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측근 정진상에도 출국금지 내린 檢…文정부 안보라인 수사도 가속

24일 검찰이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내 민주연구원의 김용 부원장 사무실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24일 검찰이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내 민주연구원의 김용 부원장 사무실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모두 구속된 가운데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수사까지 나서고, 서해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선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도 수사 가능성을 열어둬 민주당이 점차 궁지로 몰리는 모양새다.

◆ 대선자금 의혹 이어 성남FC 후원금 수사도 급물살…공소장엔 ‘이재명 공모’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으로 체포·구속한 김 부원장에 대해 검찰이 지난 23일부터 8억4700만원의 용처 등을 놓고 첫 조사에 들어간 가운데 24일 오전엔 민주연구원이 위치한 민주당사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다시 시도해 이날 오후 김 부원장 측 변호인 입회하에 김 부원장의 사무실에서 혐의 관련 자료 확보에 들어갔다.

이처럼 검찰이 정치적 여파가 큰 행보도 과감하게 할 수 있는 데에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이른바 ‘대장동 개발’ 관련 인사들의 이전과 다른 적극적인 수사 협조로 법원의 영장 발부까지 이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인데, 반면 김 부원장 측은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을 통해 “8억원 수수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중차대한 대선에서 정치자금을 요구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며 “그들의 진술 외에 어떤 증거도 없다. 거대한 조작의 중심에 서 있다”고 조작의 결과란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검찰은 여러 사안을 수사하면서 진술 뿐 아니라 이미 일부 혐의와 관련해선 물증 확보도 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서울 강남구의 한 유흥업소 종업원과 남욱 변호사가 서로 주고받았던 문자메시지 내역을 복구한 검찰은 지난 2013년 남 변호사 등에게 당시 성남시 고위 공무원인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성남 시의원인 김 부원장 등이 유흥업소 접대를 받았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 뿐 아니라 검찰은 정 실장이 유 전 본부장에게 지난해 9월 체포 직전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지시했다는 의혹도 함께 살펴보고 있으며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도 정 실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하고 지난달 전 성남시 전략추진팀장 등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는 이 대표와 정 실장을 공모관계라고 적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 부원장 뿐 아니라 정 실장까지 이 대표의 최측근 모두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이 대표에 대한 압박수위는 점차 높아져가고 있는데, 비록 정 실장은 24일 “저는 이미 검찰, 경찰 소환에 응해 수차례 조사 받았다. 검찰이 추가 조사할 게 있어 소환하면 언제든 당당하게 응해 성실하게 조사 받을 것”이란 입장을 내놓으며 불법 대선자금 수수 등은 허구라고 주장했으나 유 전 본부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 실장부터 이 대표까지 저격하는 등 계속 맹공을 퍼붓고 있기에 과연 진실공방에서 승기를 거머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24일 열린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재판에서도 증인으로 나온 정영학 회계사를 향해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은 사업 공모 자격 요건을 건설사가 아닌 금융사로 한정하기로 결정한 과정에 대해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위에서 아래로 ‘이런 방향으로 진행하라’고 지시 내려온 게 아니냐”라고 질의한 데 이어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공원화만 하면 다른 것은 다 알아서 해,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는 것을 전해 듣지 않았나. 시장이 그렇게 정한 것이지, 그걸 어떻게 유 전 본부장이 힘을 썼다고 진술할 수 있느냐”고 추궁했다.

◆ 여론전 외엔 방도 없다? 울먹거리며 “민주주의 지켜 달라” 호소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이런 상황 속에 이 대표는 검찰 수사가 정치공세란 자세를 취하며 울먹거리는 모습까지 보였는데,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직접 당사를 찾은 이 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도중 야당 중앙당사 침탈이라는 대한민국 정당사에 없던 참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 여러분께서 역사의 현장을 잊지 말고 퇴행하는 민주주의를 지켜주길 바란다. 비통한 심정으로 이 침탈의 현장을 외면하지 않고 지켜볼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사실상 검찰 수사가 야당 탄압이란 취지로 여론에 호소하는 셈인데, 앞서 이날 오전 이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저축은행 비리 수사 봐주기’가 부담스러우면 빼도 좋다”고 제안하며 정부여당에 재차 대장동 특검 수용을 촉구했지만 대통령실부터 국민의힘까지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만큼 여론에 호소하는 길 외엔 실질적 대응 방안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약 2시간 넘게 민주연구원 내 김 부원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끝에 문서파일 4개를 가져갔는데, 앞서 “김 부원장 혐의사실과 민주연구원 8층은 연관관계가 없고 김 부원장이 갖다놓은 물건이 없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정치적 쇼”라고 이날 오전 주장했던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끝난 오후엔 검찰의 압수수색이 의미 없었다는 듯 “문서파일은 범죄 혐의와 무관한 내용이다. 김 부원장의 범죄 혐의가 돈을 받았다는 것인데 그것과는 관계없는 단순한 문서 파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80여명의 민주당 의원들도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찾아가 “당사 침탈 국감 방해 대통령은 사과하라”, “국회 무시 야당 탄압 대통령은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윤 대통령을 직격했으며 오후 개시된 국정감사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듭 비판했는데, 중기부 종합국감에선 김회재 의원이 “김 부원장 구속까지 된 마당에 굳이 중앙당사를 오늘 아침 기습적으로 압수수색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감 자체를 못하게 하려는 의도적 행위”라고 주장했으며 김정호 의원은 “압수수색 영장 시한이 내일까지라고 들었는데 오늘 검찰이 기습 군사 작전하듯 들어왔다. 야당 탄압이며 정치적 공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급기야 김용민 의원은 “주요 사건은 법무부에 사전보고하도록 돼 있고 법무부장관은 민정수석에 상황보고 해야 하는데 (민정수석이) 지금 공석이니 대통령과 직접 상의하고 들어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 지시로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으며 신영대 의원은 “물증 확보했기에 구속까지 했는데 민주당에 압수수색하러 온 것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까지 떨어지자 급히 지지층 결집하려는 의도 아닌가”라고 역설했다.

