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 압수수색에 “정치탄압” 외친 민주당, ‘수사 검찰’ 고발까지 예고

검찰이 9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검찰은 압수수색 진행을 막아선 민주당 직원들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대치 중에 있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 / 김기범 기자
검찰이 9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검찰은 압수수색 진행을 막아선 민주당 직원들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대치 중에 있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 / 김기범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태원 참사 이후 대정부 공세를 나날이 강화하면서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8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 기소된 데 이어 9일엔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자택과 당사 내 사무실까지 압수수색 당하는 등 다시 사법리스크로 압박 받기 시작하고 있어 이 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김용 기소에 정진상 강제수사…檢 ‘칼끝’, 이재명 겨누나

위례·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특혜·뇌물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 실장에 대해서도 개발 사업 관련 비공개 정보를 민간사업자들에게 흘리거나 인허가 과정에 도움을 주는 등 대가로 지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민간사업자들로부터 총 1억 4천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그의 자택은 물론 여의도 민주당사 내 당 대표 비서실과 국회 본관에 있는 당 대표 비서실까지 9일 압수수색에 나섰다.

앞서 지난 8일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공모해 지난해 4~8월 4차례에 걸쳐 남욱 변호사로부터 8억4700만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김 부원장을 기소한 검찰은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등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명절 떡값으로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해 9일 정 실장에 대한 수사에도 나선 것인데, 최근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등이 대장동 사건 재판에서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는 이 대표라고 지목함에 따라 이 대표의 측근들 뿐 아니라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수사에도 검찰이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같은 전격적인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압수수색과 관련해 직접적 언급을 하지 않았고 단지 정청래 최고위원이 “야당 당사 침탈에 이어 검찰은 국회까지 침탈하려고 한다. 국민의 절반이 이 대표를 찍었고 (현 정부는) 0.7% 차이의 정권이다. 정부여당이 야당을 짓밟으면 국민이 정부여당을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안호영 수석대변인도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정치탄압, 검찰의 보여주기식 수사로 보고 있다. 정 실장은 민주당 당사에 당 대표 부속실은 있지만 비서실 근무지도 없고 실제로 근무한 적이 없는데 검찰이 알면서도 압수수색 감행한 데 대해선 민주당을 흠집 내려고 하는 정치쇼”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안 수석대변인은 “이태원 참사로 국민적 분노가 상당히 큰데 이태원 참사의 시선을 돌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전날 기소된 김 부원장에 대해서도 당직 정지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부원장에 대해서는 수사와 기소가 정치탄압으로 보고 있고 김 부원장이 혐의에 대해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 진술 증거만 있을 뿐”이라고 답했는데, 실제로 김 부원장도 전날 입장문을 통해 “검찰의 정치자금법 위반 기소는 이미 계획된 것이었고 공소장 내용은 소설에 불과하다. 더 나아가 대장동 공범으로 몰아가려고 창작 소설을 쓰고 있는데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다”고 혐의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자세를 취한 바 있다.

심지어 안 수석대변인은 “우리 당헌당규에는 뇌물이나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로 기소된 경우 직무를 정지한다고 돼 있지만 정치탄압과 같은 부당 수사에 대해선 달리 판단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공소장을 입수한 후 자세한 내용을 검토해서 판단하겠다”고도 밝혔는데, 김지호 대표실 정무부실장도 이날 당직자들에게 보낸 공지를 통해 “정 실장이 근무하지 않은 곳을 검찰이 압수수색하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당사에서 당직자들과 압수수색 영장 집행 검사들의 대치 모습을 언론에 노출하려는 것이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검찰이 정치적 차원의 행보를 한다는 의심을 내비쳤다.

또 이날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이 끝난 뒤 황명선 대변인과 조상호 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압수수색 범위는 정 실장의 개인 근무공간이지만 당사엔 공간이 없다는 점을 고지했는데도 (검찰이) 확인하겠다고 했다. 위법한 영장집행”이라며 “검찰은 당사 비서실에 정 실장 관련 물품이 없다는 것, 압수·증거 물품 없다는 걸 확인하고 철수했다”고 ‘빈손 촐수’로 끝났음을 꼬집었고, 안 수석대변인은 이날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을 허용한 이유에 대해 “검찰이 무리하고 위법한 과잉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확인시키고 컴퓨터와 책상도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시켜주려고”라고 설명했다.

