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귀순자 북송, 국가의무 저버린 만행” vs 野 “탈북어민, 16명 살해한 범죄자”

12일 통일부가 북한 어민 강제북송 관련 판문점 송환 사진 공개했다. 통일부는 통상 판문점에서 북한주민 송환시 기록 차원에서 사진을 촬영해 왔다. 이와 관련 오늘 국회 요구자료로 ‘19년 11월 발생한 북한어민 강제북송 당시 판문점을 통한 송환 사진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통일부 제공
12일 통일부가 북한 어민 강제북송 관련 판문점 송환 사진 공개했다. 통일부는 통상 판문점에서 북한주민 송환시 기록 차원에서 사진을 촬영해 왔다. 이와 관련 오늘 국회 요구자료로 ‘19년 11월 발생한 북한어민 강제북송 당시 판문점을 통한 송환 사진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통일부 제공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이 통일부의 당시 현장사진 공개로 새 국면을 맞는 모양새인데, 대통령실까지 진상규명을 강조한 가운데 벌써부터 여야 간 공방이 시작되고 있어 이번 사진 공개 여파가 정치권에 어떤 여파를 미칠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대통령실 “강제북송이면 반인륜적 범죄”…국민의힘 “‘文 정부 죄’ 물어야”

통일부는 지난 12일 “국회 요구자료로 2019년 발생한 북한어민 강제북송 당시 판문점을 통한 송환 사진을 제출했다”며 기자단에 2019년 11월 7일 당시 탈북어민 2명이 군사분계선 북측으로 넘겨지는 모습이 담긴 사진 10장을 공개했는데, 사진엔 이들이 북측으로 넘어가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거나 실의에 빠진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 있었다.

앞서 이 사건이 일어난 2019년 11월 문재인 정부에선 강제북송 논란이 일자 김연철 당시 통일부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탈북 어민들이) ‘일단 돌아가자, 죽더라도 조국(북한)에서 죽자’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발언했었고, 지난해 2월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이 사람들은 흉악범이고 귀순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었는데 정작 통일부에서 공개한 사진에 나타난 탈북어민들의 모습은 문 정부 인사들의 주장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더구나 해당 어민들의 귀순 사실은 물론 귀순한지 불과 5일 만에 강제 북송시키면서도 이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고, 그나마 북송 당일에 김유근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의 문자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잡혀 밝혀지게 된 건데 “오늘 15시에 판문점에서 북측으로 송환 예정이다. 자해 위험이 있어 적십자사가 아닌 경찰이 에스코트할 예정”이란 그 문자메시지 내용처럼 실상 스스로 북송을 원한 게 아닌 듯 통일부가 공개한 사진에서 탈북어민 중 한 명은 판문점에서 북송될 당시 북측으로 넘어가지 않기 위해 몸을 뒤로 빼고 버티는 모습도 있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에선 13일 강인선 대변인이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윤 정부는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이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다. 만약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북송했다면 이는 국제법과 헌법을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반인륜적 범죄행위”라며 “(북송되는 어민들이) 어떻게든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은 ‘귀순 의사가 전혀 없었다’던 문재인 정부의 설명과는 너무나 다르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전 정부를 겨냥하는 게 아니라 윤 정부는 항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회복하는 것을 중시하고 있어 그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며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냐라는 것보다 일단 넘어와서 귀순 의사를 밝혔으면 대한민국 국민에 대해 밟아야 할 정당한 절차라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과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가 저희의 중요 관심사”라고 밝혔다.

강인선 대변인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강제 북송 탈북 어부 사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강인선 대변인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강제 북송 탈북 어부 사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또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이날 박민영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으로 넘어가는 순간 탈북어민의 생명이 무사하지 않았을 것을 문 정부도 알았을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순 어민들이 작성한 자필 귀순 의향서까지 무시한 채 단 며칠 만에 강제 북송을 결정했다”며 “탈북어민들이 범죄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재판을 통해 처벌해야 했다. 그렇게 문재인 정부는 ‘반인도, 반인륜 범죄행위’를 자행했다. 국가의 의무를 방기한 것을 넘어 국민을 죽음의 수렁으로 내몬 죄를 낱낱이 물어야 할 것”이라고 문 정권을 직격했다.

이 뿐 아니라 양금희 원내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탈북민은 한국에서 재판 받을 권리가 법에 규정돼 있으나 문 정부는 최소한의 법적 권리도 박탈한 채 인권유린 행위를 자행한 것이며 이들이 북송을 원했다는 거짓발표로 온 국민을 기만했다. 정부가 이렇게 숨겨야 했던 진실은 무엇인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며 “누가 왜 어떤 절차로 의사결정 했는지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고 민주당도 적극 협조할 것을 촉구한다”고 촉구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5일 만에 강제 북송했다는 사실 자체가 부실검증이다. 멀쩡한 우리 공무원은 월북으로 몰면서 북한 말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었다”고 문 정부를 직격했다.

특히 권 원내대표는 문 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 재직 시절 한국인 선원들을 살해한 중국인 선원들을 변호했던 페스카마호 사건을 꼬집어 “페스카마호에서 우리 국민을 살해한 중국 조선족 선원들도 법에서 정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았는데 탈북어민들은 자초지종도 묻지 않고 바로 사지로 내몰았다. 민주당 정부는 인권을 외치면서 보편적 인권은 외면했고, 온갖 소수자의 인권은 챙겼지만 북한 인권에 대해선 모른 척했다”며 “이러한 대모순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 윤 정부와 국민의힘은 달라지겠다”고 역설했다.

