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발언 여파부터 한동훈 차출설·경선룰 논란까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현 비상대책위원회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 12일 이전인 2월 말 3월 초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차기 당 대표로 누가 적합한지, 또 어떤 룰로 선출해야 할지 곳곳에서 의견을 피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출마 의사를 가진 후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갑자기 나온 ‘당 대표 조건’ 발언, 파장 확산에 수습 ‘진땀’

국민의힘 차기 당권과 관련해 기존 후보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 데에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갑작스럽게 거론한 ‘차기 당 대표 조건’과 ‘현 당권주자들에 대한 당원들의 평가’라는 발언 때문인데, 지난 3일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 토론회에서 주 원내대표는 차기 당 대표의 조건으로 수도권에서 대처가 되는 대표,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대표, 공천에서 휘둘리지 않는 대표 등 3가지를 꼽았고 심지어 현재 당권주자로 언급되는 이들의 실명을 일일이 꼽은 뒤 “당 대표 후보로 2024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사람이 안 보인다는 게 당원들의 고민으로 다들 성에 차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에 직접 거명된 후보들은 제각기 다르게 해석했는데, 지역구가 수도권에 있는 윤상현 의원은 ‘수도권’ 부분에 주목해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수도권 중원 전투를 진두지휘할 강력한 리더가 필요하다. (지난 총선에선)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전체 의석 121석 중 국민의힘 의석수는 17석에 불과했다”며 영남권 지지와 수도권 선전 전략을 함께 갖춘 수도권 출신 리더 필요성을 역설했다.

다만 윤 의원은 새 당 대표 적격성을 놓고 당 안팎에서 ‘윤심’ 논쟁이 벌어지는 데 대해선 거리를 뒀는데,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시기가 2~3월로 맞춰지면서 이른바 윤심에 관심이 쏠리고 있고, 특히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이 40%대에 육박하는 등 상승세를 타면서 윤심 논란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 후보들이 윤심 논쟁을 벌이게 되면 전체 선거구도가 자칫 윤석열 대통령과 비윤계 간 대결로 변질될 우려가 다분히 있다”며 “당 대표 선거 출마 예상자 중엔 친윤계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윤심을 당 대표 선거판에 끌어들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주 원내대표의 발언이 윤 대통령과의 관저 회동 이후 나왔기에 ‘윤심’과 연결해 해석하는 데 대한 경계심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주 원내대표는 6일 “제가 대구 정책토론회에서 한 말을 두고 너무 과민 반응이고 과장되게 이해하는 것 같다. 대통령에게 이런 저런 의견을 말한 적도 없고 전혀 관계없다”며 “어느 특정한 분을 염두에 두고 그런 발언을 한 바가 아니고 선거 승리 조건이라는 것이 있지 않나”라고 해명했다.

그래선지 당권주자 중 한 명인 조경태 의원은 같은 날 오후 전남도의회 기자간담회에서 ‘윤심 논란’에 대해 “(관저 회동은) 과거 정권에서도 있었던 정치적 행위로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별 다른 의미부여를 하지 않았는데, 다만 그는 윤 의원의 ‘수도권 대표론’에 견제구를 던지듯 “영남과 수도권이 싸운다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하다. 당원들이 선택한 사람이 당 대표가 되는 경선이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정작 주 원내대표는 ‘수도권 대표론’에 대해서도 앞서 이날 명확히 해명했는데, “당 대표의 조건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냐갈래 수도권 선거에서 잘 견인할 수 있는 분이라고 했는데 그건 수도권을 언급한 게 아니다. 수도권 출신이 수도권 선거를 잘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선을 그어 당초 수도권 출신으로 주 원내대표의 당 대표 조건 발언을 호평했던 윤 의원이나 안철수 의원과는 거리를 둔 모양새다.

또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그동안 다 나온 사람들은 다 문제 있다고 매도하는 게 우리 당의 고질병”이라며 “제가 의사 표현한 것도 아니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압도적 1등이고 2위 후보보다는 적어도 더블 가까이 나오는 것 같다”고 강조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사람이 안 보인다고 당원들이 고민한다’는 주 원내대표 주장에 반박하자 이 부분도 의식한 듯 주 원내대표는 “제가 어느 분이 성에 차다, 아니다라고 할 이유도 없다. 외부 영입 얘기가 나오길래 그런 주장하는 사람이 볼 때 지금 준비하는 사람들이 성에 차지 않아서 그런 거 아니겠나”라고 항변했다.

한편 또 다른 당권주자로 울산이 지역구인 김기현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김기현의 이기는 약속’이란 제목의 글에 “가치·세대·지역·계층의 확장! 가세지계를 펼칠 우수한 인재를 모으겠다. 저 김기현은 가치의 유연성을 높이고 세대를 폭넓게 아우르며 지역을 확장하고 계층을 넓히는 가세지계를 펼칠 것”이라며 ‘지역’·‘세대’ 등의 확장을 강조해 이 역시 주 원내대표의 발언을 의식한 행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 한동훈 차출설, 여야 곳곳서 ‘회의적’ 반응에 ‘찻잔 속 태풍’?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예결위 참석을 위해 국회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예결위 참석을 위해 국회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사실 주 원내대표 외에도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전날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MZ세대, 미래세대의 새로운 물결에 공감하는 (차기) 지도부가 탄생하길 바란다”고 발언한 바 있어 일각에선 지도부에서 차기 당권을 놓고 나오는 이런 발언들이 결국 한동훈 법무부장관을 차출하기 위한 속내에서 비롯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은데,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같은 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수도권과 MZ세대지지 받는 그런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말은 유승민 전 의원은 어떤 경우에도 안 된다는 뜻이고, 두 번째는 윤심은 한 장관 아니냐를 한번 떠본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다만 당권주자들 사이에선 한 장관이 출마할 경우와 관련해 미온적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는 모양새인데, 우선 나 부위원장은 “한 장관이 나와도 나쁘지 않겠지만 한 장관이나 대통령 입장에서 한 장관 차출에 부정적이지 않을까. 이번 당 대표는 희생의 각오가 있지 않고는 어려운 자리”라며 “이번 당 대표는 대통령의 뜻을 잘 받아서 공천에 있어 실질적 민심과 일치해가는 굉장히 어려운 과정이 남았고 야당과 관계에서도 녹록치 않아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자리라서 지금 당 대표 자리는 새 피가 하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고 총선 관리까지 쉬울까 생각해 본다”고 밝혔다.

