羅 “총선 승리 위해 역할하겠다”
金 “앞으로 공조할 일 많다. 더 의견 나누고 자문 구할 것”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후보, 나경원 전 의원이 7일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오찬 회동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후보, 나경원 전 의원이 7일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오찬 회동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7일 나경원 전 의원과도 손을 잡으면서 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어 당 대표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삼고초려 끝에 ‘김·나 연대’ 성사…羅 “많은 인식 공유해”

김 의원은 7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나 전 의원과 오찬 회동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손을 맞잡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 자리에서 나 전 의원은 “(김 의원과) 많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지금 어려운 시기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은 시기인데 총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김 의원 지지를 표명한 셈인데, 김 의원도 “저와 함께 앞으로 여러 가지 많은 논의를 하겠다는 의미로 보면 될 것 같다. 나 대표님이 우리 당에 대한 애정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갖고 계시기 때문에 앞으로도 같이 공조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나 전 의원도 김 의원에 분명히 힘을 실어주려는 듯 윤 대통령이 공개 경고했던 안철수 의원을 겨냥 “지금 당의 모습이 분열의 전당대회로 흘러가는 것 같아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가 참 어렵게 세운 정권이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윤 정부의 성공과 국정운영, 내년 총선 승리가 아닌가 생각하고 그 앞에 어떤 사심도 내려놔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많은 이야기, 애당심과 충심에 대해 (김 의원과) 충분히 얘기를 나눴다”고 강조했는데, 앞서 지난달 25일 친윤석열계와 대통령실과의 갈등 끝에 불출마를 선언했을 당시만 해도 “앞으로 전당대회에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할 공간은 없다”며 특정 후보를 도울 가능성에 선을 그었지만 불과 2주 만에 그때와는 온도차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어느 쪽과 함께 하는 게 유리할지 계산을 끝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정치권에선 나 전 의원이 김 의원을 도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는 목소리가 나왔었는데, 친윤계인 김정재 의원은 7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나 전 의원이) 원내대표 시절 고위공직자수사처법이나 선거법 등 투쟁하고 광화문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나. 그런 이력을 봤을 때 안 의원과 같이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 뿐 아니라 김행 비상대책위원은 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나경원 표는 이미 김기현, 안철수 또는 천하람 쪽으로 다 흩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기현 후보가 (나 전 의원을 향해) 최선을 다할 것이기에 결국 나 전 의원도 돕지 않을까”라고 관측했으며 같은 자리에서 현근택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도 “나 전 의원으로선 공천을 받는 등 정치적 생존이 굉장히 중요하기에 눈치를 보면서 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김 후보 쪽으로 갈 가능성이 좀 더 많다”고 주장했다.

◆ 결단 내린 羅, ‘金이 유리’ 판단?…속 타는 경쟁주자들

(좌측부터)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인 안철수, 윤상현, 조경태 의원. 사진 / 권민구 기자
(좌측부터)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인 안철수, 윤상현, 조경태 의원. 사진 / 권민구 기자

비록 현재 발표되는 여러 여론조사에선 김 의원이 경쟁자인 안철수 의원을 앞서는 것으로 나오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의원이 아니라 김 의원의 손을 잡은 데에는 사실상 대통령실이 어느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에 따라 전당대회 판세가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그런 측면에선 결국 김 의원 쪽이 더 승산이 있다는 계산으로 손을 맞잡은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 본인만 해도 초반 독주가 무색하게 대통령실과의 충돌 이후 지지율이 급락해 결국 불출마 선언할 수밖에 없었던 데다 안 의원 역시 최근 대통령실과의 충돌 이후 확전을 거듭하기보다 지난 6일 일정을 중단한 데 이어 자세를 한층 낮춘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결국 국민의힘 지지자라고 답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현재의 여러 여론조사 결과보다는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당원들의 표심이 어디로 쏠리느냐가 이번 전당대회에서의 승패를 좌우한다고 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만 김 비대위원의 지적대로 ‘나경원 표’는 이미 다른 후보들 지지표로 다 흩어졌기에 이번 나 전 의원의 김 의원 지지 선언만으로 ‘나경원 표’ 전부가 즉각 김 의원에게로 흡수되기는 쉽지 않겠으나 그럼에도 김 의원이 나 전 의원에 적극 러브콜을 보낸 데에는 그간 대통령실과의 충돌로 불만을 가진 정치인들끼리 손잡고 자칫 당내에서 ‘반윤 세력화’할 가능성에 제동을 걸려는 심산으로 보인다.