◆ 민주당 “여론몰이 바람직하지 않다”…北 “尹, 여론 비난 모면 위한 신북풍”

이 같은 비판에 더불어민주당에선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으로) 올라가지 않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지만 16명이란 인명을 살상하고 내려온 흉악범죄자인데 어떻게 해야 했느냐. 범죄인 인도 차원에서 인도한 건데 반인도적 범죄행위라고 규정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전 정부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전 정권에서 일어난 일 중 유독 북한과 관련된 것들을 끄집어내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의도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우 위원장은 “(사건의) 단면만 드러내 공격하는 게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느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이어 해당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을 국민이 용납할지 이해가 안 된다”며 “대통령실에서 조금 무리한 것 같다”고 평가했는데, 같은 날 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 사건 태스크포스 소속 의원들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6명을 살해한 엽기적인 흉악범 북한 주민도 우리나라 국민으로 받아야 하느냐. 국민의힘은 과거를 들여다보며 마치 사정기관이 된 양 3년 전 일을 꺼내 없던 죄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검찰 출신 대통령이 되니 정치마저 검찰처럼 하는 것”이라고 윤 정부를 비판했다.

또 문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인 윤건영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사진 공개의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 전임 정부 흠집 내는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한 듯해서 무척이나 아쉽다”고 입장을 내놨으며 조승래 의원은 “윤 대통령과 여당의 정쟁몰이가 황당하기만 하다. 탈북어민 북송이 마치 엄청난 반인권적 행태란 정부여당 주장에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고 정부여당을 에둘러 비판했고, 박찬대 의원은 “(해당 어민들이) 일반적인 북한 이탈주민과는 그 성격이 다르며 법에 의해 보호대상자로 결정 받지 못한다. 윤 정부는 과거 보수정권처럼 현재 위기를 신북풍으로 수습하려 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북한 역시 이날 선전매체 메아리를 통해 윤 정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어민 북송 사건 재조사에 들어간 상황을 ‘신북풍’으로 규정한 뒤 “용산에서 밀려오는 신북풍은 극악한 동족 대결정책을 추구하며 전쟁 광기를 부려대는 윤석열과 남조선 보수패당에 대한 민심과 여론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너절한 기만극이다. 우리에 대한 적대의식을 고취하는 한편 이전 정부의 대북정책을 굴종, 실패로 몰아붙이며 강경책 추진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려는 것”이라며 “윤석열과 그 패당은 역대 보수패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써먹던 상투적 수법인 북풍 몰이로 반대파를 탄압하고 공안 정국을 조장하고 있다”고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 검찰, 어민 북송 의혹 등 관련 국정원 압수수색 나서…진상규명될까

4일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청와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4일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청와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반면 해당 사진을 공개한 통일부의 권영세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사청문회 때부터 북한 어민의 강제 북송에 대해 명백한 잘못이라고 얘기해왔다. 살인범이든 흉악범이든 우리 사법제도로 재판을 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청 원칙이 있으니 그에 따라 절차적으로 처리했어야 한다”며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니까 우리 행정 영향력 미치지 못하는 지역에 있을 때는 국민 대접을 할 수 없지만 일단 우리 영역으로 내려온 이후엔 국민 대접을 해야 된다. 남북한은 국가 대 국가 관계가 아니라 특수 관계란 게 남북기본합의서 규정이기 때문에 야권에서 얘기하는 범죄인 인도 협정 얘기는 적절한 근거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심지어 미국 연방회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의장인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하원의원도 통일부가 공개한 탈북어민 2명의 북송 당시 사진과 관련해 12일(현지시각) “정당한 절차 없이 전임 한국 정부에 의해 이뤄진 논란 많은 북송을 규탄한다. 누가 이런 명령을 내렸고 왜 그랬는지 판단할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성명을 내놨는데, 2019년 11월 김연철 당시 통일부장관은 국회에서 “컨트롤타워는 (청와대) 안보실”이라고 발언한 바 있어 북송처분을 누가 지시했는지 파악하기 위한 진상규명을 위해선 문 정권 당시 청와대도 수사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정원은 당시 이 사건에 대한 합동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시킨 혐의로 서훈 전 국정원장을 검찰 고발했는데, 여기에 ‘북한인권정보센터 인권침해지원센터’도 지난 12일 탈북어민 북송 사건 관련해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청와대 및 정부 관계자, 국정원·통일부·경찰 실무자 등 총 11명을 검찰에 고발했고, 13일엔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이 “직무유기죄로 문 전 대통령을 형사 고발하기로 했다”는 입장문을 내놓으며 오는 18일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뿐 아니라 국정원이 지난 6일 박지원·서훈 전 원장을 각각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어민 북송 사건 관련해 고발한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도 증거 확보 차원에서 13일 오후 국정원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전격 진행하는 등 진상규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는데, 대통령실까지 관심을 둘 정도로 정치권 이슈로 부상한 사건이기도 한 만큼 향후 검찰 수사 진행 정도에 따라 전 정권 ‘윗선’까지 겨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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