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부터 의정까지 존재감 드러내는 ‘윤핵관’…당 지도부와도 신경전?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부모임인 국민공감 출범식에 참석,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부모임인 국민공감 출범식에 참석,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함에 따라 그간 일선에서 한 발 물러선 듯 싶었던 윤핵관도 다시 전면에 본격 나서기 시작하는 모양새인데, 심지어 당 지도부를 향해서도 서슴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어 여당 내 주도권도 사실상 ‘윤심’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쏠리고 있다.

◆ ‘국민공감’에 71명 몰려…목소리 커진 친윤, 차기 당권에도 영향?

지난 7일 국민의힘 내 친윤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공부모임인 ‘국민공감’이 출범했는데, 총괄 간사인 이철규 의원은 “이 모임은 순수한 공부모임이란 걸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계파 모임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미 해당 모임에 참석한 이들부터 당권 관련 입장을 쏟아내는 등 본의든 아니든 당내 분위기가 ‘친윤’으로 자리매김하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공부모임이라는 이 모임 출범식엔 국민의힘 소속 의원 115명 중 3분의 2에 가까운 71명이 참석해 세를 과시했을 뿐 아니라 정식 회원은 아님에도 원조 윤핵관이라 할 수 있는 권성동, 장제원 의원이 모두 모습을 드러냈고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로) 김기현이 가장 적합하다”고 발언하거나 또 다른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도 이 자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당은 모두 친윤”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안 의원은 8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부산시 출입기자 간담회를 갖고 “최선을 다해 윤 정부를 조력하겠다. 저는 윤 정부의 연대 보증인으로 윤 정부의 성공에 가장 절박한 사람은 안철수”라며 “윤심도 중요하다. 실제로 저는 윤 대통령과 소통하는 사이이며 (윤심과) 동떨어진 사람이 아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비윤으로 분류하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분류이며 이는 저의 당선을 막으려는 사람들이 만든 프레임”이라고 스스로 ‘친윤’임을 증명하려는 모습까지 적극적으로 보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김기현 의원이 지난달 30일 윤 대통령 관저에서 3시간가량 독대한 사실을 의식한 듯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으로 석 달 동안 함께 하며 (윤 대통령)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편에 속한다. 윤 대통령이 대부분 따로 부를 때는 문제가 있어 해결하기 위해 부른다”고 견제구를 던졌는데, 반면 김 의원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대통령님하고는 자주 만나기도 하고 전화도 한다. 수시로 전화 드리면 시간 되면 받으시고 안 되시면 나중에 콜백도 하고 하면서 자주 소통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만나기도 한다. 같이 식사도 하고 빈번하게 있는 일”이라고 밝히는 등 서로 경쟁하듯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강조했다.

급기야 당권주자들 중 한 명인 윤상현 의원까지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저도 대통령과 언제든지 마음대로 수시로 소통할 수 있다. 대통령께 뵙자고 하면 대통령이 항상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신다”고 밝혔는데, 그러면서도 그는 “제가 대통령 아무리 만나도 언론플레이 안 한다. 관저를 갔다 온 분들이 너도 나도 자기 정치한다고 해서 윤심을 팔고 있는 그게 문제”라고 경쟁주자들을 직격하기도 했다.

이처럼 당권주자들이 윤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임을 내세우려는 데에는 그만큼 당내 ‘친윤’의 영향력도 강해졌다는 의미인데, 실제로 ‘국민공감’ 총무를 맡고 있는 김정재 의원은 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대선주자에게 당 대표를 맡기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대통령은 묵직한 분이기에 그런 말씀은 안 하셨을 것 같다. 누구든지 나올 수 있다”면서도 “현직 대통령이 있는데 바로 대통령 후보가 나오면 차기 권력으로 (무게 중심이) 이전되는 경향이 있으니 당내에서 불편한 기류가 있을 수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국민공감’ 소속은 아니지만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은 지난 7일 국민공감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한동훈 장관 차출론에 대해 “대통령께선 그런 생각이 전혀 없다”고 일축한 데 이어 당 지도부에서 거론했던 차기 당 대표의 조건에 대해서도 “비대위원장께서 이런저런 후보에 대한 가이드라인, 기준을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심판을 보실 분이 기준 만드는 건 옳지 않다”고 정진석 비대위원장을 직격했을 뿐 아니라 ‘당원들은 현재 당권후보들이 성에 차지 않는다고 한다’고 주장한 주호영 원내대표를 겨냥해서도 “대통령께선 그런 말씀을 하시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 상승하는 尹 지지율…與 지도부, ‘존재감 잃을까’ 딜레마?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좌)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우)가 8일 국민의힘 상임고문단과 오찬 회동 뒤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좌)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우)가 8일 국민의힘 상임고문단과 오찬 회동 뒤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윤핵관으로서 대통령의 의중을 내세워 일견 지도부까지 직격하는 모양새인데, 이를 좌시할 수 없었는지 정 위원장은 총선 승리를 위해 MZ세대·미래세대와 공감하는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한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7일 장 의원에 맞서 “내가 얘기한 것은 집권여당 자세에 대한 얘기지 인물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이건 심판이기에 당연히 해야 하는 얘기지 심판이라 하면 안 되는 말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으며 주 원내대표도 같은 날 오후 장 의원을 겨냥 “내가 디스했다고 하는 데 전혀 아니고 (장 의원이) 스스로 디스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말한 적 없고 우리 후보를 디스한 적도 없다”고 맞받아쳤다.