또 법사위 종합간사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는데, 다만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김 부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민주당 측 주장에 대해 이 자리에서 “정치보복이라고 얘기할 단계는 지난 것 아닌가 생각한다. 토건비리 과정에서 뒷돈이 건네졌다면 범죄이고 그걸 밝히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서 한 것”이라고 반박했으며 검찰이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고 압수수색을 했다면서 특검으로 진상규명하자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서도 “검사가 중요 사안에서 절차를 안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성과가 나니까 특검하겠다는 것은 국민이 쉽게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 문재인도 위기? ‘윗선’으로 확대되는 서해공무원 사건 수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에 대한 이야기는 쏙 뺀 채 '과제'로 갈음하면서 국민 공분을 샀다. 한 30대 가장은 내집마련은 욕망이 아닌 절실한 의지라고 밝히기도 했다. ⓒ시사포커스DB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에 대한 이야기는 쏙 뺀 채 '과제'로 갈음하면서 국민 공분을 샀다. 한 30대 가장은 내집마련은 욕망이 아닌 절실한 의지라고 밝히기도 했다. ⓒ시사포커스DB

하지만 민주당이 직면한 난제는 비단 이 뿐만이 아닌데,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해서도 직권남용·허위공문서작성·공용전자기록손상 혐의를 받는 서욱 전 국방부장관과 직권남용·허위공문서작성·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를 받는 김홍희 전 해경청장에 대해 검찰이 24일 구속 후 처음으로 이들을 불러 조사에 나서는 등 윗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문 정부 안보라인의 서해 공무원 사건 당시 의사결정 과정 등 규명에 나선 검찰은 두 사람의 구속에 그치지 않고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출석 조사도 조만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미 지난 19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 받았던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서도 서해 공무원 피살 다음날 서 전 실장과 함께 대통령 대면보고를 했다는 점에서 검찰의 추가 조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빠르면 내주 중 감사원이 검찰에 감사 관련 조사 기록을 전부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만일 해당 내용 중 문 전 대통령의 관련 언급이 있는지 확인될 경우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미 국민의힘에선 24일 정점식 비대위원이 “대장동 사건 실체가 하나씩 드러남과 동시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어민 강제북송에 대한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법 집행엔 성역이 없고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 전 안보실장도 수사에 성실히 협조해야 한다”며 문 전 대통령까지 싸잡아 압박했다.

여기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같은 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의나 이런 것은 있어야 하고, 섣불리 할 것은 아니지만 만약 책임을 조사해야 할 상황이 된다면 그걸 피해서도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한 목소리를 냈으며 정부 인사인 권영세 통일부장관은 아예 이날 외교통일위원회 종합국감에서 문 전 대통령의 조사 거부와 관련해 질문을 받게 되자 “우리 국민이 생명을 잃은 사건은 중요한 부분인 만큼 생명 잃게 되는 과정도 예사로이 넘길 수 없다. 조사 받을 일 있으면 다 같이 조사 받고 처벌 받을 일 있으면 다 같이 처벌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 발 더 나아가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문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에게 넘겨준 USB에는 과연 무엇이 담겨 있었을까. 그들은 당시 북의 경제발전 계획이라고 얼렁뚱땅 넘어갔지만 나는 USB 내용에 따라 여적죄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며 새로운 의혹 제기로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압박수위를 한층 높였는데, 공교롭게도 북한마저 이날 문 전 대통령이 맺었던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해안 방사포 발사 등 군사도발을 일삼아 문 전 대통령에게 여러모로 겹악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반면 민주당에선 이 대표 뿐 아니라 문 전 대통령 수사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압박해오는 정부여당에 맞설 실질적 대응 카드가 마땅치 않아 고심이 깊은 실정인데, 일단 오는 25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이콧하기로 의총을 통해 결의했지만 정작 어떤 방식으로 거부할지는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엄중한 경제와 안보 상황 속에 국민 삶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은 헌법과 국회법이 부여한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야당의 거부에도 대통령이 직접 국회 연설에 나설 뜻을 분명하게 밝혀 여론이 이런 대응을 놓고도 양측 중 과연 어느 쪽 손을 들어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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