◆ 공세 나선 국민의힘 “민주당, 이 대표 버릴 생각 없나” 직격

(좌측부터) 국민의힘 김기현, 권성동, 박수영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국민의힘 김기현, 권성동, 박수영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이날 압수수색을 계기로 민주당 압박에 나섰는데,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9일 논평에서 김 부원장 기소 뿐 아니라 정 실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들어 “이익공동체 대장동 형제들이 무너지고 있다. 대장동 저수지에 빌붙어 이익공동체를 형성하고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유용해 정치인 이재명의 비밀금고를 만들고자 했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검찰은 대장동 지분 중 428억 가량이 김용, 정진상, 유동규 몫이란 점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더 이상 대장동 이익공동체를 위한 방패막이로 휘둘려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같은 당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이제 모든 의혹과 수사결과가 이 대표를 지목하고 있다. 수억원의 불법 자금이 이 대표의 대선자금으로 쓰였고 측근들이 428억원의 대장동 개발이익을 보장받은 의혹이 있는 만큼 이 대표에 대한 수사는 시간문제”라고 주장했으며 같은 당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태원 사고를 정쟁용 호재 삼아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물타기 할 생각이었겠지만 대장동 비리 게이트의 진범이 누구인지 절대다수 국민은 알고 있다. 이 대표와 같이 몰락하느냐, 아니면 이 대표를 팽시키고 포스트 이재명을 세우느냐, 민주당에게 선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뿐 아니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의 각종 범죄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수록 민주당은 정치탄압이라는 헛소리를 반복하고 있다. 심지어 오늘은 민주당사 셔터까지 내리면서 검찰 수사를 방해했는데 그야말로 거대야당의 법치탄압”이라며 “이 대표는 대장동과 대선자금 등 범죄 의혹을 해명해야 할 당사자인데도 한마디 하지 않고 있고 대신 이태원 사고를 정쟁화 시키려 애쓰고 있다. 당 대표 자리 내려놓고 성실하게 수사부터 받으라”고 직격탄을 날렸으며 급기야 박수영 의원은 “우리 검찰 잘한다. 전광석화 같이 칼 휘둘러야 희대의 범죄자들을 처단할 수 있다”고 검찰 응원에 나서기도 했다.

◆ 반격 나선 민주당, 공수처에 검사 고발…일각서 尹 퇴진 주장도

이렇듯 검찰 뿐 아니라 여당까지 대대적으로 압박수위를 높여가자 민주당에서도 강력 경고하며 맞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는데,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정 실장 등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의 강백신 부장검사를 꼬집어 “김 부원장과 정 실장에 대한 수사에서 입맛에 맞는 내용만 뒤틀고 뒤섞어서 이를 은밀하게 공표해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며 “백번 양보해 자금 흐름이 있었다고 해도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대한 직접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여론몰이를 통해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만들어가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강백신 부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함으로써 검찰의 부조리한 수사관행을 바로잡고 정치보복에 휩싸인 광기의 사냥개, 검찰수사에 맞서 싸울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는데, 앞서 이날 오전 박찬대 최고위원도 “검찰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수사가 아니라 야당 대표를 구속하겠다는 일념 아래 반헌법적 범죄도 서슴지 않는 질 나쁜 정치행위”라며 검찰에 대한 고발 조치에 나설 뜻을 내비쳤던 만큼 당초 예고했던 대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9일 오후 민주당 중앙당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후 황명선 대변인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9일 오후 민주당 중앙당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후 황명선 대변인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한 발 더 나아가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이 대표(당시 이 대선후보)의 법률지원단장으로 활동했고 총선 출마 준비 중인 양부남 민주당 법률위원장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검찰이 김 부원장 기소하고 정 실장에 대한 압수수색 시도하는 것은 결국 이태원 참사로 인한 국민 분노를 정치적 쇼를 통해 민주당에게 돌리려 하는 검찰의 심기 경호일 뿐”이라며 “민주당 탄압을 통해 위기를 빠져나갈 생각하지 말고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이태원 참사의 진실을 밝히라”고 정부여당에 역공을 가했고, 아예 민주당 내 일각에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특검을 거부하면 정권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경고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실제로 ‘10·29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의원 모임’ 소속인 안민석, 이학영, 도종환, 홍익표, 박주민, 김용민, 김남국 등 민주당 의원 20명과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10·29 참사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든다. 이 기회에 검찰 독재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면 국민과 민주당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윤 대통령 퇴진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비록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같은 주장과 관련해 “우리 당은 퇴진과 관련해 한 번도 논의, 언급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탄핵 사태를 연상시키듯 “다시 촛불을 들고 해야 하나”라고 운을 띄웠으며 이날 오후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선 민주당 지지자로 보이는 이들이 모여 노골적으로 “윤석열을 끌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다만 대통령 퇴진까지 요구하는 이런 역공이 여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인데, 이태원 참사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뉴스핌 의뢰로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3명에게 조사한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은 지난주 조사 대비 2.7%P 상승한 38.2%로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왔고, 이 기관 뿐 아니라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5~7일 전국 성인 1104명에게 조사한 윤 대통령 국정수행평가(95%신뢰수준±2.9%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긍정평가가 지난달보다 2.3%P 오른 33.6%로 나왔다.

이 뿐 아니라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에게 실시한 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마저 긍정평가는 지난 조사(10월 26일 발표)보다 1.4%P 상승한 34.4%를 기록한 반면 부정평가는 0.6%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이태원 참사를 정권 퇴진운동으로까지 연결시키려는 일부 강경파의 주장엔 민주당 지도부도 일단 거리를 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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