사실상 ‘비윤 후보 단일화’가 일어날 것이라 예상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앞서 같은 날 오전 YTN뉴스 라이브에 출연해 “(이준석계) 플러스 유승민, 나경원, 안철수 합쳐진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대통령실에 직격 당해 ‘비윤’으로 비쳐졌던 나 전 의원조차 대외적으로 김 의원 지지를 표명함에 따라 김 의원과 경쟁하고 있는 안 의원으로선 더더욱 고립되는 형국에 처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지난 6일 오후 안 의원 캠프의 김영우 선거대책위원장은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나 전 의원이 불출마한 것은 나 전 의원한테는 상처라 정치인을 떠나서 자연인으로서도 어려울 것이기에 솔직히 우리가 ‘도와주세요, 지지해주세요’ 이렇게는 말 못 했고 그냥 위로를 드렸는데 ‘좀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답장이 왔었다. 사실 칼자루를 나 전 의원이 쥐고 있기에 그걸 존중해 드려야 되는 게 아닌가”라며 “나 전 의원을 지지하던 조직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많이 만났고 또 저를 찾아오고 그러는 등 원활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밝혀 직접 나 전 의원에 요청은 못하지만 내심 도와주길 바란다는 속내를 에둘러 내비치기도 했다.

그래선지 김 위원장은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선 친윤계 초선의원들이 나 전 의원을 찾아가는 데 대해 “불과 며칠 전에 반윤 우두머리라고 낙인찍어 연판장 돌리면서 못 나오게 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 연판장은 잘못된 것이란 입장 표명한 이후에 움직였으면 좋겠다”고 견제구를 던졌으며 심지어 안 의원과의 수도권 연대론을 주장해온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전날 나 전 의원을 찾아가 지지를 당부한 김 의원을 겨냥 “저는 낯짝이 있다면 그렇게 못 갈 것 같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비단 윤 의원 뿐 아니라 당권 경쟁자들은 나 전 의원이 김 의원을 지지하자 경계 어린 눈빛을 보내는 분위기인데, 조경태 의원도 7일 국민의힘 대구 동구을 당원협의회 사무실에서 “어떤 누구의 세몰이를 통해서 가는 모습은 좋은 모습은 아니다. 당원들께서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하리라고 믿는다”고 견제구를 던졌는데, 당장 오는 8일부터 이틀간 컷오프를 위한 여론조사가 진행되기에 막판 변수가 된 나 전 의원의 김 의원 지지 선언에 후보들로선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장제원 “환영할 일” 극찬…김기현 “빨리 연대하는 게 당연”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모임 국민공감에 참석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웃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모임 국민공감에 참석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웃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반면 김 의원을 일찍이 지지하며 ‘김·장 연대’로 주목받았던 장 의원은 김 의원이 나 전 의원과 ‘김·나 연대’까지 이루면서 당내 저변을 한층 확대시켜 나가자 호평을 쏟아냈는데, 그는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이날 김 의원과 나 전 의원의 만남에 대해 “우리 당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이 만나 대화하고 인식을 공유하고 자문을 구하는 모습들이 국민과 당원들에게 굉장한 안정감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정말 좋은 일”이라며 “공동 목표인 윤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굉장히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전대 개입 논란이 일어날까 의식한 듯 “저는 전당대회 국면에서 더 얘기할 게 없다. 앞으로 후보들끼리 논쟁을 했으면 좋겠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도 보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지난 6일 오후만 해도 장 의원은 나 전 의원을 향해 “지난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막기 위해 최전방에서 투쟁했던 것도 기억난다. 공동 목표인 윤 정부 성공을 위해 함께 손잡고 갔으면 좋겠다. 비 온 뒤에는 땅이 굳는다고 이런 과정들이 분열이 아니라 하나가 될 수 있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다”고 호소하는 등 자신까지 나서서 적극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한편 김 의원도 이날 YTN에 나와 나 전 의원과 함께 하는 그간의 과정과 관련해 “며칠 사이가 아니고 충분한 시간과 공간을 가지고 했다. (2차 회동인) 강릉에서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서로 지켜야 할 신의가 있기 때문에 말씀을 안 드렸고 오늘 만난 자리에선 이렇게 하자고 합의하고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당헌당규에 당협위원장 혹은 국회의원이 선거운동을 못하게 돼 있어서 공개석상에서 누구를 지지한다고 하면 시비의 여지가 있어 정제해서 ‘인식을 공유했다’는 표현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나 전 의원과 손을 잡으면 나 전 의원 지지층이 온다고 보느냐’는 천하람 후보의 전언 질문엔 “나 전 대표를 지지했던 분의 절대다수가 정통 보수우파의 뿌리를 가졌던 분들로 정치적 소신과 철학이 같았기 때문에 같은 길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응수했으며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우리 당 동지들과 빨리 손잡고 연대하는 게 당연하다. 심지어 민주당 인사나 중도 인사나 상관없이 보수 가치를 공유하고 윤 정부 성공과 국민의힘 차기 총선에 마음을 모은다면 삼고초려해서 손잡고 같이 갈 것이고 대표는 통 크게 전체 국면을 보고 가야 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김 의원은 나 전 의원의 지지를 다시금 상승하기 위한 동력으로 삼으려는 모양새인데, 이 같은 ‘연대’가 과연 김 의원의 희망대로 결선 없이 경선을 끝낼 수 있을 만큼 당원 표심을 끌어 모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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