여기에 조 의원은 한 장관 차출설에 대해 “나오고 싶은 사람은 나와서 공정한 경쟁을 하면 좋겠다. 당원들이 판단할 문제”란 입장을 내놨는데, 다만 윤 의원은 보다 명확하게 “이번 당 대표 선거는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윤 대통령 정부의 성공을 강력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인물을 뽑는 선거여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심지어 지도부 일원인 김행 비상대책위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국무위원이 1년도 안 됐는데 ‘당 대표 나갈까요’ 이렇게 얘기할 수는 없다. 민주당은 ‘대한민국이 검찰공화국이냐, 이렇게 공격하겠다고 전략 짜고 있어 ’한동훈만 나와 봐라‘ 이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김 비대위원은 “그러나 유권자 입장에선 쇼핑 품목이 많으면 좋지 않겠느냐. 우리한테 선택지가 넓어지면 좋다 이런 생각”이라고 한편으론 여운을 남겼는데, 하지만 야권에선 민주당 내 ‘소신 발언’으로 유명한 조응천 의원조차 동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아무리 급해도 검사 대통령에 검사 여당 대표? 그건 좀 아니다”라고 한 장관 차출설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한 장관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데 대해 대체로 반기지는 않는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윤핵관 중 한 명인 장제원 의원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한 장관 차출보다는 당내 후보군에 힘을 싣는 자강론에 무게를 두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과정에서 당내 파장을 일으킨 주 원내대표를 겨냥한 듯 “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들이 왜 스스로 당을 왜소하게 만드는 발언을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져 연일 당 내부를 뒤흔들어온 이른바 ‘당 대표 조건’론은 점차 잦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 당원 비율 ‘상승’ 여부도 경선 변수…90%로 올릴까 ‘관심’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김행 국민의힘 비대위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김행 국민의힘 비대위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밖에 당권주자들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드는 또 다른 변수는 경선 룰인데, 당원 비율을 현행 70%에서 대폭 올린 90%로 반영하고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10%로 낮추는 방안이어서 그간 특정 후보를 배제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이 적지 않았는데, 앞서 지난달 21일만 해도 정 위원장이 이를 “가짜뉴스”라고 일축했었지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2월 초인 현재는 공공연하게 당원 비중을 90%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분출하고 있다.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주 원내대표 발언에 대해 “윤심이냐 이런 얘기 나오던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보고 주 원내대표 형상시 생각을 얘기했다고 보고 정 위원장도 마찬가지”라며 윤 대통령과는 관계없다고 일축했던 김정재 의원은 동 라디오에서 경선 룰이 7:3에서 9:1로 될 경우 당원 중심으로 되어버린다는 지적에 “당 대표는 우리 당원들이 뽑는 거고 이번에 당원 투표를 좀 늘린다 이런 의견들도 당내에서 굉장히 많다. 예전부터 민주당도 9:1로 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유승민 전 의원도 당 대표로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김 의원은 “당원에게 지지를 얻는다면 되는 것”이라고 응수했는데, 다만 ‘친윤’ 후보를 내세우려는 게 아니냐는 시선 탓인지 “지난 대선에서 대부분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기에 사실 당내는 거의 다 친윤이고 반윤 또는 비윤 그룹이 없어 거의 다 대통령과 함께 하려는 의원이 대다수고 친윤 의원이란 단어가 맞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당 지지층에서 자신이 압도적 1위라고 주장한 나 부위원장은 정작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당대회를 코앞에 두고 룰을 바꾸면 괜히 특정 후보를 배제하거나 지지하기 위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저의 유·불리를 떠나 큰 원칙으로 봤을 때 그렇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고, 하태경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아예 “수도권 민심, MZ 민심하면 오히려 7대3이 아니라 거꾸로 민심을 7로 하고 당심을 줄여야 하는데 지금 거꾸로 가고 있다. 당심이 수도권 민심이 아니라 TK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행 비대위원은 이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미국처럼 당원들의 100% 현장투표가 맞다. 당 대표는 당원들이 당을 가장 잘 이끌 사람을 뽑는 것이기 때문에 당심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완전히 상반된 주장을 펼쳤는데, 이처럼 당내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인지 주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3일 “7:3을 그대로 주장하는 분도 있고 8:2로 하자 의견도 있어서 당원들 논의를 거쳐 정해야 한다. 정답은 없는 것이고 전당대회 전에 이 문제를 당원들의 다수 뜻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만큼 조만간 당원 상대로 선호도 조사를 거쳐 당원 비중 확대 여부가 결론 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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