임했던 최재성 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하여 “비명계 주장도 있고 친명계 주장도 있는데, 한쪽 편에 서서 문 전 대통령이 편승하는 발언을 할 이유가 없다”면서 “(더군다나)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 당대표에 대해서 ‘결단하라’고 이야기할 리가 없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하면서 현 상황에 대해 수습하려고 애를 쓰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의 전언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 설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지원 전 원장이 전한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전직 대통령까지 이재명 대표를 위한 방탄에 동참한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퇴임 대통령이 거대야당 섭정 노릇을 해서야 되겠는가. 책방 냈다고 광고하면서 사림의 거두를 흉내 내더니, 이제는 ‘양산대원군’까지 하시려고 하느냐”고 쏘아 붙였다.

이어 권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은 ‘잊혀진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으면서도, 퇴임 이후 행보는 정반대였다. 자기변명식 독후감 쓰기, 반려견 파양 논란 후 보여주기식 반려견 장례식, 민주당 인사들과의 릴레이 면담 등 본인의 일상 자체를 중계하다시피 했다”며 “‘트루문쇼’를 방불케 한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그는 “(문 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의 본질은 권력 유지이다. 지지층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존재감을 확보하고, 그 존재감을 기반으로 민주당을 쥐고 흔든다. 이재명 대표를 위한 역성이 바로 그 증거”라면서 “역대 전직 대통령 중 문 전 대통령처럼 자기 정치를 했던 지도자는 없었다. (문 전 대통령은) 나라를 망친 책임이 무겁다. 부디 자중하면서, 법의 심판과 역사의 평가를 기다리시길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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