이 같은 주 원내대표의 맞대응에 장 의원은 8일 기자들이 관련 입장을 묻자 “충분히 내 의사가 전달된 것 같다. 그건 그 정도로 하자”며 일단 확전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당 대표 선거 룰 변경’에 대해 묻는 질문엔 “전당대회나 이런 사안에 대해 언론에 가끔씩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겠다. 아직 전당대회 일정도 안 나왔고 경선 룰도 지금 논의하고 있는 것 아니겠나. 그러니까 그런 게 결정되면 그때 좀 얘기하겠다”고 답해 앞으로도 차기 전대 등 당 현안 관련 입장을 밝힐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당 지도부 일원도 아니면서 대통령을 거론하면서 앞으로도 당의 핵심 사안과 관련해 지도부에 훈수를 두는 모양새가 계속될까 현 지도부로선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한때 잠행을 이어간 윤핵관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할 수 있는 데에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탄 덕분이기도 한 만큼 지금처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오르는 이상 당 지도부로선 자기 의견을 내고 싶어도 사실상 ‘윤심’, 더 나아가 ‘윤핵관’이나 ‘친윤 의원들’을 먼저 의식할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5~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에게 조사해 8일 발표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는 41.5%로 ‘마의 40%’ 선까지 넘은데다 단지 특정 지지층이 아닌, 전 연령대에서 상승해 나온 결과이고 현 정권에 우호적인 이런 여론 속에 국민의힘 지지율도 같은 기간 동안 8.3%P 급등하며 40%선을 넘었을 뿐 아니라 민주당에 역전까지 해냈다는 점에서 여당 지도부로선 더더욱 윤 대통령 혹은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이들의 목소리에서 자유로워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고민이 없지 않았는지 정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인사들은 8일 오후 국민의힘 상임고문단과 오찬 회동을 가졌는데, 상임고문단 회장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회동 후 ‘친윤계 공부모임을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조선시대 당파와 같이 파벌 일으키는 것은 굉장히 경계해야 한다. 젊은 세대가 용납하지 않는다”고 경고성 발언을 내놨으며 상임고문단 회의도 정례화 하는 방안이 이날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미 원내 뿐 아니라 원외에서도 홍준표 대구시장이 8일 페이스북에 “(차기) 당 대표는 윤 정권과 같이 옥쇄를 각오할 사람이 해야 한다. 당원들이 믿고 의지할 만한 중후한 인물을 뽑아야 한다”며 “박근혜 탄핵 때처럼 수양버들 당 대표를 뽑는다면 윤 정권이 코너 몰리면 또 그런 짓할 거 아닌가. 당과 나라가 잘돼야 대구시도 발전하는데 요즘 당이 흘러가는 모습 보니 참 걱정”이라고 윤 대통령 뜻에 한껏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목소리를 내는 등 ‘친윤’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여서 존재감이 흔들리는 지도부의 부담감은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다.

◆ 행안위·과방위원장 후보 선출된 장제원, 與 내 ‘尹 대리자’로 나서나

장제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8일 열린 당 국회 상임위원장 후보자 선출 의원총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 / 권민구 기자
장제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8일 열린 당 국회 상임위원장 후보자 선출 의원총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 / 권민구 기자

이 뿐 아니라 대통령실마저 사실상 지침인양 직접 정치권 현안 관련해 입장을 종종 내놓는 점도 없지 않은 실정인데, 더불어민주당이 8일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보고하고 오는 9일 본회의에서 이를 처리하려 하자 같은 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길 바란다”고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장관 해임건의안의 경우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되는 만큼 원내 단독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이 강행하면 비록 국민의힘으로선 저지할 방도가 없지만 공교롭게도 이날 ‘윤핵관’인 장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하반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 후보로 선출됐다는 점은 행안부 관련해서 윤 대통령이 절대 야권 압박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게 만들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장 의원이 행안위원장 후보로만 선출된 게 아니라 내년 5월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공영방송 지배구조 등 야권과의 대치가 불가피한 쟁점 이슈를 책임지게 된다는 건데, ‘가짜뉴스’에 엄중 대응할 뜻을 누차 분명히 해온 윤 정부 기조대로 ‘윤핵관’이 주요 현안 관련해 중책을 맡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즉, 윤핵관이 윤 대통령의 대리자처럼 여당 내에서 정권이 주목하는 핵심 문제들을 직접 풀어나가겠다는 의미로도 비쳐질 수 있어 당내 ‘비윤’이 설 자리는 더더욱 찾기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시선이 늘어가고 있는데, 당장 복수 지원자가 나온 이날 정보위원장 후보 경선에서 ‘비윤’으로 꼽히는 하태경 의원은 고배를 마셨고 박덕흠 의원이 당선돼 향후 윤 대통령의 당 장악력은 한층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만큼 내년 3월 열릴 것으로 알려진 차기 전당대회 역시 어느 정도 그 결과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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